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네 빵기계가 고장이 났다.
4년 넘게 우리 집 식빵을 만들어주던 기계다.
요즘은 자기네는 안 먹는 식빵을 순전히 우리를 위해 만들어서 미안해지려는 참이었다.
그것도 늘 호밀, 통밀을 사다 변화를 주며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이참에 식빵을 사다 먹거나 아침 식단을 좀 바꿔보겠다고 선언했다.
길 건너 빵집에서 식빵 쿠폰을 준다.
열 개가 모이면 한 개는 공짜란다.
쿠폰을 모으는 것보다는 아예 회원이 되는 게 좋겠다 싶어 카드발급을 받으려고 했더니,
개통 안 된 카드를 주며 인터넷주소로 회원 가입을 하란다.
집에 돌아와 주소를 입력했다. 금방 될 줄 알았다.
웬걸, 자꾸 걸린다.
그래도 쉽게 물러설 수는 없는 일! 계속해보지만 여전히 문이 열리지 않는다.
진땀이 나려고 한다.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지, 싶어 다시 시도하기를 30분 가까이,
마침내 '해피포인트 카드' 회원이 되는 일에 성공!
이왕 나선 김에 '중고서점 알라딘' 회원도 신청해야지.
강남역쪽에 나갈 일 있을 때는 가끔 들르는 알라딘은
강남역 11번 출구로 나와 곧장 내려가다 보면 언뜻 지나치기 쉬운 모퉁이 지하에 있다.
요즘은 두 달에 한 번이나 나갈 일이 있지만 그래도 가입해놓는 게 좋을 것 같다.
지시대로 따랐더니 걸리기를 두어 번 했어도 10분쯤 걸려 성공이다.
두 개의 카드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 40분.
그래도 도중에 포기하지 않은 것이 스스로 대견하다.
거울을 본다.
누가 보면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줄 알 것 같은 표정이다.
식빵 두 번 샀으니 이제 해피포인트에 적립된 쿠폰이 두 개다.
알라딘에서는 '알라딘 서재'라는 이름으로 '서재뉴스레터'를 보낸다.
그냥 쓰윽 훑어보기도 하고, 이런 게 있네 하며 보기도 한다.
40분을 낑낑댄 것이 헛수고는 아니었다. 아니, 잘한 일이다.
첫댓글 그대는 그래도 기계에 능한 편입니다요. 밥을 먹고 먹물을 먹고 .....
카드 두 장에서 그대의 인생을 봅니다. 간결하게 두 갈래로 통합하는 멋진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