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포항.
바다의 도시 포항.
이름조차 바닷내음이 물씬나는 이 곳에는 실제로도 바다로 가득합니다.
'바다만 있을 것 같다'라는 오해를 사곤 하는 포항에도 사실 볼거리가 다양하고 풍부한 편입니다.
최근 몇년 사이 '북부 해수욕장'이라 불리던 곳이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개편되며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 영일대라는 누각이 생기고 근처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완만한 수역으로 인해 요트를 탈 수 있는 곳과
근처에는 맛집과 카페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섰죠.
포항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가본다는 영일대 누각은
이 곳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 오르면 동해 바다의 시원함을 한눈에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영일대 해수욕장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꽃이 식재된 곳이 있는데요,
바로 영일대 장미원 입니다.
포항이란 도시를 상징하는 꽃은 바로 '장미'로
계절 5월을 넘어서면 포항 곳곳에 식재된 장미를 볼 수 있는데요,
이 곳 영일대 장미원은 탁 트인 바다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함을 갖고 있어
관광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영일대 장미원은 2017년 5월에 조성되어 면적 4,200제곱미터로 제법 크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수량은 5,400그루, 루지메이양 외 38종의 다양한 품종의 장미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비단 장미만 식재된 것이 아니라 중앙광장과 장미터널, 장미 꽃탑과 장미로 이루어진 포토존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정말 한눈에 봐도 풍성하죠? 장미는 5월에서 6월까지만 풍성하다고는 하지만
이 곳에는 여름이 한창인 7월 말과 8월 초에도 그 풍성함을 잃지 않고 있었어요.
그만큼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뜻 같습니다.
저는 오늘 시어머니와 함께 이 곳을 거닐어보기로 합니다.
시어머니께서는 포항에 살고 계셔서
무료한 여름철을 함께 보내고자 휴가때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무척 무더워 좀 힘드실것 같았지만
그래도 표정은 밝아보이셔서 다행이었어요.
무뚝뚝한 저는 시어머니의 팔짱을 낀다거나
손을 잡는다거나 하진 못합니다.
그래도 시어머니의 지금 모습을 아름다운 장미와 함께 남겨드리는 것.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애교라 생각하며
사진 촬영을 해드립니다.
시어머니도 싫지는 않은 눈치세요.
영일대 장미원은 대부분 관리가 잘 되어있는 편이지만
약간 병충해가 먹어가고 있는 것도 있어요.
이건 장미 품종 특성상 병충해 관리가 무척 까다로운 탓이라고 해요.
올해 비가 많이 와서 더 관리가 어렵다고 하는데
관리자들의 고심이 클 것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꽃은 필때도 아름답지만 지는 모습도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화려함이 사그라드는 모습은 또 그만큼의 의미가 있죠.
저의 시어머니도 한때 무척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예전 사진을 보고 있으면 놀랄만큼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어요.
물론 지금의 연세든 모습도 그만큼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습니다.
고고함과 우아함, 그리고 삶의 연륜이 스며든 온화한 표정들.
화려한 아름다움만이 아름다움은 아니겠지요.
시어머니와 걷는 장미원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온 사방에 장미가 무척 예쁘게 식재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꽤 많은 편으로 보였어요. 더운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걷고 있으니 장미향기가 코 끝에 닿습니다.
어떤 향수로도 흉내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장미의 향기.
고고하고도 신선한, 매혹적이면서도 신선한 향기들이
더위에 지친 저를 한껏 업! 시켜 줍니다.
자연의 매력은 이런것이죠.
비록 인공적으로 조성된 곳이지만 말이죠.
장미 향기 뿐만 아닙니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불어오는 동해 바다의 향기.
바다의 짭짤한 향기가 장미향과 더불어 납니다.
바다와 장미의 향기라. 참 묘하면서도 매력적이죠?
직접 맡아보시면 꽤나 어울린답니다.
영일대 장미원에는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입구부터 시작해서 길 사이사이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어요.
꽃을 배경으로도 찰칵,
장미를 양 옆으로 두고 길가 사이에서 찰칵.
비스듬하게 이어지는 길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찰칵.
또 비를 머금은 장미 그 자체를 한 컷 찰칵.
참 예쁘죠?
그리고 장미로 만들어진 꽃마차는 이 곳의 특별한 자랑이기도 합니다.
남녀노소 모두 이곳을 지나가다 말고
장미 마차에 서서 사진을 찍곤 합니다.
여기서 찍은 사진들은 전부 sns 등록 각이라고 해요.
시어머님과 이 곳에서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차마 말 걸지 못하고 어색하게 쭈뼛쭈뼛하다가 그냥 쓱- 스쳐 지나갑니다.
고부간의 관계란 이런걸까요?
그래도 저는 시어머님이 무척 좋습니다.
글쎄요, 이유가 있다면
어머님은 저를 늘 응원해 주신다는 것?
여성이란 기존 시각에 맞지 않는 자유로우면서도 정석에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 제가
어쩌면 싫으실 법도 한데
그 모습이 멋있다고 늘 응원해 주시거든요.
자신이 살았던 그때엔 그 것이 불가능 했음을
제게 강조하거나 강요하지도 않으신채
그저 응원의 눈으로 저를 바라봐 주시는 어머님의 견고하고 우아한 모습.
저는 시어머님의 그런 모습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나도 저런 어른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이야기가 삼천포로 샜네요.
하지만 그런 어머님의 모습에서 장미의 강하면서도 고고한 아름다움이 오버랩되기도 해서
'함께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제 시어머님의 고고하면서도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을 지닌
장미의 향기는 가을이 될때까지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추위에 강한 품종들은 겨울까지 살아남는다고 해요.
이 기간, 포항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바다를 보다 지치게 되면 '영일대 장미원'을 들러 보는건 어떨까요?
바닷내음과 함께 장미의 향기까지 더하는
푸른 바다색과 붉고 노란 장미의 색까지 덧칠하는
색다른 정취, 이 곳에서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