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 무대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게스트하우스 OJ'는...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가며 힘에 부치거나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 속칭 '일탈'을 꿈꾼다. 일탈에도 여러가지 모양새가 있겠지만 평범한 이들이 꿈꾸는 가장 평범한 일탈은 대부분 여행이라는 말로 형태를 갖추곤 한다. 왜 하필이면 여행일까? 어느 노래처럼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한다던지, 신도림 역안에서 스트립쇼를 한다던지 하는 말 그대로 쇼킹한 것들도 많을텐데, 왜 하필이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도 내가 속하지 않은 곳, 한번도 속하지 않았던 곳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막연한 자유에 대한 동경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르기에 전혀 새로운 내가 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 그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일탈을 꿈꿀때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가장 쉬운 이유가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탈을 노래한 그 노래에서도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할일이 쌓였을때 훌쩍 여행을' 떠나라는 것이었다.
지구의 반대편, 모든 것이 낯설고 어쩌면 두려울지 모를 그곳.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이 아닌 곳에 갑자기 떨구어지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모를 두려움을 느낀다. 꼭 다른 나라가 아니라도, 말이 통하고 생긴것도 똑같은 한 나라 안에서 길 모르는 외딴 동네에만 가도 길을 잃을까 걱정하고 막연하게 공포를 느끼는 것이 사람이다. 하물며 말도 통하지 않고, 생긴것도 나와는 전혀 다른, 내가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만 같은 지구의 반대편이라면 어떨까? 길을 잃을까 걱정하는 차원을 넘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되지않을까? 그런 공포를 무릎쓰고라도 선택하게 되는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 그 여행에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으리라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알지 못하는 곳을 향하고 있다는 곳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한 어떤 것이 그들을 그곳으로 향하게 하고 있을지 모두가 다른 사연을 담고있지만 모두가 바라는 것은 같지 않았을까?
부에노스 아이레스, 낯설음의 그곳.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여러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게스트 하우스인 게스트하우스OJ에 모여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과거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한 옷을 갈아있는 과정이 펼쳐진다. 어느날 홀연히 사라진 연인을 찾아 무작정 떠나온 OK김, 막장에 표절드라마 작가라는 오명을 쓰고 세인들의 비난을 견디지 못해 떠나온 나작가,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지고 삶의 이유였던 사진에 대한 열정마저 되살리지 못해 좌절하는 원포토, 가족을 위해 끝없는 희생을 강요받음에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던 박벤처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아르헨티나의 풍경과 함께 나지막하게 흐른다. 자신들을 격렬한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고국에서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싶은 듯, 과거를 버리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게스트 하우스로 걸음한 사람들. 그리고 조금은 희안하니까지 한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 OJ여자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행동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갈곳을 잃은 듯 흔들리든 그들의 사연들은 잘 다지고 골라 평평한 땅으로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가 아닌 '버리고 찾아 채우는' 여행의 의미.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모든 이들이 낯설은 곳으로의 여행을 갈망하고 꿈꾸는 단 하나의 이유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이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나 역시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그곳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억눌렀던 과거를 버리는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나를 찾는, 어찌보면 단편적인 것들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것들을 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나를 찾아 넣는 두가지 것들을 모두 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이라고 말한다.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의 양자택일이 아닌, 버리고 비워낸 자리에 새로움을 가득채우는 것이 여행을 원했던 당신의 진정한 바람이라고 반문한다.
지구의 반대편이 아니라도..
책 속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먼곳으로 도망을 와도 그곳 역시 또 하나의 일상일 뿐이라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신기할 것이 하나도 없는 지루한 일상..이라고 말이다. 버리기 위해, 혹은 찾기 위해 어디로 도망을 가도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또 하나의 지루한 일상이라는 말은, 얼핏 어딜가나 다를바 없다는 체념섞인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본다. 어딜가나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일상인 그곳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버리고 찾길 원했다면 누군가는 내가 지겨워 하는 이 일상에서 다시 스스로를 버리고 찾으려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꼭 지구의 반대편이 아닐지라도 스스로를 버리고 다시 채워넣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바로 이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찾거나 혹은 버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일테니 말이다.
첫댓글 관심이 가는 책~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