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20년 후를 생각한다 ② 대정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연지]

[특별기획]

목사 부부는 정부로부터 월급 받고 선교도 하는데…

한국불교 20년 후를 생각한다 ② 대정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채식조리사 과정’ 신설 등을 통한 국가제도로의 편입이 사찰음식의 세계화 단계에서 불교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5월 봉은사에서 열린 사찰음식 경연대회도 그런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수도권 지역아동센터

90% 이상 교회 위치

정부 정책 면밀 검토

시설 인력 적극 활용

정부 예산으로 사업 펼쳐

불교문화유산해설사

채식조리사 육성과정

문화재 시설에 대한

전기료 감세 제도화 등

사찰의 고민과

보편적 복지를 결합한

재정안정 방안 추구해야

새로운 패러다임과 생활양식이 변화된 사회, 20년 후 불교를 위해 지금 우리 사부대중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통일국가, 복지국가로 성장한 한반도에서 불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불교의 과제를 짚어보며 대안을 모색하고자 본지 취재2부에서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현재 불교계의 대정부 정책은 문화재 보호와 관리, 자연공원법 등에 의한 규제 법률에

집중돼 있다. 이는 천년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며, 엄밀하게 말해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는 문화유산에 대한 문제다.

불교 포교와 성장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다. 그나마 템플스테이를 통해 국가 지원을 받

는 것이 유일하다.

반면 개신교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을 받으며, 사회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그 자체가 선교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에서 굳건하게 위치를 다지고 있다.

국가의 흐름과 성장 방향을 예측하고 한발 앞서 정책을 만드는 일, 불교계가 안고 있는

과제다.

지난 4월 종책연구모임 화엄광장과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신교가 2010년부터 3년간 정부 8부1청으로 받은 각종

지원금이 3694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예가 지정문화재 제도를 통해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을 성당과 교회에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문화재 자료, 시도문화재, 보물, 국보로 나눠진 불교유물과 달리 지정문화재는

그 자체로 국가지정 문화재의 지위를 부여 받는다.

복지의 경우 편중은 더욱 심하다.

지역아동센터가 대표적인데, 그 운영 방식은 도심 개척교회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예배가 없는 평일 낮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 학습을 지도하고, 2명의 교사를 두게 했다.

즉 목회자 부부가 자격증을 취득하면 정부로부터 일정의 급여를 받으면서 아동을

교회에서 지도할 수 있다.

비교적 풍족한 급식비를 지원받아 식사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수도권 내 지역아동센터의 90% 이상이 교회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사회복지시설로서 지역아동센터를 법제화 할 당시, 많은 교회에서는 이 제도에 대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를 통해 한 교회당 매달 600~700만원의 국가 예산을 받아 방과 후 아동을 보호하며,

선교활동도 자연스럽게 펼치고 있다.

경기도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A목사는 “아동센터를 운영한 이후 일요일 예배

후 신도들에게 제공하는 김치, 쌀 등도 자연스럽게 후원으로 해결하고 있다.

또 안정적인 급여가 확보되고, 임대료도 해결돼 교회 운영의 부담이 매우 줄었다”고

털어놨다.

불자 청년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사단법인 ‘i길벗’에서 운영하는 길벗지역아동센터가 아름다운동행의 지원을 받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아따맘마 요리교실’.

수년 전부터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진입장벽이 생겨났다.

예산을 이유로 지역아동센터를 2년 이상 운영해야 국가 지원대상이 되도록 했다.

사찰이나 단체에서 연간 1억여 원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2년간 30여명 내외의 아

동을 보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또 과거 일정 교육만 받으면 쉽게 취득할 수 있던 사회복지사 자격도 날로 취득요

건을 강화하고 있으며, 센터장의 경우 경력 3년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으로 장벽을

높이고 있다. 불교는 그 뒤를 따라가며 복지활동을 펴고 있지만, 소위 “알맹이 없는

희생”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날이 갈수록 종교시설을 순수한 종교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다.

복지시설 이용 등 다른 목적이 결합돼 종교시설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정책을 따라만 갈 것인가.

이제는 불교의 현실에 적합한 정책을 개발해 법제화 시켜야 한다.

■ 어떤 정책 개발이 가능할까

국가정책의 최우선 원칙은 보편성에 있다.

김종용 경기도의회 불자회장은 “종교계가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 정책을 만들 경우, 특정 종교나 단체의 이익을 제한하지 않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보편적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며 “보편적이면서도 특히 불교계가 실천 가능한 정책을

내놓을 경우 사회적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조언한다.

사찰에서 아동을 보육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현행 법령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사찰의 특수성을 감안한 시설 기준, 관리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아동관련 법령에서 명시한 시설입소 자격을 갖추려면,

보호자가 없거나 친권을 포기해야 생활시설 입소가 가능하다.

반면 사찰에 거주하는 많은 아동은 친권자가 있어 복지의 혜택

 범위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에 가칭 ‘위기가정 아동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저소득층 위탁형 보호시설’을

아동시설의 하나로 삽입한다고 치자.

시설 기준과 대상자, 보호대상자 등의 규정을 사찰에 맞춰 만든다면, 많은 사찰에서 적법

하게 아동을 보육할 수 있다.

또 시설 설치 및 운영에 따른 국가 보조도 가능하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을 역임한 과천 보광사 주지 종훈스님은 “다양한 법률을 검토해

우리 실정에 맞도록 법령이나 규정을 개정한다면, 사찰의 고민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며 “종단적 차원에서 정책을 연구하는 기획단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반영시킨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종단 법을 다루는 종회에서도 이런 측면까지 안목을 넓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채식조리사 과정을 정책입안 한다고 하자.

어린이집, 식당 등 다양한 조리시설에서 일을 하려면 조리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현재 음식관련 자격증은 한식.중식.일식조리사와 복 요리사 자격증이 있다.

더불어 채식조리사 과정을 만들자는 것.

심사를 위한 레시피나 교육과정을 불교계에서 만들어 선점한다.

관련 협회를 구성해 법적 기구로 만들고, 사찰음식 전문가 스님과 불자들로 심사

기준과 위원을 조직한다. 요리학원처럼 사찰에서 채식요리 과정을 개설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설운영과 심사 기준 연구에 따른 비용, 인력을 불자

들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사찰음식의 대중화에도 큰 기여가 예상된다.

보편적 제도를 연구하고, 사전에 그에 필요한 시설과 자격조건을 선점한 후 국가

정책으로 제안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은 “외국에서 채식 조리사를 운영하는 예 등을

찾아 제시한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사찰음식문화를 발전시키고,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혁재 원장은 또 정책개발에 대한 불교계의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했다.

손 원장은 “불교의 복지사업은 그동안 사회제도에 맞춰 활동했다.

선제적으로 제도를 만들려는 노력은 극히 드물었다”고 평가하고 “불교가 사회의 약

자를 위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편적 지원보다 제도화를 통해 지속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복지의 지속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불교계 현실에 맞는 사회정책을 생산해

반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불교문화유산해설사’ 육성이나 ‘문화재 시설에 대한 전기료 특별 감세

제도화’도 고려할만 하다.

사찰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전기료와 관련해, 산업용.가정용으로 구분된

전기료 체계를 산업용.가정용.공익용 등으로 다변화하고, 그 중 전통사찰과 문화재

보유 사찰에 대한 할인율을 높이도록 하는 방안이다.

사찰은 현재 많은 고민과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늘어나는 각종 관리비용과 포교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를 적극적인 제도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문화유산 일변도인 불교계의 대 국가정책.

이제는 다변화 연구가 필요하다.

그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포교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불교신문29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