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신인상]
平心 홍원표
(사진 및 약력별도 탑재 )
홍원표 시인 작품 원고
1. 다랑논의 워낭소리
平心 홍원표
메마른 토지가 땀을 흘린다
땀기에 젖은 소의 침샘에 쇠 소리가 난다
철퍼덕 거리는 황소의 걸음에 맞춰
딸랑거리는 워낭소리는
시름을 녹이는 詩다
상여의 요령이 울고 간 공동묘지 초입에 돋아난
꼴 한 발채 베어 지게에 지고
다랑논에 남겨둔 워낭소리를 허밍 하며 돌아오는 길
석양은 알듯 모를 듯
빙그레 웃는다
2, 패랭이 꽃 연서
平心 홍원표
하얀 마음 꽃잎에 담았다가
수줍음에 겨워 피어낸 연분홍 꽃 사슬
사랑은 사랑하는 자만의 것
저희들끼리 재잘거리며
가지마다 한 송이 꽃으로만 피워내는 정염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그리운 얼굴들
못다 한 사연들을 바람으로 전한다
정염만을 탐 하는 벌들이기에
잃어버린 순수
바람으로 전하는
당신의 사랑이 더 그립다
패랭이 꽃 술에 새겨진 연서다
註; 패랭이 꽃 꽃말 : 꿀벌이 다른 곤충 하고는 살 수 없습니다. 순결한 애정이야 말로 당신 그 자체입니다. 석죽화(石竹花), 대란(大蘭), 산구맥(山瞿麥)이라고도 부른다,
3, 난향(蘭香)에 기대어
平心홍원표
나는 잡초
당신의 난초
삶의 여정 다르다고
풀이 아닌 것은 아니다
온화하고 은은한 당신의 향취
오물 속에 짓밟힌 저당 잡힌 나의 악취
내 꿈은
겉 희고 속 검은 난초가 아니라
겉 검어도 속이 흰 당신의 향기란다.
4. 우리 집 업둥이들
平心홍원표
7월의 뙤약볕 아래
옥탑 장독대 옆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그 울음이 처절하다.
저렇다 말겠지
업둥이 삼아 키우다 보니
업둥이가 되었다
반려견 뭉치와의 애정 경쟁이
주말에 찾아오는 손자들에게 업이 되어 주었다.
말 못 하는 저들의 눈빛에 어린 사랑
이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늦둥이 손자 보다야 덜 해도
웃음과 일거리를 주는 업둥이다
*업둥이 : 집안에 행운과 재물을 주는 수호신
5, 기술사 시험 합격하던 날에
平心 홍원표
나는 토목기사 시공 기술사다
5년 세월 하루 4시간 잤다,
14번의 불합격 14전 15기
서술형 답안지만 500권
다 쓴 볼펜 200자루 60점, 합격에 59. 8점 불합격
기뻐서 웃고
힘들어서 웃었다.
별 볼일 없어도
별 볼일 있어 보였던 시험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보다
기술고시는 인생의 새로운 착지점?
아니다
먼저 사람이 되거라
아버지 고맙습니다.
[홍원표 시인 등단 심사평]
平心 홍심원표는 자연을 채색하는 시인
본지 덕향문학은 순수문예지를 표방하고 세상에 선을 보였다. 많은 시인들이 본지를 통하여 등단의 영광을 안았고 때로 누적된 피로감 때문에 절필하였거나 생산성의 회의로 인하야 쉬는 문우들도 있다.
필자를 찾아온 平心 홍원표 시인은 퇴임 공무원이고 토목기술사였다, 흔히들 어문계열 전공한 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작가 지망생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토목기사나 건축사는 창작 문학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다. 예외는 많아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그동안 이들 자연계열 전공자가 훨씬 짜임새 있는 문예창작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필자는 경험을 통하여 체득 한 바 있다. 바로 홍원표 시인을 두고 한 말인 셈이다.
많은 습작 과정을 통해서 쌓인 내공의 힘이 보였다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하여 찾을 수 없어진 작품들을 애석해했다. 남은 작품들을 모아 가져오라고 하였다. 100여 편으로 시집을 출판하여도 될 분량의 작품들을 가져왔다, 다시 검토하고 발췌해서 등단 심사위원들의 방에 탑재한다.
시인 平心홍 원표는 자연의 서정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작품의 선정 주제는 농촌과 농부들이다. 꽃이고 자연이다. 전편에 흐르는 시적 감흥은 평이한 일상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리듬을 깨지 않으려는 시인의 의지가 녹아 있고 그 의지 속에는 사람 사는 철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틈틈이 모아 온 그의 습작 속에 그의 시정신이 그것을 말해 준다. 그에게서 경천지동 할 스타성을 발견하기보다 인내와 끈기를 통한 성공한 시인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추천된 작품 1. 다랑논의 워낭소리
2, 패랭이 꽃 연서
3, 난향에 기대어
4, 우리 집 업둥이들
5, 기술사 시험 합격하던 날
신인 등단 원고 중 1. <다랑논의 워낭 소리>, 2. <패랭이꽃 연서>, 5. <기술사 시험 합격하던 날> 3편을 최종 신인상 후보로 추천한다.
탈락된 3. <난향에 기대어>와 4. <우리 집 업둥이들> 또한 수작이지만 본지 신인상 규정에 3편만 선정하도록 되어 있다. 부분적인 이유로는 신인상 규정에서 직유와 은유의 시 창작 기법에서 두 작품은 기법이나 시상은 돋보여도 여 타의 3 작품에 비해서 시향(詩香)이 좀 덜 난다는 이유다. 다음 덕향문학 12호에 지면을 할애하겠다.
1. <다랑논의 워낭 소리>는 백미가 소는 운명처럼 달고 다니는 작은 종이 워낭인데 주인은 워낭소리를 통하여 단잠을 이룰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누구나 거역할 수 없는 죽음의 종장에서 만나야 상여의 요령소리를 암시하고 있다. 공동묘지에 나있는 소먹이 풀 (꼴)을 베어 한 짐 지고 집으로 귀가하는 암시적 대비법이 일품이다.
2. <패랭이 꽃 연서>는 꽃이 지니고 있는 꽃말을 시화(詩化)한 작품이다. 꽃말은 전설 같은 것이고 인간이 꽃을 사랑하다가 계절과 꽃의 하모니를 통한 인간 감정을 접목한 표현이다. 홍원표 시인은 여기에 분홍색(연분홍 꽃 사슬)과 흰(하얀 마음)색 물감으로 채색하여 시를 돋보이게 한 詩의 기술사이다. 패랭이 꽃 술에 새겨진 연서 등 시어의 기준을 충분히 능가하였다.
5. <기술사 시험에 합격하던 날>은 인간승리의 소설 한 권을 대하는 느낌이다. 마지막 연 아버지를 부르는 시인의 절규를 신인상 후보로 추천한다. 平心 홍원표 시인의 문학 인생을 축하드리며 건강한 지금의 삶이 문학을 통하여 세상을 밝히는 횃불이 되기를 기원한다.
[홍원표 시인 등단 소감문]
흔히 인생은 60부터라고 한다. 유행가 가사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노랫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어쩌면 이들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하고 조소한다.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의 여정이었다.
가파른 고갯길이 이순(耳順)을 넘기면서 완만한 능선으로 도열한다. 공무원으로서 정직하고 반듯하게 살아온 지난날을 관조한다. 토목기술자로서 한 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길을 걸어왔다. 천칭 저울의 양팔처럼 좌로 기울어도 안 되고 우로 치우쳐도 안 되는 고단한 삶이었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천 길 단애의 단면을 촘촘하게 재면서 허덕였다.
내 삶의 고달픈 고갯길을 넘을 때마다 자위하듯 시작노트를 끼고 살아왔다. 바둑판 위에 수만은 정사각형을 그리고 종과 횡에 바늘 하나 꽃을 틈을 허용할 수 없이 살아왔다. 시작 노트는 두 어깨를 짓누르는 업무의 과중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치유책이었을 것이다.
백지에 빼곡하게 채우는 단어들이 어느 순간 시(詩)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스스로 시인이라 생각하고 시를 썼다. 내 시의 주제는 무궁무진했다. 농촌이 좋고 농부의 삶이 좋았다. 유년시절 뱀이 지나간 자국 같은 논두렁에서 소를 몰아 쟁기질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마음에 각인된 동화였다. 산비탈 밭에 콩을 심고 가을날 콩을 거두어들이고 모내기한 논에서 벼를 수확하는 정직한 농부의 삶이 바른 교과서가 되었다.
시골길을 걷다가 발에 차이는 작은 들꽃이 눈에 들어왔다. 산비탈에 널브러지게 피어있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마음에 가득 들어 앉았다. 그들의 모습을 글로 그리면서 마음에 평안을 소유할 수 있었다. 나름 100여 편이 넘는 시작노트를 가지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진귀한 보석을 가진양 우쭐하고 싶기도 했다.
덕향문학 문학강좌 「나의 삶의 나침반」 강의실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시(詩)는 아름다운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詩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시인은 삼라만상의 미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말을 적으면 한 편의 시가 된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때 음식을 먹기 전에 젓가락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았는가. 숟가락이 뜨거운 국물을 떠서 입으로 가져오는 동안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그 메시지를 들었는가. 우리들이 냄새나는 발을 껴안고 땅바닥에 뒹구는 신발은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낙차법이 클수록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보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낙차법이 큰 법이다. 새가 내는 소리를 듣고 누구는 새가 운다고 하고 누구는 새가 노래한다고 한다. 같은 소리를 듣고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르게 표현하는 것은 왤까.”
최기복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블랙홀의 깊은 늪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사정없이 후려치는 큰스님의 죽비였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시(詩)라고 명명한 글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강의시간 내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하루는 교수님께서 시작노트를 열어보고 졸시 5편을 선별하셨다. 덕향문학 11호 신인등단 심사위원들에게 선보이겠다고 하셨다. 숫자를 나누고 쪼개는 이과의 마음으로 쓴 詩가 훨씬 짜임새 있는 문예창작 능력의 소유자라고 칭찬을 주셨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했다. 이순(耳順)에 이르도록 걸어온 노정에서 잘못한 일이 무엇 무엇이 있었는지 헤치면서 반성했다. 누군가에게 마음 상하게 한 일이 있었다면 당장 달려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이었다.
드디어 덕향문학 11호 시 부분 등단 시인으로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졸작 <기술사 시험 합격하던 날>에 나와 있는 14전 15기의 신화보다 몇 배로 기뻤다. 내 인생의 후반전에 이토록 찬란한 별을 만날 줄이야.
졸작을 검토하시고 심사하느라 수고하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최우선으로 기쁨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응원해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던가. 자녀들과 지인들과 나눌수록 몇 배로 커지는 기쁨이었다. 덕향문학 대선배님들께 반듯한 거수경례로 신고식을 한다. 아, 참으로 좋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