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서 이 중추가 마약이나 술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음식 섭취, 성(sex) 행위 등을 유지하는데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다소 어렵겠지만 이 부위를 신경해부학적으로 살펴보자. ‘대뇌 보상회로(brain rewarding circuit)’ 또는 ‘쾌락 중추’라고 부르는 이 부위는 중뇌(midbrain)에 위치한 복측피개영역(VTA, ventral tegmental area)에서 전뇌(forebrain)부분의 내측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과 중격측좌핵(nucleus accumbens) 등으로 연결되는 신경회로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쾌락을 유발하는 자극이 알코올이든, 인터넷이든 상관없이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0명의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뇌를 기능사진(fMRI)으로 찍었을 때,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그리워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와 게임 중독자가 게임을 그리워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Ko et al, 2008). 또한 게임 중독이 아닌 일반 젊은 성인 19명에게 10일간 게임을 몰두하게 한 후에 게임의 일부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반응하는 뇌 부위와도 일치하였다(Han et al, 2011). 이들 연구 결과는 알코올 중독과 인터넷 중독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유사하다는 공통적인 결론을 보여준다.
중독이 되면 어떤 후유증이 있을까?
게임에 몰두하면 이해력이 저하되거나 배외측전두엽, 전대상피질과 기억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뇌 부위(해마방회)의 부피가 줄어든다. 쉽게 말해서 머리가 나빠진다. 곧, 성장이 정상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청소년 시기에 뭔가에 빠져서 이루어야 할 정상 발달은 이루지 못하고 게임이나 ‘야동’ 등에 집착하여 뇌의 특정구조에 과부하가 걸려서 결국 균형된 뇌 발달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임 중독이 되면 충동성 또는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지만 뇌만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학습과 폭력적인 게임 캐릭터의 흉내를 통해서 폭력성이 증가한다는 반론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
알코올이나 몇몇 마약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뇌 위축으로 인한 뇌의 전반적인 기능 저하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지만, 특히 기억력과 판단력이 나빠지며 심한 경우에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구별이 되지 않는 알코올에 의한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그림 1).
다양한 뇌의 실물 사진과 MRI 사진
정상뇌(사진 ②)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뇌 위축(사진 ①, ③)이 일어나며, 심한 경우에는 노인성 치매(사진 ④)와 동일한 뇌의 변화를 보인다.
이미지 목록
이미지 목록
③ 알코올에 의한 치매의 MRI 사진 | ④ 알츠하이머 병에 의한 치매의 MRI 사진 |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으로 중독을 이해해야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중독이나 행위중독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질병 모형인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질병 모형으로 중독을 이해해야 한다.
즉,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스트레스 등과 그것을 이겨내는 심리적 면역성의 약화, 그리고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독이 발생한다는 관점이다. 중독으로 인해 개인의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의 몸과 마음도 망가뜨리며, 결국 사회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그중독자에게 외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물질중독을 설명하고 교육하는데 있어서 그동안은 알코올 등의 물질에 의한 간질환, 심장질환 등 뇌 이외에 다른 장기의 생물학적 기능 이상에 대한 중요성이 줄곧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뇌에 대한 임상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여 물질이나 행위중독에 의한 뇌의 기능변화를 강조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눈부신 의학의 발전으로 심장, 폐, 신장, 간 등은 이식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되었지만, 아직도 신선한 뇌를 이식하거나 또는 생물학적으로 노화된 뇌를 젊게 만드는 치료는 먼 미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즉, 약물중독 또는 행위중독으로 인하여 한 개인의 뇌가 신체나이보다 더 늙거나, 손상된 뇌 기능을 제 나이 또래의 기능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 중독이 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것은 또한 이미 중독된 사람에게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독의 치료는 뇌의 기능과 구조 변화를 고려하는 생물학적 접근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