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꽃밭의 라일락나무에서 기지개를 켜던 노란색 애벌레는 저만치 마당에서 혼자 공기놀이를 하고 있는 예쁜 여자아이를 보았어요.
노란 애벌레는 그 아이가 꽃지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어요.
아침마다 유치원 가방을 메고 찰랑찰랑 걸어 나오는 것을 매일 보았으니까요.
노란색 애벌레는 꽃지와 놀고 싶었어요.
애벌레는 살금살금 마당으로 내려와서 손으로 공기돌을 하나씩 하나씩 받아 내는 꽃지가 던진 공기돌 하나가 저만치 꽃밭 옆으로 떼구루루 굴러가 버렸어요.
노란색 애벌레는 짓궂은 생각을 하였어요.
"헤헤, 장난을 좀 쳐야지!"
애벌레는 얼른 몸을 공기돌처럼 동그렇게 오므렸어요.
"으응, 어디로 갔지?"
꽃지는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공기돌을 찾았답니다.
그러다가 동그렇게 오므리고 있는 노란 애벌레를 보았어요.
"여기 예쁜 노란색 돌멩이가 있네!"
꽃지는 활짝 웃으며 노란색 애벌레를 잡으려 손을 밀었어요.
바로 그 순간,장난꾸러기 노란 애벌레는 동그렇게 오므렸던 몸을 쭈욱 폈어요.
"엄마아!버,벌레!"
"아니,꽃지야, 왜 그러니, 응?"
꽃지의 고함 소리에 엄마가 뛰어나오셨어요.
"엄마!여기 이 징, 징그러운 벌레가 나를 깨물려고 해요!"
꽃지는 그만 징징 울면서 엄마의 치마폭 뒤로 숨었답니다.
"에구, 정말 징그러운 벌레구나. 어떻게 하지? 하지만 이것도 생명인데 죽일 수야 없지.에잇, 저쪽으로 던져 버리자!"
꽃지 엄마는 노란색 애벌레를 집어서는 휙 던졌습니다.
그바람에 노란색 애벌레는 꽃밭 한쪽으로 쿵 나동그라지고 말았어요.
노란색 애벌레는 그만 정신을 잃었답니다.
별들이 충충히 뜬 밤, 애벌레는 가만히 눈을 떴어요.
온몸이 쿡쿡 쑤시고 아팠어요. 하지만 더 아픈것은 마음이었답니다.
"꽃지가 나를 보고 징그러운 벌레라고 했어.내가 그렇게도 징그럽게 생겼을까?
난 꽃지와 놀고 싶었는데....."
노란색 애벌레는 훌쩍훌쩍 울고 말았어요.
그때, 옆에 있던 라일락나무가 인자하게 말을 건넸어요.
"얘야,그만울고 어서 집을 짓도록 하려무나."
"네,집이라구요?"
노란색 애벌레는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그래,네 몸에서 실을 뽑아 집을 만들면,그리고 그속에 들어가서 얼마 동안 참고 견디면,넌 예쁜나비로 변할꺼야.그러면 꽃지도 널 좋아할꺼야."
"그게 정말이에요?"
"그럼, 정말이고말고.그러니 어서 내 가지로 올라오려무나.
네가 나비가 될 때까지 내가 넓은 잎으로 가려주마."
애벌레는 라일락나무가 시키는 대로,꿈틀꿈틀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곤 천천히 실을 뽑아서는 집을 짓고 그안으로 들어갔어요.
애벌레는 너무 깜깜하고 갑갑하여 숨이 막힐 듯하였지만,징그러운 몸 대신 예쁜나비가 되는 꿈을 꾸며 꾸욱 참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금실 같은 햇빛이 반짝이는 날이었어요.
마침내 고치가 찢어지면서 그 속에서 예쁜 노랑나비 한 마리가 태어났어요.
"얘야ㅐ, 넌 정말 멋진 나비가 되었구나!"
라일락나무는 보라색 꽃잎을 하늘하늘 흔들면서 활짝 웃었어요.
애벌레도 예쁘게 변한 자기의 모습을 보고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어서 발리 꽃지에게 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마침 저쪽에서 유치원에 다녀오는 꽃지가 보였어요.
"야아,노랑나비다!예쁜 노랑나비야!"
노랑나비를 본 꽃지는 팔랑팔랑 춤을 추며 좋아하였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노랑나비도 몹시 기뻤어요.
이젠 진짜로 꽃지가 좋아하는 예쁜 노랑나비가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