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금병산 산행기
대전둘레산길인 오봉산과 금병산을 오르기로 한 날이다.
그런데 이날따라 깜박 늦잠을 자는 바람에 부지런을 피운다고해도
약속장소인 수원역까지 제 시간에 도착하기는 진작에 글러버렸다.
평택역을 이용한다면 동료들과의 합류가 가능할 듯하다.
때맞춰 이동의 원할함을 도와 준 시내버스와 전철의 신속한 도움으로 합류에 성공하게 된다.
산행 들머리인 사태고개에 네 노마(老馬:청아,달거,신바람,나)들이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이 훌쩍 흐른 뒤다.신탄진 역을 빠져나와서 역사 앞 길 건너 버스승강장에서
10분마다 오가는 봉산동행 버스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봉산동 버스차고지 입구 건너편에서 우측으로 야트막한 사태고개로 향하다보면
좌측으로 숲길이 나 있고 산행안내도와 대전둘레산길 이정표가 입산객을 손짓한다.
날씨가 가을날씨 특유의 선선한 기운이 깊어질수록 하늘빛도 시나브로 파란색을 덧칠하면서
강철의 시퍼런색을 닮아간다.아직도 숲은 초록빛으로 다문 입을 유지한 채 시치미를
떼고있다.성마른 이파리들만이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초코렛 빛깔 이파리를 산길에
시름없이 떨궈내며 우울해 한다.참나무 식솔들이 수선을 피우며 갈피를 못잡는다.
손바닥만한 잎새를 힘없이 내려놓으며 우울해하는 신갈나무 떡갈나무들 그리고 날렵한
유선형의 상수리와 졸참나무 이파리가 대개 그들이다.
그 와중에 노란빛깔에 덩치는 메추리알만한 크기의 싸리나무 잎새가 끼어들고
붉으디 붉은 붉나무의 뻔뻔한 잎새도 한몫을 차지할 기세다.
금빛 햇살이 나무가지 이파리사이로 아름다운 손길을 내미는 숲사이의 산길은
호젖하고 평화롭기만 하다.길섶에 돌탑이 반긴다.오가는 입산객들의 염원이 쌓이고
수많은 사연이 쌓여있을 것이다.삼거리 갈렛길,좌측으로는 법화사를 가리키고 있다.
우리 네 노마들의 경유지인 오봉산은 직진 방향을 가리킨다.길은 수렛길이나 다름없이
널찍하고 번듯하다.험상궂은(?) 송전철탑을 뒤로하고 비탈길을 오르면 이내 해발 241m의
오봉산 정상이다."五峯亭"이란 현판을 달고 있는 팔각의 정자가 멧부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간단한 운동기구와 벤치도 주변 공터에 간직하고 있다.
오봉정을 내려서면 산길은 자세를 낮추어 나가다가 2차선 차도로 내려선다.
구룡고개다.대전 봉산동과 충남 연기군과 세종시를 잇는 지방도로다.
이어지는 산길은 차도 오른쪽을 따르면 우측으로 구룡산성이란 간판을 단 식당 건너편으로
산길이 이어진다.돌계단으로 시작이 되는 숲길은 이내 송전철탑으로 이어지고
시나브로 자세를 높여나가며 슬며시 내놓은 멧부리가 해발 263m의 보덕봉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3AB0425453250F08)
보덕봉 정수리에는 덤불이 우거진 묘1기가 차지하고 있으며 그 앞으로는 무선기지설비가
가득하게 들어서 있다.정수리를 조금 벗어나면 곧바로 여러 운동기구와 정자와
산행지도며 근방의 마을 유래가 담긴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한구석에는 바구니 향우회라는 곳에서 이곳이 두루봉이라고 작고 검은 빗돌을
세워 놓았다.목을 적시고 난 네 노마들은 보덕봉을 뒤로한다.보덕봉을 벗어나자마자
삼거리 길이 나오는데 직진 방향은 송강중학교와 약수터를 가리키고 우측으로는
용바위 고개를 가리키는데 3km라고.내리막 산길 좌측 길가로는 말뚝을 죽 박아놓고
로프를 매어놓고 안전산행을 당부한다.여러 묘지가 가득한 공동묘지를 지나면
봉우리 정수리에 장방형의 식탁이 놓여있는 멧부리도 넘게 되고, 임도 사거리를 만나는데
이곳에서는 직진 방향을 따른다.매번 만나는 갈림길마다 산행안내팻말이 어김없이
세워져 있는데 우리일행의 방향은 용바위 고개를 가리키는 지시만 따르면 문제가 없다.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이다.모처럼 비교적 비탈길이 날이 서 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른 멧부리에는 "제2 일광봉"(第二 日光峰)이라고 쓴 빗돌이 서 있다.
지도상으로는 용바위 고개인 셈이다.빗돌 옆으로는 용바위 고개에 얽힌 유래를 빼곡히
밝혀놓은 안내문도 세워놓았다.두어 평 남짓되는 이곳 멧부리에서 요기를 마치고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옮긴다.이 멧부리에서의 다음 행선지는 두 곳으로 갈린다.
해가 떠 있는 남쪽 방면으로는 2.9km의 거리에 있는 적오산으로의 산길이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 일행이 가야할 금병산으로의 산길은 해가 지는 방향인 오른 쪽 내리막 산길이다.
금병산까지는 1.4km라고 알린다.일광봉을 도망치듯 내려서면 또 다시 오르막이 기다린다.
쉼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 모든 산행의 기본인 것은 자명한 이치,
모름지기 수더분하게 모든 상황을 여유있고 편안하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빠져 들어가야 한다.아직도 숲은 초록의 잎새가 대세를 이루며 진득하고 묵직하게
거드름을 피우며 유세를 부린다.한여름의 치열함과 시끄러움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들려오는 천지간의 울림이라고는 어쩌다가 들러오는 작은 새소리와 네 노마들의
낙엽밟는 소리 뿐,사위는 푸르고 푸른 창공만큼이나 맑고 아늑하고 적막하다.
일광봉을 뒤로하고 비교적 오르막이 가파른 멧부리는 옥당봉(玉堂峰)이다.멧부리에는
이름모를 묘지1기가 잡초와 덤불로 뒤덮혀 있어 묘지인지 분간조차 가리지 못할 정도의
봉분이 차지하고 있으며 북쪽 방면으로는 하산길이 보이는데 산행안내팻말은
"구룡동 3.6km"라고 써 놓고 있다.금병산까지는 0.5km를 가리킨다.
이젠 지척에 금병산 정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12313D5453255B0F)
옥당봉으로부터 이어지는 능선길은 오르내림이 비교적 작은 밋밋한 구릉이나
다름없이 이어지는 산길이다.소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있는 금병산의 주봉이라고
하는 해발 383m의 연화봉은 사실이지 주위 조망을 기대할 것이 없다.소나무와
다른 활엽수들이 사위를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연화봉을 뒤로하면 이내 해가 떠 있는 남쪽으로 시야가 시원하게 터져있는 멧부리를
만나는데,삼각점도 심어져 있으며 무엇보다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다.
주봉인 연화봉은 밋밋한 능선상의 일부분에 머무르고 있다면 이곳 삼각점이 심어져 있는
멧부리는 거기에 비하면 월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름을 붙이기에도 쑥스러운 봉우리들이 두어 개 더 줄을 잇는다.좌측을 가리키며
"공군대학 아파트 0.8km"라고 써 있는 삼거리,노루봉은 0.4km를 가리킨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만나는 또 다른 삼거리는 노루봉 직전의 삼거리가 된다.
해발 353m의 노루봉 멧부리의 해가 지는 쪽으로 다가가면 군부대 초소가 있으며
철망 울타리가 경고판으로 위협하며 앞을 막아선다.그러나 울타리 우측으로 슬그머니
이어지는 산길은 수양산을 경유해서 거칠메기고개까지 이어지는 산길인데,
그 고개까지는 5.6km의 거리다.1시간 30분 정도의 발품을 팔아야 하는 거리다.
네 노마들은 이쯤에서 꼬리를 내리려고 한다.수양산까지 올랐다가 교통 편의상
되돌아 와서 공군대아파트로 하산할까를 저울질하다가 접은 것이다.
늙은 말에게 기댈 것이라곤 이미 써 먹어봤던 철 지난 지식이 전부다.다른 건 볼게 없다.
머리털부터 발끝까지가 다 그렇다.딱히 또 써 먹을게 있다면 이미 써본 지식뿐이다.
사실 이런 지식도 낡아서 고물가게에서조차 받아주지 않는 물건이지만 때때로
요긴하게 써 먹을데가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긴 있다.
그럴 때에는 노마지지(老馬智之)라고 추켜주는게 어떨지,
노루봉 멧부리에는 노루봉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밝혀놓은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대략 살펴보면 이렇다.
재일이란 나무꾼이 포수에 쫓긴노루를 구해주자,그 답례로 명당자리를 안내해 주었는데
그곳에그 부친의 묘를 쓰자 재일네 집에는소가 송아지를 세마리씩 낳고 농사도 몇 배
잘되는 등,매사 잘되어 큰 기와집을 짓고 장자로 잘 살았다고,
노루가 명당처를 잡아 준 산이라 하여 노루봉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적고 있다.
노루봉 직전의 삼거리에서 공군대학 아파트로 내려서는 하산길로 발길을 돌린다.
보기보다는 가파른 산길이 계속된다.
말뚝 사이사이로 로프를 연결한 안전설비 덕분에 이동의 어려움은 당연히 없다.
골짜기 계류의 재잘거림이 골안에 울릴 무렵이면 산길은 골짜기를 막 벗어날 무렵이 된다.
아직은 작은 묘목에 불과한 메타쉐콰이어가 길섶을 지키고 있는 숲길을 벗어나면
곧바로 공군대학아파트 단지 안이다.십수 명의 사병들이 일렬로 숲길에 들어선다.
지금 막 산행을 시작할 모양이다.젊음의 맥박이 느껴지는 청춘들이다.
마침 아파트 단지 내의 버스승강장에는 빈 버스 한 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시각은 오후 2시 30분을 향하고 있다.오전 10시 쯤에 산행을 시작하였으니 산행에 들인
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가 들었다.만약 수양산을 올랐다면 대충 한 시간을 추가했을게다.
노마들에게는 이 정도의 산행은 대수롭지도 않았던 모양이다.아직도 한 두 시간은 족히
산길을 헤집고도 남을 기세다.늙은 육신은 생각않고 아직도 10여 년전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영혼을 곧이곧대로 믿고있음이다.마음은 늙지 않았는데 육신은 이미 늙어있음을
망각하고 헛됨의 망령에 매여있음이다.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의 깊은 뜻을 깨우쳐야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373443545339B82C)
첫댓글 대전의 둘레산길!!
호젓한 숲길을 가다
시월의 끝자락에 몸을 싣고
구수한 숭늉맛을 음미하며...
뜨거운 커피 한잔이 더욱 돋보이는 가을 산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