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교단에 서면서 누렸던 보람
1978년 처음 교단에 선 김경옥 선생님은 2008년 퇴직을 할 때까지 성남시에 위치한 성일여자고등학교(현 동광고등학교)에서 30년간 역사 선생님으로 재직했다. 3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출산으로 인해 1개월간 휴직한 것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교단에 섰다.
“처음 선생님이 되었을 때는 경제 호황기라 다른 일자리도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직생활이 무척 좋았어요. 제가 있던 학교는 사립학교라 30년 동안을 한 학교에서 지낸 셈이죠. 그 기간 동안 교단에 서면서 아이들과 함께 했어요.”
김경옥 선생님은 30년 교단생활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퇴직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당시 가르쳤던 제자들이 선생님을 잊지 않고 찾는다는 것이다. 제자들은 배우자와 함께 와서 결혼소식을 알리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와 함께 명절에 세배를 하러 찾아온다. 또 매년 스승의 날에도 잊지 않고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제가 가르친 제자가 역사를 전공해서 대학교 강단에 서게 됐는데요, 제가 일하고 있는 사단법인 우리문화유산알림이에서 초청강사로 초빙한 적이 있었어요. 강연 시작 전에 ‘뒤에 계시는 분이 제 고등학교 은사선생님으로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모두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 이었다’라고 말을 했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내가 아이들을 가르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은퇴 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다양한 활동
김경옥 선생님은 교단에 선 지 30년이 되던 해에 과감하게 은퇴를 결심한다.
청춘을 바친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두려웠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설렘도 컸다. “퇴직을 하고 난 후에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1년이 지나니까 체력이 부쳐서 그런지 힘들어지더라고요. 1년 6개월 정도만 하고 아쉽게 그만두게 되었죠.”
사업을 그만두고 난 후 김경옥 선생님은 하고 싶은 일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역사를 더 깊이 파고들어 보기로 한다. 그 동안 바빠서 잊고 지냈던 역사를 다시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이다.
“대학교 평생학습원, 박물관 강의를 빠짐없이 들었어요. 그 덕분에 큐레이터 자격증 필기 시험에도 합격했죠.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역사모)에도 고문으로 참여했어요. 역사모는 역사토론 조찬 모임으로 매년 주제를 선정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2008년부터 10년 간 꾸준히 참석했어요. 요즘은 바빠서 참여가 뜸해졌지만 기회가 되면 나가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국가인권위에서 진행하는 노인지킴이 봉사에도 참여하여 도시락 배달, 자살방지 노인 상담 등에도 참여했다. “은퇴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역시 환갑 기념으로 갔던 안나푸르나 등반, 그리고 100분에게 점심 사기였던 것 같아요.” 환갑을 맞이한 김경옥 선생님은 특별한 일을 기획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안나푸르나 등반이었다. 산을 좋아하기에 백두산과 대만의 옥산, 일본의 후지산 등도 올랐지만 히말라야 고지를 오르는 것은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고. 체력이 달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천천히 진행을 해서 그런지 고산병도 없이 잘 다녀왔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100분에게 점심 사기. 김경옥 선생님은 환갑 때 쓰기 위해 적금을 미리부터 들었다고 하는데, 이 돈을 잔치에 써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살아오며 감사했던 분들 100분에게 점심을 사기로 결심했다고. 점심을 대접하기로 마음먹은 분들께 점심 사기의 취지를 말씀드리고 찌개백반부터 비싼 한정식까지 가격에 상관없이 점심을 대접한 일은 뜻밖의 호응을 불러왔다.
“제가 베푼 것보다 수십 배의 복이 왔어요. 제가 점심을 대접한 사람들이 잊지 않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자신도 환갑 때 이런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었죠. 지금 생각해도 참 좋았던 기억입니다.”
역사를 알리고자 시작한 ‘우리문화유산알림이'
2012년 김경옥 선생님은 국가브랜드 위원회에서 진행한 문화해설사 교육에 참여한다. 교육에 참여한 40여 명의 문화해설사들은 교육의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문화재청 산하 기관인 사단법인 ‘우리문화유산알림이’이다. 김경옥 선생님은 2년 전부터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문화재청 주관 생생문화재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우리문화유산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생각한 끝에 전국에 있는 종택을 활용하자는 생각이 들었죠. 불천위 사당이 있는 종택을 선정하여 1박 2일 동안 종부의 음식을 직접 맛보고 사당 참배, 전통 놀이, 매듭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시행한 종택 체험 행사는 큰 호응을 불러 왔다. 숙박을 포함해 1인당 3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이 행사는 종택과 지방경제 활성화는 물론 어린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쳐 주는 장으로 교육의 효과도 높다.
“3년 동안 재미있게 진행했어요. 특히 외국인들의 호응도가 높은데요, 유학생, 주재원들이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올해도 행사를 진행할 예정 이고요.”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교단을 은퇴하고 나서 10년. 김경옥 선생님은 학교에 있을 때보다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건 많아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 보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싶고, 각각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재능 나눔을 하는 전원주택 단지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우리문화유산알림이 활동도 열심히 할 생각이고요.”
앞으로 10년이 더욱 기대되는 선생님의 삶이다.
첫댓글 경옥이가 내 친구임이 너무나 자랑스럽네.. 앞으로도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소개 하는 값진 일을
계속해 주길 바랍니다요.
노후를 보람있게 보내는 조카에게 박수를...그리고 동창으로 친구로 가까이 있음에 감사를....행복하길 바란다.
지금처럼 왕성한 활동 쭈욱 이어가시길 바라오.. 경옥쌤 화이팅!
친구들 ㅡ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