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멸심(生滅心)과 진여심(眞如心)
마명보살은 `대승기신론`에서 우리의 마음에는 두 가지 마음, 즉 생멸심(生滅心)과 진여심(眞如心)이 있다고 했다. 생멸심이란 마음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측면을 말한 것인데, 이 생멸심이 바로 중생심이다. 중생은 대상에 따라서 온갖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에 번뇌 망상이 마치 죽 끓듯 일어나,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진여심이란 우리의 본래 마음으로서, 이 마음은 맑고 청정하다하여 청정심(淸淨心), 부처님의 성품과 같다고 하여 불성(佛性), 여래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서 여래장(如來藏), 이 마음이 나의 참된 주인이라고 해서 주인공, 이 자리는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다하여 `이 뭣고` 등으로 부르고 있지만, 마음의 참된 모습을 언어로 설명할 수가 없다. 따라서 『대승기신론』에서는 진여를 `언어를 떠난 진여`라고 하였다.
생멸심과 진여심은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별개의 마음이 아니라 마치 바닷물과 파도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바닷물이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파도요, 파도는 바닷물을 떠나서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파도와 바닷물은 둘이 아니다. 또 거울이나 푸른 하늘과도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의 본 바탕은 맑고 푸르다. 그러나 때때로 흰구름· 뭉개구름·먹구름이 낄 때도 있지만, 맑고 푸른 하늘의 본 바탕은 변함이 없다. 여기서 맑고 푸른 하늘은 우리의 본래 마음이고, 구름 낀 하늘은 생멸심이다. 여기 거울이 하나 있다. 이 거울은 본래 맑고 깨끗했다. 그런데 이 거울에 때가 묻고 먼지가 끼면 물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코가 둘로 보이기도 하고, 한 쪽 눈은 작고 다른 한 쪽 눈은 크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때가 묻었다고 해서 거울이 아닌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맑고 깨끗한 거울이 우리의 진여심이라면, 때 묻고 먼지 낀 거울이 생멸심이다. 때 묻고 먼지 낀 거울도 깨끗이 닦아내면 맑고 깨끗한 거울이 될 수 있듯이 우리 중생도 열심이 수행정진하면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 마음을 깨치기 위한 방법으로 간경ㆍ염불ㆍ주력ㆍ참선 등 여러 가지 수행방법이 있으며, 참선 수행법에도 관법ㆍ묵조선ㆍ간화선 등이 있다. 관법(위빠사나)은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조용히 관하는 수행법이고, 묵조선은 일체의 사량(思量)과 분별을 끊고, 고요히 앉아서 마음을 묵묵히 한 곳에 집중하여 닦는 수행법이며, 간화선은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법이다. 화두란 말씀 `화(話)`자, 머리 `두(頭)`자, 즉 `말의 머리`란 뜻으로, 화두에 의심을 일으키고 정신을 집중시켜 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이 간화선법에 의한 참선수행을 하고 있다.
화두를 참구함에 있어서 서산대사는 『선가구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기가 참구하는 공안(公案)에 대해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해야 한다. 마치 닭이 알을 안은 것과 같이 하고, 목마른 사람이 물 생각하듯 하며, 어린애가 어머니 생각하듯 하면 반드시 꿰뚫을 때가 있을 것이다. 닭이 알을 안을 때는 더운 기운이 지속되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는 마음과 눈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굶주릴 때 밥 생각하는 것과 목마를 때 물 생각하는 것이나, 어린애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고, 억지로 지어서 내는 마음이 아니므로 간절한 것이다. 참선하는 데에 이렇듯 간절한 마음이 없이 깨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