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일이군요...^^
새벽 3시에 일어나 연구소로 갈 준비를 마치고 아주 감성적인 노래들만 선곡해
들으며 카페에서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녔다.
5시 반 연구소로 가려고 집을 나서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화해 형이었다. 깜박해서 한 시간 일찍 나왔단다.
택시를 잡아타고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 앞에서 화해 형을 만나 패밀리 마트 편의점으로 들어가 음료수를
한 잔했다. 잠시 후 상수 형이 도착해서 커피 한 잔씩을 쏘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송 선생님이 반갑게 봉고차를 몰고 나타나셨다.
우리들은 차에 탔고 송 선생님 댁에서 소장님이 타셨으며 동산동에서
정순 누님과 영순 씨가 마지막으로 승차했다.
차는 아직 채 어둠이 가시지않은 새벽길을 달려 집결 장소인 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 여유있게 도착했다.
그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어린이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까지 출석 체크를 받으려고 이리저리 엑스트라를 통솔하는 기획사 직원들의 말에 움직였다.
상당부분 미리 오기로 돼 있는 사람들이 오지 않았고 총정원도 부족해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로 하고
모악당 실내로 입장했다. 우리들이 해야할 일은 말그대로 보조 역할만 잘 하면 되었다. 영화의 제목은 <연애술사>이고 마술사의 사랑 이야기였다.
마술사역을 맡은 요즘 주가가 뛰고있는 연정훈(키가 생각보다 훨씬 컸음)님의
연기에 호흡만 잘 맞추면 되었다.
주로 마술에 대한 놀라움과 그때그때의 웃음,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것이었는데 영화사 조감독님의 쉽고 충분한 연기 지도하에 별 N.G. 없이
배우와 수많은 엑스트라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흡을 척척 맞췄다.
여주인공으로는 내가 20대때 꽤 좋아했었던 박진희님이었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게되어 흐뭇했다. 내가 나이를 먹었듯이 박진희님도 이젠
완연한 여성으로서의 성숙미가 묻어났다. 한컷 한컷 실제로 "액션" 의 외침이
있을땐 모두다 긴장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연기를 했다.
잠시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와 창밖으로 하늘을 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볼일만 보고 다시 입장하여 나머지 분량을 계속해서 순조롭게 촬영했다.
오후 1시 쯤 점심 식사를 하고 우리 일행은 소장님과 함께 밖에서
잠시 산책을 했다. 하늘은 개어 있었고 커피 자판기 앞엔 많은 사람들이
커피 한 잔을 먹기위해 긴 줄을 서서 자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 새벽부터 움직였기에 약간 졸립기도 하고 피곤해서 간절히
원했지만 자판기 앞에의 긴 줄을 보고는 엄두가 안났다.
잠시 햇살을 맞으며 소장님과 함께한 산책으로 만족하고 다시
촬영장으로 들어갔다.
남은 분량을 마저 촬영하고 저녁 6시가 넘어 오늘의 스케쥴을 다 끝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기획사 측의 경험 부족에서 나온 운영 미숙으로
엑스트라들이 추워진 날씨에 많이 고생했다.
바로 페이, 돈을 받아야 되는데 6백 70여명에 달하는 엑스트라들에게
한 사람씩 돈을 세어서 주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서로 먼저 받을려고
밀고 당기고 하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은 두 시간 넘게 기다려서 페이는 받았지만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오늘 하루 나에게는 꽤 재미있었던 것 같았다.
영화 촬영에 직접 참여하고 나서 느낀 점이 한 두가지 있다.
탤런트, 영화배우, 이런 사람들이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프로다. 카메라가 자기에게 초점을 맞추고 많은 사람들과
50여명이 넘는 영화사 스태프들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서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잘 해내니 보통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직업이든
프로가 되지않으면 곤란할 상황에 처할 경우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연구소 가족들을 생각하면 소장님은 자타가 의심하지않는 프로에
다다르신 것 같고 다른 선생님들은 프로가 되기 위해 마지막 고지를 저만치 조금
남겨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은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 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소장님 말씀대로 자신의 강점을 잘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장님은 영화 촬영을 다 마치고(페이는 안타깝게도 받지 못했습니다..ㅠㅠ..)
송은주 선생님과 함께 전주에서 중고차를 알아보러 가셨다고 했다.
이번에 정말 속 썩이지않는 좋은 차를 구입하시길 바란다.
송정근 선생님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익산에 잘 도착하여 선생님과 함께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디저트로 푸짐한 통닭 한 마리를 뜯었다.
지금 말하는건데 영화 배우와 탤런트도 자꾸보니 그 신비감이 사라지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송정근 선생님도 연정훈님과 비교할때 전혀 빠지지않는 얼굴이시란걸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송 선생님 덕분에 집에 잘 도착하여 이렇게 글 올리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일 은혜롭게 보내시길...
오늘도 영화 촬영이 있다. 오전 11시까지 모악당으로 모이라고 했다.
화해 형과 상수 형이 또 엑스트라로 나선다고 한다.
재미있게 보내고 돈도 많이 벌어오길 빈다.
한 턱 쏘야 됩니다...^0^
여담이지만 한 마디 해야겠다.
어제 촬영장에서 상수 형과 내 옆자리에 두 명의 여대생이 앉았는데
(중간중간 무료해질땐 청춘의 생기발랄한 두 여대생이 주고받는 수다가
재밌기도 했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아무렇지않게 튀어나오는
<씨팔, 좃나 열 받는다, 열라 재수없네, 졸라 튀네>등등
그렇게 예쁜 입에서 이러한 말이 나오니 조금은 놀라고 민망했다.
학교가 궁금하여 물었더니 기전여대란다.
기전여대면 성혜누나가 졸업한 학교고 온유님이 다녔던 대학이 아닌가.
사람도 천차만별이란걸 느꼈다. 아직 어리니 귀엽게 봐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뉴스에서 한파주의보가 내렸다고 들었다.
그제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였으니 봄도 머지않았으리라...
가족 여러분,
평안한 주일 보내세요...
또 뵈요...*^^*
첫댓글 선생님들 분명히 시간을 정해야 하고 정해지면 연락 준다고 해놋고 안하고 그냥갑니까~
아이구 그랬습니까? 슈아드님께는 연락이 안 갔나보네요... 대신 사과 드립니다...이해해 주세요...^0^
저도 가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