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BC)의
친환경농업을 둘러보면서 / 윤성열
그 동안에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중국에 가본 적은 있으나, 10시간이 넘는 길고 낯선 나라에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탑승한 긴 시간 동안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7월 5일 저녁 6시에 친환경농업단체에서 오신 일행(32명)들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에어 캐다다 898'이니까 좌석이 널찍하리라고 생각하였으나, 내 몸이 큰 탓인지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일행들과 좀 떨어진 곳에 정농회 회장과 나란히 앉아 잠을 자려고 했으나 별로 잠이 오질 않아, 옆자리에서 깨어서 놀고 있는 귀여운 어린 아기와 놀다가, 친정 다녀오는 그 아기 엄마(캐나다 교포인 남편과 결혼하여 밴쿠버에 거주하는 한국 여성)로부터 캐나다 이민 생활을 자세히 듣다보니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날짜는 다시 5일이고 도착 시각이 낮 12시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6시간을 거슬러온 셈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지구의 동쪽으로 계속가면 모두 다시 젊어지겠다는 농담들을 했습니다.
하늘은 청명하고 햇볕은 쨍쨍 내리쬐지만 한국의 초가을처럼 별로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여름에 습기가 적고 일조량이 풍부한 곳이면, 물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저 멀리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 밴쿠버는 북위 50도 정도로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와 비슷한 위도인데도 일본 난류가 북태평양을 가로질러 북아메리카 중부 지역으로 흘러오면서 몰고 오는 고온 다습한 기류로 겨울에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여름에는 선선한 날씨를 유지하기 때문에 채소를 재배하기에 적당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밴쿠버가 속해 있는 브리티시 콜럼비아주(BC)의 기후와 풍토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다양하다고 합니다. 로키산맥과 나란히 뻗어 있는 산봉우리에는 사철 눈이 덮여 있는 반면, 미국과 국경을 이루는 곳에서는 물이 부족하여 과수원과 포도원에 관개를 해야할 정도라고 합니다. BC의 해안에는 원시 다우림이 뻗어 있고 기름진 밭과 목장이 늘어서 있는 가 하면, 내륙 깊숙한 곳은 코스트 산맥이 막혀 비가 부족해 사막과 같고, 북쪽은 황량하여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항에는 이 학술 여행의 주최인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교(UBC) 농학부의 조지 케네디 교수의 영접을 받으며, 관광 버스로 숙소로 가는 길에 언덕 위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공원에 올랐습니다.
우아한 밴쿠버의 전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심이 깊은 바다와 높은 산에 둘러싸인 멋진 항구 도시. 다운타운에는 고층 건물들이 좁은 면적에 몰려 있는가 하면, 그 외 건물들은 숲들 사이 질서 있게 들어있는 모습…. 전에는 부(富)의 상징으로 높은 지역에 주택을 짓는 경향이 있어 부촌으로 알려진 서밴쿠버 지역은 높은 산중턱에까지 주택들이 들어서 있으나, 지금은 높은 곳에는 집을 못 짓게 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없게 하고 현재의 소유자가 사망하면 시에서 사들여 다시 원래의 숲으로 복원한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자연 환경에 대한 애정과 여유 있는 정책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공원에 있는 나무나 가로수들이 하늘 높이 솟아있는 데도 지면까지 나뭇가지가 싱싱하게 살아있어 원추형을 이룬 나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곳 환경이 나무들이 자라기에 얼마나 좋은 조건인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1000에이커나 되는 스탠리 공원인데, 세계 최대의 녹지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항구의 한가운데로 뻗어있는 내로스 반도의 끝이므로 천연 경관이 멋진 섬과 같은 곳으로 대부분이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입니다. 입구에서 보면 아름답기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밴쿠버 항구가 바로 눈앞에 환하게 다가옵니다.
이곳도 원래는 군사 지역이어서 숲이 없어질 상황이었지만 원로들의 선견지명으로 되살아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1886년 벤쿠버가 세워지고 한달 이내에 이 산림을 보존하도록 청원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곳 사람들의 스탠리 공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내에서도 가까워 이용하기 쉽게 보였고, 해안선을 따라 나 있는 일방통행의 일주 도로에는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깔깔대며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스탠리 공원 입구에는 이 곳 원주민의 전통적인 토템 폴이 조각되어 장승처럼 높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토템 폴은 집안 선조에 대한 자긍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초자연적인 생물(인간과 새, 곰 같은 동물)들이 이 곳에서 자란 거대한 나무에 위에서부터 일렬로 겹겹이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원주민의 토템 폴 조각은 이민 온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금지되었으나, 최근에 와서야 그 가치를 존중하게 되었고, 이 곳의 전통 유물로서 인정하고 다시 조각하여 보존하여 가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UBC 대학 농학부가 경작하는 버섯 재배 시험장을 방문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시험 재배를 막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밴쿠버에서는 가로수는 물론 개인 집에 있는 나무라도 함부로 베어낼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대학 캠퍼스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 동안 실습농장으로 사용하지 못하다가 유기농업을 실습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시민들이 전통적으로 환경에 대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숙소인 UBC 대학 캠퍼스 내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고층 기숙사 건물의 15층에 짐을 옮겨놓고 방의 커텐을 여는 순간, 눈 안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은 나를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UBC 대학은 밴쿠버의 서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깊은 바다는 조용하고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에 스탠리 공원의 숲이 우거져, 자연과 건물이 아름답게 조화되어 한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농학부 건물 앞 환영 리셉션에서는 학장인 모라 퀘일 교수와 밴쿠버 한국 총영사인 강 병일 씨가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습니다. 리셉션 장에는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글이 새겨진 도자기 한 점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퀘일 학장이 이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소개했습니다. 그 도자기는 이번 견학을 솔선하여 주선하시고 자진하여 열심히 안내를 해주신 김 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장관 재직 시절에 한국을 방문한 퀘일 교수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캐나다 친환경농업을 넓고 깊게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UBC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했던 김 성훈 교수님과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케네디 교수를 비롯한 UBC 농학부 학자들의 남다른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이런 자연 환경에 대한 일반적인 대중의 의식이 높은 가운데에서 친환경적인 농업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생각되었습니다.
9박 10일간 동안 둘러보면서 인상적이고 함께 생각하고 해가고 싶은 것들을 나누어 적어 볼까 합니다.
UBC대학 농학부에서의 리셉션이 끝나자, 몇 명이서 오래 전에 상록수를 심어 높게 잘 가꾸어놓은 생나무 울타리를 따라 캠퍼스 내를 잠시 산책하는 동안에 시간상으로는 자정에 가까워졌습니다. 왜냐하면 위도가 북위 50도이므로 여름에는 해가 일찍 떠서 늦게까지 있어 낮 시간이 길기 때문에 우리 나라와는 시간 감각이 달랐습니다. 시차가 있으므로 첫날에 충분히 잠을 자두지 못하면, 한동안 밤낮이 바뀌어 낮에 졸게 된다는 김성훈 전 장관의 거듭된 충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잠을 자려고 해도 밴쿠버 항구의 아름다운 야경이 침대 위에서 눈에 바로 비쳐들어 올뿐, 잠이 오지 않아 한동안은 눈뜨고 감상하다 선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7월 6일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기는 일어났으나 몸 상태가 산뜻하지는 않았습니다. 안 먹던 아침 식사도 모두와 어울려서 먹고 나니,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눈꺼풀이 무거워져옴을 느꼈습니다. 이날부터는 UBC대학에서 준비한 일정표에 따라 케네디 교수의 제자인 록사나 퀸데와 줄리아 자미슨 두 여성 석사·학사의 안내를 받으며 빈틈 없이 짜여진 현지 탐구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탐방 일정과는 관계없이 생산·유통·연구부문 등으로 분류하여 인상 깊었던 것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탐방 3일 째, 미국과 일반 도로 하나로 국경을 하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올레라 농장(Olera Farm)을 방문하였습니다. 처음 농장 입구에서 본 장면은 어떤 몸집이 크고 수염을 많이 기른 사나이가 상의는 내복 같은 것을 입은 채 진흙이 묻은 작업복 차림에 긴 장화를 신고, 연못 같은 데에서 두 아이들과 물고기 한 마리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물고기가 옆으로 누우면 두 손으로 바로 세워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가까이 갔는데도 개의치 않고 물고기만 잡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안내자가 말을 걸자, 그 때서야 아쉬운 듯이 물고기를 놓고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연못은 농장에서 쓰고 버리는 물들이 모이는 곳인데, 이곳은 강우량이 많지 않은 곳으로 이러한 물도 3단계 인공연못을 만들어 자정정화하며 연못에서 키운 수초는 2∼3일 마다 수거하여 닭에 급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런 연못에서 물고기가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은 그로서는 대단히 주요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물고기가 살았다고 기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이 농장의 주인인 프레드 레이드(Fred Reid) 씨였는데, 1986년부터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며, BC주 유기농산물 인증협회 및 인증기관(BCARA)의 창립 멤버이며, 1990년 유기농가 지위를 획득하였다고 합니다.
이 농장은 나무딸기(raspyberry)와 양계를 연계하여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나무딸기에는 자동관수 시설이 있었고 나무딸기 사이에는 당근 등의 채소를 간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농가는 나무딸기 생산에 도움이 되는 잡초제거 및 계분 비료공급을 위해 1년에 8개월간 닭을 방사하고 있었습니다. 계분은 토양 속의 양분의 균형을 잘 이루고, 선충류를 잘 못 자라게 하는 토양 곰팡이를 증가시키며, 토양의 산소접촉을 증가시킴으로서, 과실의 숫자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닭은 나무뿌리에 있는 해충을 잡아먹으며 신선한 잡초를 뜯으며 건강하게 자라며 유기계란을 생산하여 서로 살려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무딸기 생산기간 동안에 좋은 퇴비를 제공하기 위해 닭의 출입을 막는 가을에는 맥류를 심은 후, 겨울 3∼5개월 간에는 채소를 심는다고 합니다. 닭은 맹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2.4m 높이의 펜스를 설치하고, 사료와 물은 기존의 계사에 주고 있었으며 산란 상자와 홰도 계사내에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갔을 때에는 뜨거운 햇빛을 피해서 닭들이 대부분 계사 주변의 그늘에 모여 있었습니다.
현재 이 농장에서는 갈색 산란계 4000수를 키우고 있으며, 이 지역에 이와 같은 유기농업을 하는 4농가와 함께 18000수를 방사형으로 사육하면서, 자체에서 세란·선란하여 1개의 상표(브랜드)로 6개나 12개씩으로 소포장하여 주요 소매 체인점에 출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농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공동으로 설치한 사료 배합 공장이 있다고 하여 가보았는데, 사료는 미국에서 유기사료를 수입하여 자체 배합하여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들어온 효소를 사용하여 퇴비를 생산하여 긴요하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농장을 떠나하면서 작물과 가축과 사람의 유기 순환적이면서, 서양이긴 하지만 훈훈한 농촌의 냄새가 퇴비와 함께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딘지 정리되지 않고 지저분한 듯이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려는 소박하고 뚝심 있는 농장주인의 선구적인 농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같은 지역으로 약간 떨어진 타운라인 그린하우스(Townline Greenhouse)농장으로 갔습니다. 주인이 부재중이라 좀 기다리는 중에 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온 그 농장주인 칼 한(Karl Hann) 씨는 바로 전에 만났던 프레드 레이드 씨와는 외형이 대조적으로 몸이 왜소하고 몸이 마른 타잎의 루마니아로부터 이민 온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안내된 곳은 낡고 완전히 방치된 온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손이 모자라서 방치된 온실인가보다 하고 들어갔는데, 마치 원시림과 같이 각종 작물과 잡초들이 서로 정글처럼 나있었습니다. 자기로서는 이 정글 취미 온실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안 써도 병충해의 피해를 거의 받지 않고 이렇게 조화롭게 수풀이 잘 어우러져 자랄 수 있다는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을 주변의 일반농민에게도 보여주려고 조성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진디물과 같은 벌레들이 좋아하는 잡초들이 있으면 그 잡초들을 먹게 되므로 오히려 작물은 피해를 받지 않게 되고, 익충은 오히려 야생잡초의 꽃가루도 먹고 자라므로, 잡초라고 하여 함부로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벌레들이 좋아하는 식물들을 적극적으로 심어주어 작물의 병충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퇴비액이나 미생물제는 주지만 비누 액이나 오일과 같은 것도 주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식물에 이로운 생물마저 죽여서 생태계를 혼란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는 '92년부터 유기농업으로 오이를 재배하고 있는데 그 이전에는 해충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심했으나 유기농 전환이후 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적어 졌다고 합니다.
3동의 온실 중 1동에는 닭을 방사상태로 기르고 있었으며 유기 계란은 올레라 농장을 통하여 출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고추 양계장 오이 순으로 매년 윤작을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농장주 칼 한 씨는 “7년간이나 유기농 준비작업을 하며 각종 병충해로 작물로만 10만 달러의 빛을 지고 포기할 마음에 작물을 갈아엎으며 몇 포기만 그냥 놔뒀다가 지력이 살아나 잘되는 것을 보고 ‘이제 됐구나’라는 희망을 가졌다.”며 “이제 빠진 구덩이에서 헤어나는 느낌”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유기농을 하고부터는 달고 살았던 두통·감기도 사라졌으며 도회지에서 교사 생활을 하는 부인도 이제 반대를 접고 주말마다 와서 농장 일을 도와주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우리들이 “그간 고생 많았는데 꼭 대성하기 바란다.”고 하자 그는 “유기농은 인내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친환경농업 연수단 일행은 이곳에 도착한지 4일째 되는 7월 8일 오전에 밴쿠버에서 버스를 탄 채 큰 훼리로 빅토리아로 갔습니다. 밴쿠버도 섬의 조지아해협 건너편에 있는 빅토리아로 가는 훼리의 갑판 위에서 본 퍼시피림 국립공원의 해안선은 참으로 멋이 있었습니다. 잔잔한 바다, 해변, 바로 머리 위까지 날아오는 갈매기들을 보다가 일행 모두가 점차 낭만에 젖어들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더니, 모 단체의 회장이 산타루치아 등 제법 격조 있는 노래를 멋지게 불러, 동승한 외국 관광객들로부터 환호의 박수 갈채를 받자, 이번에는 어느 분이 모자를 돌려 동전을 받는 등 갑판 위가 흥겨워졌습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한민족의 기질이 이곳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 것입니다.
빅토리아는 밴쿠버에 비해 훨씬 적고 도시화는 덜돼 있지만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주도(州都)로서 이름이 그대로 영국의 문화 유산을 소중하게 간직한 조용한 도시입니다. 은퇴한 사람들과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로서의 이미지를 가꾸고 있는 데 만족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은 관광이 목적이 아닌지라 버스로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정도여서 그때는 일정에 바빠서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아쉬웠습니다. 아름다운 천연 항구, 지중해성 기후, 신사답게 급하지 않고 여유 있는 행동, 고층 건물은 얼마 없지만 수많은 꽃이 잘 가꾸어진 거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 도중에 어디서나 길을 건너려고 하면 차들은 2∼30미터 앞에서 멎어서 먼저 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손짓하며 기다리는 모습들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행 도중에 본 일인데, 공원에서 데리고 나온 개가 똥을 싸니까 주머니에서 비닐 주머니를 꺼내서 집어 가는 신사의 모습도 보기가 참 좋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쾌적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해변에 있는 해적들이 장식된 영국 풍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우리들이 찾아간 곳은 일본인이 경영하는 우미 나미(UMI NAMI)농장이었습니다. 요시코 우노라는 여성과 츠토무 수가나미라는 남성이 부부(성이 다른 데 이상해도 물어볼 수 없었음)로서 일본에서 10년 정도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다가 이곳으로 투자 이민을 와서 1996년부터 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구입하기 전에 이 농장은 유기농업을 하던 곳으로 등록이 된 곳으로서 다른 농토보다 비싸게 구입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유기농업을 하는 농토의 가치가 일반 농토의 가치와 차별화 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 농장은 10에이커의 규모인데 절반 정도만 경작하고 있었으며, 순환농업을 하기 위하여 닭은 적은 마리 수를 사육하면서 콩비지를 비료로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아(영상 3도) 불을 때지 않고 멜론, 가지, 토마토 등 동양 채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를 위 부분을 경사지게 짓고, 높은 쪽에 환기창을 설치하여 온도에 따라 전력 없이도 자동 개폐 장치(영국제 알곤 가스를 이용한 장치)를 하여 자동 기류 되게 하는 설비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유기농장 경계에 철망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는 손님들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할 정도로 철저했습니다. 생산물은 단골 손님들에게 ‘갈색박스’에 넣어 택배하기도 하고 농민시장(나중에 소개하겠음)에서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본의 친환경적 농업이 이곳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었으며, 이곳에서 한국의 호미를 보여주며 이것이 어디에 쓰이는가를 물어왔습니다. 또한 조선무를 생산해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하며 재배법도 물어왔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영어를 통역을 통해 듣는 쪽이었으나, 이곳에서는 일본어를 내가 동시 통역을 하는 입장이기도 했지만, 말이나 정서가 통하는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짧은 시간이기는 하나 정겨운 순간이었습니다. 떠나는 우리 일행에게 요시꼬 씨가 보여준 눈물이 가슴에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관광지로 유명한 부차드 가든(Butchart Gardens) 이었습니다. 이곳은 전에 석회석 폐광산이었던 곳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 4계절 항상 화사한 꽃들로 바꾸어 단장하여 캐나다인은 물론 세계로부터 연 2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한국어로 된 안내 지도를 구비하고 있었으며, 한국인 관광객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용인 자연 농원 꽃 축제와 유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서양의 정원 기술이 한곳에 모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해안의 비탈진 쪽에 일본식 정원이 있었는데 우리 일행의 대부분은 그곳의 정자에 가서 쉬면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들이 동양인이라서 그럴까. 서양적인 현란한 색깔의 꽃이 만발한 넓은 정원보다는 은은하게 이끼 끼고 오밀조밀한 정원 쪽이 정서에 맞아서일까. 시멘트 회사의 사장 부인이 자연을 훼손하고 버려진 보잘것없는 폐광을 활용하여, 그것도 엄격하게 공익적인 사업으로 시작해서, 사계절에 어울리게 정원으로 바꾸어 꾸미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캐나다 서부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로 만든 실례가 우리들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컸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농장은 하즐미어 유기농장(Hezelmere Organic Farm)입니다. 이 농장은 가족농으로서 규모는 작지만(6에이커) 많은 종류의 채소(120가지)를 자연계의 체계에 맞게 혼작이나 윤작을 하는 식재 기술을 실현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토마토는 파슬리와 당근 옆에 재배하는데, 이유는 뿌리가 깊이 들어가는 파슬리는 토마토 옆에 심어 양분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며, 토마토는 당근 주변의 바람 방향을 변화시켜 당근 파리병으로부터 당근을 보호한다고 합니다. 또한 쥬키니 호박 사이사이에 대파를 재배하며, 호박이 땅 바닥에 깔리면서 자라 잡초가 자라지 않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옥수수와 함께 심고 있다고 합니다.
이 농장 주인인 그레이 킹(Gray King)씨는 유기농업을 17년째하고 있었는데 전에는 40에이커의 일반 농사를 지었으나, 현재는 6에이커 규모로 줄여서 경영하고 있는데 수익은 40에이커를 재배할 때 보다 오히려 많다고 합니다.
이 농장에서는 밴쿠버 최고 식당인 Bishop과 계약하여 고객의 요구에 맞도록 생산하여 공급하고, 250 가정에 직배하고, 한편으로는 Capers Market과 같은 유기농 전문 유통점을 통하여 공급하고 있었는데, 품목 중에는 특히 한련화와 같이 먹는 꽃을 비롯하여 관상용 꽃 같은 꽃 등도 재배하여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토양에는 비육우 우분을 충분히 발효시킨 퇴비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물리성을 악화시키지 않게 땅을 깊이 갈지 않고 김매기도 깊이 파지 않고 간단한 도구로 지표 가까운 곳에서 뿌리를 끊는 방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또한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하여 배수로를 곡선으로 하는 등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농장에서는 특이하게도 다른 농장에서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나무 부스러기(wood chip)’ 퇴비를 화학물질이나 미생물의 침입을 걱정하여 쓰지 않고 있었으며, 겨울철에는 호밀을 재배하여 이듬해 갈아엎어 유기질 비료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식들 4명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노부모를 농장이 내려다 보이는 새로 지은 집에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모시고 살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윤택하고, 잘 정돈되고 안정된 발전하는 유기농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농장주인 개리 킹(Gary King)씨 자식들 중에는 UBC농과대학을 다니며 유기농장의 후계자로 자라고 있다는 것도 유기농가로서 발전하고 있는 데 중요한 요소로 보였습니다. 이 유기농가을 통하여 재배기술면, 유통면, 경영자의 사회적 활동성, 후계자, 농가 생활 등 종합적으로 잘 조화된 모델을 볼 수 있어서 좋았었습니다.
우리 연수단이 참관한 농장들 중에는 전회까지 소개한 유기농장 말고도, 밴쿠버의 남쪽 강(Fraser River) 건너편의 델타(Delta)에 있는 유기농 종묘농장(West Coast Seed Variety Trials)을 우선 들 수 있습니다. 캐나다 농림부 유기농업 지도원이었던 농장주인(Havie Snow)이 1995년부터 15에이커(1acre ; 1224.2평) 땅을 임대하여 60여종(동양 채소)의 채소를 유기농으로 생산하여 유기농 식품으로 출하하기도 하고 유기농 종묘 회사와 공동으로 유기농 채소 종자를 생산하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토양검정 후 부족한 성분을 발효한 계분으로 보충한다고 하며, 가을에는 맥류를 재배하여 녹비로 하고 있고, 제초제는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미생물 농약은 일부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초 작업은 손이나 기계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 인력 회사로부터 온, 머리에 터번을 두른 인도인들이 나란히 서서 제초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은 공무원일 때 보다 소득도 적고 일도 많아졌지만 보람을 느끼고 있고, 부인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도 더 건강하게 크고 있어 농장생활을 만족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델타지역에는 여러 농가들이 참여하여 조합형태로 대규모 유기농업농장(Fraserland Farm)을 조성하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 농장은 1996년 4개 농장이 참여하여 조합을 형성하여, 공동투자, 공동유통, 판매표준화, 품질표준화를 실현하여, 1996년∼2000년 사이 판매수입이 4배로 증가(2000년 추가적 50% 증가 기대)하였다고 합니다.
이 농장에서는 정부의 유기농업 프로젝트로서 UBC 농업생태연구팀 교수진이 현지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부숙 퇴비를 장치에 투입한 후 물을 넣고 적당한 온도로 가열하여 거기서 생긴 추출물(작물에 유익한 균이 많이 생김)을 10:1로 희석시켜 토양 및 엽면에 살포한다던가 하는 등, 가축의 분뇨를 유기토양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현지에서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생태적 해충방제 전문가가 상주하여 부록콜리의 청벌레 방제에 천적인 알기생봉(Trichogramma sibericum)을 이용한다든가 등 생태적 해충방제에 대한 포장에서 실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소규모로 해오던 선구 유기농장들이 유기농산물 활용자의 수요가 늘어나서, 경영이 어느 정도 성립되게 되자, 학계나 정부도 일반 농가들을 모아서 대규모 유기농장들을 조성해가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그리고 밴쿠버의 동북쪽 오카나간 계곡을 통하여 캐나다에서 오래 전부터 유기농으로 과수를 재배하여 온 농장들을 가보았습니다. 빅토리아 대학에서 이곳을 가는 동안에 창밖에 풍경은 어리둥절할 정도로 다양했습니다. 빅토리아의 열대 다우림이 뻗어 있는 연안을 훼리로 출발한 우리들은, 먼저 스핑링 쿨러로 관개를 하고 있는 넓은 농장지역의 한가운데를 한동안 달려가면서 농업을 하는 사람들이라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코스트 산맥을 오르기 시작하자 여름에도 눈 덮인 산봉우리와 하늘을 향해 빽빽이 곧게 자란 침엽수림 사이를 경탄하며 오르락내리락하며 달렸습니다. 산 속의 숙박하는 곳(Manning park)에서는 곰이 자주 출몰하니 그럴 때 유의할 사항들을 알아두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코스트 산맥을 너머서자 점차 나무가 적어져 갔습니다. 코스트 산맥이 막혀서 여름에는 거의 비가 오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일행이 갔을 때에도 구름 한 점 없이 엄청나게 더운데도 습도가 적어서 견딜 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곳 오카나간 협곡에는 코스트 산맥 천년설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물들이 풍부하여, 이것을 이용하여 매 마른 농지에 서서히 움직이는 대형 스프링 쿨러를 이용하여 목초를 생산하거나, 관개하여 포도, 체리 등 각종 과수를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이곳 오카나간 계곡은 산골인지라 농지가 그리 넓지 않고, 비가 적어 맑은 날이 많아 태양광선은 풍부하나 수분이 부족한 곳을, 인위적으로 개울물을 관개하여 과수에 적절히 수분을 공급함으로서 오히려 이상적인 과수재배를 할 수 있게 된 곳으로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산골 지방은 병충해도 적어서 일찍부터 유기농으로 질 좋은 과일들은 생산하여 캐나다는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일행이 방문한 과수농가(Mennel Orchard)에서도 한국에 과수를 수출하려는 많은 관심을 비추었습니다. 유기재배 사과·배와 관행재배 체리를 48에이커에 걸쳐 재배하고 있었으며, 유럽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사과 육묘장을 2에이커나 설치해 놓고 대량 생산 중에 있었습니다.
8에이커의 체리는 과일을 파고드는 벌레 때문에 유기재배가 불가능하다며 대책 강구에 몰두하고 있으나, 40에이커의 배와 사과는 다량의 발효퇴비 시비와 점적 관수 시스템을 활용하여 완벽한 유기재배에 성공하였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유럽으로부터 유입된 코드린 나방을 구충하기 위하여 많은 살충제를 사용해 왔으나, 정부가 불임 나방을 1994년부터 방출하고 여러 가지의 독성이 약한 해충 관리방법을 병행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최신식의 불임곤충방출시설을 견학하며 요즘 실현지 근처에서도 문제가 되고있는 방사선 시설이 이렇게도 쓰이고 있음에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이제부터는 BC주의 유기농산물의 유통과정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BC주 대부분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농민 시장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본 동부 밴쿠버 농민 시장은 대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일정한 공공 장소에서 열리는데, 가게를 열 수 있는 자격은 농민이거나, 농산물을 가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점이 우리나라의 시골 장터와는 달랐습니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민이거나 가공업자들만이 열고 있었으며, 전문적인 장사꾼이 없어서 소박한 농사꾼들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농민 시장에서는 유기농산물뿐만 아니라, 일반 농산물도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거 유기농산물이냐’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밴쿠버의 지역 농민 시장을 관할하는 단체(Farmers Society)에서는 유기농민 인증 농가에 한해서만 그들의 농산물에 유기농산물 표시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밴쿠버 농민시장에 출하하는 농산물 출하자의 반정도가 유기농민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유기농산물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미국계 자연식품 판매체인점(Capers Market)이나 공인된 유기농산물 유통업체(Pro Organic Marketing)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이번 연수여행을 통하여, 자연과 인위의 조화를 꾀하여가려는 많은 사람들과 사귀며 하나로 이어짐을 실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인류가 서로 사이좋게 지속적으로 참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의욕이 새삼스럽게 솟아오름을 느꼈습니다.
이것으로 캐나다 BC주의 친환경농업을 둘러 본 저의 보고를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단편적으로 본 것이므로 잘 못 보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틀린 곳이 있으면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글 가져온 곳 : 행복회야마기시회 소식지(www.allhapp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