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4회 총회 주제
화해의 성령이여, 하나되게 하소서
요엘서 2:28-32, 요한복음서 17:22-23, 고린도후서 5:18-19
한 문 덕 목사
[작은 교회들의 연합으로서의 총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총회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설교는 일종의 총회보고를 겸해서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교회는 2013년 9월 1일에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산하 서울북노회에 가입하기로 결의하고, 같은 해 12월 15일에 서울북노회 주관으로 설립공인예배를 드렸습니다. 따라서 우리교회는 장로교의 전통에 따라 노회에 소속된 지(支)교회가 되었고, 노회와 총회를 통하여 보다 더 넓은 영역에서 하나님의 선교활동을 하고, 교회 일치 운동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의 첫째 목표인 ‘작으나 건강한 교회’의 세 번째 실천항목은 “개교회주의를 배제하고 한국교회의 건강성 회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인데, 바로 노회와 총회를 통해 이 실천 항목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한 두 가정을 중심으로 몇 사람들이 모이는 매우 작은 교회로 시작합니다. 결혼도 하지 않으시고, 출가하여 하나님 나라 운동에 모든 것을 쏟으신 예수님을 따라 초기의 제자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쳤고, 맨 몸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다니며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전도 여행은 우선 머무를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사도들은 어느 마을에 들어가든지,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하여 하나님의 평화와 예수의 복음을 전했고, 복음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에게 숙박을 제공해 주는 집에서 하루 이틀 정도 묵으며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전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또 다른 마을로 떠나면 이제 그 가정을 중심으로 지역에 교회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교회는 모두 가정교회입니다.
이렇게 생겨난 교회들은 사도행전에서 보도하고 있는 대로,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모이기를 힘쓰며, 예배하며, 함께 떡을 떼며, 주님을 찬송하고,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팔아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자기의 것을 자기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도우며 살았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신분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던 사회의 질서를 흔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첫 교인들을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는 자들(사도행전 17:6)이라고 불렀고, 특히 기득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지키려는 자들에게는 박해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첫 교회는 작은 가정교회들의 연합체입니다. 오늘날처럼 몇 천명 모이는 대형교회는 없었습니다. 지역마다 작은 교회들이 있었지만 이들 전체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교회라고 여겼는데, 이것은 매우 중요한 생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자기중심적이기에 죄와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에 맞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작은 개(個)교회의 힘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모두가 한 하나님의 백성들이며 스승이신 예수의 같은 제자로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변혁하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고, 또 실제로 세상을 바꾸려면 모두 하나가 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초대교회의 정신은 오늘날 노회나 총회와 같은 개교회들의 연합운동으로 이어지고, 교파와 교단이 다르더라도 구제와 선교에 있어 언제든지 함께 하는 교회 일치 운동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장로교인 우리 교단의 총회법과 노회법에 따라 목사는 지(支)교회의 대표이면서 본(本)교회인 노회(老會)에 소속됩니다. 우리 교단은 28개의 노회 안에 1,634개의 교회가 있고, 3,193명의 목사와 2,844명의 장로, 그리고 236,036명의 교인들이 있습니다. 기장 총회는 년 1회 9월에 열리며 각 노회에서 파송된 목사와 장로 총대들이 모이는데, 올해는 658명(정회원)이었습니다. 총회는 17개의 위원회와 5개의 이사회를 중심으로 각 영역에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합니다. 지난 100여년의 한국 근현대의 역사 속에서 개신교는 이 사회를 형성하는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많은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따라서 각 지역의 작은 교회들은 자신들의 교회의 성장과 성숙에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노회와 총회와의 연대를 통한 사역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저는 서울북노회의 한 회원으로 선교부 서기의 일과 교회와 사회, 평화통일 위원회 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작년에는 회의록 서기로서도 일했습니다. 이번에 총회에 파견되어서는 총회연금재단 이사 중 한 명이 되었는데, 2022년 7월 2일까지 기장 목회자들의 연금을 운영하는 일에 함께 하게 됩니다. 우리 교회는 매년 300만원이 넘는 재정을 노회에 내고, 오늘 오후에는 노회 신도부가 주최하는 연합체육대회도 참여하고, 10만 평화지기 운동이나 평화통일 월요기도회 등의 교단적 차원의 활동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교회연합과 일치 운동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대형교회가 지닌 문제의 심각성]
이렇게 작은 교회들의 연합체로서의 총회와 노회의 활동은 성서적이고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런 에큐메니칼 정신보다 한 교회가 무한히 성장하려는 번영신학에 치우쳐서 주일예배 출석교인 수가 2,000명이 넘는 메가처치(megachurch)나, 10,000명이 넘는 기가처치(gigachurch)와 같은 대형교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여러 교회가 연합해서 함께 활동해야 하는 것을 한 교회가 다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형교회는 그 교회를 운영함에 있어, 목사와 당회의 권력을 극대화시키고, 교회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작은 교회들의 연합운동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각 지역에 흩어져서 마을 구석구석에서 지속적으로 소금과 빛을 감당하는 누룩과 같은 역할들을 해야 하지만 커다란 덩치 때문에 민감하게 활동할 수 없고, 자신들의 몸집을 불리다 보니 교인들끼리도 서로 모르고, 가정교회가 누리던 공동체성은 찾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대형교회 교인은 익명성을 유지하며 편하게 종교적 욕망을 누리려는 신자들을 주로 양성했습니다. 예배는 공연이 되고, 굿 보러 가듯 합니다.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만 얻으면 그뿐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거대한 성에 유폐되어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들만 아는 언어 속에서 기름지고 교만하고 독선적인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돈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니 그 힘을 가지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랑과 정의를 동반하지 않는 힘, 즉 잘못된 방향의 힘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한국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민주시민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목사나 교인 할 것 없이 대형교회를 만드는 것을 성공적 목회라고 여겼기에, 결과적으로 거대한 힘과 돈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한 교회에게 교단이 흔들리는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총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교단 전체가 초대형교회인 명성교회의 교회세습이라는 이 시대의 큰 죄악을 막지 못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인 사도적 교회라는 교회의 정신을 모두 위반하고, 거룩한 공교회를 한 개인의 사적 소유가 가능한 교회로 만든 것이고, 진정 하나님이나 예수의 복음을 믿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돈과 힘을 의지한 우상숭배와 불신앙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 방송의 앵커는 한경직 목사의 말을 빌어 “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세요!”라고 말합니다. 너무나 부끄러운 일입니다.
장로교 통합 총회에서 출석 총대 1,204명 중 920명의 거수 찬성으로, 2021년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목사(위임목사)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고, 이 결정에 어느 누구도, 교회법도 사회법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확정지었습니다. 이것은 예장 통합의 헌법인 세습금지법을 명백하게 무력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이 시행령을 통해 예장 통합에서는 목사 은퇴 후 5년이 경과하면 아들 목사가 목회할 수 있는 우회적 세습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씀 드리겠는데, 만약 우리 교단이 총회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저는 교단을 탈퇴할 것입니다.
[총회에서 느낀 것들]
이제 우리 교단 이야기도 좀 해야겠습니다. 우리 또한 많은 산적한 과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돈이 모이고, 힘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부패가 있고, 더러운 악취들이 풍기는 법입니다. 이 세상에 가장 적응을 잘 하는 것이 ‘부패’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처럼 작은 교단에도 맘몬과 힘이 있는 곳에는 끊임없는 잡음들이 들립니다. 한편 수유리에 있는 아카데미 하우스를 우리교단이 인수하고 나서는 계속 적자가 나고 지금은 출입조차도 못하고 있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이런 문제들이 다뤄졌고, 큰 틀에서는 그동안 잘못 운영되던 것들이 올바른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작년에 확정짓지 못한 성 폭력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일단 허락이 되었고, 정교한 법의 조항들을 살피기 위해 헌법위원회가 1년 동안 더 연구하도록 하였습니다. 각 위원회들의 좋은 활동들은 대체적으로 계속 잘 유지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교단의 가장 큰 문제는 워낙 교세가 약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실행할 자원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돈을 숭배해서는 안 되지만, 하나님 나라 사역을 감당하기 위한 돈이 전혀 없는 것도 사실 큰 문제입니다. 규모가 커지면 부패하고, 너무 규모가 작으면 무기력해지는데, 우리 교단은 후자에 가깝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교단의 형편을 보자면 1,631개 교회 중에 조직교회 즉 장로를 선출하여 당회가 구성된 조직교회가 1,012개이고, 당회가 없는 미조직교회가 619개입니다. 전체 교회 중에 1년 예산이 3,600만원 이하이며, 목사의 월 사례비가 100만원도 되지 않는 교회가 433개나 됩니다. 전체 교회의 4분의 1이 넘습니다. 교인 100명이 넘는 교회는 442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상황 때문에 목사후보생들과 신학대학원 학생들은 늘 목회를 포기하고 싶은 유혹과 시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절망할 단계는 아닙니다. 곳곳에서 우리 교단의 저력을 보여주며 올바른 신학의 터전 위에 매우 바람직한 목회를 하는 교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도 그런 교회 중에 하나이고,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확신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정말 잘해야 합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 우리 교단 목회의 한 모델이 되고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의 희망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총회에 가면 총회 전체가 하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활동보고를 들으면서 새로운 목회 영역들을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총회 주제 해설집을 통해 신학의 흐름과 목회 세부 분야에 도움이 되는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말씀과 세상’이라는 오전 1시간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실제 목회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목회활동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서울노회 독립문 교회에서 목회하시는 김성희 목사의 마을목회 이야기를 들었는데, 매우 유익했습니다. 제가 평소 주목하고 있던 선교적 교회론에 근거하여 교회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면서도 자신도 살리고, 하나님의 선교도 함께 할 수 있는 신학적 바탕과 다양한 활동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성희 목사의 강의를 통해 저의 교회론이 좀 더 명확해졌고, 선교라는 개념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목요일 당회에서 장로님들에게도 여쭈어 보았는데, 여러분에게도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느 날 기도하시다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자신이 전혀 모르는 낯선 땅, 예를 들자면 태국이나 필리핀, 또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의 선교사로 파송되게 되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자! 1년 뒤에 선교사로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계획을 세우며, 또 지금 한국에서 소유하고 있는 것들은 어떻게 처분하시겠습니까?
제가 당회에서 장로님들에게 이 질문을 드렸더니 이준일 장로님께서는 언어를 먼저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하셨고, 채경숙 장로님께서는 선교하러 가는 나라에 대해서 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만약 해외 선교사로 나간다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언어, 전통, 생활습관, 종교적 형태 등에 대해서 다양하게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그곳에서 어떻게 펼쳐야 할 지에 대하여,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파송 받은 선교사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일을 하려면 생계도 해결해야 하고, 또 다양한 물적, 인적자원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생명사랑교회 성도 여러분! 저와 여러분은 바로 대한민국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이 지역에 하나님께서 파송하신 선교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매우 넓게는 한국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작게는 이 지역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오늘 한국의 청년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한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핵가족의 젊은 가정에게는 무엇이 필요한지, 홀로 사는 노인들은 또 무엇을 바라는지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노원구의 특징, 수락산과 도봉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리 지역의 문화와 특성들에 대해서도 연구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 속에서 교회는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그런 일들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나님의 뜻과 나라를 구현해 갈 수 있는지, 우리들에게 그런 실력이 있는지,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이며 더 보충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해 볼만 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앞으로 더 과감하게 도전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를 살펴서 이제 직접 나서야 할 것입니다.
어제 우리 교육부가 새로운 것을 하나 시도했는데, 바로 교회에서 다양한 물품들을 모아다가 벼룩시장에 가져가서 팔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주관단체에 내고, 나머지 수익금으로 연탄 봉사 기금을 마련한 것입니다. 제가 담임목사로 취임한 이후 우리는 이런 작은 실험들을 꽤 해 왔습니다. 아파트 노인정 어른들과 윷놀이를 한다든지, 상계정보문화도서관과 연결 지어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강의를 지속적으로 여는 것, 연탄 봉사,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기, 부활절 계란 나눔 및 명절이나 성탄절에 떡 돌리기 등등.
이런 외적 선교활동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내적으로는 다양한 배움 마당을 통해 그리스도교 영성을 함양하고 있습니다. 교인들이 내외적으로 균형 잡힌 신앙을 가지고 있어야 우리교회가 든든한 반석 위에 세운 집처럼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신앙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본격적인 인터넷 선교로 우리의 선교 영역을 더 확대하고 우리의 선교 사역에 동참할 수 있는 이들을 더 많이 초청할 생각입니다.
이런 것들을 감당할 새로운 공간과 자원도 더 확보해야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육성한 전도사의 전임 사역을 위해 우리가 외부로부터 매월 100만원의 후원금을 받으면서 내적으로는 우리 소유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건축헌금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일정한 시간이 걸려야 그 결과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두 분 전도사님들을 잘 후원하고 지지하여 유능한 하나님의 일군이 된다면 3-4년 후에 우리교회는 훨씬 더 큰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 교회가 우리만의 예배실을 잘 확보한다면 그것 또한 새로운 가치들을 창출하는 창조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제가 우리 교회에 부임하고 이제 만 4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 우리교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더 구체적이면서 확실하게 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10월 마지막 주 오후 시간을 마련하여 교우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교회가 정말 소금과 빛이 되는 교회, 교단과 지역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교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명심해야 할 몇 가지 것이 있습니다.
[화해의 성령이여, 하나 되게 하소서]
우리 교단 총회의 주제는 <화해의 성령이여, 하나 되게 하소서>입니다. 이 주제에 우리 교회가 명심해야 할 말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성령입니다. 요엘서의 말씀처럼 지금은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영이 부어지는 시대입니다. 목사나 장로에게만 따로 하나님의 영을 붓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가 하나님의 신령한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이 되는 성서에 통달하고 기도하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우리가 생명사랑 제자교육을 통해 계속 배웠지만 기도는 내 얘기를 하나님께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행하는 것입니다. 잘 모르겠거든 성경을 읽으십시오. 성경을 읽었는데도 잘 모르겠으면, 성경을 바르게 읽고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여기에 길이 있습니다.
두 번째 우리교회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하나 되는 일입니다. 요한복음서의 예수님은 하나님과 자신이 하나인 것처럼 예수님을 따르고 믿는 모든 신앙공동체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사랑 안에서 하나 되는 일은 교회 공동체가 가장 먼저 이루어야 할 일입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당면한 문제 중에 하나인 새예배처소 마련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이 문제를 공동의회를 통해서 결정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저마다의 의견이 있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은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찬성과 반대가 있고, 제 마음에 흡족한 것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인사 문제를 제외하고 모든 안건은 대체로 과반수 이상의 결정을 따르게 되는데, 이 때 자신의 주장이 채택되지 않아도 다수에 의해 결정된 것은 흔쾌히 따르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냥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가 원한 것이라면 개인적인 의견은 잠시 유보할 줄 아는 성숙한 민주시민의 덕성이 있어야 합니다. 총회에 가보면 저마다 자신이 최고로 많이 알고 잘난 것처럼 발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태도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전체 투표에 의해 결정되면 군말 없이 수용합니다.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에 대해서 잘 알고 승복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함께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여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내 주장과 다르다고 상대편을 나쁜 사람 취급하거나, 어리석은 사람 취급하거나, 자신의 적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발언할 때에도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며 성령의 지혜를 요청하면서 겸손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화해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고린도후서에서 바울 사도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이유는 바로 화해에 있다고 말하고, 우리들에게도 화해의 직분을 주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화해는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입니다. 사회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남녀 사이에서, 노인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전 세대와 새 세대 사이에서,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에서, 정치적 이견이 다른 곳에서, 지역과 학벌을 따지면서 수많은 갈등이 있고,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통해 화해의 사역을 감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이 화해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절실합니다.
다른 교회들 얘기를 들어보면 당회 안에서도 목사와 장로 사이에 다툼이 있고, 장로들 사이에서도 싸움이 있고, 부교역자들 사이에서도 불화가 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이렇다면 우리 총회의 주제는 다 헛소리가 되고 맙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의 현 당회와 교역실은 다행이도 사랑이 넘치고 서로를 존중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모습이 목회운영위원회에서도, 제직회에서도, 교인 전체, 각 신도회 사이와 소모임들 간에도 그러해야 합니다. 교회 전체로 보면 아직 부족합니다. 작은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며, 잘 모르기 때문에 오해할 수 있고, 오해로부터 다툼과 불화의 싹이 트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우리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것을 살피면서 얼마든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고, 그 부족한 것들을 서로 채워가며 훨씬 더 커지고 훨씬 더 멋있게 활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성령님과 더불어 함께 간구하고 기도합시다. 창조주 하나님의 지혜로 멋지게 우리 생명사랑교회의 목회를 만들어갑시다. 저와 여러분이 “아멘”으로 응답한다면 우리 주님 예수께서 우리와 동행하시면서 우리를 도울 것이고, 머지않아 그 열매를 보게 될 것입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하나님! 우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먼저 불러 주셔서 주님의 자녀로 삼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번 기장 104회 총회는 화해의 성령께서 교회와 이 사회를 하나 되게 해달라는 표어를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화해를 만들고, 평화를 이루고, 하나 된 마음을 이끌어 내는 일에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쓰임 받게 하여 주소서. 우리 자신의 복음의 소식이 되게 하시고, 우리 자신이 소금이며, 빛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감사기도
거룩하시고 좋으신 하나님! 말씀으로 생명의 세상을 창조하시고, 부활로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날에 우리를 한 자리에 불러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주님 만나고자 나온 생명사랑 믿음의 식구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허락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우리 삶에 일렁이는 풍랑을 잠잠케 하시고, 하나님의 역사와 성령님의 평화와 위로가 우리를 감싸시니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 우리가 주님 앞에서 아무것도 감출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 우리가 쓰고 있던 모든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주님 앞에 나옵니다. 우리들의 삶과 생각과 진실한 마음을 드리려고 나옵니다. 우리가 마음과 뜻과 목숨과 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게 하시고, 그 사랑의 징표로 드리는 이 예물을 온전히 받아 주시옵소서. 가난으로 하루가 고단한 이들을 위로하시고, 지친 몸과 마음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주님께서 함께 하여 주소서. 그 때 우리가 드린 예물을 사용하여 주소서. 우리가 온전히 주님만을 섬기고 맘몬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하여 주소서. 생명이 온전히 주님께 달려 있음을 믿으며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됩시다. 화해의 사도가 됩시다. 하나님의 영으로 세상을 변화시킵시다.
* 축도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의 지식과 사랑 안에서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실 것입니다. 이제는 전능하신 삼위일체 하나님, 성부, 성자, 성령의 사랑과 은총과 능력이 사랑으로 하나 되어 화해를 이루고 생명을 살리는 생명사랑교우들 위에 지금부터 영원토록 함께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