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즐겨 듣는 생활을 하다보면 아쉬움이 앙금처럼 남아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원하는 음악을 원하는 크기로 듣지 못하고 늘 주위를 의식해 가면서 훔쳐 듣듯이 가슴을 졸이면서 볼륨을 조작하곤 한다.
소리의 크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내가 듣고 싶은 크기가 아니라 이웃에서 불평하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듣다보니 이것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스트레스는 들려오는 소리가 맑고 깨끗하며 깊이가 있는 소리가 되어주기를 바라는데 어느 한 구석이 영 개운치 않게 까칠하기도 하고 다른 데서는 들리던 부분이 내 시스템에서는 영 나와 주지도 않고. 내 것보다 못한 시스템도 그럴싸한 소리를 내어주는 것 같은데 내 시스템은 영 신통치가 않고, 이래저래 즐기려고 시작한 오디오가 공연히 마음고생에 스트레스만 안겨 주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면 새로운 기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관심은 어느덧 욕심으로 변하고 결국에는 욕망으로 변화한다. 이때를 맞추어 시장에는 새로운 기기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누구는 무엇을 들여 놓았더라, 어떤 것은 소리가 기가 막히다 등등의 소문이 귀를 자극하게 되면 이제 이성은 판단력을 상실해 버리고 머릿속은 시스템을 교체해야만 하는 이유들을 하나하나 뽑아서 나열하게 되고. 식구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기계들을 바꾸어 버릴 거삿날을 잡아 실행해 버리고 만다. 그러나 제 딴에는 아무도 눈치 못 챌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기존의 시스템의 소리에서 불만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부터 안식구는 눈치 채고 있으면서 언제 시스템이 바뀌는지 주의 깊게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한다는 교환 작전이 들통나고, 구차한 변명과 다짐을 번복하고 나서야 변화의 바람을 맞느라 조용히 새로운 시스템을 즐길 겨를이 없이 흥분되었던 상황이 가라앉고, 시스템의 소리가 차분해지기 시작하면 전체의 윤곽이 눈에 들어오고 바람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세세한 구석의 디테일이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
새로 바뀐 시스템의 소리가 처음에는 신선한 충격으로도 들리다가 어느덧 시간이 흐르면서 개운치 않은 구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럴라 치면 처음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이는 또 다른 불만으로 잉태되고, 또다시 새로운 시스템을 기웃거리게 되니 이렇게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오디오를 취미로 택한 나의 숙명이려니 하고 변화를 즐기면서 지내야지 하면서 마음을 추스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과연 지금의 나의 시스템이 이전에 나를 거쳐 지나갔던 다른 시스템보다 확실히 우위에 서있는 것일까 하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 수많은 기기들을 정말로 100%의 성능으로 들어 보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시스템 주변의 액세서리류 등에 관심을 쏟게 되기 마련이다. 커넥터라든지 전원 케이블류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케이블에 다는 필터나 방 안의 음향을 조정해 준다는 각종장치 기기 등을 지지해주는 받침대나 스파이크 등등 기발한 발상의 아이디어가 총망라된 별별 액세서리류 등을 섭렵하기 시작한다. 나 자신이 걸어온 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액세서리 중에 좀 심했던 것으로 생각나는 것은 스피커의 진동을 잡아주기 위해 만들었던 스피커 받침대였다. 지금도 갖고 있는 JBL의 L-200을 아파트의 안방에 설치해 듣고 있었는데 볼륨을 올리면 저음이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통에 늘 작은 소리로만 듣고 있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느라 고무 매트도 깔아보고, 카펫도 겹겹이 깔아보기도 하고, 대리석 바탕을 깔기도 했었는데,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고민을 하던 중 어떤 분이 일본 오디오 잡지에서 얻은 정보를 귀띔해 주셨다. 저음의 진동을 흡수하려면 자갈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그 예로 기찻길의 침목 밑에 두터운 자갈을 깔아 놓는다는 것이다. 기차가 지나가는 그 육중한 진동을 침목 밑의 자갈층이 효과적으로 흡수 분산하게 해 인근 마을에 진동이 전달되는 것을 최소화한다는 이론이다.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인 나는 그 길로 바우하우스의 권 사장님께 부탁해 스피커 받침을 주문했다.
바우하우스 권 사장님은 목수이기 전에 오디오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으신 터라 많은 동호인들과의 교류로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제작하셨던 분이다. 이분께 내 의도를 설명하고 제작을 부탁했더니 과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주 튼튼하게 스피커 받침을 제작해 주셨는데 문제는 이것이 너무나 무겁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65, 55, 20cm 정도의 크기에 자갈을 수납하기에 충분한 강도의 MDF 보드로 박스를 만들고, 아래에는 옮기기 쉬운 4개의 큼직한 고무바퀴까지 달았으니 무게가 90kg 이상이 나가는 괴물이 되고 말았다. 아파트 현관에서부터 장정 두 사람이 간신히 10층까지 옮겨 놓고는 그 위에 스피커를 세팅하는 일련의 작업을 마치고 나니 온몸은 마치 심한 운동을 하고 난 뒤처럼 노곤해졌다. 후일에 권 사장님을 만나서 모든 것이 다 만족인데 무지막지한 무게만큼은 힘에 부친다는 이야기를 하자 제작 과정의 어려움은 아무도 생각해 볼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것이다. 너무나 고생한 직원들이 다시는 그런 받침대 제작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 뒤로 권 사장님이 다시 그러한 베이스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여하튼 육중한 무게에 고무바퀴와 MDF 보드, 그리고 자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로 이루어진 스피커 베이스는 제대로 위력을 발휘해 그 뒤로 아래층에 사시는 분들께는 미안한 마음을 덜 수가 있었다. 이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구조의 주택에서는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다. 다른 이웃들에게의 피해도 문제이지만 함께하는 가족들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아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요즘엔 시청실을 꾸밀 때 실내 음향 조건을 고려해 구조 설계를 하고 마감 재질을 결정하는 것이 거의 필수 과정처럼 되어버렸다.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까 자연 이를 공급하는 업체도 늘어나게 마련이라, 오디오 잡지를 뒤적여 보면 음향 설계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이러한 업체를 잘 활용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막상 이들과의 상담을 진행하려면 우선 자신이 음향에 대한 기초 지식을 확보하고 있어야 원만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상담의 문을 두드리면 우선 질문이 쏟아져 들어온다. 방의 크기, 위치, 주 소음원의 방향, 건물의 재질, 원하는 차음정도, 감상시의 음압등등이 복잡하게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결국 급한 성질대로 결론을 요구하면 시공업체야 보수적인 기준으로 견적을 내야 하니까 평당 얼마 하는 추상적인 가격 견적만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니 가격은 예산을 초과하기 일쑤이고, 결국 시청실 꾸미기를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러나 조금의 배경 지식만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효과적인 시청실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의 기대치를 허용 예산의 범위에 맞추어서 결과를 얻으려면 한 단위의 투자가 어떠한 결과로 나올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니 말이다.
음향 조절을 위한 기초 지식
시청실의 음향을 조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로는 차음, 흡음, 반사, 주파수 대역 간의 균형, 그리고 잔향 등이 있다.
◆ 차음
음악을 들을 때 음악 신호 외에 밖에서 잡음이 들어온다면 정확한 소리의 감상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시청실에서 듣는 음악소리가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간다면 이 또한 좋은 감상 환경은 아니다. 그래서 음향 설계를 할 때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차음이다. 그 이후의 것들은 이 차음의 조건이 선행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공기를 통해 전달되지만 공기 외에도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주택 외부의 차량의 소음이나 공중을 나는 비행기의 소음. 또는 많은 군중들의 소음 등은 공기를 통해 전달되지만 집 근처를 지나는 지하철의 통과 음이나 육중한 무게의 화물차량이 통과할 때의 진동 또는 건설 현장에서의 소음 등은 지반을 통해 주택의 골조를 진동시키고, 이는 그대로 실내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러한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건축의 기술이 필요하다. 건축 전에 이 같은 내용을 고려해 설계하고 건축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면 결국은 주어진 상태에서 최선책을 찾는 쪽으로 결정되기 마련인데, 이 경우에도 주위의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주거 환경으로도 적합한 것이 되니 가능하면 조용한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도저도 다 못하고 최악의 상황이라면 차음을 위한 시공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다.
소리가 한 물체를 통과할 때의 경로를 간단히 그려보면 [그림1]과 같은 모양이 된다. 공기를 통해서 전달된 음파는 물체 표면에 도달하게 되면 일부는 다시 공기 중으로 반사되고 일부는 물체에 흡수되어 열에너지로 변하고, 그 나머지는 물체를 통과한 후에 다시 공기 중으로 방사된다.
한 물체를 통과하는 소리의 차단 정도는 감쇄되는 음압의 수치로 표시한다. 이 수치를 신호의 투과손실 TL(transmission loss)이라고 한다면 이 감쇄되는 정도는 데시벨의 단위로 아래와 같은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TL = 14.5logM +23
TL: 투과손실(dB)
M: 차단물질의 단위 면적당무게(lbs/ft²)
글 중에 이런 수식만 나오면 골치 아파 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이 수식은 너무나 간단한 것이다. 소리를 차단하는 정도는 그 차단하고자 사용하는 물체의 무게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거운 물체를 사용할수록 소리의 차단 효과가 큰 것이다. 수식이 복잡해 보이는 것은 우리가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수치인 데시벨의 수치로 얻고자 함인데 일반적으로 건축에 사용되는 물질의 단위 면적당의 무게는 그 수치가 공개되어 있으니 이 수식에 대입하면 차음되는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표를 활용해 재료에 따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차음 효과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4인치 두께의 콘크리트 벽의 표면 밀도가 33lbs/ft²이니까 이 물체의 투과 손실 TL = 14.5 × log33 + 23 = 45 그러므로 45dB의 차음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음악 신호의 차음은 주파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큰 소리로 음악을 틀며 지나가는 자동차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정확한 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저음의 비트만 들리는 것을 경험한다. 차 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자동차의 문이나 유리를 통과할 때 고음은 투과하지 못하는 반면 저음은 잘 통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물체를 통과하는 소리의 투과손실은 주파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실험을 통해 얻어진 투과손실과 주파수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표시된다
TL = 14.5logMf - 16
앞서 보여준 식과 비슷하지만 주파수 f를 헤르츠(Hertz)로 표시한 수치를 대입해 각 물체의 투과손실을 계산할 수 있다. 각 물체의 표면 밀도 M은 상수여서 변화하지 않으니까 이 식으로 보았을 때 주파수가 높을수록 투과손실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실을 설계,
시공할 때 대부분의 노력이 저음역의 차단에 기울여지고 있다.
이 같은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구체적인 시청실의 차음을 고려한다면 우선 시청실에서 듣고자 하는 음악의 주파수 범위와 각 주파수 대역 간 음압의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수식에서도 알 수 있듯 듣고자 하는 주파수 범위가 결정되지 않고, 또한 음압 레벨의 크기도 결정하지 않고서 무조건 완벽한 차음을 요구하면 공사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같은 이론적 배경을 토대로 다음호부터는 구체적인 적용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방음이라햇 방이나 그러거 방음하는 건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