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를 보면 늘 그네들의 문화와 세계관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더 마더'. 이 작품 역시 여러 생각과 문제를 던져주는 작품인 것 같다.
자식 집에 노부부가 놀러왔는데, 남편이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홀로 남겨진 아내는, 즉 자식들의 엄마는 집에 혼자 있기를 거부하고,
런던에 있는 자녀들 집에 기거한다.
아들과 딸의 삶의 방식을 지켜보면서 엄마는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이혼한 딸의 애인을, 엄마는 거칠고 격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반대하지만,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결국 엄마와 딸이 한 남자를 공유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그 남자는 아들의 친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엄마는 진정 사랑에 몰입한다.
엄마는 자신이 낳은 딸을 사랑한다. 그 딸은 엄마에게 어릴적 부터 사랑을 제대로
받고 크지 못했다고, 그래서 지금 자신의 삶이 형편없다고 울부짖는다.
또 엄마는 자신이 사랑하는 딸이 사랑하고 있는, 원하고 있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역시 우리 문화나 정서엔 안 맞는 코드다.
하지만 '노팅힐'을 만든 '로저 미첼' 감독은 우리에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했을까.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부분은 딸이 이 사실을 알고, 엄마와 그 갈등을 풀어가는 지점이다.
엄마에게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엄마의 현실을 느끼게 한다.
엄마에 관심이 있는 엄마또래의 남자를 만나게 해 주지만, 이미 엄마는 딸의 애인에게
사랑이 빠진 상태라 다른 남자를 마음에 받아드릴 수 없다.
정신이 아닌 몸으로 느끼고, 몸으로 사랑을 하는 건, 결국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것인가.
늘 의문점이 드는 건, 외국 작품일 경우는 관심이 있다는 것이 곧 사랑을 느끼는 것이고,
그것은 그 사람과 함께 잠자고 싶다는 욕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만나자 마자
너무 쉽게 서로의 몸을 원하며, 금세 사랑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난 늘 이 지점에서
의문점이 잘 풀리지 않는다.ㅠㅠ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그 순간을 사랑한 것일까.
바로 그 현실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몸을 통해 사랑이란 판타지로 건너간 것은 아닐까.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과 소통하는 방법일까.
엄마는 딸의 남자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잃어버린 꿈과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판타지는 변하지 않는다.
정말 대단히 파격적인 작품이다. 일상적인 사랑의 금기를 깸으로써
우리에게 무엇을 묻고자 하는가.
인간에게 가장 본능적인 욕구인 사랑은, 나이가 들어서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
늘 갈망하는 것. 그리고 나이는 우리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하다는 것.
결국 죽는다는 것은,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을 때,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는 생각이
들 때 이미 영혼은 죽은 것이 아닐까.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허깨비처럼 사는 것이다.
바로 우리에게 가장 에너지를 주는 것은 사랑의 힘인 것 같다.
한평생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지 못한 채, 오로지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만 하다가
떠난 이 땅의 모든 엄마의 얼굴들이 떠오르는 것은, 영화 속 '더 마더'의 모습과 겹쳐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첫댓글 참.... 만만치 않은 영화인 것 같네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찾아 볼게요.
이 영화의 엔딩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결국 엄마는 딸의 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런던에서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죽은 남편과 함께 지낸 그 집요. 그 집에 홀로 남아, 빈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나요?
남편을 떠나보낸 '마더'는 글쎄요, 정신적으로 어느 한 부분 공황상태였을거라 짐작됩니다. 런던의 자식들 집을 찾지만, 아들도 딸도 각자 살기에 바쁘죠. 가족들 속에서 더 외로워지는 '마더'입니다.
그나마 그 '마더'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딸의 연인이었던 게죠. '마더'의 그림을 칭찬해 주고,
늙은 모습이지만 '마더'의 인간적인 매력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마더'의 과거 씬에서, 자식과 남편을 버리고 떠나려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욕망을 포기하고 가정을 지킨거죠. 남편의 죽음을 통해 이제까지 지켜온 혹은 버텨온 '마더' 내면의 억눌린 다양한 감정이 표출된 건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마더'는 결국 혼자 남게 됩니다. 글쎄요. 이 이야기의 본질은 '마더'와 '딸의 연인'과의 사랑이 아니라, '마더'가 홀로서기하는 그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준 건 아닐까 싶습니다. 꽤 오래 전에 본 영환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누구나 아주 강렬한 '에로스'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누구나, 누구나...
'마더' 내면의 그런 열정과 열망이 제대로 꽃 피지 못한 채... 훌쩍 늙어...어느 날 딸의 연인에게 그 감정이 투사된 거겠죠.
내 안의 것을 다 꺼내고 표현하며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군요. 영화가 더 보고 싶어지네요. 보고 답글 올려보겠습니다. 감사....
근데 이 영화 어케 봐요ㅠ ㅠ 도무지 어렵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