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승용차 배기관 수리를 하느라 하루 까먹었습니다.
득의양양했었지요.
이딴 수리는 일도 아니여~~ 라면서요.
건방 떨 일 아닙니다.
아무리 재미있어하고 성취감이 대단하더라도
고장은 나지 않는 것이 최상입니다.
어제는 일하기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새벽에 가서 후다닥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사무실에 돌아와
컴 작업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거야 내 생각일 뿐이고.....
문제는 저의 건성건성 성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섰지만 위에 보이는 운전석 뒤바퀴가 저를 놀래키우게 됩니다.
하늘은 맑고 제 기분은 그 하늘을 넘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을 하고 12시 전에 돌아와서 아점을 먹을 요량으로 빈 속으로 나섰습니다.
집에서 출발 후 5분 후부터 차체에서 잡음이 났지만 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광주영광간 쭉뻗은 2차선 도로의 거침없는 유쾌함과
아침햇살의 상쾌한 느낌은
갑작스러운 우당탕 소리와 차앞을 가로질러 총알처럼 굴러가는 타이어를 보며 깨지게 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바로 옆을 지나가는 차량에는 벤츠도 있었고 아우디도 있었습니다.
때마침 출근시간과 맞물리는 때였거든요.
타이어는 제 트럭의 뒷바퀴에서 빠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바퀴 하나는 200여미터를 상방향으로 경사진 도로를 질주하여 도롯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췄습니다.
이 바퀴가 지나가는 외제차를 건드렸다면 ....
제 트럭 수십대 가격이 의미없이 휘발할 수도 있었거든요.
외제차 타는 이들....니들은 이런 경우.....민폐라구~~~~
광주지역은 예전부터 외제차 비율이 타지역보다 높았더랩니다.
그러고 보니...
제 후배놈이 옛날옛적에 포니 고물차를 타고 다니는 저에게...
'형님!! 사람들은 상대의 인격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타고 다니는 차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영업할 때는 좋은 차를 무리해서라도 구입해서 타고 다녀야 해요.'
이....싸가지....그러면 니 엄니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지 왜 포니 타는 내 돈을
빌려가서 ...
프린스를 타고 영업을 하던 후배는 영업을 어떻게 했는지 모른지만
행방불명이 되고....프린스 구입대금은 고스란히 포니타는 제가 부담하게 된 적도 있었지요.
제 삶의 팔할은 오지랖이었습니다.
그 오지랖의 처음은 창대하였지만 마지막은 언제나 초라하기만 했던 것으로.....
정상적인 뒷바퀴 모양입니다.
다섯개의 너트가 자동차 휠을 붙잡고 있지요?
제 차량의 뒷바퀴가 주행중 탈락하고 나서 찍은 실제 사진입니다.
다섯개의 너트도 볼트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상태로 거의 50미터를 달렸더라구요.
이런 일은 영화나 만화에서나 가능할 일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매우 흔한 일로 새겨 놓습니다.
탈락한 타이어를 차량의 100여미터 전방에 두어 사고차량임을 알리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에 빠집니다.
트럭에 쇄석이 800kg 정도 실려 있어서 보험사 견인은 불가능합니다.
트럭에 짐이 실려 있으면 견인자체를 거부하더라구요.
급한 마음에 평소 알고 지내는 카센터 사장에게 전화를 하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전화를 안받습니다.
현실자각.....현타가 옵니다.
이 위기의 시간에 제가 전화를 걸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겁니다.
잘못살았느니 인간성이 드러운 결과라느니 하는 상습적인 책임추궁은 안하기로 합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소중하니까요.
결국 부른다고 부른 것이 막내지지배....
위치를 알려주고 호출했는데 올 시간이 넘었다 싶어 전화를 해 보니
번개처럼 와서 주변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이....바보야~~~
카센터에 부품을 주문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막내 차로 이곳저곳을 들러
수리에 필요한 공구와 기구를 챙겼습니다.
타이어 휠은 볼트가 단단히 조여지지 않아 볼트구멍이 헤져서
휠을 교체해야 했습니다.
이 사건의 원인은 고정너트의 조임이 부실했던 것이었습니다.
작년 늦가을 쯤에 타이어를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니 타이어전문점 사장이 매우매우 미안해 하며
휠 교체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장비와 부품을 챙겨서 현장에 돌아오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2톤 잭을 사용해서 차를 들어 올리고 캡을 벗기니 헤드가 날아가 버린 볼트가 보입니다.
망치로 쳐서 머리없는 볼트를 제거하고 새 볼트로 갈아 끼웁니다.
캡을 씌우고 타이어를 장착하면 수리끝!!!
문제는 충격이었지만 해법은 간단합니다.
씽씽달리는 차들이 많아서 수리하는 것을 지켜 봐주겠다는 막내에게
위험하니 차안에서 꼼짝말고 있으라고 했더니
수리가 끝나고 막내 차 문을 여니 누워 자려고 폼 잡고 있습니다.
어딜~~~
의외로 작업이 일찍 끝나니 막내가 어이없어 합니다.
다시 행진할 준비완료!!!
바닥에 파손된 볼트가 처참합니다.
비용?
카센터에서 대리구매해준 볼트5개 값 5,000원만 들었습니다.
그것만???
아니지요.
우리 진격의 막내가 가만히 있지 않지요.
출동비 10만원!!!
장난으로라도 수리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께 배기관 수리해 놓고 재미있고 성취감있고....어쩌구 저쩌구.....
아뇨. 아무리 수리가 재미있어도 고장나면 스트레스입니다.
더 이상 수리는 노땡큐입니다.
.....하지만 얼른 생각해도 지금 손 봐야 할 꺼리가 한 두개가 아닙니다.
베트남을 놀러가겠다며 베트남어 교재를 빌려놨는데
언제 수리하고 언제 놀러가느냐구요~~~~
늦게야 현장에 도착해서 트럭에 실려있던 쇄석은 모두 길에 깔고
쫄쫄 굶은 상태에서 저녁 어스름과 함께 귀가했더랩니다.
수리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그러면 돼지고기 먹을 것 아껴서 뻔디기 먹고 돈모아!! 돈모아서 새차 사!!!
글이 길어졌네요. 앞으로는 짧게 쓰기로!!!
첫댓글
헉 ~ 깐 깐 빅샤인 님
어찌 그런 황당하고
위험한 상황이???ㅠㅠ
별일 없으셔서 천만다행 요
몇년간 쓸 행운을 어제 다쓴 것 같습니다
황당한 일을 당하셨네요 ㅠㅠ 그래도 기술이 좋으시니 그만하지 일반인은 엄두도 못내지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나마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라서 큰 사고는 면한 것 같고
함께 달리던 차량들이 바퀴 탈락을 보고 속도를 줄인 것이
2차사고를 줄인 원인같습니다.
말이 씨 되는거 맞아요
그래서 항상 부정적인 생각을 했다가도 언능~ 긍정적인 생각으로 돌려서 생각하고는 한답니다.
이제는 잘 달려주는 내차가 고맙다~~하시면 ㅎㅎ
수고 하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틀 연짱~~ 고장수리가.....
말이 씨가 됐나 보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