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직 그대만이... 내 첫 사랑, 내 끝사랑'. 김범수의 노래 가사이다. 그리고 이 영화 예고편에 잔잔하게 깔리던 노랫말이다.
영화를 감상하고 난 후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위에 적은 저 노래 가사 한 구절 내용을 2시간 가까이 되새겼다는 것이다.
오랫만에 가슴이 울컥해질 정도의 멜로 영화였기 때문에 조금 깊게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1. 영화의 줄거리
주인공인 장 마르셀리노(장철민)는 낮에는 생수를 배달하고, 저녁이면 주차장을 관리하는 우리 주변의 99%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어느 날 그런 그에게 다짜고짜 귤과 정성스레 포장된 김밥을 내미는 한 여인 하정화가 찾아온다.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세상의 어둠이 어울리지 않는 밝음을 가진 여성이다.
어느 날 주차장에서 급히 나가는 차에 놀란 정화가 근처에 쌓아 둔 병 박스에 부딪히면서 발을 다치게 되고, 철민은 그녀와 함께 병원을 다녀온다. 이에 감사함을 느낀 정화는 철민에게 콘서트 표를 선물하나, 친구가 없었던 철민은 결국 정화와 콘서트에 가게된다. 이후 식사를 하던중에 정화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늘어놓다가 철민의 과거에 대해 물어본다. 철민은 다소 쌀쌀맞게 '원래 다른 사람일에 관심이 많아요?'라는 퉁명스런 말을 던지며 대답을 회피하고, 이에 정화는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한다. 정화의 집 앞에 와서야 철민은 자신이 과거에 복싱선수였고, 이후 나쁜짓을 하면서 살았으나 지금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에 덧붙여 자신이 정말 별 볼이 없는 사람이라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었음을 밝힌다. 이후 둘의 관계는 조금 서먹해진다.
철민은 이전에 자신과 함께 했었던 코치가 있는 체육관에 간다. 그는 그 곳에서 반가운 얼굴인 옛 스승과 코치를 만나는 한편 이전에 자신이 KO시켜버렸으나, 지금은 UFC를 넘볼 정도로 스타가 되어버린 옛 동료와 조우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죄송하다는 말만을 남긴채 급히 자리를 뜬다.
한 수녀가 정성껏 돌보는 전신 화상입은 남자 곁을 지키던 철민은 수녀에게서 장애우들이 만들었다는 머리띠를 선물로 받는다. 사실 전신화상을 입은 남자가 철민과 정화를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이며, 철민이 어둠의 터널을 지날 수 있는 계기인 사람이었다.
정화는 특유의 밝음으로 전화 상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직장 상사가 그녀를 추근덕 거렸으며, 하루는 방으로 불러 생일 선물이라는 것을 전달해주고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은채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한다. 정화는 매몰차게 이를 거부하나, 그 날밤 집으로 찾아온 그 직장상사로부터 모욕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직장상사는 오직 자신의 욕심에 가득차 정화를 강간하려한다. 이때 머리띠를 전달하려고 왔었던 철민이 그를 저지한다. 그러나 자신을 구해준 철민에게 정화는 오히려 매몰차게 대한다. 자신의 생계 수단인 회사에서 잘리게 된 자신의 상황을 전달하면서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걱정스런 불만을 늘어놓는다. 철민은 자신이 그녀를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비로소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을 알려주는 장면이 전개된다.
이후 영화는 그 둘의 로맨스와 정말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서 다시 이종격투기를 선택한 철민의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너무나 가슴저린 그 둘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채운다. 자신이 책임지려고 하는 정화를 위해, 그녀의 시력을 되찾아 주기위해서 철민은 위험한 선택을 하게된다. 그는 태국 뒷골목에서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도박장과 같은 싸움판에 자신을 던진다. 이 댓가로 정화를 수술을 받고 시력을 되찾지만, 철민은 영광의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옛 동료의 배신으로 차에 치이고 허리에 칼을 맞음으로서 정화에게 돌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2년 후 매번 병원으로 안마 봉사를 다니던 정화는 약간은 익숙한 느낌의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남자는 말을 하지 못하고, 몸을 움직이지 못했으나 어딘 가 익숙한 느낌의 남자였다. 하지만 정화는 그의 이름 '김학선'을 보고는 이내 고개를 젓는다. 그녀가 익숙하게 느낀 그 남자가 바로 그토록 찾던 철민이었다. 철민은 그녀와 나누어 가졌던 돌을 꾸욱 눌러 잡은채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재활을 시작한 듯 하다. 그래서 다음 장면에서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는 목발을 집고 그녀가 일하는 공방으로 찾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그녀가 없는 공방에서 급히 화분을 산 후 발걸음을 옮기던 그에게 예전에 자신이 정화에게 선물했던 뉴트리버가 달려든다. 반가움에 달려든 뉴트리버의 모습이 이상한 정화는 미안하다는 말과함께 뉴트리버를 그에게서 떨어뜨려 놓는다. 그리고 공방에 돌아온 그녀는 자신이 잠시 맞겨둔 자라가 없어졌다는 것과 뉴트리버가 한 곳을 바라보며 짖는 모습에서 그 남자가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철민이었음을 직감한다. 그래서 그녀는 뛰어나간다. 이리저리 사람들 사이를 울먹이며 뛰어다던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어버린다. 그렇게 찾아 헤메이던 그가 자신 앞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알아보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듯이 말이다. 이후 그녀는 그가 갔을 만한 곳인 한 강가로 차를 돌린다. 그 강가는 그 둘의 시작을 알리던 장소였으며, 철민이 유일하게 되돌아갈 장소였다. 그 곳에서 정화는 철민과 재회하게 되고, 가슴저린 장면을이 펼쳐진다. 그리고 철민의 나지막한 '사랑한다'는 말과함께 극은 막을 내린다.
2. 비틀어서 다시 보기
'감독, 각본 송일곤' 임을 알려주는 영화 시작전에 못봤다면 아마도 나는 감수성이 충만한 새로운 감독의 발견에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다가온 정보로 인해서 난 어느 정도는 그의 스타일이 베어나는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Ending credit이 올라감과 동시에 처음 시작에 들었던 나의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통해서 그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분명하고도 쉽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대중성을 포괄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히 개인적인 주장을 늘어놓는 이유는 이 영화속에는 복잡한 복선도, 함축적인 메시지가 없는 대신 오직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와 장면, 그리고 음악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물론 장면 중간 중간에는 다음 상황을 암시하는 일종의 복선과도 같은 대사들이 등장하곤 한다. "나는 비오는 날이 싫어"라고 말하는 정화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비 오는 날과 관련된 상당한 에피소드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으며, 실제로 비 오는 날에 그녀의 가족과 그녀에게 비극이 일어난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통털어 생각해봐도 딱 이정도다. 나머지는 잘 짜여진 플롯에 의해 매끄럽게 전개가 되어지는 장면들일 뿐이다.
어쨌든 난 이 영화가 좋다. 막연하게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영화의 전반을 가득채운 빛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난 정화의 집을 가득채운 빛과 철민이 수녀에게서 머리띠를 받아들었던 병실을 가득채운 병실의 빛이 너무나 좋았다. 아무래도 그 빛들은 그 둘의 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도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사랑과 행복이라는 글자로 표현이 가능한 빛이었다. 물론 이 장면 이외에도 영화는 밝고 화사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된다. 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게된다. 나도 사랑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일 들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조금 영화를 비평하자면 후반이 조금 약하다. 철민이 사고를 당한이후부터 철민이 재활을 마치고 다시 그녀와 재활하기까지가 너무나 어색하다. 솔직한 느낌으로는 시간에 쫓겨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확 줄인듯한 느낌이다. 특히 정화를 만나기 위한 불굴의 의지로 재활을 이루어낸 철민의 이야기가 전혀 영화에 반영이 되어있지 못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경우에도 '설마 이게 끝인가?'하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결말이 어색하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용두사미 형태가 되어버린 영화이다.
3. 결말 - 아무래도 추천이다...
줄거리를 길게 쓰고, 비틀어 보기가 짧아진 이유는 아무래도 주관적으로 이 영화가 너무나 맘에 들어서 그런가보다. 그래서 결론도 아주 짧다.
이 가을에 한번 쯤은 꼭 봐야하는 절절한 영화, 그런 영화가 바로 "오직 그대만"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한번 쯤은 지난 사랑을 떠올리거나, 아니면 현재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첫댓글 개인적으로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글을 읽고 답글을 안달면 미안할 정도로 정성껏 써 주셨네요.
'사랑과 행복이라는 글자로 표현이 가능한 빛',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짐','나도 사랑받고 있구나'... 관성따라 삶의 조각들을 무심코 스쳐 보내다가 어느순간 잠시 엄추어서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그안에 먼지 쌓여 있던 가치들을 다시 들어 보게하는 그런 영화인것 같으네요. 좋은 감상편 잘 읽었습니다.
마치 짧은 영화칼럼을 보듯이 자세하게 써주셔서 잘 읽고 가게 됩니다 모르던 영화였는데 잘 알게되었고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편이랑 봤는데 나름 괜찮았어요. 가을이랑 딱 맞는 영화 같습니다.
소지섭님과 한효주 두 배우의 사랑이 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답니다^^
딱 가을에 어울리는 멜로 영화가 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영화이기도 하고, 음악이 계속 흘러 나오지요..감성은 풍부한 영화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끝 부분에서 우리를 울리는..많은 분들이 우시더군요. 감정을 해제 시키는 장치가 강력하더군요. 아쉽다면 영화의 거의 모든 분량을 책임지는 두 배우의 장편 뮤직비디오라는 느낌은.. 지우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충분히 볼 만한 강점을 가진 영화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저도 이영화보구 정말이지 마음이 너무 슬펐습니다. 그래도 해피엔딩이여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