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은 1992년 10월 3일부터 1993년 5월 9일까지 총 64부작으로 방영했습니다. 방영내내 엄청난 인기와 화제를 모으며 시청률도 60%가 넘었죠. 종영뒤에도 사람들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드라마입니다. 작품성은 물론이며 드라마적 재미까지 뛰어났습니다. 특히 이 드라마가 보여준 문학적인 감수성은 최고입니다. 대강의 줄거리 본지가 오래되서 가물가물합니다. 정확할지 모르겠네요.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가난한 시골마을의 한 가정집에서 아이가 태어납니다. 또 딸이 태어났습니다. 안 그래도 딸만 줄줄이 낳고 있어 아들 날 때까지 힘을 써보는데 남편이나 아내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아 아들이 나옵니다. 다행이 이란성 쌍둥이였거죠. 화면은 드디어 아들 낳았다며 소리소리 치며 기뻐하는 모습과 옆방에 빽빽이 누워있는 4명의 딸들의 모습이 교차됩니다. 부부는 먼저 나온 여자아이의 이름은 '후남' 나중에 나온 남자아이의 이름은 '귀남'이라고 이름붙이죠. 이 집에서 딸로 태어나는 것은 당연스레 천대받는 위치인데 후남이는 다른 딸들보다 더욱 모진 구박을 당하며 성장합니다. 생일도 귀남이만 차려줍니다. 후남이는 귀남이 생일 기념 떡을 동네에 돌리고 귀남이 생일상에 올라갈 음식 만들어야 하죠. 같이 태어난 게 웬수라고 생각해봐도 단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당하는 차별은 억울하지만 달리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입학식 날도 귀남이는 업어서 데리고 가고 후남이는 멀찍이 떨어져서 오게 됩니다. 학비도 만날 밀려주면서 다른 언니들도 다 그랬다며 혼내기 일수죠.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들어간 후남이는 딱 한번 등록금 손 벌린 일을 제외하곤 전부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닙니다. 그것도 어머니는 못마땅하죠. 어머니는 고등학교 다니는 걸 허락해준 걸 온갖 집안 일을 맡깁니다. 딸이 1등해서 장학금 받는 것도 귀남이 앞길 막는 것 중 하나라며 기뻐하지도 않고요. 반면 귀남이는 아무것도 안하죠. 어머니에게 귀남이는 신같은 존재입니다. 귀남이만이 매일 아침 생계란을 먹을 수 있고 후남이는 방아찧고 빨래 널고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 걷는 등 상당이 많은 집안 일을 하는 반면 그는 마룻바닥에 누워서 '개떡'이나 해달라고 하죠. 어머니의 과잉보호로 귀남이는 자기만 알고 약해빠졌습니다. 그는 군대도 면제받습니다. 온갖 구박을 당하면서도 참으며 그럭저럭 버텨내고 있던 이 집안에 대형 사건이 터집니다. 대학입시날 몰래 시험치고 온 후남이는 대학에 붙은 반면 집안의 귀남이는 떨어진거에요. 어머니는 후남이가 귀남이 앞길을 막았다며 눈오는 날 마룻바닥으로 후남이를 끌고 와 사정없이 팹니다. 밤새 후남이의 울음소리는 그칠 줄 모르고 결국 대학은 못갑니다. 그리고 귀남이는 2차로 대학이 붙어 어머니가 시켜 후남이가 싸준 삶은 계란을 먹으며 서울 자취방으로 가죠. 후남은 대학도 못가고 펜팔친구인 미연에게 편지도 안쓰고 나날이 괴롭게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귀남이에게 보낼 돈이 없어졌다면서 어머니가 후남이를 의심하고 후남이는 그런 어머니가 질려 기가 찹니다. 결국 범인은 '빽바지'를 사기 위한 종말이 짓이었지만 때는 늦었죠. 도둑년 취급으로 정나미가 떨어진 후남이는 결국 가출을 합니다. 이제부터의 그녀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죠. 큰언니네, 재봉공장, 김밥장사, 공사판 식당, 출판사 직원 등 고생고생을 해가며 방송통신 대학도 졸업하고 결혼도 하고 성공을 거두는 반면 귀남이는 하는 일마다 쉽게 풀리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귀남이를 여전히 떠받들고 후남이는 천덕꾸러기입니다. 인물계보도와 출연배우 이후남 - 김희애가 주인공 이후남을 맡았습니다. [아들과 딸]에서 김희애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김희애는 드라마틱한 연기가 장점인 배우인데 이 드라마에선 그걸 많이 자제하죠. 후남이가 처한 상황은 억눌려 있고 폐쇄적입니다. 종말이처럼 공부도 못하고 철딱서니나 없으면 오히려 낫죠. 후남이는 꿈도 많고 재능도 그에 따라줍니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선 꿈을 펼칠 수가 없었던 거죠. 친구 미연이네 집처럼 딸에 대한 편견이 없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으로 대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본인이 벌어서 대학간다는데도 귀남이 앞길을 막는다고 어머니는 노발대발이고 고생으로 인해 결핵까지 얻죠. 드라마 내내 후남이는 주눅들어 있고 눌려 있으며 꾹꾹 참고 있습니다. 그러다 몇번 감정이 폭발하는 씬이 있는데 여기서 김희애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후남이 캐릭터로 인해 김희애 특유의 드라마 강한 연기가 자제되는데 그로 인해 드라마 중간중간 후남이가 폭발하는 감정씬이 더욱 와닿습니다. 후남이의 절박한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건 누구나 느낄 수 있고 후남이를 응원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열리는 씬이 진솔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결핵약을 숨겨놓다가 어머니가 무슨 약이냐고 추긍할 때의 모습이나 귀남이와 싸우는 모습 같은 장면은 최고에요. 저는 후남이가 마냥 착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좋았어요. 후남이는 좀 도도할때가 있죠. 자존심도 세고요. 어머니에게 다른 딸들보다 더욱 미움받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다른 딸들은 현실에 수긍하며 사는데 반해 후남이는 똘똘하고 빈틈이 없어 보입니다. 극중 귀남이가 석호한테 이런 말을 하죠. "사람이 그래도 어딘가 헛점이 보여야 친근감이 드는 거 아니니? 어떨 때 보면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다니까. 정이 안가" 종말이나 권재희(극중 이름 기억 안남)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어머니에게 나름 살갑게 구는 반면 후남이는 전혀 그렇지도 않고 어머니가 마음에 안들면 꾹 입을 다물죠. 극중 정혜선이 차라리 종말이처럼 조잘거리기라도 하면 속이나 안터질텐데 입 꾹 다물고 눈 똑바로 뜨고 노려보는 게 마음에 안든다고 자주 그러잖아요. 어머니가 후남이를 미워했던 것은 어머니에게선 후남이에게 인간적인 느낌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결국엔 귀남이만 이뻐한 어머니의 탓이긴 하지만요. 혼자 김밥 팔러 다닐 때 잠깐 쉬다가 김밥 소쿠리 도둑 맞고 불량배한테 따귀맞는 씬과 김밥없이 초라하게 돌아와 부엌에서 김밥 자투리 부분을 먹다 목이 막혀 가슴을 치다 우는 장면은 뭉클해요. 결핵걸려서 콜록거릴 때 어찌나 불쌍하던지. 미연이에 비해 너무도 촌스럽게 하고 나온 극중 의상과 헤어가 정말 똘똘한 시골처녀같았죠. 이귀남 - 이란성 쌍둥이로 엄밀히 따지자면 후남이의 동생입니다. 최수종이 맡았죠. 최수종이 전문 배역이죠. 섬세하고 좀 짜증스럽고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착한 캐릭터. 7대 독자입니다. 귀남이도 남아선호사상의 피해자입니다. 귀남이를 무조건 탓할수만은 없어요. 후남이가 가엾긴 하지만 그건 귀남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의 과잉보호로 귀남이는 태어날때부터 자립심과 의지가 부족해집니다. 집안의 기대가 너무 커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지도 못하고요. 귀남이는 심성이 여리고 착하죠. 원래 하고 싶은 일은 수의사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버지가 애초부터 원하지도 않는 법대에 들어가 집안을 일으키길 바랐기 때문에 어절 수 없었던거죠. 이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겠어요? 원하지 분야를 파고드는 것도 힘든데 번번히 낙방하고 그런데도 집에선 땅팔고 빛지고 농사져서 학비를 보내주니 말이에요. 그리고 귀남이가 철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귀남이는 평생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후남이가 자기 때문에 고생한다는 것에 미안해하죠. 시골 부모님이 힘들게 돈벌어 보내주는 학비에 조금이나마 보템이 되기 위해 몰래 과외를 하기도 하고(그러나 얼마 안가 과외자리에서 해고당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사법고시에 패스하려고 코피흘려가며 공부합니다. 집안의 기대로 옴짝달싹을 못해요. 워낙 기대가 커서 과 동기로부터 학생시위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어도 별 수 없죠. 그때 그 친구에게 규태가 명대사 날립니다. "민주주의를 내세워 남의 인생을 강요하지마! 그건 독재보다 나쁜거라고!" 사법고시 1차만 붙고 2차부턴 계속 낙방하지만 귀남이가 멍청하거나 노력부족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애초에 귀남이가 관심있던 분야도 아니었고 또 귀남이가 후남이나 석호처럼 머리가 썩 좋은 게 아니었던 거쇼. 남들처럼 평범하게 태어난 건데 집안의 기대가 너무 컷으니 문제에요. 은행다니다 나중엔 다시 사법고시 준비합니다. 그러고 보면 귀남이도 불쌍해요. 한번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집안 눈치 보면서 부모님의 의견대로 따라야 하니까요. 마지막에 어머니가 그러죠. '아범은 한번도 내 말을 거역해본적이 없다'고. 한국에서 장남이나 독자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여자들이 후남이한테 몰입하는 것 만큼이나 귀남이한테도 감정이입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미연 - 후남이의 단짝 친구. 후남이의 인생에 도움을 엄청 많이 줍니다. 채시라가 맡았는데 정말 예쁘게 나왔어요. 보고 있으면 와! 하게 되요. 후남이와는 고등학교 때 팬팔로 만났습니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올드미스 이모와 셋이 살죠. 리더십이 강하고 발랄하며 귀남이와 애틋한 감정을 공유하지만 결국엔 이루어지지 못하죠. 성자때문이기도 하고 미연 집 분위기완 너무 다른 귀남이의 집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보수적인 귀남이에 반해 미연이는 개방적이고 열려있죠. 결정적으론 누누이 귀남이와 결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정혜선의 입김이 작용했고요. 고3때 술취한 이모와 엄마때문에 울적해진 미연은 사진으로 얼굴만 아는 후남이의 집을 찾아가죠. 거기서 귀남이를 알게 되고 딸때문에 다음날 시골로 찾아온 엄마와 이모는, 특히 엄마는 후질구레해 보이는 귀남이네 집 사정을 못마땅해합니다. 귀남이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미연네 어머니도 귀남이와 엮이는 걸 반대합니다. 미연이도 피해자입니다. 집안의 넉넉한 후원으로 알바한번 안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성장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집안에서나 그렇죠. 사회에선 미연이같이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를 곱게 보지 못합니다. 동갑인 귀남이의 이름을 '귀남아'부르는 것에 욕을 먹고 자취 말많은 처녀가 남학생 자취방에 놀러온다고 핀잔듣습니다. 사회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미연이 잘 맞지 않는거죠. 결국 미연은 사랑에도 실패하고 외국으로 유학가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작가는 사회 분위기와 어긋나는 미연 캐릭터로 만들어냄으로 또다른 여성상을 추구했던 것입니다. 어머니 - 정혜선이 완벽하게 이 역을 소화했습니다. 다른 배우가 했어도 이만큼 나왔을지 모르겠어요. 이런 시골 아줌마 역도 잘 소화하지만 미연 엄마로 나온 고두심처럼 세련되게 하고 나와도 잘 했을 것 같아요. 이전에 [산넘어 저쪽]이란 드라마에선 극중 둘째 딸로 나온 김희애를 귀남이처럼 편애하는 어머니 역을 했었는데 그거랑 비교해서 보니 남다르더군요. 후남이를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모는 못된 엄마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이 역할이 악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드라마엔 무조건 악한 인물은 나오지 않아요. 어머니만 해도 그렇죠. 귀남이를 무조건 편애하긴 하지만 아들 못낳으면 병신취급 당하는 분위기에서 기적같이 아들을 낳았으니 얼마나 감격스럽겠어요. 거기다 자기 말 잘 듣고 효성도 깊은 게 귀남이었으니까 더욱 예쁘기도 하겠죠. 남편은 무능력하고 딸들은 시집가면 그만이니 남는 것은 아들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편애를 한 것이기도 하고요. 귀남이 대학 등록금 마련하려고 필사적입니다. 낚시터 돌아다니며 매운탕도 끓이고 집이랑 연결된 구멍가게에서 물건 판 돈 모으고 해서 겨우 대학보내죠. 그런데 후남이에게 무조건 못되게 구는 것은 아니에요. 어찌됐든 쇠약한 후남이를 서울에서 시골로 데리고 와서 토종닭도 해먹이잖아요. 그리고 후남이 가출하고 나서 이런 말도 하죠. "그래도 고분고분했던 건 후남이밖에 없어. 에이구, 후남아 너 어디서 뭐하냐...아직도 에미를 원망하고 사는거냐?" 아버지 - 극중 이름 이만복. 허풍 심하고 무능력하고 끈기도 없습니다. 마누라만 고생해요. 처음엔 실속없이 나돌아치기만 하고 처음엔 이돈 저돈 꿔서 선거운동하지만 낙선하고 그 다음엔 이발소 했다가 나중엔 양조장 사업하는데 다 말아먹고 막판엔 다리까지 다치죠. 백일섭이 재미나게 역을 소화했어요. 이 드라마로 인기 많았죠. 이의정이랑 [소녀18세]란 영화에서 주인공 맡기도 하고요. 극중 틈만 나면 불렀던 '홍도야 우지마라'의 인기도 엄청나서 음반도 취입했습니다. 마누라가 지나치게 귀남이만 편애하고 후남이 미워하는 거에 면박주며 통쾌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후남이에게 꽤 잘해줘요.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지만요. 성자 - 오연수가 맡았습니다. 귀남이를 어려서부터 좋아했고 귀남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죠. 면박도 잘 주고요. 종말이랑 친구이고 귀남이하곤 한살 차이 납니다. 미연이랑 귀남이의 사이를 훼방놓고 귀남이와 친밀해지기 위해 종말이에게 맛있는 거 많이 사줘 귀남이의 행동반경을 알아내죠. 엄마랑 단 둘이 살고 배다른 오빠 3명이 나오는데 드라마에선 언급만 될 뿐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2년제 나와서 영양사 하다가 결국 귀남이와 결혼해 딸만 2명 낳죠. 결혼 전에 그렇게 사랑했던 귀남이건만 막상 결혼하니 생각보다 힘들죠. 귀남이 일이 쉽게 풀리지 않고 시어머니는 만만치 않은 존재고 시누이라고 있는 종말이는 얌체같이 본인 빨래도 안하려고 하죠. 거기다 딸만 낳았다고 구박받는 것도 억울합니다. 성자는 위에 오빠 2명이 있지만 딸이라고 편애받은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보통 주인공 남자 좋다고 따라다니는 캐릭터는 지나치게 푼수거나 아니면 악하게 묘사되는 반면 이 드라마의 성자는 그렇지 않아요. 평범하게 보여주죠. 적당히 똑똑하고 할 말 하고 학교에서 인기도 많고요. 또 정도 많아요. 후남이가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다 성자가 남몰래 돈을 꿔주었기 때문이죠. 이 드라마에서 성자는 딱 중간의 역이에요. 후남이처럼 보통 여자들보다 잘 난 것도 아니고 미연이처럼 자유분방하지도 않고 종말이처럼 푼수도 아니고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가 성자입니다. 성자 엄마 - 박혜숙이 맡았으며 죽은 남편의 후처입니다. 전처 소실인 아들 2명이 용돈보내주는 것과 계모임에서 얻는 이자같은 걸로 풍족하게 생활하는 여자입니다. 옛날시골집에 tv랑 전화기도 장만해놔서 서울로 대학다니는 귀남이의 소식을 자주 알려주죠. 입이 가볍고 초반부에 정혜선 남편으로 나오는 백일섭과 애틋한 감정을 공유하다 들통나기도 하죠. 귀남 엄마랑 이것 때문에 대판 싸웁니다. 귀남이 엄마가 부러워하는 여자. 할일도 없어서 만날 귀남이네 놀러가서 수다떨고 군것질 하는 거 되게 좋아합니다. 미연 엄마 - 고두심이 앙칼지고 도회적인 엄마 역을 맡았습니다. 미용실 원장인데 미스코리아 교육시켜서 유명해지도 하죠. 죽은 남편이 '노란 레인코트를 선물해준 일 때문에 비만 오면 우울해지죠. 이 드라마에서 수도없이 머리스타일이 바뀝니다. 귀남이네 집을 무시하고 미연이한텐 친구를 사귀어도 후남이같은 시골뜨기 사귀어서 인생에 도움을 안준다고 면박주죠. 미연이를 끔직하게 아끼며 딸 미스코리아 못내보내 안달이죠. 나중엔 성자도 꼬드깁니다. 종말이도 자기도 미스코리아 나가고 싶다고 하지만 웃으며 무시하죠. 속물캐릭터. 쌀쌀맞고 동생과 성격이 판이하지만 동생 없으면 못살 철없는 언니 캐릭터. 남은 형제는 다 미국 가있고 한국에 남은 게 선우은숙과 본인뿐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예쁘게 나와요. 이런 역 자주 맡아줬음 해요. 미연 이모 - 선우은숙이 맡았습니다. 극중 이름 '순미' 국문학과를 나왔지만 직업은 없고 가사일 돌보죠. 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여유가 많아요. 낙옆태우며 시로 읊고 낙옆냄새에 취하고요. 사랑하던 연인이 '빗속의 여인'레코드를 선물해준 일 때문에 비만 오면 우울해집니다. 독일로 유학간 애인이 변심한거죠. 사랑의 상처로 폐쇄적으로 변하지만 나중에 다시 첫사랑과 엮이고 좀 더 발랄해집니다. 그전에 규태가 짝사랑하고 서로 데이트 하기도 하지만 미연 이모는 규태를 미연이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대하진 않죠. 정이 많아요. 여리고요. 비오는 날 되면 클래식듣고 고상 꽤나 떨죠. 이 드라마에서 가장 무능력한 여자. 나중에 다시 만난 전 애인과 고두심네 집에서 같이 삽니다. 다시 만난 옛날 애인 이름이 '홍준표'로 출판계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죠. 후남이 일하는 출판사도 미연이가 소개해준 거고 미연이 통해서 다시 미연이모와 홍준표가 만나게 되고요. 이종말 - 푼수. 드라마의 활력소입니다. 곽진영이 맡았는데 신인치곤 잘 소화했어요. 혹시나 해서 또 낳은 게 여자아이라서 이젠 제발 그만! 해서 붙은 이름이 종말이었는데 자기 이름 되게 싫어합니다. 성자랑 친구고 중학교만 나왔지만 학력컴플렉스는 없고요. 그래도 군인이랑 펜팔할땐 이현아란 가명과 고등학교 졸업했다고 뻥을 치기는 하죠. 공부에 취미 없으며 식탐도 많고 샘도 많아서 후남이가 팬팔하자 덩달아 자기도 군인이랑 펜팔하기도 하고 다방 DJ랑 눈이 맞아 나중에 결혼까지 약족하죠. 꾀많고 게으르지만 정도 많고 붙임성도 있고 오빠,언니,친구들이 다 떠난 시골이 심심해 서울로 상경해 고두심 밑에서 미용기술 배웁니다. 하도 푼수같이 나와서 정말 덜 떨어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정도지만 재미있는 역입니다. 곽진영이 종말이 역에 갇혀서 배우로서 꽃을 못피운게 안타깝죠. 규태 - 체육과 다니는 귀남이 단짝 친구. 박세준이 맡았고요. 고등학교 때 나약한 귀남이 꼴사나워서 싸우는데 그때 귀남이의 고충을 알고 친해집니다. 넉살도 좋고 의리도 있고요. 처음에 후남이 좋아했다가 중간엔 미연이 이모 좋아하며 짝사랑만 하다가 나중엔 결혼해서 아이낳고 잘 삽니다. 이종숙 - 권재희가 맡았고 극중 4째 딸. 성자와 마찬가지로 딸만 2명 낳습니다. 눈물이 많고 정도 많고 좀 게으릅니다. 성자 엄마랑 잘 어울리죠. 집안 일 도우며 정에서 사는데 극중 정혜선이 딸을 4명 낳았는데 남은 딸들은 전혀 안나와요. 처음 후남이가 가출했을 때 큰언니가 한번 나오는데 그때를 제외하곤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언급도 안하죠. 김성찬 - 권재희 남편. 극중 이름 '상호' 장인어른인 백일섭과 찰떡궁합. 몸이 약하고 술 좋아하고 능력도 변변치 못하지만 아내가 둘째 딸 낳은 거에 크게 실망하진 않죠. 석호 - 한석규가 맡았죠. 15회부터 나옵니다. 이 드라마가 한석규의 출세작인데 그전엔 [여명의 눈동자]나 [우리들의 천국]같은 드라마에서 단역출연한 게 전부였죠. 도도한 법대성으로 귀남이와 친구로 나옵니다. 처음엔 되게 쌀쌀맞게 나옵니다. 미연이의 호감을 얻지만 미연이를 거절하고 후남이를 사랑하게 되 결국 결혼까지 합니다. 고두심이 엄청 안타까워 하죠. 처음부터 고정출연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는데 처음엔 냉정하게 나오고 대사도 거의 없죠. 거듭 출연하면서 오늘날의 커피cf이미지를 풍겼는데 이 드라마로 인기가 엄청났어요. 귀남이가 번번히 사법고시에 낙방하는 반명 석호는 승승장구하죠. 완벽하게 나옵니다. 준 - 종말이 애인. 다방 dj로 실속없는 남자입니다. 종말과 마찬가지로 이름 속이고 만나서 본명이 준은 아니에요. 윤철형이 맡았는데 초반 백일섭이 귀남이때문에 서울올라와 돌아다니는 장면에서 백일섭에게 담뱃불 좀 빌리자고 하는 '싸가지없는'청년으로 잠깐 나오기도 합니다. 나중에 종말이랑 무릎꿇고 빌고 빌어 겨우 결혼 승낙을 얻어냅니다. 박선영 - 극중 이름 옥자. 나오는 장면은 얼마 안돼요. 근데 워낙 강렬했죠. 후남이가 가출해서 처음 자리 잡은 직장이 재봉공장입니다. 박선영은 공장에서 맏언니 격으로 나옵니다. 거칠고 남자같은 성격으로 그 분위기가 되게 묘했죠. 후남이를 이뻐하며 잘해줍니다. 머릿결이 좋다며 쓰다듬고 자는 후남이 만지고 일요일에 영양보충시켜줄테니까 다른 애들한테 말하지 말고 따로 만나자고 하기도 하고요. 피곤에 찌든 후남이에게 적당히 하라고 휴지도 챙겨주고 식사대용으로 나온 라면도 칭겨서 덜어주기도 하죠. 레즈비언이라 할 수 있는데 드라마에선 암시만 줍니다. 작업반장이 후남이 불러내서 '옥자'조심하라고 경고도 하고 그래요. 작업반장이 계란반숙이나 사주면서 후남이 추근덕거리는 것도 막아주며 힘든 일 있으면 자기한테 말하라고 하죠. 그러나 같이 일하는 동료가 복통을 일으키고 후남이가 모아둔 돈은 반강제적으로 빌려간다음에 안줍니다. 박선영이 부담스러워 후남이는 공장을 떠나죠. 그래도 월급날 빌려간 돈 받으러 갔더니 일부는 주죠. 63회에서 애엄마 되서 대학교수된 후남이 만나는 장면으로 나와요. 몰라보게 변한 여성스런 모습으로. 김밥아줌마 - 극중 문씨 아주머니. 이 배우 이름 기억안나고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되게 아프셨다가 회복했다는데 이름은 모르겠네요. 공장에서 나오고 오갈데 없는 후남이를 거두어들여 같이 김밥장사하다가 나중엔 공사판 인부들 밥해주는 일로 업종변경하죠. 후남이가 앓아 누웠을 때 미연네 집에 전화걸어서 그것 때문에 석호도 후남이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감옥 간 아들이 한명 있고 그 아들의 친구인 망나니 동춘과는 미운정으로 끝까지 함께 일합니다. 나중에 식당차려요. 동춘 - 후남이 추근덕댑니다. 감옥에서 나와 처음엔 착실하게 지내지만 점점 본색을 드러내 후남이를 겁탈하려고 하죠. 결국 못하고 규태한테 두드려 맞고 얼씬도 안하긴 하지만 마지막회까지 등장하는 역할입니다. 결말 그리고...... 후남이가 대학도 졸업하고 출판사 다니면서 자기가 쓴 소설 [아들과 딸]이 호응을 얻고 하면서 드라마는 후남이의 성공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어느 부분부터 실패하는 게 전혀 없다 보니 맥이 떨어지긴 해요. 자상한 남편, 사회적인 성공, 단짝 친구, 출판사 동료들의 후원 등. 이 드라마는 60,70년대의 시대적 묘사가 참 재미있고 그 시대 일상의 디테일한 묘사로 드라마적인 재미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후남이의 사회적인 성공을 하는 부분부터는 아예 시대적인 묘사가 없습니다. 드라마에서 최종적으로 보여주는 나잇대가 30대 초반, 귀남이가 대학다니는 시기는 60년대 후반, 후남이랑 귀남이가 50년대 중반에 태어난 거기 때문에 80년대 초, 중반의 시대가 나와야 하는데 70년대에서 갑자기 90년대로 건너간 느낌이죠. 결말은 당시 봤을 때 맥빠지는 마무리였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드라마 방영 내내 후남이가 병 걸려 죽는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결핵 걸려 피토하는 부분도 어느 순간 쓱 넘어가고 살아났으니 다른 식의 어머니와의 갈등과 그거에 대한 해결이 필요했을 거에요. 그러나 이 드라마 전개를 보면 지금의 결말이 들어맞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아무리 귀남이가 날계란 먹를 후남이도 먹고 싶어할 거라며 주면서 '어머니가 해주는 것이 넘칠 때도 있었어요!' 라고 말하고 그걸로 인해 그동안 부담스러워했던 귀남이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하더라도 이 어머니는 변할 수 없거든요. 그냥 조그마한 깨달음을 얻는 것 뿐이지요. 미스테리가 가미된 내용도 아니니 뭔가 확 하고 풀리며 전환을 이루는 것도 아니거든요. 마지막에 딸과 아들을 안으며 끝나는 것도 서로에 대해 조금 이해하는 수준이지 그 뒤에 상황이 크게 바뀔 정도는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이 드라마는 착한 드라마입니다. 누구 하나 돌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어머니는 여전히 귀남이를 편애할 거에요. 30년 넘게 그렇게 아들을 예뻐했고 아들 또한 어머니에게 잘 하죠. 하루아침에 쉽게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어머니가 오래 살 것도 아니고요. - 고두심과 채시라가 훌라우프 돌리는 장면은 몇 번 나오지 않지만 이 드라마 때문에 훌라우프가 불티나게 팔렸죠. - 오프닝 타이틀이 멋져요. 음악도 좋아서 테이프로 샀어요. - 이 드라마는 상상씬이 몇 개 있는데 그게 상당히 웃깁니다. 일례로 가출한 후남이가 걱정된 아버지가 혹시 후남이가 다방 레지로 일하는 거 아닐까 하며 상상하는 씬이나 자취방의 빨래가 다 되어 있는 걸 보고 귀남이가 혹시 후남이가? 하면서 즐겁게(?)빨래하는 후남이를 상상하는 장면 등. 귀남이 대학 졸업 날 출판사에서 일하는 후남이가 나도 만약 대학을......하며 졸업하는 씬은 찡하죠. - 이 드라마에 나오는 시골은 실제로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나눠 찍은 거에요. 시골의 다리는 용인에서 찍었다고 해요. |
첫댓글 김밥 아주머니 = 이주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후남이 첨으로 미용실이란데서 머리 잘르고 나와서 창에 자신얼굴을 비춰보던 장면이에요. 머리를 고데했다고 해야하나?;; 암튼 그런 장면인데 넘 이뻤다는 ㅋ ^^ 그리고 또 좋아하는 장면은 대학 합격 통지서 받고 정혜선씨한테 두들겨 맏던 장면;;; 싹싹 빌면서 엔딩 크레디트 올라가는데 맘이 짠하더군요 ^^
전 위에도 나와 있는데 김밥 먹다 울컥하는 후남을 보면서 얼마나 짠하던지.......^^
잘읽었읍니다. 참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인데...재방송한번 했으면 정말좋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