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발리에서 빼놓으면 안되는 것은 마사지일 것이다.
스파까지 겸한다면야 더욱 좋겠지만,
그럴만한 처지가 못된다면 저렴하고 효과만점인 마사지만큼은 결코 빼먹지 말아야할 코스다.
사실, 아직 공정여행이나 책임여행에 대한 이해가 신실하지 못한 탓에
마사지 해주는 분들의 노동대비 임금까지 계산할 엄두는 낼 수 없었다.
그냥 너무 저렴하고, 서울에서 받아본 몇 차례의 마사지에 비해 손색이 없어서 좋은 거다.
가끔 친구 녀석은, 마사지를 받으려고 하면 어쩐지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맘이 들어 안절부절 못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게 참 다르다.
마사지를 받을 때면 매번 천국에 가는 기분이 드는 거다.
(사실 넉넉하지 못한 탓에 부러 시간과 비용을 들이기는 쉽지 않다)
일주일이 조금 모자란 기간 동안 하루 평균 두 곳 정도의 마사지 샵을 들렀다.
발만 받은 적도 있고,
어깨만 받거나 반 누드(정확히는 95% 누드)로 전신을 받은 적도 있다.
남자마사지사, 여자마사지사 분들 모두 골고루 경험했다.
유일하게 주의할 것은(간혹 로컬샵에 맡긴 가방에서 여권, 돈이 없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패스)
발리의 태양이 너무 뜨거운 탓에
가끔 낮에 너무 햇빛을 많이 쬔 날에는
마사지를 받을 때마다 피부에 무리가 가서 조금 힘이 들 수 있다는 점이다.
마사지 받고 있는데 피부가 따가워서 정신이 없으면 본전 생각이 간절하다.
마치, 살짝 딱지가 앉은 상처 위를 모래로 살살 문지르는 기분이랄까?
그 왜.. 엉덩이가 살짝 들썩거리는 찌리찌리함 같은 거?
더 좋은 마사지 샵을 찾기 위해 많은 정보를 수집할 필요도 없다.
그냥 검색엔진을 돌려가면서
세 네곳 정도 유명한 샵 주소와 이름을 메모해뒀다가
택시에 타서 말하면 그만.
워낙 쿠타지역 중심의 발리 시내가 좁은 탓에
유명 호텔에서 경영하는 고급 스파가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의 로컬 마사지샵들이 근거리에 있다.
(택시는 무조건 블루버드 택시. 발리에서 가장 정직한 택시다.
실제로 클럽에서 돌아오는 새벽, 블루버드로 착각하고 유사 택시를 타고 말았는데,
요금이 1.5배정도 더 나왔다.
사실 지역 경제를 생각하면, 그 금액이 크지 않으니까
영세한 택시영업자들을 위한다면 큰 의미에서 어떤 택시를 타는게 더 좋은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택시비 약간에 쉽게 흥분할 수 있는,
정직과 신뢰를 담보로 한 탑승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블루버드 택시를 타야한다)
또, 시내를 걷다보면 마사지 샵 영업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크게 위험부담이 없으니
작은 미니샵들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발리가 속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적으로 국민대비 이슬람교도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이다.
하지만 발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힌두교를 믿는다.
길을 걷다보면 정말 많은 집들과, 샵, 호텔, 바 들이 바로 앞 길거리에
음식을 내다놓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힌두교적 배경을 가진 아침공양을 집 밖에 내놓는 것이다.
정신을 다른데 팔고 걷다보면 가끔 밟고 지나갈 때도 있는 데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일견, 이 공양 음식들은 도로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발리에서 만난 해변과 사람들을 제외하고,
거리에 널부러진 공양 음식들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이런 이해는 힌두교와 맥이 닿아있는 내 불교적 배경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다 떠나서,
가난한 살림을 쪼게, 다시 신과 다른 존재에게 음식의 일부를 나눈다는 개념자체 만으로도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다.
이제 짧은 여행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해변을 떠나면 돌아가야 할 곳; 그래서 다시 시작하거나 변화해야하는 것들에게
더 마음이 갔다.
발리에서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일들도 많이 떠올랐다.
넋을 놓은 것처럼 멍하게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쫄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시간을 소비하던 자유도 그만하면 된 것 같다.
이유와 방법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심장은 다시 충전되고, 나는 돌아갈 준비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발리에서도 사진을 찍는 일은 순조롭지 않았던 것 같다.
일부러 피했다기 보다는 그게 참 힘들었다.
사진을 찍는 것과 시간을 즐기는 게 잘 되지 않는다.
내게 시간을 즐긴다는 건... 그게 어디든 뭔가를 생각하고, 각오하고, 꿈꾸고, 메모한다는 의미이다.
머리가 아주 많이 바빠진다는 것.
그리고 여행지의 시간을 즐기는 것과 사진을 찍는 일을 동시에 하기에는 나는 좀 모자란 뇌구조를 가진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집중이고 나쁘게 말하면 일종의 능력미달인 셈.
미치도록 그리운 순간이나
온전히 그 시간 내가 그곳에 있었던 때는 대부분 그래서 사진이 많지 않다.
발리에서의 사진도 고작 몇 장.
그리고 그 중 쓸만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
카메라가 귀찮아져서 잘 들고 다니지 않은 탓에
그 중 몇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화질이 좋을리 없다.
그러나 이 보잘 것 없는 사진들은 짧지만 압축되었던 휴식의 증거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고 싶었던 학교의 특별 교육 프로그램에 탈락하면서
몇 개월 간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실망감을 느꼈지만,
왜인지, 좀 더 그럴싸한 계획이 마련되어 있을 거 같다는 기대감의 힘을 빌려
완만하고 어렵지 않게, 그리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종교적인 배경도 한 몫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냥, 그것이 무엇이든 더 좋은 것, 더 멋지거나 더 쓸모있는 미래를 위해
돌아가는 길인 거다.
너무 교과서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천천히, 그러나 부단하게 가는 거다.
B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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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담백한 맛이 나는 이런 글 읽으면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안녕하세요. 거문고선녀님. 반갑습니다..ㅋㅋ
마사지~ 정말 좋지요!! 저도 마사지 안받으면여행 안한기분~^^
저도 요즘 몸이 정말 근질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