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태원 마렘마(Maremma) 벙개에 이어 모임을 가졌던 볼피노(Volpino) 후기입니다.
요즘 신사동 몽고네, 서래마울 도우룸과 함께 가장 핫한 파스타집이기도 한 김지운 쉐프의 신생업장입니다.
얼마전 수요미식회에서도 이준 쉐프의 '도우룸'과 김지운 쉐프의 첫 업소인 '쿠촐로'가 방송되기도 했지요.
수요미식회에서 다룬 또 다른 업소 '이태리재'는 몽고네에서 갈려나간 업소로, 범 그라노 계열이기도 하지요.
몽고네가 그라노의 DNA가 흐르고 더 일찍이 이태원 소르티노스의 스타일을 잇는 업소로서, 따지고 보면
몽고네 자체의 역사보다 긴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서, 볼피노를 비롯한 김지운 쉐프의 쿠촐로 계열 3총사
업소는 진짜 최근 1년 사이에 혜성같이 나타나서 정말 빠르게 자리잡은 이탈리언 음식점입니다.
도산공원 쎄시셀라 골목에 자리 잡은 볼피노. 예전 마크 제이콥스 플래그쉽 스토어가 자리잡고 있던 자리입니다.
정문은 저 빨간색 문이 있는 그랑씨엘쪽 골목인데, 차를 가지고 방문하면 반대쪽 문,
저 명판이 보이는 쪽에서 발렛을 맡기고 옆문으로 입장합니다.
오픈주방인데 전면만 오픈이 아니라, 주방 뒷편까지 유리로 오픈된 공간이라...
주방 위생 등에 엄청 자신있지 않으면 시도하기 힘들텐데... 주방의 패기와 열의를 볼 수 있는 부분...
약간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실내의 모습. 붉은색 가죽의자와 체리무늬 가구 등에 의해
시원하기 보다는 약간 고풍스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 리스토란테이지만 식탁보는 없습니다.
제일 편하고 넓은 자리는 벽쪽 쇼파석. 저희 맛동 일행도 예약이 빨라서 쇼파석에 앉았습니다.
다만, 이날 참석자분 중에서 마렘마에 비해서 소리가 좀 울리고, 웅성거리는 느낌 때문에 아늑한 감이
떨어진다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아마도 벽면 전체 4면이 유리/거울로 마감된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소리를 흡수할 수 있는 패브릭같은 소프트 마감재가 적어서 소리가 울리는 듯해요. 바닥도 카페트가 아니고.
메뉴판입니다. 아직 오픈한지 석달도 안되어 안정화된 메뉴는 아니지만, 김지운 쉐프의 업소가 원래부터
주기적으로 3~4주 정도면 메뉴의 일부분을 바꾸거나, 면을 교체하는 등 변화를 주는 곳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부분적인 개편은 계속 일어날 듯 합니다. 물론, 잘 팔리는 스테디 셀러는 제외하구요.
쿠촐로, 마렘마에 이어서 영어로만 적힌 메뉴판은 여전합니다 ㅎㅎ
우리 일행은 안티파스티 세 종류와 파스타 다섯가지를 시키되, 총 8명이 나누어 먹기에 볼피노의
파스타 양이 적기 때문에 같은 세트를 2개씩 시켰습니다. 한가지씩 여러개 더 시키면 다양하게는
먹을 수 있지만, 정말 맛뵈기용으로 한입씩 밖에는 못먹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하 사진에 나오는 모든 음식은 같은 종류를 2접시씩 시킨 것입니다.
주문후에 식전빵 대신 기본으로 나오는 아뮤즈부쉐 - '프로슈토'와 '그리시니'
프로슈토는 스페인 하몽과 비슷한 돼지 뒷다리를 염장건조한 이태리 전통 햄이구요 (사실 하몽의 원조격이지요)
짭짤한 프로슈토는 달콤한 멜론과 함께 먹기도 하고 피자에 토핑으로 얹어서 먹는 등 여러 용도로 먹는데,
사진처럼 간단히 그리시니나 빵에 곁들여 먹기도 하고, 이태리에서는 우측 사진처럼 그리시니에 루꼴라 등과
함께 둘둘 감아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시니 대신에 아스파라거스 구이에 감아먹기도 하구요.
그리시니는 지금은 이태리 어디서나 많이 먹지만, 예전에는 토리노를 비롯한 이태리 북서부 피에몬테 지역에서
많이 먹던 과자스러운 빵입니다.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로 눈 앞에 있으면 계속 먹게 된다는...
나폴레옹은 이태리 원정 후에 그리시니에 푹 빠져서, 파리로 계속 가져다가 먹엇다고도...
나폴레옹이 붙혀준 그리시니의 별명이 '토리노 (피에몬테의 주도)의 지팡이'...
치케띠 (Cicchetti)로 시킨 뽈뻬떼(Polpette) - ₩9,000 (2EA)
뽈뻬떼는 이태리식 고기완자 미트볼입니다. 치케띠는 이태리 북동부 베네토/베네치아 지방에서
'바깔리'라는 빠에서 안주처럼 먹는 일종의 스페인 타파스 스타일의 작은 요리들을 말하는 거구요.
뽈뻬데는 지금 우리가 미국식 이탈리언 파스타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트볼 스파게티의 원조격입니다.
이탈리아인들이 미국에 이민가서 이태리 음식으로 장사할 때, 장시간 뭉근하게 끓여야 하는 라구소스
파스타에 비해서 뽈뻬떼만 따로 만들어서 토마토 소스에 올려주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미트볼 스파게티가 탄생...
바로 이런 비주얼의 미트볼 스파게티가 뽈뻬떼의 미국화 ^^
볼피노의 뽈뻬떼는 소고기와 양고기 둘 중에 선택이 가능합니다. 사진 위쪽은 소고기, 아랫쪽은 양고기 완자.
양고기 완자는 속에 고트 치즈가 들어있어 양고기의 풍미를 더욱 돋구어 줍니다. 두가지 다 아주 맛있네요.
안티파스티의 첫번째 요리
Volpino Special Trippa Alla Fiorentina - ₩25,000
피렌체식 소 벌집양 요리 '트리파'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벌집양에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가 아주 잘어울려 맛있는 요리입니다.
독일이나 영국쪽에서는 소내장을 그리 많이 먹지는 않고, 먹더라도 갈아서 소시지로
먹거나 하는데, 이태리, 스페인쪽에서는 우리가 해장국/내장탕으로 많이 먹는 소위(양)도 많이 먹습니다.
이게 어쨌든 내장이기 때문에 손질에 귀찮아서인지, 국내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그리 많이 취급하지 않는
메뉴이기도 하고, 청담동 미 피아체 정도를 제외하면, 고정 메뉴로 들어가는 레스토랑들은 의외로 적어서,
그리 비싸지 않은 메뉴임에도 쉽게 먹기는 힘든 메뉴인데, 마침 메뉴에 있기에 주문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곳의 트리파가 국내에서 먹어본 트리파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습니다. 미 피아체 지못미...
Baccala Mantecato (Venetian Salt Dried Dried Cod) with Grilled Polenta - ₩23,000
베네치아산 염장대구 바깔라 만테카토와 구운 옥수수 폴렌타
이전의 마렘마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바깔라 만테카토는 대구를 소금에 절여서 말린 바깔라(Baccala)를
물에 담궈 해동하고, 소금끼를 빼서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뭉근히 익혀서 다져내는 이탈리아 베네토 지방
(베네치아 인근)의 전통요리입니다. 빵에 곁들이기도 하고, 옥수수 가루로 만든 폴렌타와도 많이 먹는 요리입니다.
베네치아로 여행 가시면, 바깔라 만테카토 요리는 꼭 드셔보시기를.. 볼피노 바깔라 역시 바삭한 폴렌타 토스트의
맛도 훌륭해서, 만테카토의 담백한 풍미와 더불어 이날 좋았다라고 하신 회원분 많았습니다.
* 우리의 황태나 대구포와 비슷한 식재료인데, 염장을 하기 때문에 풍미가 좀 다릅니다. 우리의 건대구와 같이,
염장하지 않고 그냥 말린 대구는 Stoccafisso(영어 Stockfish) 라고 따로 있는데, 이태리에선 스토카피소도
많이 먹고, 지역이나 음식점에 따라서는 바깔라와 스토카피소를 혼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토카피소를
바깔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는.. 물에 불리기 전에 방망이로 두드리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북어포나 황태를
두드리는 것과도 많이 흡사합니다. 이탈리아 뿐만이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남프랑스 등 지중해 연안국가
사람들에게는 바깔라, 바깔라우 요리는 일종의 소울푸드와 같다고 합니다. 종교개혁 이전의 엄격했던 카톨릭
사회에서 육식을 금하거나 자제해야 하는 금요일이나 금욕절 기간 등에 고기 대신 생선을 먹던 전통과 함께
서민들에게 바깔라 요리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고, 지금도 사랑받는 식재료라고 하지요.
Semolina Chitarra with Mackerel - ₩29,000
세몰리나 키타라 생면으로 만든 고등어 파스타
'키타라'는 이태리말로 기타입니다. 계란이 들어가는 에그 파스타의 일종으로 이태리 아부르초 지방의
특산물인데요. 파스타를 틀에 압출하거나 칼로 자르지 않고 기타와 비슷한 '키타라'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면을 잘라낸 면을 말합니다. 면의 굵기는 흔히 스파게티나 링귀니와 비슷한데, 도구에 따라 좀 더 넓게
잘리기도 합니다. 이태리 발음으로 분명 '키타라'인데, 서빙 보는 직원분이 자꾸 '치타라'라고 영어식
발음을 해서... 몇몇 블로거들도 치타라로 쓰는 현상이...ㅡㅡ,,
십여년전 즈음에 대치동 그란구스또가 대히트시킨 고등어 파스타입니다.
외국에서는 고등어 외에, 우리의 대멸이나 정어리 비슷한 엔쵸비로도 많이 만들어 먹는 파스타이지요.
서울에선 그라노나 몽고네에서 잠깐씩 시즌 메뉴로 만들거나 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꾸준히 고등어 파스타를 즐길 수 있는 수준급 파스타집이 그란구스또 정도를 제외하면 적었는데요.
전 이날부터 고등어 파스타의 1인자가 그란구스또에서 볼피노 김지운 쉐프로 바뀌었습니다.
짭조름한 바닷내음 그윽하면서도, 오일소스와 완벽한 발란스, 비리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거기에 대개는 건면을 사용하는데, 생면으로 사용한 키타라면은 (플라워가 아닌 세몰리나로 만들어서
인지) 생면인 듯, 건면인 듯 알덴테의 느낌도 살리면서 너무 맛있게 먹은 고등어 파스타였습니다.
키타라 면을 뽑는 도구입니다. 키타라 파스타를 주문하면, 서버분이 가져오셔서 저렇게 보여줍니다.
Tagliatelle with Ragu Bolognese with Bone Marrow - ₩29,000
본 메로우(소골수)를 곁들인 볼로네즈 라구소스 딸리아뗄레
미트소스의 대명사 볼로냐식 라구소스를 곁들인 딸리아뗄레 생면 파스타입니다.
마렘마의 양고기 라구소스도 굉장히 풍미 짙으면서도 좋았는데, 소고기 라구도 역시 엄지 척 !
그냥 라구소스로만 먹어도 맛있는데...이렇게 소골수와 같이 서브됩니다. 몇년 전부터 뉴욕이나 파리 등의
파인 다이닝계에서 본 메로우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음식 스타일이 깔끔하면서도 퓨전쪽의 성향보다는
클래식한 레시피에 가까운 김지운 쉐프 레스토랑에서 이런 트랜디한 아이템을 만날 줄이야..ㅎ
이렇게 소골수를 싹싹 긁어넣고, 서버분께서 슥슥 비벼 주십니다.
일행중에 고기의 잡내에 비위가 약한 분이 계서서 우리 테이블은 섞기 전에 그냥 라구소스로 먼저 비비고,
한 젓가락 덜은 후에 비볐는데요. 나중에 두가지 다 먹어본 회원분의 평가는 잡내 없이 고소함과
풍미만 올려준 것 같다고, 그냥 처음부터 본 메로우 섞인 것을 먹었어도 될 것 같다고 평가...
Tajarin with Asparagus & Toma Piemontese Cheese - ₩26,000
아스파라거스와 피에몬테산 토마치즈로 만든 타자린(영어-타야린)
타자린은 이태리 북서부 피에몬테 지방 (토리노 인근 지방) 에서 많이 먹는 생면 파스타인데요. 계란이 엄청나게
들어가서 굉장히 고소한 면입니다. 보통 타자린 반죽할 때, 밀가루 1kg에 계란노른자가 40 여개 이상 들어갑니다.
그래서 면에서 고소한 계란의 풍미가 나구요. 홍콩식 에그누들과 풍미와 식감이 약간은 유사할 정도로...
타자린은 피에몬테 특산의 알바産 화이트 트러플 버섯을 즐길 때 같이 먹는 대표적인 파스타이기도 합니다.
타자린 콘 타르투포 비안코 (Tajarin con Tartufo Bianco) 라고 해서 버터와 치즈로 볶은 타자린 면위에
화이트 트러플을 썰어서 먹는 진짜 고급 파스타요리. 화이트 트러플이 블랙 트러플보다 생산량도 적고 비싸서 ㅎㅎ
그러고 보니, 타자린을 비롯해서 볼피노의 이번달 메뉴에는 이태리 북서부 피에몬테 지방의 요리가 많이 있네요.
이날 시키지는 않았지만, 안티파스티에 있는 바냐 카우다도 피에몬테 요리이고, 파스타 중에 피에몬테식
파스타가 메뉴에 두가지나 있어서... 아, 스타터로 먹은 그리시니도 피에몬테 지방이 원조입니다.
Uni Pasta with Housemade Bottarga - ₩33,000
성게알, 어란 파스타 (스파게티 건면)
바닷내음 물씬 나는 성게알과 보타르가 (어란) 스파게티입니다. 어란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숭어알로 만드는데요.
이태리 보타르가는 주로 참치알로 만듭니다. 파스타에서 Spagetti con Bottarga 처럼 면 이름 뒤에 ~con Bottarga가
붙으면 어란 파스타입니다. 이태리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르데니아섬의 특산요리 이기도 하구요.
사르데니아가 역사적으로 이태리의 본토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근세 이태리 통일시기에는 사르데니아를 병합한
사보이 공국이 결국 지금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이었기 때문인지, 지금은 이태리 본토에서도 많이 먹는 음식이...
이 것도 역시 서버분께서 능숙하게 비벼주십니다. 성게알이 고루 퍼져야 나누어 먹기에도 좋겠지요 ^^
비싼 성게알 한데 뭉쳐 한사람이 냉큼 다 먹어버리면 ㅎㅎㅎ
다 비빈 상태의 성게알/보타르가 스카게티입니다. 재료의 특성상 이태리에서도 좀 짠 음식에 속하는데,
이날 참가자분들 별다른 저항없이 다들 잘 드셔서 다행이었습니다 ㅎㅎ
성게알 파스타와 관련해서 요즘 성게알 파스타를 취급하는 파스타집이 많아졌는데요. 흔히 사람들이 부르기 쉽게
우니(성게알의 일본어) 파스타로 표기하는 곳이 더 많습니다. 성게의 이태리명이 리치 디 마레(Ricci di Mare)로
길어서 부르기 힘든 점이 이유가 아닐까 하는데요. 우니로 부르는통 에 성게알 파스타가 이태리 전통요리가 아닌
일종의 일식 퓨전요리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게알 파스타는 이태리에서도 먹어요.
이태리 남동부 (이탈리아 반도의 구두모양에서 뒷굽 발꿈치 부분의 풀리아주 '브린디시'나 '바리' 지방에서
예로부터 많이 먹는 파스타라는... 일부 어설픈 블로거들이 성게알 (물론 정확히는 성게의 생식소이지만 패스)
파스타를 우니 파스타라는 이름만으로 이태리 음식과 일식의 퓨전으로 보는 얼치기들도 생겨난다는....
Linguine Carbonara (The Roman Way !) - ₩27,000
정통 로마식 까르보나라 파스타 (링귀네 건면)
진짜 로마식 까르보나라입니다. 흥건한 크림소스가 거의 국처럼 질척이고, 베이컨이 난무하는
짝퉁 까르보나라가 아닌, 진짜 까르보나라는 사진처럼 오로지 치즈 (페꼬리노 로마노 치즈)와
구안찰레 (Guanciale ; 돼지뽈살 염장육), 후추, 계란 노른자로만 만들어진 것 입니다.
때로 이태리 현지에서도 구안찰레는 이태리식 베이컨인 판체타(Pancetta)로 대체되기도 하지만,
크림소스가 들어가는 건 까르보나라가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면서 생긴 듣보잡 레시피라는 점이지요.
구안찰레나 판체타는 커녕 베이컨으로 대체되고, 계란 노른자는 빠지고, 느끼한 크림으로만 범벅이 되는
엉터리 까르보나라는 정말... 물론 느끼한 거 좋아하는 미국에서 크림이 약간 첨가되는 방식으로 만든
까르보나라는 그래도 까르보나라의 모양새는 유지했지만, 이게 한국에서는 원형과는 완전히 멀어진
그냥 크림소스 파스타의 대명사가 까르보나라가 되어버린 현실이지요. 크림소스 파스타라고 표기하는 곳도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국물 흥건한데 까르보나라로 표기하는 저가형 업소들 많습니다.
볼피노의 까르보나라는 치즈도 저가형 치즈로 대체하지 않고, 제대로된 페꼬리노 치즈에
고기 역시 베이컨이 아닌 진짜 구안찰레를 넣어서 나옵니다. 구안찰레는 베이컨은 물론이고
같은 이태리식의 판체타와도 식감이 달라서, 훨씬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워요. 페꼬리노 치즈가 워낙
비싼 치즈이기 때문에 (구안찰레도 역시), 토핑이 심플한데도 가격은 싸지 않은 파스타라는...
볼피노의 디저트 세가지 다 먹어보자는 기므길님의 제안에 ㅎㅎ 하나씩 시킨 디저트...
첫번째는 이탈리아 디저트의 대표선수 티라미수 - ₩11,000
싸구려 크림치즈 섞지않고 제대로 마스카포네 치즈로 만들어서 풍미도 좋고, 아주 맛있는 티라미수 였습니다.
이태리식 푸딩의 대표 - 판나 코타 (Panna Cotta) - ₩7,000
판나 코타는 익힌 크림이라는 뜻으로 Panna=Creme, Cotta=Cooked 영어로 Cooked Creme.
크림에 설탕 넣고 끓인 후에 식혀서 바닐라향 넣고, 젤라틴으로 굳힌 푸딩입니다.
판나코타와 비슷한 디저트는 커스터드(Custard), 프렌치의 블랑망제 (Blancmange), 푸딩 (Pudding) 등이 있는데요.
크림을 굳혀서 만드는 방식은 같지만, 각각 굳히는 재료나 방법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판나 코타는 젤라틴으로
굳히지만, 다른 푸딩류는 전분을 넣어서 굳히는 등 세부 레시피가 약간씩은 다르다는...그에 따라 식감도 달라지구요.
바나나 토피 푸딩 - ₩11,000
토피(Toffee)는 설탕에 버터와 물 넣고 졸여서 카라멜라이즈한 것을 말하는데요.
얼핏 달지만 약간 임팩트없이 질척거릴 수 있는 바나나 푸딩의 밋밋한 맛을 토피가 딱 잡아줍니다.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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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볼피노에서의 거나한 런치를 마쳤습니다. 마렘마에서 정작 안티파스티를 다양하게 먹고
파스타를 많은 종류를 먹지 못했다는 회원분들 의견도 있고해서, 파스타만 5가지 시키고 하느라....
벙개모집시에 공지한 예산에서 조금 초과하게 되는 사태가...예산초과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2차 디저트에서 음료를 제외한 케익류를 벙주가 쏴드리는 것으로 하고 장소 이동했습니다 ^^
원래 예정이었던 디저트리가 1차에서 너무 많이 과식해서 코스로 나오는 디저트리는 부담스럽다는
의견, 그리고 디저트리의 협소한 좌석보다는 편안한 곳으로 가자는 의견에 인근의 프렌치 디저트
명소인 '기욤'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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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피노에서 워낙 많이 먹어서 2차에서는 가볍게 차와 마카롱 정도만 먹겠다고 하신 회원분들이지만...ㅎ
달다굴 디저트의 천국과도 같은 기욤의 마성에 굴복해서.....
기욤에서도 케익 종류 7가지와 티라미수 빙수까지 ㅎㅎㅎ 방금 배터진다고 하신 분들이....
에끌레어 망고 & 패션 후르츠 - ₩5,900
속에 패션후르츠 크림, 겉에 망고크림 글라사주
에끌레어 레몬 - ₩5,900
속에 레몬크림이 들어있고 위에는 머랭으로 장식
기욤의 시그너처 디저트인 '밀페이 로얄' - ₩12,100
기욤에서 홀케익을 제외한 단품 디저트 중에서 가장 비싼 디저트입니다. 기욤의 수석파티쉐를 맡고 있는
에릭 오세르 쉐프가 프랑스 에비앙 로열호텔의 수석 파티쉐로 있을 때, 에비앙에서 열린 G8 회담 만찬에
내놓았다는 디저트로, 이름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헌정하는 뜻으로 붙힌 밀페이 로얄...
밑에 비스퀴 조콩드 시트와 브라우니, 포요틴 사이에 헤이즐넛 크림과 산딸기 크림, 산딸기 쿨리가 발라져 있고
맨위에 초콜렛으로 덥혀진 디저트인데요. 단맛, 신맛, 쌉쌀한 맛 등이 어울려서 정말 근사한 맛을 내줍니다.
밀페이 프람보아즈 - ₩5,900 / 오페라 케익 - ₩7,700
라스베리 크림이 들어간 밀페이유와 이태리 티라미수만큼이나 유명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 '오페라'입니다.
파리 '달로와요'에서 시작된 오페라는 프랑스 디저트의 전설이라고 하는 르 노트르에 의해서 프랑스 디저트에서
커피,초콜렛류 케익 중에선 가장 유명한 케익이 되었는데요. 이것 역시 비스퀴 조콩드(조콩드는 아몬드) 시트에
커피가 들어간 버터크림 (에스프레소 크림), 가나슈를 반복해서 쌓아서 초콜렛 글라사주로 덮은 케익입니다.
전통적으로 제대로 만든 오페라 케익은 위의 사진처럼 금박지로 장식하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이구요.
오페라는 초콜렛/커피 케익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케익인데요. 기욤의 오페라 케익이 제 입맛엔 한국에서 최고.
그외 바로 인근의 '메종 드 조에' 도 오페라 잘 만들고, 홍대의 '르 쁘띠 푸"도 오페라 잘 만듭니다.
고급제과제빵 업소 중에서 쉐프님들이 일본 유학파가 아니면 대개는 오페라 케익이 메뉴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서초동 밀갸또도 오페라 맛있었던 기억이고...프렌치 디저트에서 오페라는 몽블랑만큼 대표메뉴...
여담으로 고급 제과점에 가보면, 일본유학파나 일본식 제과를 주로 배운 쉐프의 업소에는 시폰케익이나
제누와즈에 생크림 바른 케익, 롤케익, 치즈케익 등이 많구요. 빵도 팥 들어간 빵같은게 많은...
바게뜨도 있지만, 일본식 업소들은 식빵류가 더 많다는..
프랑스 유학파 쉐프업소에는 빵은 크로와상이나 뱅오쇼콜라 같은 종류가 많고, 달다굴은 오페라케익이나
밀페이유 케익, 마카롱과 에끌레어, 까눌레 등이 많습니다 ^^ 식빵보다는 브리오슈나 깡파뉴 등이 많지요.
사랑밥님이 쏘신 티라미수 빙수 - ₩20,000
우유얼음이 정말 실크처럼 부드러운 빙수입니다. 입자가 딱딱하지도 않고, 텁텁하게 가루형태도 아니고...
마스카포네 치즈와 어우러져서 아주 근사한 맛을 내주는 빙수. 기욤 티라미수 빙수도 스테디셀러 메뉴입니다.
빙수에 팥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따로 준비해주는 팥.
조금 늦게 도착하신 나나님을 위해 추가한 케익 '악시리앙' - ₩9,900
속에 캬라멜 무스가 들어있고, 망고 & 패션 후르츠 크림으로 감싼 갸또...맛도 굿...
콩땡포렝 - ₩9,900
산딸기잼과 다크 초콜렛 무스가 켜켜이 쌓여있는 케익입니다. 다들 너무 급하셔서 ㅎㅎ 사진 찍기 전에 해체....ㅎㅎ
잼과 초콜렛이 겹쳐있어 얼핏 자허 토르테 같은 느낌도 나지만, 산딸기잼의 산뜻한 맛이 좀 더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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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볼피노와 기욤에서의 긴 오후가 끝났습니다 ^^.
볼피노에서 정말 많이 먹어서 디저트 들어갈 배가 없을 줄 알았지만 ㅎㅎ
맛있는 파스타와 디저트 먹고, 기욤에서 장장 3시간 넘는 시간을 수다 떨며
즐거운 오후를 보냈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와우~ 컬럽 오브 더 위큽니다 ^^*
항상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날 정말 너무 잘먹었어요 볼피노에서는 파스타 포함 이탈리안 가정식 코스처럼 먹었네요 파스타 면들이 계란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고소하면서도 쫄깃하고 식감도 좋아서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파스타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맛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네요. 벙주님 덕분에 기욤에서 디저트를 종류별로 먹었던 것도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주최하시고 후기 쓰시느라 애쓰셨습니다.
계란이 반 넘게 들어가는 타자린(Tajarin)면 말고도 생면에는 계란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키타라(Chitarra) 면도 계란이 들어가고...이날 먹은 진짜 오리지널 까르보나라도 계란노른자를 넣고 비볐으니,
계란의 고소한 풍미가 많이 났을 겁니다 ^^ 전 오랜기간 몽고네 팬이었는데, 솔직히 요즘 쿠촐로파가 너무 강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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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피노는 오히려 너무 캐쥬얼하게 영업해서 (품목단가가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청담동 한복판에서 수지가 맞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습니다. 대개 고급업소들은 식사메뉴보다 와인리스트를 먼저 들이미는 등. 손님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는데, 그런 것도 없고 ㅎㅎ 주문시 와인 주문하시겠습니까도 묻지 않는 마렘마,볼피노...여성고객이 압도적으로 많아, 그러면 테이블당 객단가에 한계가 있을텐데 ㅎㅎ 장사 잘되서 순식간에 3호점낸 가게에 대한 되도않는 걱정이려나요 ㅎㅎ 워낙 맛이 좋아서 인기의 거품이 금방 빠지지는 않을만한 진짜 수준급의 파스타 맛집입니다.
기욤은 뭐랄까 빵부터 디저트까지 두루두루 잘하는데다가, 요즘 윈도우 베이커리 열풍속에 생기는 많은 디저트 명소들이 소자본 창업에 의해서인지, 매장에 앉을 공간이 전혀 없거나 작은 것에 반해서, 최고 수준급의 디저트와 함께 널직한 공간이 있어서 (거기다 발렛주차까지..ㅎㅎ) 모임에는 이보다 더 편한 곳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경리단길 에끌레어 가루하루, 서초동 밀갸또, 청담 메종 드조에, 서래마을 메종엠오 등도 디저트는 너무 좋은데, 테이블도 적고, 주차도 지원이 안되고...수준급 디저트와 공간문제가 둘 다 해결되는 곳은 이곳 기욤과 서촌 아스타르테, 홍대 쁘띠 푸 정도....그나마 발렛은 기욤만 되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