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Hospice)는 완치가 불가능한 말기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사랑으로 돌보는 활동을 말한다.
또 아픈 사람이나 죽어가는 사람에게 숙식과 약을 제공해주고 보살펴준다는 뜻도 담고 있다. 죽어가는 환자를 하나의 인간으로 대우하고, 품위를 잃지 않고 평화스러운 마음으로 임종할 수 있도록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아울러 가족들도 격려, 지원해주는 것이 호스피스 활동이다.
■호스피스 유형
호스피스는 크게 병원형, 시설형, 가정형, 주간형으로 나눌 수 있다. 병원형은 병원의 한 병동을 호스피스병동으로 운영하는 것부터, 병동은 없으나 일반 병실에서 운영하는 산재형, 호스피스팀을 만들어 병원 내 또는 가정 환자까지 보살피는 병원 호스피스팀도 있다. 병원 내 호스피스팀 방문형은 외부의 호스피스팀이 병원에 찾아가는 방식이다.
시설형은 독립 시설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며, 가정 호스피스는 주로 사회복지기관이나 종교 단체 등이 호스피스 인력을 가정에 보내 환자나 가족들을 보살펴준다.
주간형은 일정한 장소에서 낮에만 맡아 돌보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려 보내주는 형태이다. 주간형으로 운영되는 시설 중에서는 환자를 저녁에 돌려보내지 않고, 먹고 잘 수 있도록 해주는 경우도 있다.
■운영 재정상태 열악
호스피스 비용은 병원형의 경우만 행위별 수가체계를 적용해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가정형이나 주간형의 경우 대부분 환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약값은 환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으나 영세민 환자들은 병원이나 호스피스팀에서 무료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호스피스 기관들의 운영비는 주로 병원의 지원금이나 종교단체, 일반인들의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이와 관련 장현숙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전문위원은 "호스피스 기관들의 운영재정 실태를 파악해 본 결과 병원형의 경우 67% 정도가, 나머지 유형의 경우는 60% 이상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실제 호스피스 운영재정의 부족률도 호스피스기관 전체로는 운영재정의 약 30.6%가 부족하며 병원형은 약 23.3%, 시설형인 독립시설은 약 35%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해 재정상태가 크게 열악함을 반증했다.
■시설·인력 턱없이 부족
"일주일 전 어머니 배에 복수가 찼다고 해서 서울 S의료원에 입원해 복수검사와 CT검사, 위내시경검사, 장검사를 했으나 악성종양이라는 판명을 받았습니다. 현재 어머니 상태로는 6개월밖에 살 수 없고 수술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자식된 도리로서 가만히 앉아서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머니는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미음을 조금씩만 잡수시고 계십니다. 자식으로서 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죽음을 앞둔 말기암환자의 고통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아픔은 한 호스피스 기관으로 날아든 한 통의 편지처럼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매년 5만명이 말기암으로 시달리다 생명을 잃고 있지만 전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0년대 초부터 말기 암환자의 통증치료를 강조하면서 각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해왔다. 영국의 경우 지난 67년 호스피스 제도를 본격 도입한 이후 독립시설 200개(3000병상), 가정간호팀 384개, 호스피스병원 250개 기관, 주간보호시설 220여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도 주마다 암통증관리센터라는 비영리조직이 결성돼 말기 암환자 관리를 위한 연구·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3200여개의 호스피스 기관이 프로그램을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90년 들어 호스피스 제도를 본격 도입한 이후 768병상 규모의 호스피스 병원 42개와 미승인 시설 40개소가 호스피스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강남성모병원을 포함, 호스피스기관이 전국적으로 68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병상 수도 미미한 실정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한 호스피스전문의나 전문간호사제도도 없다.
특히 장현숙 전문위원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의사가 있는 기관은 55.3%에 불과했다. 또 간호사가 있는 기관은 78.9%였으나 상근제가 아닌 시간제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 기관중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를 모두 갖춘 기관도 일부 기관에 지나지 않았으며 대부분 기본 인력을 갖추지 못한 채 활동하고 있었다.
장 전문위원은 "많은 호스피스 기관들이 호스피스의 개념과 원칙에 입각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고 "호스피스 기관들이 다른 일반 환자들과 동일하게 치료서비스를 행하면서 영적 케어 및 심리적 케어를 부가시키는데 그친다면 그것은 올바른 호스피스 활동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초상집에, 우매한 자의 마음은 열락에 있느니라." (전도서 中)
13년간 수백명의 말기 환자들과 함께 하고 그들의 죽음을 지켜본 최화숙 간호사(이화여대 간호과학대학 가정호스피스간호 책임자)는 성경의 한 구절을 이야기하며 '죽음을 지키는 작업'인 호스피스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고 한다. 그래서 환자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호스피스는 하루하루 삭막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보기 어려운 삶의 이면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잘 살아야만 잘 죽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이 제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셈이지요. 저는 그들에게 잠시 어깨를 빌려준 것 뿐입니다."
최간호사가 말하는 호스피스란 '환자가 만족스럽고 위엄있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만족스러운 죽음은 남은 생을 가능한 한 편안하고 충만하게 정리하는 데서 이뤄지며 위엄있는 죽음은 죽음을 긍정적으로,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데서 이뤄질 수 있다고 최간호사는 설명한다.
"호스피스는 일반 병원의 치료와는 전혀 접근 방법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역입니다."
가정호스피스는 보통 의사·간호사·사회사업가·종교인·자원봉사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번갈아 환자를 방문하며 각자 맡은 고유의 역할과 공동의 역할을 수행한다. 팀은 정기적으로 모여 환자와 가족의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필요시 도움을 제공한다.
"가정호스피스에서 간호사는 코디네이터, 즉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각론에만 열중하기보다 총론을 알고 각 팀원이 맡은 역할이 유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야 훌륭한 호스피스가 되는 것이죠."
임종을 앞두고 있는 환자와 환자 가족이 원하는 것은 '함께 슬퍼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죽을 사람이라고 치부하거나 소외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죽음이므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것이 호스피스간호가 해야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한편 최간호사는 "환자 가족들도 중요한 간호 대상"이라고 강조하면서 '사별 후 지지 모임' 등 환자 가족들을 위한 간호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출생에는 관심이 많은데 비해 죽음에 대해서는 등한시합니다. 누구나 반드시 죽는데도 당장 나와 관계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요. 타인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의 죽음 또한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최간호사는 이화여대 간호과학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간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대동대문병원 정신과 병동 책임간호사 및 세브란스 호스피스 간호사를 지냈으며 한국호스피스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경인여대 정신간호학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