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에 썼던 감상문입니다
글이 매우 길어요 ^^
**다가오는 것들 **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입니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 1981년생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영화 [8월말 9월초](1998), [애정의 운명](2000)에
배우로 출연하면서 배우로 입문했다.
그 이후로 카이에 뒤 시네마에 기고하면서 여러 단편영화를 작업했다.
제가 매일매일 수많은 영화를 보는 이유는..
딱 한 번뿐인....신이 지배하는 ...일회용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무한대의 궤도 위에 우리를 얹어주기 때문이죠
프랑스의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철학교사로 일하면서 평범한 가정의 주부로 살아가는 ..
그러나 아프고 늙은 어머니 때문에 고통을 받는 여인 나탈리...
자신이 쌓아올린 지성의 탑이 허물어지는 시점에
남편의 충격적인 외도고백이 이어지고
소울메이트처럼 아끼던 제자에게서까지
존재의 정체성에 대해 철학적 공격을 받으면서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지적이고 강단 있는 삶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온 그녀는 참 외롭습니다 ..
오늘은 극단적인 쿨함으로 그 모든 쓸쓸함을 이겨내는
그녀의 인생여정에 깊이 동참하고 온 날입니다...
영화 한 편 속에는 주인공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겪은 삶의 홀로그램이 담겨있고
그것은 오롯이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지요
다가오는 것들...은
잊을 수 없는 영화목록에 추가할 걸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또 한 편의 영화..
줄리엣 비노쉬의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두 여주인공은 완벽한 의식의 평행선상에 서 있었다고 봅니다 ...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주인공이 오버랩됩니다
<파리폴리> 의 그녀 이자벨 위페르.....
참으로 멋진 여인들입니다...
행복을 추구하지만 외로운 여인들...
혹은 생의 정점에서 추락하는 자신을 예감하는 그녀들..
그러나 결국 이 여인들은 일어섭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힘으로 홀로서기를 합니다.
나탈리는 당당한 존재감으로 스스로를 무장한 채
만족스런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자녀도 남편도 ..
사회적 성공과 더불어 젊음도 다 사라지게 됩니다..
그들이 떠난 허무한 빈자리에 다가오는 새로운 것들..
그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지요
상실을 겪은 그녀가
그제서야 얻게 된 자유의 관념을 표현할 때
감독은 나탈리에게 잠시나마
붉은 색의 화려하고 커다란 꽃무늬 원피스를 입혔지요
이전의 그녀가 2차색의 잔잔한 무늬나
블루진 그리고 투박한 셔츠와
회색계열의 가디건을 주로 착용했던 것과 대비됩니다
그리고 넓고 푸른 언덕에 서서
저 멀리를 바라볼 수 있게 정서적 배려를 선사합니다 .
그 장면은 아마도...
현실에서 벗어나 저 멀리에 서있는
그녀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통찰하고 응시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겠지요
처음 시작할 때 이 영화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관객을 유인하여
미묘한 설레임과 호기심을 충전한 상태로
섬세하고 정밀한 감정선 위에 올려놓아 줍니다
간결한 대사들과 그녀가 강의하는 철학책의 인용구들을 통해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어요
기억하고 싶은 삽입구가 정말 많았는데 다 담아두질 못하겠군요...
이자벨 위페르는 가히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입니다.
<레이스 짜는 여인> <엘르> <8명의 여인들> <코파카바나> <아무르>
그리고 그녀를 여배우 최고의 스타덤에 올려놓은 < 피아니스트>
작년과 올해 초 감명깊게 만났던 영화
<파리폴리> <마카담스토리>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등
많은 필모그래피가 있지요
드라마.. 미스터리..코미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중한 연기력을 완성해 온 배우죠
이번에도 그녀의 내면 연기는
우리의 높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시 이자벨 위페르 라는 찬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녀의 집과 별장은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내면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미장센으로 등장하여
우아한 영상미를 완성합니다
더불어..수많은 대사들보다도 어떤 사건이나 연기보다도
더 극적인 감성의 늪으로 우리를 함몰시켰던 음악들..
정말 격하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저 단순한 슬픔 아픔 고독만이 아닌..
복잡미묘하고 무거운 그 심연으로부터
소리없이 스며나오는 비장함과 삶의 헛헛함이라니 .
이 어린 감독은 어떻게 그런 모든 감성체계를
이 영화 한 편에 담을 수 있었을까요
나탈리 뿐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참 간결한 인간성을 보여줍니다..
어머니 역할을 맡은 에디뜨 스꼽은 80의 나이...
정갈하고 임팩트 있는 연기는 연기가 아닌 현실같았습니다
제자 역의 로만 코린카..남편을 연기한 앙드레 마르콩도
기억하고 싶은 배우들입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
철학이라는 옷을 입힌 당의정이었을 수는 있겠지만
프랑스의 감각과 프랑스의 관념은
어찌 저다지도 고급스럽고 견고한 것일까...놀랐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인생과 철학 사랑과 배신 ..
신뢰와 절망..많은 내용들을 감지할 수 있었어요..
그들의 정서와 사회적인 가치관은
우리와 동떨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의식의 조류 위에 편승해서 판단할 때
결코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이라는
차별성만 보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가치와 관념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모두 이해가 가능했던 거죠!
영화 속에 표현된 아주 소소한 장치들은
앞으로 펼쳐칠 사건의 향방과
나탈리가 느끼는 현재의 심리상태를 깜찍하게 암시합니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정원의 들꽃을 한 움큼 따는 장면은
남편이 마련한 화려한 꽃다발을 작살내는 장면과 대조되고요
그녀의 철학총서들은
유치하고 조잡한 디자인으로 재구성되면서
출판사의 상업적 이익추구라는 굴레 안에서
무참히 짓밟히게 되는
순수한 그녀의 지성을 상징하지요 ..
심신이 지친 그녀가 교정 풀밭에 누워 쉬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던 시험지들 역시
나탈리의 지성탑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산산조각날 것이라는 걸 미리 보여줍니다..
러닝타임이 이어지는 내내
나탈리의 밝게 웃는 표정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씬을 빼고는 말이죠
그녀를 짓누르던 무거운 것들이 다 사라지고 ..
그 빈자리에 다가오는 가볍고 따뜻하고 예쁜 것들....
그녀만의 완벽하고 자유롭고 진실된 행복임에 틀림없습니다
<카페 소사이어티>의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모든 선택에는 배제가 따른다!
많은 것을 상실해야만
진정 귀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야말로
우리 삶의 기본공식이 아닌가 합니다..
자세한 줄거리는 쓰지 않을게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들 삶의 미로에서 ...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것들이 가치로 다가올까요?
완벽한 예술영화! 다가오는 것들...다음에 진지하게 토론해봐요!~~
너무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첫댓글 상실을 격은후에
비로소 찾게되는 자유로의 관념
ᆢ
영화님이 올려주신 다가오는것들 이 주는 수많은 메세지를 챙겨보며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그 보상으로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지금 우리 나이의 삶과
딱 맞아들어 가나봐요
좋은 영화이니
시간 나실 때
즐감하셔요 ~♡♡
아주 잘 읽었어요.
저도 영화를 좋아하는데
여자가 주인공으로
주체적인 삶은 사는 여주인공의 삶을 그린
영화를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여성주의 영화들
저도 좋아해요 ~
주체성도 자유론도
함께 추구할 수 있어서요^^
좋은 봄날 여유롭게
즐기시어요 ♡♡
꼭 보고 올게요..ㅎㅎ
눈과 코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바쁘실건데 ㅎㅎ
댓글 안 주셔도
이심전심 다 압니다 ~~
저도 올해 봄은
유난히 정신 못차리게
분주하네요 ㅎㅎ
건강만큼은 잘 지키며
놀아요 우리♡♡
@영화, 휴! ㅎㅎ
정말이지 요새는 댓글 달을 시간도 없이 바빴네요..
지금은 집에서 좀 쉬면서..
우체국 택배도 부치러 다녀와야겠어요..
병원에도 들리고..ㅎㅎ
어느 영화 평론가 못지 않은 전문적인 언니의 감상문!
지적인 단어들에 우선
놀라워요~^^
꼭 보고 싶게 언니께서
줄거리 요약을 잘해주셔서
이 영화도 찜 합니다~🫠
저는 아직도 시간이
자유롭지
않아 긴 외출을
못하여 요즘 짬짬이
넷플릭스에서 로마제국을
시작으로 알렉산더,
알렉산드로스,
오스만제국의 끝, 지금은
바이킹 보고
있는데 세계사를 좋아해서
그런지 너무 재미있어 계속
보게 되네요~ ㅎㅎ
아니 본문보다 보라님의 댓글이 더 길어지려 하네요? ^^
바쁠 땐 눈코를 찾기 힘들지만
한가할 땐 지루해서 숨막히는 때도 있잖아요 ㅎㅎ
그때를 대비해서 리스트만 만들어 놓으시죠 !~
세계사를 좋아하신다는 보라님을 보니
기억력 좋고 머리 좋은 분 맞습니다 ㅋ
나라고 인물이고 어찌 그리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만 골라다 붙였는지
제일 힘들었던 과목 세계사 ㅋㅋㅋ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