내사람
秋山 이재양
그리운 이는 오지 않는다
유리창에 괜한 낙서를 다시 지우다
찬서리 몸부림 칠 때쯤
희뿌연 서릿발이 가로선 하릴없는 동짓밤,
그리움이란
집착이 되살이 되어 변명하는
내 양심인 게지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는다
오지 않는다기 보다
오지 않아 그래서 기다림일 뿐,
보낸 지 그 언제일까 싶은 날
아쉬움의 반증이 바로 기다림인 게지
사랑은 가고 오지 않는다
오가는 이치가 인연이란 걸 애써 외면한 죄로
가버린 님이 오지 않으면
그래서 사랑이라 자위하는 게지
떠나는 이는 오지 않는다
가는 이의 그림자는 어둑한 골목을 끌려 나가고
돌아올 요량이면 나서지도 못할 일,
붙잡을 마음이었다면
그가 떠났다 핑계대지 않을 테지
내가 홀연히 가고 없을 날
물끄러미 묘비명에 걸레질이라도 할 이가
내 사람인 걸 그날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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