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는 날이면 엄마는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을 싸셨다. 큰 그릇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밥을 비벼놓고, 훈기가 빠지는 동안 김밥에 넣을 내용물을 준비하셨다. 대나무 발을 이용해 꼭꼭 눌러 싼 김밥을 엄마는 언제나 옆에 놓아둔 도마 위에 산같이 쌓아 두었다. 그래야 김이 풀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옆에 앉아 김밥 꼬다리를 기다리던 나는 빨리 썰지 않고 쌓아 두기만 하는 엄마가 답답하기만 했다. 드디어 김밥을 다 말은 엄마가 첫 칼질에 나온 김밥 꼬다리를 내 입에 넣어 주었을 때, 김밥 끝으로 길게 달린 시금치며 계란 노란 무 (아 그리고 자주 먹지 못하던 소고기도 있었다) 등을 입안 가득 물고 행복해하던 기억이 지금도 고소하게 난다.
엄마처럼 나도 김밥을 자주 만들었다. 아무거나 남은 반찬거리를 넣어 김에 둘둘 말기도 했고, 작정하고 내용물을 사와 정식 김밥을 만들기도 했다. 캠핑이나 피크닉, 혹은 스키장 갈 때마다 몇 줄 말아 알루미늄 포일에 싸서 들고 가면,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어서 아이들도 무척이나 좋아했다.
경험도 없이 시작한 식당이라 처음에는 간단한 몇 가지 음식만 했다. 차츰 자신감이 생기면서, 또는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이것저것 더해서 메뉴가 늘어났지만, 그래도 김밥은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 그것을 분식점도 아닌 우리 식당에서 판다는 것이 오히려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김밥 판매를 시작하려고 한다. 트레이드 죠에서 파는 냉동 김밥이 너무 쉽게 동이 나 이제는 한 사람당 두 개만 판매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고, 케이팝이나 케이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한식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떤 손님은 우리 식당에 와서 최근에 본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서 그 장면에서 그가 먹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짜장면을 먹어 보고 싶다고도 한다. 한국 드라마마다 짜장면 먹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굉장히 맛있어 보인단다.
지난주에는 어떤 손님이 구글에 리뷰를 달았는데, 별을 네 개 주면서 음식도 맛있고 서비스도 좋았지만, 김밥을 팔지 않아 별 다섯 개를 줄 수 없다고 썼다.
여러 가지 정황상 이제는 김밥을 메뉴에 넣을 때가 된 듯해 직원들과 의논하여 판매하기로 결정하였다. 큰딸은 김밥 사진을 넣은 메뉴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김밥 판매를 시작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그 공고문에서 큰애는 들고 가면서 먹기 좋은 음식인 김밥은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자라난 세대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가정마다 김밥에 들어가는 내용물들이 다르고 밥을 비비는 방식도 다르지만, 김밥 한 줄에 각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건강식이라고 덧붙였다.
공고가 나가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라는 표시로 성원을 보내왔다. 이런 변화가 낯설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것을 알아 새로 가게를 오픈할 때보다도 가슴이 더 설렌다. 얼마나 팔릴지 보다 김밥을 먹으며 그들이 얼마나 행복해할지가 더 궁금하다.
첫댓글 완지 대박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좋아한 간편한 한끼식사 응원합니다♡
갑자기 김밥을 만들어 먹을까 하는 생각이 납니다.
달리기하려고 출발선상에 서서 출발을 알리는 총성을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잘 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출발하다 넘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존하는 순간입니다.
기호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김밥 좋지요. 미묘한 차이가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죠. 응원합니다.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새롭게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