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의 세련됨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갔더냐?
김관성 / 덕은침례교회 목사
박영선 목사님의 <믿음>이라는 책에 보면
아주 인상적인 예화가 한편 등장합니다.
미국으로 8주 코스의 어학연수를 떠나는
한국 학생이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스튜어디스가
그에게 기내 서비스를 위해 다가가서 묻습니다.
coke or sprite?
이 질문을 알아듣지 못한 청년이 yes라고 말을 해버렸습니다.
눈치 빠른 스튜어디스는 돌아가서 콜라를 한잔 가져 다 줍니다.
그렇게 그 만남은 끝이 납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로 8주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 비행기에서
이 두 사람은 다시 조우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역시 동일한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coke or sprite?
그러니까 이번에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yep.
결국 이 청년은 8주 동안 영어는 전혀 늘지 않고
영어로 폼을 잡는 법만 늘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똥 폼이죠.
yes의 사투리 yep을 배우러
8주의 시간을 소비한 것입니다.
영어 그 자체는 전혀 배우지도 늘지도 않은 채
집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누구의 모습일까요?
바로 저와 여러분의 모습입니다.
교회 생활에만 익숙해 있지 삶과 인생가운데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를 닮거나
그 분에 대해서 전혀 배우고 있지 않는
무늬만 신자인 사람들,
이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반대로 우리 쪽에서 설정한 삶의 목표나 소원 성취에는
얼마나 큰 열심과 간절함을 동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기독교 신앙이란 것이
이런 열심 외에 뭐가 또 있나요?”
신앙의 연조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런 식의 발언들 앞에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교회 안에서 제법 많은 시간과 세월을 보냈지만,
무엇이 하나님을 섬기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와 감이 없는 분들이 의외로 너무 많습니다.
종교적인 용어에 익숙해지고,
인적 네트 웍을 강화하고,
교회 행사에 분주하고,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직분을 받는 것을
기독교 신앙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 그런 것은 기독교가 아니야.
그리스도를 닮아야지”
이렇게 입바른 소리도 제법 할 줄 알고,
기독교 신앙을 개념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도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바른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만나서 교제하고
사귐을 가져보면 이상하게도 ‘재수 없음’이
확연히 풍겨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 주소입니다.
어디가 구멍이 난 것일까요?
무엇이 우리들을 이 모양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예수 믿은 세월이
아무짝에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게 다가오는 아침입니다.
yes에서 yep까지 오는데 30년이 걸린 인생들에게
그리스도의 자비와 긍휼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우리의 가련하고 초라한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그 은혜를 사모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