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
- 박 일병에게
김술곤
격동의 한 시대가 이울다 간 그 자리에
아픈 대물림으로 남겨진 아들딸들
할아비 지새던 참호에 초병으로 서 있다
문등리 계곡 저편 어른대는 뭇 환영
돌아갈 수 없다하네 너희들 여기 두고
철책을 쓸어내리며 흐느끼는 수입천
어느 매복 중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싸리꽃 무더기 속 두런대는 붉은 철모
돌려줄 주인이 없어 가슴에다 묻어야하리
이제 님은 김 병장도 이 중사도 아니니라
그날의 상처 위에 향내로만 남아서
철 따라 꽃을 피우는 조국의 산 이니라
허리에 박힌 탄환 아직도 시릴텐데
전선야곡 한 소절로 달랠 길이 없어서
먼발치 바라본 능선 누가 달빛 퍼 나르나
아, 거기 두고 온 님 잠결에도 깜짝 깜짝
그 많은 밤이슬을 어찌 다 받아내고
산 넘어 산 넘어 온 바람 어깨 툭툭 치고 가네
《나래시조》2019. 가을호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성구에게 온 시조
김술곤 시인의 <비목>
임성구
추천 0
조회 95
19.11.16 03:24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