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려, 뭣이 중헌디?

[나마스떼]

방글라데시로 가는 항공편은 직항이 없고, 연결 항공편도 마땅치 않아 거리에 비해서 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2017년 1월 6일 저녁 인천공항을 출발, 방콕 수완나폼 공항의 환승 호텔에서 1박한 후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방글라데시의 다카 공항에 도착, 8일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방글라데시는 갠지스강과 브라마푸트라강 유역, 미얀마와 인도의 사이에 위치했다. 국토의 90% 이상이 평지이고, 2/3 이상이 경작 가능한 지역으로 농업 생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개발 도상국이다. 우기에는 태풍과 홍수로 인해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이다. 2011년 아시아개발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하루 2 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이 국민의 75% 이상인 1억 1,800 만 명으로 추산되며, 1인당 GDP가 678 달러이다. 그렇다 보니 처음 찾는 나는 방글라데시는 무질서와 더러움의 극치를 보여 주었던 인도의 하층민들이 사는 마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가볍게 다카 시내 관광에 나선다. 먼저 시내를 가로지르는 부리강가 강변의 나루터를 찾는다. 정박한 배로부터 강 기슭까지 골재나 석탄 등을 이고 지고 나르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는데, 그 행렬에는 성별과 연령의 구별이 없다. 늘어선 노점상에서 물건을 흥정하고 사고파는 사람들의 활기차고 부지런한 모습들을 구경하며, 바삐 오가는 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피해가며 발걸음을 옮기자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게 느껴지고 시끄럽기는 하다. 남루해 보이는 옷차림에 햇빛에 그을린 검은 피부를 하고 바삐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고달프고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불쌍하고 비굴하게는 보이지 않았다.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순박하게, 꿋꿋하고 억척스럽게 온 몸을 바쳐 살아내는 건강과 활기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품고 있던 내 선입견을 수정하기로 했다.

벽돌 공장과 골재 공장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나라는 황토 지대가 많아 이를 이용해 흙벽돌을 만드는 공장들이 곳곳에 많이 있는데, 흙을 반죽하고, 틀에 넣어 벽돌을 찍어내고, 이를 넓은 공터에 펼쳐 널어 말리고, 다시 가마로 옮겨와 굽는 등의 모든 과정이 인력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온 몸은 땀과 흙 반죽과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일하는 어른들 곁에서는 동생들 손을 잡고, 업어 보살피는 어린아이들이 많다.

우리도 그랬었다. 우리의 6-70 년대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헐벗고 가난했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새마을의 구호를 마음에 새기며, 부지런하고 억척스럽게 살았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는 희망 하나로. 또한 그 속에는 가족을 위한 사랑과 헌신, 이웃과의 따뜻한 교감이 있어, 고난의 시기를 이겨내게 하는 큰 힘이 되었다. 그러니 가난은 불편한 것이었지만, 그리 부끄러워 해야 할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우리의 오늘을 일궈낸 것이다. 이들도 이렇게 부지런하고 활기차게 일하고 있으니, 머지 않아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려, 뭣이 중헌디? 지금 행복하신가요? 그럼 지금 당신이 계신 그곳이 바로 극락이고, 천국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몇십 년 전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았던 우리의 어린 시절에 비해 훨씬 풍족하게 살고 있음에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부와 명예, 높은 지위 등 외적인 성공에 보다 높은 관심을 두다 보니 보다 본질적인 세계,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내면의 행복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 듯하다.

9일 아침 방글라데시 제 2의 도시, 치타공으로 이동. 카르타폴리 강변의 포구와 어시장, 폐선장 등을 둘러 본다. 마찬가지로 분주하고 활기찬 이 나라 사람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폐선을 해체하고 재활용하는 사업도 방글라데시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이다. 선박 해체 후 나오는 모든 자재들은 하나도 남김 없이 재활용된다. 제조업 기반이 미약한 이 나라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주기도 하는 효자 사업이다. 다음 날 치타공을 떠나 콕스바자로 향한다.

콕스바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변(120km)을 갖고 있어 관광(유일한 해변 리조트가 있다)과 어업이 발달한 곳이다. 또 미얀마의 소수 부족으로 박해를 받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초승달 모양의 배(Nouka라고 부름)다. 얼핏 보기엔 파도나 바람에 무척 취약할 것 같은데, 오뚜기처럼 무게 중심이 잘 잡혀 다른 배들보다도 오히려 더 안전해서, 더 먼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일몰 무렵까지 해변에서 이 독특한 모습의 배가 오가는 이국적인 풍경과 많은 사람들이 그물을 당겨 고기잡이하는 모습을 구경하였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인근 다른 마을에 가서 갈치 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사진에 담았다. 우리나라 대관령 근처의 황태 덕장과 흡사한 모습인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온 동네를 차지하는 넓은 규모의 덕장에 남녀 노소 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갈치를 널어 말리고, 다듬고, 거두어 들이고 있었다. 아마도 더운 나라인데다, 많은 양의 생선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장 시설이나 가공 공장이 없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이 또한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