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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상용차 시장은 독과점 구조였다. 이는 다른 업체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지 못 한 이유도 크다. 현대자동차 포터 등 1t(톤) 트럭뿐 아니라 2.5t 트럭, 스타렉스, 쏠라티 등 촘촘한 그물망을 펼쳤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틈이 존재한다. 1t 트럭은 충돌안전성이 부족하고 합리적 가격의 15인승 승합차는 기아자동차 봉고 3 코치 이후 맥이 끊겼다.
글 강준기 기자|사진 르노, 강준기
참고로 국내 상용차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5만~26만 대 정도. 이 중 1t 트럭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모두 현대자동차 포터와 기아자동차 봉고 3로,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좁다. 과적에도 거뜬한 섀시 내구성은 ‘으뜸’이지만, 보닛이 없어 충돌사고 시 안전에 취약한 치명적 단점도 있다. 또렷한 경쟁자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오늘 소개할 르노 마스터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첨병이다. 지난 10월, 르노삼성차가 200대 정도 도입해 국내 반응을 살폈다. 결과는 성공적. 모두 ‘완판’ 됐으며 사전계약 물량까지 더하면 당초 예상의 두 배인 600대가 넘는다. 길이 5m, 너비 2m를 넘는 ‘덩치’지만, 2,900만~3,100만 원의 합리적인 가격도 인기에 한몫 거들었다. 덕분에 내년 1분기, 15인승 모델도 나온다.
이베코 뉴 데일리. 드레스 입은 여성 모델을 세울 필요가 있었을까?
국내 상용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주목받지 못한 사례도 종종 있다. 마스터보다 한 달 앞서 등장한 이베코 뉴 데일리가 대표적이다. 마스터와 함께 오랜 역사 자랑하는 유럽의 히트상품이다. 뉴 데일리 밴의 경우 차체 길이 5,560㎜로 마스터 L(5,550㎜)와 비슷하지만, 6,30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이 퍽 부담스럽다. 같은 값으로 마스터를 2대 운용할 수 있다.
1980년부터 시작한 마스터
최초의 마스터는 1980년 9월에 등장했다. 보닛부터 지붕까지 반듯하게 이은 라인이 지금 봐도 흥미롭다. 직렬 4기통 2.5L 디젤 엔진 얹고 유럽 상용차 시장을 공략했고, 1987년엔 마스터 4×4 버전으로 악명 높은 ‘파리-다카르 랠리’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후 1997년 2세대로 거듭나며 닛산 인터스타로도 판매를 했으며, 기존보다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화장을 고쳤다.
마스터 L
마스터 S
마스터는 현재 3세대까지 진화했다. 전 세계 43개국에 판매하고 있고 르노 그룹의 상용차 주력 상품이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마스터 S가 5,050×2,020×2,305㎜. 마스터 L이 5,550×2,020×2,485㎜다. 실물이 주는 압도감은 이미지보다 크다. 거대한 그릴과 헤드램프, 르노 엠블럼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보닛이 있어 여느 상용차보다 더 안전하다.
마스터 구매자 중엔 캠핑카 수요도 더러 있다. 그 이유가 앞좌석에 있다. 여러 소품들을 용도에 맞게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15개에 달한다. 머리 위쪽 콘솔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동반석은 반듯하게 접어 테이블과 컵홀더로도 활용한다. 센터페시아 중앙엔 7인치 터치스크린을 심고 SK 티맵 내비게이션을 넣었다. 주변 시야가 쾌적해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다.
모터사이클도 거뜬한 적재공간
안팎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적재공간에 있다. 길이×너비×높이는 마스터 S가 각각 2,505×1,705×1,750㎜. 마스터 L이 각각 3,015×1,705×1,940㎜다. 적재중량은 1,2~1,3t으로 활용도가 좋다. 또한 트렁크 도어는 최대 180°(마스터 L : 270°)로 활짝 열리며, 상면고가 포터보다 낮은 545㎜로 짐을 실을 때 허리 숙일 필요 없이 ‘스윽’ 밀어 넣을 수 있다. 매트리스 하나 깔면 ‘가성비’ 캠핑카로 제격이다.
보증기간도 만족스럽다. 차체와 일반부품 및 엔진, 동력전달 부품 모두 3년/10만 ㎞까지 제공한다. 여기에 2년/6만 ㎞까지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참고로 현대자동차 포터는 차체 및 일반부품이 2년/4만 ㎞, 엔진 및 동력전달 부품이 3년/6만 ㎞다. 통상 상용차는 주행거리가 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넉넉한 보증기간은 분명한 장점이다.
어렵지 않은 운전
시승차는 마스터 S로, 직렬 4기통 2.3L 디젤 트윈터보 엔진을 쓴다. 6단 수동기어와 맞물려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36.7㎏‧m. 수치로 접근하면 평범해 보이지만, 상용차 엔진은 마력보단 저회전 토크를 중시한다. 우선 의자에 앉아 내 몸에 맞는 포지션을 찾았다. 모두 수동이긴 하지만 틸트 스티어링 휠도 있어 의외로 자세 맞추기가 쉽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다름 아닌 히터.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출발 뒤 히터를 틀어도 찬바람만 나온다. 그러나 마스터는 공기보조 가열장치를 넣어 빠르게 실내온도를 높인다. 특히 기어레버는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약 45° 각도로 자리했는데, 팔꿈치는 팔걸이에 올리고 편안하게 변속할 수 있다. 단, 클러치 페달이 다소 깊어 적절한 미트 시점을 찾느라 애먹었다.
그러나 일단 적응하기 시작하면 운전이 무척 편하다. 계기판에선 약 1,500rpm 부근에서 다음 단으로 변속하도록 표시를 해주며, 변속 뒤 클러치 페달에서 발을 빠르게 떼도 울컥거림 없이 부드럽게 가속을 이어간다. 마주 오는 시내버스 기사님과 눈 맞으며 주행하는 기분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철컥철컥’ 기어를 바꾸며 도로를 장악하는 느낌이 특별하다.
특히 차체와 엔진의 궁합이 좋다. 육중한 덩치에 비하면 작은 심장처럼 보이지만, 1,000rpm부터 2,000rpm 사이에 두둑한 토크를 느낄 수 있고, 기대 이상 산뜻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통상 2L급 터보 엔진은 출력 높이기 위해 큰 터빈을 짝 짓지만, 마스터는 두 개의 터빈을 물려 터보 엔진 특유의 지연반응도 한층 줄였을 뿐 아니라 고회전에서도 힘을 이어간다.
르노 마스터는 프랑스 바틸리 공장에서 생산된다.
또한 2천만 원대 합리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안전장비도 양껏 담았다. 가령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이 있어 차체 너비를 가늠하기 좋다.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 덕분에 가파른 언덕길을 만나도 두렵지 않다. 정차 중엔 시동을 끄고 켜는 오토 스타트&스탑 기능도 있는데, 클러치 페달을 밟으면 다시 시동을 켜는 방식이다. 덕분에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복합연비 10.8㎞/L를 뽐낸다. 연료탱크 용량은 80L로 주유소 자주 들락거리는 수고를 덜었다.
내년 1분기, 13인승&15인승 출시
르노삼성차는 이달 초 마스터 버스 L3H2의 국내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을 치렀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6,198×2,470×2,539㎜. 휠베이스는 4,332㎜로 마스터 라인업 가운데 가장 크다. 13인승과 15인승 두 가지 모델로 나오며, 현대자동차 쏠라티 15인승과 비교하면 휠베이스가 600㎜ 이상 넉넉하다.
지난 2005년 봉고 3 코치 15인승 단종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 통학용 차 시장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아직까지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중고차 포털 사이트에서 주행거리 약 20만 ㎞ 내외의 매물이 400만~500만 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마스터가 가격 경쟁력만 갖추면 15인승 어린이 통학용 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첫댓글 가격에서 매력있는 자동차
입니다
오토매틱만 나오면 바로 구매하고싶은 일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