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안녕, 클리셰 (200*42매)

[아웃사이더캐슬]

안녕, 클리셰


- 희한하게도 영화 속 주인공이 적의 기지에 침입해 때려눕힌 뒤 군복을 빼앗아 입는데 신기하게 몸에 꼭 맞는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사람은 언제나 소심한 인물로 그려지거나 악한에 쫓기는 여성은 도망가다가 언제나 넘어져 발목을 삔다.



이사 온지도 꽤 되었으나 아직까지 짐정리를 다하지 못했다. 예전에 여러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잠깐 정을 주었던 물건들이 방안에 가득하다. 한때는 굳은살이 박히도록 쳤던 통기타는 음을 조율하다 줄이 끊어진 이후로는 손도 대지 않았다. 주인이 돌봐주지 않는 기타는 더 이상 악기로써 가치가 없다. 그나마 아직까지 남아있는 1번, 3번, 4번 줄을 한번 튕겨 본다. 미, 솔, 레 음이 힘없이 고개를 든다. 팔과 다리만 조립되어있는 프라모델들은 언제 마지막으로 손을 댔는지도 모르겠다. 완성되지 못한 건담로봇, 비행기, 탱크 들은 잔뜩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다시 한 번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박스들 좀 치우던지 버리던지 어수선하게 늘어놓지 마라. 어머니가 이렇게 잔소리를 안했으면 이것들은 다시는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갔으리라. 그래, 오늘은 방청소를 해야겠다. 책은 분류도 하지 않은 채 책장에다가 꽂아두었다. 소설책 옆에 수능수험서가 꽂히기도 했고 시집 옆에 기타교본을 꽂아 두기도 하였다. 각종 음악CD는 차곡차곡 쌓아 놨는데 박스를 접다가 건드렸나 보다. 시디들은 힘없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할 수 없이 책장 빈 공간에는 CD들을 구겨 넣기 시작했다. 윤상 3집 Cliche. 이건 내가 제일 아끼는 앨범이다. 난 청소 하다 말고 오디오선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Cliche를 넣었다. <결국 흔해빠진 빠진 사랑 얘기>가 흘러나온다. 오디오가 망가졌나 보다. 스피커가 한쪽에서만 소리가 난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사는 내 방을 조금씩 채워간다. 서둘러 방을 치워야 한다. 박스들은 하나씩 접어 차곡차곡 쌓았다. 책은 책장에 꽂혔다. 컴퓨터도 다시 켰다. 하지만 어느 물건도 제자리를 찾아 정돈된 모습은 아니다. 여전히 오디오에서는 <결국 흔해빠진 빠진 사랑 얘기>가 흘러나온다.

매직으로 <기념품>이라고 쓰여 있는 박스만 남았다. 추억이란 추억은 죄다 모아두었던 비밀스러운 상자. 그 안에는 밸런타인데이니 크리스마스니 할 때 받았던 편지와 초콜릿 박스, 껌 종이, 접다만 종이학 등이 잔뜩 쏟아져 나왔다. 추억은 계속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조그마한 박스가 이렇게 많은 것들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기껏 치워둔 내 방은 <기념품>박스에서 나온 물건들로 가득 채워졌다. 문을 열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쏟아진다. 계속. 계속.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을 집어 들었다. To. gunwon이라고 쓰여 있는 편지봉투. 이것을 언제 받았는지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보는 순간 신체의 모든 육감을 다 동원해도 느끼기 힘든 센세이션이 나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 편지 한통은 놀라운 능력을 지닌 놈이다. 편지는 감각뉴런을 거쳐 중추신경으로 파고들었다. 뇌 속에 있던 기억들은 몸부림치며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다시 운동뉴런을 통해 내 신체적인 변화까지 초래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애써 진정 시키려 노력하지만 이럴 때 내 무의식은 담배를 찾는다. 문득 나는 내 이름을 영어로kunwon이라고 쓴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녀는 이걸 몰랐다. 이런, 담배를 거꾸로 물었다. 입이 쓰다.

[……며칠째 귓가를 떠나지 않는 낯익은 멜로디는 또 누구와 누가 헤어졌다는 그 흔해빠진 이별노래 거짓말처럼 만났다가 결국은 헤어져 버린 얘기……]

나는 이 부분에서 편지 읽기를 그만둔다. 나는 상자에서 꺼낸 물건들을 주워 담은 뒤 제일 구석진 곳에다가 처박아 둔다. 줄이 끊어진 기타는 수리 해야겠고 프라모델들은 다시 조립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언제, 어디서부터 다시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것들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계획하는 대신에 친구에게 전화하는 것을 택했다.
- 야. 오늘 나와. 술이나 한잠 먹자. 아 내가 쏠 테니까 나와.

요즘에는 안 그래도 무딘 내 방향감각이 더욱 무뎌졌다. 막차를 타고 집근처로 오긴 왔는데 정거장에서부터 집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무작정 택시를 붙잡았다.
- 어디로 모실까요?
- 우리 집으로 가주세요.
- 손님, 집이 어디입니까?
- 도봉산.
- 아니 손님, 여기가 도봉산인데요. 어디입니까?
- 선경빌라.
도대체 동서남북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잠깐 잠들었다가 깨어나고, 또 잠깐 잠들었다가 깨어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목이 마르다. 시원한 무언가가 마시고 싶다. 마른안주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 밤중에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을 또 헤맬까봐 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옷도 제대로 벗지도 못하고 나는 어지러움에 떨었다. 내방은 구덩이였다. 한 참을 벗어나려 해도 너무 높아서 탈출 할 수가 없다. 현실과 꿈의 사이에서 나는 어느 쪽에도 확실히 정하지 못하고 방안에서 허우적거렸다. 위장은 과다하게 섭취된 알코올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꾸만 꿈틀 거리며 나를 못살게 굴었다. 우우우엑. 그날 먹었던 것들을 모두 쏟아 내고야 말았다. 김치부침개, 과일화채, 케이준 치킨 샐러드가 위액과 함께 다시 튀어 나왔다. 나는 방문 앞에 잔뜩 쏟은 토사물을 손으로 그것들을 주워 담아본다. 미끌미끌한 것들이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이제는 방바닥을 손으로 쓸어본다. 그래도 잘 안되자 입고 있던 옷으로 닦는다. 침대에서 베개를 가져와 닦는다. 그러다가 베개에 머리를 묻고 정신을 잃어간다. 그 희미한 기억 속에서 나는 핸드폰을 열어 보관함에 저장해둔 문자를 지운다. 2004년 3월10일 수신된 메시지. ‘사랑해’

[……죽도록 사랑했다고 내가 제일 슬프다고 모두 앞 다투어 외치고 있는 결국 똑같은 사랑 노래 떠나가야 하는 한사람 남겨진 한사람……]

오후5시.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다음날은 완전 퍼즐 맞추기 게임이다. 어제 같이 마신 친구 녀석들에게 전화를 해보았으나 모두들 받지 않는다. 제길. 낮밤이 또 바뀌어 버렸다. 답답하면 언제나 내 무의식은 담배를 찾는다. 창문을 열었다. 눈을 뜨자마자 또다시 밤이 찾아오고 있다. 부싯돌끼리 서로 부딪혀 만들어낸 불꽃이 가스를 만나 퍽 소리를 내며 조그만 불이 생겼다. 나는 담배에 그것을 가까이 댄다. 한 모금. 연기는 어두워지는 밤과 함께 묻혀간다. 또 방을 치워야겠다.

사실 우리는 지난날에도 그 나름대로의 걱정과 고통 속에서 살았건만 지난날을 행복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지난 시절에 누렸던 일, 그러나 지금은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에 대해 그리움을 갖고 살아간다. 물론 거기에는 한번 요리된 것을 재료로 돌아가게 하는 방법은 없다는 레비 스트로스의 탄식이 가득 스며있다.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지난날의 아름다운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은 유한한 생명체가 지닐 수밖에 없는 슬픈 것이다. 나는 마지막까지 그녀와 재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귀여웠다. 얼굴 생김이 귀여울 뿐만 아니라 그녀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세상사에 찌든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지나치게 귀여웠다. 그 순수한 귀여움이 어떻게 나에게 작용했는지 모르겠다. 내 신경과 사고를 연결해 주는 감각뉴런, 연합뉴런, 운동뉴런, 중추신경이 통째로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우리는 서로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거짓말같이’ 라는 단어를 자주 쓰곤 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지하철에서였다. 왜 그래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 어떻게라도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봐야 할 것만 같았다. 문이 닫히고 나면 후회 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뛰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저기요 라는 말을 들은 그녀는 당황한 듯 어찌할 줄 몰라 했다. 그녀는 명함 하나를 내밀었는데 그걸 받아들고 나는 한참을 서있었다. 다음날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맞은편의 그녀는 피곤한 듯 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니면 또 당황해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간에 나는 그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따금 시계를 보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확인했을 뿐.
그러다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그녀의 “저기요”라는 음성이 들렸다. 내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 심장이 내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분명 가 닿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네, 여보세요”라고 말했던 것 같다. 첫 통화에 우리는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했다. 그 당시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단지 기억나는 것은 내 심장의 격렬한 고동뿐.
우리는 연인관계이긴 했지만 함께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랑을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숨이 막힐 만큼 격렬한 사랑은 아니었지만, 타인이 부러워하는 그런 사랑은 소유했다. 나는 그녀와 사귀면서 다른 누군가가 좋아진 적이 없었고 그녀도 그러할 것이라고 당연히 믿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와 결혼까지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그녀를 마음껏 끌어안고 하루 종일 곁에 두고 싶었다. 나는 사랑하기에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척 기묘하게 사랑과 섹스는 별개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격렬하게 사랑을 하지 못하게 한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녀가 나보다도 훨씬 더 애절하게 원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생각 속의 미로를 빠져나와 해답을 찾을 만큼 격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격렬하지는 못했지만 내 심장이 멈출 때까지 그녀의 곁에 있어줄 지속성을 있었다. 그게 나의 사랑이었다.

[……어쩌면 여전히 너는 이 노래를 비웃고 있을까 때늦어 버린 눈물이 필요한 건 한심한 바보들뿐이라고 널 코웃음 치게 했던 그런 바보가 되어버린 내게 내일 마저 알 수 없는 사랑이란 풀지 못할 mystery……]

몇 일전 마신 술 때문이었는지 속이 좋지 않다. 밥을 먹을 때마다 음식물들이 식도를 고통스럽게 옥죄어 온다. 밥알 하나 멸치 한 마리가 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가는 순간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병원에 가기로 하였다. 의사는 내 목구멍으로 무언가 집어넣더니 한참을 뒤적거렸다. 내 식도를 다 뒤져본다. 위장을 다 파헤친다. 어느새 그것은 십이지장까지 내려와서 뒤진다. 의사는 내 비밀을 다 파헤쳐 보려 했고 나는 그것들을 꼭꼭 감춘 채 이리저리 숨을 곳을 찾았다. 내시경 검사가 끝났다. 밥을 못 먹는 것도 고역이지만 정말이지 내시경 검사는 더 죽을 것만 같다. 나는 누워있는 내내 이 의사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의사는 컴퓨터를 지켜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 젓는다. 그러고 나서 처방전 종이에 무언가를 휘갈겨 적었다.
- 학생 나이가 몇이지?
- 스물 둘입니다.
- 위장 나이는 마흔이야. 간도 안 좋고. 앞으로 술과 담배를 줄여야 해. 안 그러면 더 고생 하게 될 걸세.
의사의 처방전에 따르면 Time이라는 약을 매일 식후 30분 이내에 하루 3번 복용해야 한다고 한다. 이 약은 당장은 효과가 없으나 갈수록 효과가 좋아서 신진대사가 활발해 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의 기억과 정신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했다. 글쎄. 돌팔이 같은 의사의 말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나는 약을 꾸준히 먹었다. 효과는 잘 모르겠으나 부작용이 심했다. 먹기만 하면 졸렸다. 하루 종일 병든 병아리 마냥 어디에서나 잠들었다. 신촌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깨어보면 다시 신촌에 와있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날은 먹고 나서 이틀이 지나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술과 담배는 줄어들었다. 그렇게 맛있게 느껴졌던 소주가 입에 쓰기 시작했고 하루에 두 갑 까지 피우던 담배는 이제는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약발은 있었다.

제길. 지하철에서 또 잠이 들었다. 현실과 꿈속의 경계에서 헤매다가 문이 열리는 순간 너무 익숙한 느낌에 무슨 역인지도 보지 않은 채 내렸다. 그동안 억제되어 왔던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나를 뒤흔들었다. 여기서 그녀를 쫓아갔고……, 여기에서 명함을 받았던 것 같은데……. 한걸음씩 걸을 때마다 그녀가 선명해 졌다. 그녀는 르빠겐조 향을 주로 썼었고……, 그녀는 안개꽃을 좋아했다. 그녀는 왼손잡이였고……, 그녀는 화장할 시간이 없어도 립스틱만은 바르고 다녔다.
나는 오랫동안 사랑을 본적도, 해본적도 없다. 그러다 그녀를 만났다. 난 너를 위해 태어난 거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비로소 사랑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사랑임을 확인하기 위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물었다. 내가 그녀와 만나는 것이 사랑이냐고. 나는 그녀를 언제나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고 우리는 아쉬운 듯 포옹으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그녀가 쑥스러워하며 집으로 뛰어 들어갈 때 나는 항상 끝까지 그녀의 방에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것은 언제까지나 시간을 잊고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은지 어떤지 지금의 나로서는 모르겠다. 적어도 마음은 살아 있었다. 라고 당당히 말을 할 수 있는지도 혼란스럽다. 그러나 분명한건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녀에게 사랑에 빠져 쫓아간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갑작스럽게 내 인생에 나타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남몰래 따라 부르는 서글픈 멜로디는 결국 너와 내가 헤어졌다는 그 흔해빠진 이별노래 우리의 짧았던 날들이 끝나버린 얘기……]

그녀가 어느 날 헤어지자고 했다. 영원이란 믿지 않는 나였기에 이별 정도는 준비해 두었다. 그러나 이유는 들어봐야 인정 할 수 잇을 것 같았다. 그녀는 나를 대학로의 한적한 카페로 데려갔다. 눈치 없는 종업원이 커플 석으로 드릴까요? 라고 말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는 사이좋게 옆에 앉은 것이 아니라 마주보고 앉았다. 그녀는 여러 의미에 걸쳐서 다양한 이유를 들었지만 나는 그런 이유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한 시간의 공방 끝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 나를 좋아한다면 헤어져줘.
하지만 그건 이유가 아니었다. 아니, 매우 흥미롭고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그러나 감정이란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기에 나는 더 이상 어떤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좋아하기에 헤어진다. 분명 내가 모르는 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그녀의 말처럼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면 사랑한다면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한동안 카페에 흐르는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큰맘 먹고 입을 열었다.
- 알겠어. 그동안 내가 그녀에게 잘못했던 일들이나 기분 나쁘게 했던 것들은 잊어주기 바래. 잘 지내.
그녀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인다. 나는 빨리 이 공간을 떠나고 싶어 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 좋은 사람 만나고 많은 사람과 사랑하길 바래. 나도 그렇게 할 테니까. 그리고 세상 다 돌아다니면서 사랑하다가 나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 되면 돌아와.
그녀는 나의 말에 어떠한 대답도 없이 단지 계속 앉아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한참 보고 있다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마지막 인사를 던지고 일어났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이별을 했다.
***
방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하루 세 번 약은 꾸준히 먹었다. 내일은 줄이 끊어진 기타를 수리하러 낙원상가에 다녀와야겠다. 또 프라모델들이 뒤집어쓴 먼지를 털어내야겠다. 그 후로 계속 켜져 있던 못한 오디오도 꺼야겠고…….

[아웃사이더캐슬]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midnest]

윤상 노래 들으면서, 잘 읽었습니다.

[편재(遍在)]

현실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는 연애 이야기 같네요. "에이, 소설 쓰고 있네....이거 니 이야기 아니지 ? " 앞에 지은이가 있다면 이렇게 묻고 싶네요...^^

[이프]

작품의 핵심인 듯한게 연애담 같은데, 시작과 끝은 있는데 중간이 없네요... 뭔가 허전한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