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부산 '밀다원 시대' 문학제》 참관
지난 주 토요일은 중구로 나들이 했다. 금요일 ‘동구 나들이’에 이어 이틀 연속 출사(出寫) 나들이다. 늘 건강이 염려되면서도 한번 필이 꽂히면 웬만한 불편쯤은 도외시하고 나서보는 성벽 탓이다. 또한 특별한 행사가 있고 하면 사진 채록(採錄)을 위해서라도 기어코 참관하고 보는 욕심이 있다.
《2018 부산 '밀다원 시대' 문학제》가 중앙동 40계단 문화관 앞에서 개최된다는 뉴스를 접했었다. 안 가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광복동 거리에서 열렸었는데 금년엔 “40계단” 앞에서라니 이참저참 외출을 감행할 까닭으론 충분했다.
지하철 중앙동역에 내려 11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커브를 돌아 걸어가면 바로 그 유명한 ‘40계단’에 이른다. ‘40계단’하면 '밀다원 시대' 와 더불어 6․25 한국전쟁과 피난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단어며 지표(指標)가 된다. 전쟁의 참화를 피해 부산으로 떠밀려 내려온 피난민들의 거처 가까이에 ‘40계단’과 '밀다원다방‘이 있었던 것이다. ‘40계단’은 흩어져 피난 온 이산가족들의 해후 장소로, 광복동의 '밀다원다방‘은 피난 온 문학인들의 소일 장소로 기능했던 때문이었다. “밀다원 시대”는 이때를 배경으로 삼아 김동리가 지은 단편소설의 제목이 됐다.
6·25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 부산의 모습을 “밀다원 시대”를 통해 문화예술수도이자 피란수도였던 부산을 되돌아보는 「2018 부산 '밀다원 시대' 문학제」가 토요일 40계단 일원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행사가 막 개막을 고한 뒤였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문학제는 부산소설가협회와 김동리기념사업회, 부산 중구청이 공동 주최하며, 이날 오후 1시 피란 시절 당시를 담아낸 사진 및 유물 전시와 함께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연극 '40계단 이야기'로 행사 시작을 알렸다.
부산 중구는 김동리 선생이 부산 피란시절에 집필한 ‘밀다원 시대’의 배경으로 역사적인 공간이 되었음을 재조명하고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된 셈이다. 아울러 부산피란문학과 예술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될 터이다.
개막식은 피란수도 부산 원고 공모 시상식을 시작으로 박정윤의 발레 퍼포먼스, 부부 가수 제상욱 심소영의 통기타 노래 공연, 배이유 한경화 이인규 소설가의 피란 소설 '곡예사'(황순원) 낭송, 부산 피란시절 사진과 글 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올해 공모 대상은 전쟁 당시 비극을 6살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어느 날'의 박소희 씨가 수상했다. '미스터 리'의 이한별 씨가 우수상을, 손희정('가슴에 물들인 국화')·이정수('그날 이야기') 씨가 장려상을 받았다.
오후 4시에는 ‘40계단문화관’에서 이순욱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피란수도 시절 부산의 문학 특강'을 주제로 당시 부산의 문학 지형을 펼쳐낸다. 오후 5시부터는 소설 '밀다원 시대'의 배경이자 피란수도 부산 시절 예술인들의 집결지 역할을 해냈던 밀다원 다방으로 추정되는 광복로 일대로 자리를 옮겨 참여 작가 저서 사인회가 열린다. 참여 작가 저서뿐 아니라 김동리 작가의 저서, 계간지 <작가와 사회>, 소설전문계간지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연극 '40계단 이야기'
배이유 한경화 이인규 소설가의 피란 소설 '곡예사'(황순원) 낭송
피란수도 부산 원고 공모 시상식
부부 가수 제상욱 심소영의 통기타 노래 공연
박정윤의 발레 퍼포먼스
박정윤의 발레 퍼포먼스
피란수도 부산 원고 공모전 입상작이 실린 작품집(무료배부)
『밀다원 시대』는 1955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김동리의 문학작품으로 제3회 자유문학상을 수상하였다.
6·25전쟁 속에서 작가가 겪은 시련과 아픔을 토대로 시대 상황과 작가정신의 의미를 실존적 휴머니즘의 차원에서 탐색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민속적인 소재를 많이 사용하던 창작 태도에서 6·25전쟁을 소재로 한 실존적 휴머니즘의 세계로 변화한 김동리의 창작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전쟁으로 떠들썩한 시대에 문인들은 ‘밀다원’이라는 다방에 꿀벌처럼 모여 있다. 중공군이 서울을 점령한 뒤 이남으로 밀고 내려온다는 말에 돈 있는 사람들은 일본이나 제주도로 밀선을 타고 떠난다. 이에 ‘밀다원’이라는 다방에 모여 그 날 그 날의 먹을 것과 잠자리에 허덕이고 있던 문인들은 꼼짝없이 바다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떠들어댄다. 막걸리를 마시고, 시인 박우삼은 자살소동까지 벌인다. 1·4후퇴 때 부산으로 피난 가 밀다원이라는 다방에 드나들던 문인들을 모델로 하여 그 시대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김동리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삶의 근원적인 의미와 종교에 밀접한 인간상을 탐구하는 작품세계를 보여준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문단의 원로로서 후배 문인의 양성에도 힘썼다. 초기에 한국인의 운명과 관련된 신비적·허무적 색채가 짙은 김동리의 작품세계는 8·15광복 후 삶의 근원적 의미 탐구를 통한 이념의 갈등, 인간성 옹호와 함께 종교적 소재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쪽으로 심화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밀다원시대 [蜜茶苑時代] (두산백과)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