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고기 식용이 금지되는데...
지금까지 개고기는 불법도 아니고 합법도 아닌 경계에 서 있었다. 개는 축산법에 따르면 고기 등을 얻기 위해 기르는 ‘가축’에 해당하지만, 식품위생법상 ‘음식에 쓸 수 있는 재료’는 아니었기 때문에 사육 도살이나 위생 관련 규칙도 전혀 없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고, 동물권 보호 여론도 커지면서 아예 금지하자는 말이 나왔다.
○ 국민들의 인식은...
작년에 한 인식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개고기를 먹지 않고, 8명 이상이 개고기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데 찬성하는 걸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개 식용 금지’를 내걸었고, 여야 모두 이를 당론으로 삼으며 뜻을 같이했다. 농장 식당 주인의 생계를 위협한다거나, 개인의 식문화를 과하게 규제한다는 등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이런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지난 9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금지법)’이 210명 중 208명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 금년 7월부터 시행
이법이 시행되는 건 법안 공포 6개월이 지난 후, 올해 7월경부터 개를 식용 목적으로 도살하거나, 사육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된다. 정부는 이때까지 개고기 업계를 어떻게 지원할 건지, 남겨진 개들은 어떻게 관리할 건지 등 계획을 세워야 하고 업주들도 그 전에 폐업이나 전업 계획을 내야 한다.
○ 위반시 처벌은...
처벌은 3년의 유예 후 2027년부터 이뤄지는데 그때부터 법을 어기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시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고, 외국에서도 ‘한국 사회가 변했다’며 주목하고 있는데, 업계는 ‘생존권의 문제’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 개농장
정부가 파악한 개 농장은 전국에 최소 1000여 곳, 여기 있는 개는 52만 마리에 달하는데 육견협회는 정부가 1마리당 200만 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들을 안락사 할 수도 있다며 관계자 의견을 듣지 않고 법을 만들었다. ‘잘못한 거 없는지 헌법재판소에 묻겠다(위헌 소원)’고도 했다.
○ 식당
전국에 개고기 식당도 1000곳이 넘는데 대부분이 영세한 자영업자인 데다, 고령자가 많아 업종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또 이들은 ‘육견협회 말대로 하면 개 농장만 보상받고, 식당은 지원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수요가 없지 않은 만큼 이대로 금지하면 개고기 식당이 음지로 숨어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정부
'보상'이 아니라 폐업 전업 비용을 대주는 등 ‘지원’한다는 입장으로 불법으로 사육해 온 농가까지 도와줄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육견협회 주장대로 마리당 200만 원을 보상하면 1조~4조 원이 드는데 이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과하다고 보고 있어 업계와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정부가 6개월 후 계획서를 낼 때까지 갈등이 끊이지 않을 걸로 보인다.
○ 견(犬)과 구(狗)의 차이
개는 인류의 오랜 동반자로 함께한 역사가 4만년 전 수렵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거의 모든 시대에 개는 식용이기도 했다.
선사시대 유적마다 개 요리 흔적이 발견된다. 스위스는 100~200년 전까지 개를 먹었고, 프랑스도 19세기 보불전쟁으로 식량이 부족해지자 개를 먹었다.
세계에서 개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중국으로 ‘향이 나는 고기’라는 뜻의 향육(香肉)이라 부르며 연간 2000만 마리를 식탁에 올리고 있다.
북한에서 개는 가축으로 대부분의 개는 이름도 없다. 북한에서는 고기 맛이 달다고 해서 '단고기'라 부른다.
중국과 북한에선 개 부위별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돼 있고 통조림도 만들어 유통하고 있다.
1970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방북했을 때 김일성이 환영 파티에서 내놓은 것도 다양하게 요리한 개고기였다.
개고기 식용 1위 국가는 중국이고, 2위는 베트남, 3위는 북한으로 중국에서 개를 의미하는 글자는 2개로 개 견(犬)과 개 구(狗)자다.
개를 의미하는 견(犬)과 구(狗)에는 의미상 차이가 있는데 견은 '큰개 견(犬)'이고 구는 '강아지 구(狗)'로 구분하기도 한다.
견(犬)은 개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로 꼬리가 말려올라간 진돗개와 같은 종의 개를 본뜬 것인데 반해 구(狗)는 개(犭 '개사슴록변' )라는 의미와 구(句)라는 발음을 합친 회의문자다.
그런데 구(句)자는 아직 다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려서 젖을 먹는 새끼의 모습을 본 딴 글자라는 의견이 많다.
송아지는 우(牜句), 망아지는 구(駒)이고, 구(狗)는 강아지인 것이다.
여기에 반해 견(犬)은 큰 개를 의미하고 있어서 개 견(犬)자는 충견(忠犬), 애견(愛犬), 애완견(愛玩犬), 견주(犬主), 군견(軍犬), 모견(母犬), 견공(犬公), 경찰견(警察犬), 견마지로(犬馬之勞) 등과 같이 견(犬) 자는 대부분 긍정적이고 헌신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에 개 구(狗)가 붙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 부정적인데 주구(走狗, 외적의 앞잡이), 구육(狗肉, 개고기), 구자(狗子, 철없는 강아지), 양두구육(羊頭狗肉, 양머리에 개고기를 파는 경우,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우), 구미속초(狗尾續貂, 담비 꼬리에 개의 꼬리를 이어 붙이는 것으로 훌륭한 것 뒤에 보잘 것 없는 것이 따른다는 의미)와 같이 구(狗) 자는 부정적이거나 개의 고기(肉)를 의미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개 견(犬)을 잡아 개고기가 되면 구육(狗肉)이 되고 이를 요리해 놓으면 구탕(狗湯)이 되는 것이다.
개고기를 견육(犬肉)이라 부르지 않고 구육(狗肉)이라 부르고 또 이를 요리해 놓으면 견탕(犬湯)이라 부르지 않고 구탕(狗湯)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牛)와 돼지(豚) 닭(鷄)은 우육(牛肉) 돈육(豚肉) 계육(鷄肉)이라 부르면서 유독 개고기만 구육(狗肉)이라 부르며 개와 개고기를 구분해 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만큼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이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개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흑산도에 유배 간 형 정약전에게 개고기 요리법을, 편지로 적어 보내며 건강을 위해 먹으라고 했다.
○ 동의보감에는...
‘오장을 편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 정력에도 좋다’고 소개돼 있어서 개고기가 '보신탕'이 되었다.
1990년대 말까지 연간 10만t 정도 먹었는데, 말복이 지나야 개가 한 시름 놓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개 식용이 빠르게 퇴조하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비판해서만도 아니고, 개에 대한 우리 인식이 바뀐 것이 더 크다고 볼수 있다.
88 올림픽을 계기로 정부가 대대적인 개 식용 중단 캠페인을 벌였을 때만 해도 한국인은 사철탕, 영양탕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라도 보신탕을 먹었다.
그런데 1998년 6400여 곳이던 식용견 업소가 재작년 조사에선 1600곳으로 급감했다. 2006년만 해도 ‘개고기 식용 문화를 없앨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86%였는데, 지난해 조사에선 ‘지난 1년간 개고기를 입에 안 댔고 앞으로도 먹지 않겠다’는 응답이 96%였다. 우리에게 개는 더 이상 식용이 아닌 것이다.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많아지고, 애완견이란 표현도 쓰기 싫다며 개를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한다는 뜻의 반려견으로 부르는 시대다.
○ 외신들의 반응은...
BBC와 CNN 등 외신이 일제히 브레이킹 뉴스로 관련 소식을 타전했을 만큼 국제사회도 주목했다.
K팝과 한류 드라마, 첨단 반도체 생산국이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나라가 이제는 오랜 가난의 흔적인 개 식용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고 했다.
○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처벌하진 않지만,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개고기 또는 가공식품을 유통‧판매한 경우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최대 징역형 처벌 규정도 뒀다.
○ 설문조사는...
개식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6%가 개고기를 안 먹겠다고 답했지만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하자는데는 57%만 찬성했다
아직도 시골에는 1~2마리 정도 기르는 집들이 많다. 이들 노인들은 여름 복날에 보신하기 위해 기르는 것도 사실이다.
또 시골 장터 보신탕 집에는 항상 문성성시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보신탕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개 식용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 보다는 개인 결정에 맡겨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다 개고기 애호가들은 개고기 먹으러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해외원정을 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앞으로 3년간의 유예기간은 있지만 법 통과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에 관한 대책도 세웠으면 하는 바램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