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노대통령과 검사들과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볼 시간이 충분히 있었지만 보지 않았습니다.
왜? 기분이 나빠서요. 그간 많은 대통령들이 취임때마다 나름대로
개혁인사를 여러 분야에 했습니다. 더러 부작용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추진력이 가장 막강할 때인 취임직후의 인사만큼 영향력이 크고 효과적
인 것은 없었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반발도 었지만 지금의 검사들처럼
아예 '원천 무효'로 해달라며 대통령과 직접 대화의 자리까지 마련해낸
경우는 없었습니다.
만약 이런 대화를 교육개혁을 앞둔 평교사들이나 행정개혁의 대상이
된 지방공무원 등이 구했다면 어찌 되었을 까요? 뭐 보나마나입니다.
'미쳤다'는 욕 안들으면 다행이었겠죠.
그런데 왜 이들 검사들만 특별대우를 해 주어야만 하는지, 저는
이 토론회의 성사자체가 정말 납득가지 않고 기분나빴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노대통령은 5년내내 계속 토론회만 열어야 하겠지요.
토론하다 볼 일 다 봐야 할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인터넷에 뜬 토론회 내용을 읽었습니다. 검사들의
질문이라는게 참 한숨이 나오더군요. 검사들의 의도란 건 뻔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티비에도 나온다는데 대통령을 몰아세워서
우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또 동시에 나도 멋있고 똑똑하게 보이게
해야하지 않겠어...'
처음부터 대톨령은 토론달인이니 그 재주믿고 우릴 몰아세우지 말라라
는 말이나 대통령 취임전에 당인사의 소송건에 대해 담당검사에게 전화
건 일을 끄집어내 청탁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정말 피고인들에게
윽박지르기가 버릇이 된 검사들의 습성이 그대로 나온 거 더군요.
국민이 선출한 공무원인 대통령보다는 시험 잘봐서 공무원 된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어서겠죠.
그러고 보면 이번 토론회를 있게 한 인사문제부터 더 나아가 우리
나라 검사들의 위상자체가 다 말이 안되는 난센스들입니다. 검사들의
주장인즉슨 검사인사는 검사자신들에게 즉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넘기라는 건데요. 이건 일면 합리적인 듯 하지만 사실 말도 안되는
논리입니다. 검사의 일은 법질서라는 잣대로 일반 국민들을 평가하고
심판대에 세우는 일입니다. 국민들의 안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을 하는 공적 임무지요. 그렇다면 그들에 대한 통제장치는 바로
국민들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기본적인 균형의 논리지요. 국회의원을
국민이 뽑고 그 국회가 고위직 공무원 임명에 동의나 승인으로
직간접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그래서 아닙니까? 검찰도 대통령이
인사를 하고 그걸 국회가 다시 동의하는 장치를 거치는 것은 헌법에도
나와 있는 기본원리입니다. 그런데 그런 '법'을 법의 수호자라는 검사들
이 스스로 깨고자 단체행동에 나섰습니다.
사실 이런 검사들의 안하무인을 낳게 하는 건 우리의 말도 안되는
검사임용제도 때문입니다. 세상에 순수하게 시험성적만으로 검사를
뽑는 나라가 어디있습니까? 대부분의 국가에선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이들 중 뛰어난 법적 자질이 있는 변호사들을 각 지역민들이나
공적 위원회가 검증해 선출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의 일부 국가만이 시험성적으로(일본도 시험성적외에 다른 평가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뽑고 있습니다. 단지 한번의 시험
을 잘 본 이들이 우리의 인생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요.
이들의 인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성격파탄자들도 능히 검사가
될 수 있지요. 실제로 저도 하숙해 봤던 신림동 고시촌에선 정말
성격이상자 고시생들 숱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만, 사법 시험이 이들의
성격을 문제시하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뽑힌 검사들, 정말 대한민국 최고의 특권집단입니다. 기자
들이 기사쓰면서 가장 신경많이 쓰는 기사는 바로 검찰에 대한 평가기삽
니다. 전에 대전법조비리사건등에서 보여졌듯 검사들은 기사의 잣구하나
하나까지 문제시하고 바로 소송을 걸어버립니다. 물론 기자들에게
실형이 내려지는 경우는 적죠. 하지만 검사들의 철저한 소송준비와
절차이행은 기자들은 계속 법정에 출두하도록 만듭니다. 결국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게 되니 손해는 기자들 몫이죠. 이러니 기자들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하면서 검찰에 대해 나쁜 기사를
쓸 수 없게 됩니다. 심지어 얼마전에 모 드라마에서 검사들을 비하하는
말이 나왔다고 피디가 소송당한 일도 있었죠.
여성장관의 취임과 관련해 겉가지로 하나더 말하지요.
특권집단 검사의 또 하나 증거는 바로 여성비율입니다. 얼마전 타계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부, 학력, 사회적 위상 등 각각의
사회자본의 차이로 위계질서를 만드는 현대사회의구조를 분석한 대가죠.
이분이 자신의 이론으로 사회를 분석하면서 몇가지 재밌고 단순한
사실들을 밝혀냈는데 그 중 하나는 각각의 직업사회의 위계를 결정하는
척도의 하나로 바로 여성의 비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1960년대
프랑스 대학의 각 학과에서 여성의 비율 증가가 그 학과 그리고 그
학과와 연계된 직업을 얼마나 대중화시켰는지 즉 그 직업의 위상을
하락시켰는지를 증명했죠.
이런 척도에서 보면 여검사 임용자체가 아직도 뉴스가 되는 현실은
막강 파워 검찰의 일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언론과 비교해
보십쇼. 얼마 전부터 시작된 언론의 위상약화는 사회의 민주화가
한 몫을 한 거지만 그와 동시에 정확히 여기자들의 진출이 늘어난 것과
시기를 같이한다는 것은 흥미롭죠. 이제 여기자는 충분히 많지만 여자가
검사되기는 아직도 힘듭니다.
사실 저는 이번의 검사들의 항명을 검사들 스스로 말하듯 정치독립을
위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차라리 검사들 스스로 솔직하게
'기수대로 선배들만 잘 모시면 적당히 일하다 나가도 변호사로 큰 돈
버는 우리 검사들에게 어찌 기수도 낮은 여자장관을 임명해서 우리의
특권의 근간 '기수'를 흔드는 만행을 저지릅니까?"하면서 데모를
하길 바랍니다. 그게 여러모로 정직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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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하철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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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유 게 시 판
노통과 검사들의 대화를 시청하지 않고서...
폴리미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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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09 17:4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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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요즘 자격조차 제한한다지요? 사법시험이 한 때는 가난한 고학생들이 단박에 상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언론사 채용이 더 서열화를 강요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동의 합니닷. 편집장님에게 한표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