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길었던 조선 왕조 500년과 창의 융합 인재 정약용

[파랑새(장수경)]

∎너무 길었던 조선 왕조 500년과 창의 융합 인재 정약용

조선왕조 500년은 너무 길지 않았을까? 역사학자 토인비가 1930년대 일본에 갔다가 조선에는 들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한 왕조가 500년간 지속된 나라에서 뭘 배우겠느냐"며 끝내 방한을 거부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라 일본 언론의 조작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자체 국방력을 갖추지 못한 무능한 왕조는 임진왜란 후 교체되었어야 했다.

임진ㆍ정유왜란 후 참전국 명나라와 전범국 일본에서는 왕조가 바뀌었는데 막상 전쟁터가 된 조선은 부패 무기력한 왕조가 300여 년이나 더 지속되었다. 소급하면 신라는 1,000년 왕조가 계속되다가 말기에 외교랍시고 당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고구려ㆍ발해의 구토를 잃었고, 조선왕조는 일제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뜬금없이 조선 '왕조타령'을 한 것은, 그 속에서도 어떻게 다산과 같은 큰 학자가 등장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귀족문화ㆍ양반문화의 퇴폐한 토양에서 다산과 같은 전 방위적인 경세가ㆍ애민사상가가 나온 것은 기적에 가깝다. 물론 여기에는 정조 24년간에 일군 치적과 발전의 토대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역량으로 그토록 많은 분야에 걸쳐 연구ㆍ 저술하고 실천한 경우는 세계사적으로도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많이 알려진 대로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을 그린 화가인가 하면, 헬리콥터와 잠수함의 설계도를 비롯 수많은 발명품을 남겼다. 그는 화가ㆍ조각가ㆍ발명가ㆍ건축가ㆍ과학자ㆍ음악가ㆍ공학자였다.

다산을 연구하면서 다빈치를 소환한 이유를 알 것이다. 그의 천재성이나 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의 연구 영역은 16세기 초 이탈리아 화가 다빈치와 19세기 초 조선의 인문학자 다산과 닮은 부문이 많기 때문이다. 불행한 것은 우리 쪽이다. 다산과 같은 인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정치풍토, 모함과 배척, 건전하지 못한 정치세력으로 인하여 다산의 천재성과 사회개혁론은 당시의 문자로만 남겨지고 말았으니, 안타깝고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1789년 다산이 대과에 급제하여 첫 직장을 얻을 때 프랑스에서는 자유ㆍ평등ㆍ박애를 내세우며 대혁명이 일어났다. 이는 동서양의 시대적 문화적 정치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산의 천재성은 소싯적부터 드러났다. 15세에 결혼하여 초례식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처 종형 홍인호가 어린 신랑을 놀리느라 "사촌 매부가 삼척동자구나" 하니, 이를 되받아 "신중하고 온후해야 할 장손이 경박한 소년이로다"라고, 정중하게 대거리를 하여 잔치 하객들을 놀라게 하였다.

다산이 과거에 급제한 뒤 정조가 그의 영특함에 놀라 어느 날 궁궐로 불렀다. 다음은 군신 사이에서 벌어진 재치 있는 대화이다. 절세의 박학군주로 알려진 정조가 틀림없다.

정조 : "말이 마치(馬齒의 音) 하나 둘 이리"

약용 : "닭의 깃이 계(鷄羽의 音) 열 다섯이오."

정조 : "보리뿌리 맥근맥근."

약용 : "오동열매 동실동실."

정조 : "아침까치 조작조작."

약용 : "낮송아지 오독오독."

정조 : "못 위 붉은 연꽃은 '나는 점'과 같다"

약용 : "앞에 펼쳐진 붉은 버들은 모두 말하기를 '수'라고 한다."

정약용은 임금 앞이라고 결코 주눅 들지 않았다. 입안의 혀처럼 놀며 임금 눈에 들려고 하지 않았다. 옳다고 생각하면 어명과 지시 이행도 거부했다. 그게 정약용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언제나 할 말을 하는 정약용은 정조로부터 존중 받았다. ‘총애를 과감하게 거부하고 윗사람의 존경을 받으라’고 다산이 당부하는 공직자의 자세도 새겨들을 만하다.

다산은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저술서(503권)를 펴낸 학자이자 사상가이면서, 200여 년 전에 엑셀을 돌려 어려운 계산을 척척 해냈고 화성 축성에 삼각함수를 활용한 수학자였다. 특히 수학자이면서도 음악가이자 메모광이라는 점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와 완전 닮은꼴이다.

네덜란드의 바우더베인 발라번 교수는 ‘조선 후기 사회에 대한 역사인류학 자료로서 다산의 저술들’이란 논문에서 “세계적으로 그토록 높은 수준으로 그렇게 다양한 것에 몰두했던 사람의 사례는 찾기 힘들 정도”라면서 “정약용을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인물에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산의 3대 저서]

▶목민심서 : 목민관, 즉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指針)을 밝히면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저서. 수령, 관리가 걸어야 할 올바른 길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즉 관리로서의 솔선수범, 청렴함 등을 강변하고 있는데, 사실 오늘날 실질적인 행정 업무 설명서적인 성격도 강하다. 또 관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책임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의미를 확장해서 읽으면 유익한 내용이 많다.(부정한 상사(上司)에게 굴해서는 안 된다는 말 등) 책 자체 평가는 매우 높다.

▶흠흠신서 : 형법서로 살인 사건 조사·심리·처형 과정이 매우 형식적이고 무성의하게 진행되는 것은 사건을 다루는 관료 사대부들이 율문(律文)에 밝지 못하고 사실을 바르게 판단하는 기술이 미약해 생명존중 사상이 무디어져가는 것을 개탄하여 이를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껴 책의 집필한 것이다. 기존 육조 제도에 대한 개혁 내용이 실려 있다.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조직과 구성 및 담당 업무를 서술한 후, 현재 잘못되고 있는 점, 고쳐야 할 부분들에 대해 서술했다.

▶경세유표 : 기존 제도들의 모순에 대한 뼈아픈 통찰과 지적을 남기며 당시 조선의 현실에 맞도록 정치, 사회, 경제 제도를 개혁하고 부국강병을 이루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파랑새(장수경)]

새해맞이, 파랑새가 급조하여 발행한
다산 우표입니다.
아참! 정해인이 다산의
6대손이라 하는데 많이 닮았죠?

[모과]

올해에는 다산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

[파랑새(장수경)]

알면 알수록 흠모하시게 될 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