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따로 없다
민 규
연분홍 간호사복을 입은 야리야리한, 보기에도 이제 갓 발령 받았을 듯한
새내기 간호사가 나를 병실로 안내했다. 노트북을 손수레에 실고 온 그녀는
문진한 내용을 바로 저장하는 것이 새롭게 보였다.
간호사가 돌아간 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 먼저 입원한 환자와
그 보호자분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입원해서 내가 퇴원하기까지
5박6일간 보고 느낀 환자의 고통을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우리 병실에서 나를 뺀 다섯 명의 환자 모두가 중중환자였다. 그 중 한사람은
수물 한살의 꽃다운 나이에 군 생활 중 사고로 입원해서 39세의 나이가 될 때
까지 허공만 바라본 채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 환자를 6년간 간병
하고 있다는 50대 아주머니는 친 자식처럼 이마로 볼로 보듬고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 으며 쉴 새 없이 환자의 손발을 주무르면서 계속 대화를 하기도 한다.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면 간병사는 지체 없이 호수를 목에 넣어서 가래를
뽑아낸다. 우리는 그 가래 토하는 소리가 역겨워 고개를 돌리는데 간병사는
토해낸 가래의 변화를 보려고 가래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찬찬히 살펴보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분의 환자는 6.25 참전용사인 81세의 할아버지다. 밤새도록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알 수없는 신음소리와 가쁜 숨소리는 듣고 있는
사람이 더 숨이 찰지경이라 차라리 빨리 숨을 거두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마다 많은 아들손자 며느리가 다녀가고 나면 밤새도록 70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혼자 남편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머리를 환자의 가슴에 묻고 남이 들을까
소리죽여 흐느꼇다.
또 다른 두 분의 환자는 사형선고를 받은바나 다를 봐 없는 암환자였다.
항암주사로 머리가 다 벗겨지고 피부가 검게 타 있었다. 또 한분은 폐암진단을
받고 죄를 많이져서 죄 값으로 암이 걸렸다고 자책 하면서 수술 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심장질환으로 혈관시술을 받기위해 입원했다. 혈관 수술은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시술이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을 거기서 처음 알았다. 심장질환에는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고혈압, 저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등이 있다고 한다. 나는 평소 고혈압이
심장질환이란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 단지 고혈압이란 병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앓고 있는 협심증은 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쌓여서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으로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혈류량 부족으로 심장근육에 허혈을 일으켜서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한다. 심근경색이란 협심증이 발전하여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는
질환으로 발생 후 응급조치하지 않으면 한 시간 내에 사망한다고 한다. 근래 돌연사한
어느 가수가 바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내가 이년 전부터 원인을 알 수없는 증상으로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
친구들과 북한산 등산을 갔는데 숨이 차고 가슴이 뻐근해서 쉬어쉬어 가면서 겨우
산을 넘어 집으로 와서 며칠을 앓은 적이 있었다. 그 후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오르고
무거운 것을 손에 들고 다니면 가슴이 뻐근하고 호흡이 곤란 하여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3-4분정도 쉬었다가 가야 했다.
내 몸이 정상이 아니다 싶어 세브란스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서울보훈병원에서 혈관
조영촬영 (CTA)이라고 하는 팔의정맥으로 비이온성 조영제를 주입하여 혈관내
어디가 막혔는지 판단하는 검사를 받고 협심증이란 판정이 내려 져서 이번엔 드디어
시술 하게 된 것이다.
아침 9시 침대에 누워 눈을 멀거니 뜬 채 수술실로 밀려갔다. 젊어 보이는 의사가
파란 제복에 마스크를 하고 네 명이 수술실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여의사도
한명 보였다. 수술침대에 눕자 온몸을 갈색 천으로 덮고 오른쪽 사타구니에 소독을
하고 주사바늘 같은 것으로 찌르고 정맥으로 무엇인가 긴 줄을 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 순간 가슴이 뻐개지 는 듯하고 숨이 차기 시작하는데 시술 2시간동안
나는 지옥을 넘나들면서 그만 해달라고 의사에게 소리치고 애걸을 했지만 의사는
됐다 됐다 하면서 정맥 속으로 그물망이란 것을 넣고 나를 반죽음으로 몰고 갔다.
시술이 끝나고 중환자실로 오고 나서도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이 2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15년 전 콩팥하나를 때어 낼 때는 떼어낸 부위만 통증이 있었지만,
이렇지는 않았다.
내가 의식적으로 들어 마시고 내쉬지 않으면 숨이 멈출 것 같은 통증을 나는 도저히
말론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런 중에도 잠들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시술하지 말 것을 하고 수 없이 후회했다.
나는 혹시 시술이 잘못 되어 그렇게 아픈 것 아닌가 싶어 간호사나 의사를 보면
물어 봤다. 마침내 담당의사가 내개 와서 수고 했다며 시술이 잘 되었고 각종
수치도 정상이니 이제 병실로 가도 좋다고 했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처음
들어왔던 병실로 되돌아 왔다.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길목이 바로 지옥이구나 하고
생각 했다. 지금도 병원에서는 수 많은 환자들이 고통 받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무엇으로 무슨 말로 위로해야할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 모든 고통이 하늘의
뜻이라면 하늘은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싶다.
첫댓글
이 글은 2008년 3월에 제가 심장이 안 좋아 시슬 받던 고통스러운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심장이 안 좋아 불편을 느끼는 분에게 참고가 될까 하여 올려봅니다,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 지옥에서 짧은 날을 보내시고 지금의 천당에서 생활하시네요 , 매일 매일이 보람되고 행복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회원들에게 많은 봉사와 배려를 해 주시는 님 ! 건강하시고 활발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
지옥같은 고통을 겪으시고 새 건강을 얻었으니 축복을 받으셨네요, 늘 건강하시고 더욱 행복한 나날이시기 바랍니다.
심장병은 생명과 직결이 되므로 매우 심각한 병입니다.저도 한때는 가슴통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습니다.생각해 보니 심장병은 마음에서 오는 병인 것 같아요. 시술 받으시고 나으셨다니 불행중 다행입니다 늘 건강 유지 하시기를 바랍니다
"지옥이 따로 없다 " 얼마나 고통이 심하셨는지 짐작이 갑니다 그 고통 참고젼디어 건강 회복하셔서
지금 건강하신 모습으로 즐겁게 운동 하시는 민규님 항상 건강과 함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심장질환은 참으로 무서운 병이지요,시술하느라 지옥과 천당을 오가셨네요,,
저도 지난 여름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엘 가서 심전도 검사등을 하였지만 별거 아니라해서 지금
그런대로 안심하고 살고 있어요,,그냥 예전처럼,,,선생님,,참으로 건강이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낌니다,
참으로 수고 많이 하셨고 잘 되셨다니 하늘이 인도를 잘 해 주신것 같습니다.
저의 친척중에도 심장질환으로 고생을 하고 있으신 분이 있어서 더 더욱 고생하신 과정을 이해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주위의 좋은 환경과 건강에만 전염 하셔서 오래도록 저희들과 함께하는 나날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한번 수고하셨고 김선생님과의 끈끈한 정을 한층더 배가 시키는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장질환은 분 초 를 다투는 무서운 병입니다. . 수술이 잘되셨으니 천만 다행입니다.음식 관리 잘하시고 마음을 평온하게 갖으시면 좋아 지실겁니다.
피를 맑게 하는 것이 최선이랍니다. 형제님.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챙기셔서 행복한 날들이되시고 저희 곁에서 늘~활역소가 되어주시기를 소망합니다.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