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두차례 도전했다가 실패한 지리태극종주, 그길을 다시 걷고 싶었으나 2차도전때 입은 왼쪽다리의 데미지가 아직도 나를 괴롭히고 있어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머지 구간인 성삼재에서 구인월까지만 연결산행 하기로 했다. 계룡산을 다녀오고 곧바로 준비를 했다. 기차 출발시간이 02시 05분이다. 간식거리와 갈아입을 셔츠와 양말등 간단히 배낭을 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시경에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과 맥주등을 꺼내어 챙기고 집을 나섰다. 전주역앞 우아동 주민센터옆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전주역으로 이동하여 표를 끊고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남원에서온 대리운전 기사와 공평하지 못한 세상이야기 좀 하다가 시간이 되어 기차에 몸을 실었다. 구례구역에서 내리니 감회가 새롭다. 변함없이 택시기사들의 손님 끌기 경쟁이 치열하다. 난 계획대로 버스에 올랐다. 이버스는 구례구역에서 출발하여 구례터미널에 약 30분가량 정차후 화엄사를 거쳐 성삼재까지 왕복하는 정기노선 버스이다. 차비는 5,000원이다.
버스 시간표이다.
구례터미널에 도착하니 작년과 달라졌다. 새로 정비를 한 모양이다.
깔끔하다.
화장실벽에 걸려있는 명언. 몸에지닌 약간의 고통은 안고 가야 한다는.....
기다리는 시간에 터미널안 식당에 들어가 제첩국과 함께 식사를 했다. 깔끔하고 맛도 괜찮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성삼재다. 새벽공기가 상쾌하다. 별을 보고싶어 하늘을 쳐다본다. 안개가 자욱해 아무것도 안보인다. 오늘 유성우가 있다고 했는데 안타깝다. 학생들인지 단체로 온 산객들이 준비체조를 한다. 나도 따라서 몸을 풀어본다. 준비를 마치고 다시 하늘을 보니 수많은 별들이 내눈에 박힌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찬란함이 있다. 간간이 별똥별이 떨어진다. 유성우는 아니지만 유성은 봤다. 기분 삼삼하다.
준비를 마치고 출발한다. 차량진출입로 우측으로 도로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정령치방향 들머리가 나온다.
내가 가야 할 코스는 성삼재 - 작은고리봉 - 묘봉치 - 만복대- 정령치 - 큰고리봉 - 세걸산 - 세동치 - 부운치 - 팔랑치 - 바래봉 - 덕두봉 - 구인월 이고 거리는 약 23km이다.
이제 시작하자. 화이팅!!
5분 남짓 걸었을까 앞에 누군가 있다. 다가가니 공터에서 두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있고 간헐적으로 셔터 소리가 난다. 물어보니 유성우를 찍고 있다는데 한 삼십분 쯤 전에 멋진광경이 연출 되었단다. 아깝다. 한참을 구경하다 인사를 하고 내길을 간다.
작은 고리봉에 오르니 지리산 주능방향인 동쪽 하늘이 밝아오고 있다. 벌써 해가 뜨려나.... 스마트폰을 꺼내 일출시간을 확인 했더니 삼십분가량 남았다. 시간을 허비 하지말고 다음 봉우리까지 가자.
급하게 일출을 볼 수 있는 봉우리 (묘봉치인가?) 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아까보다 더욱 환해졌다. 더 가면 안되겠다. 일출을 놓치겠다. 여기서 해맞이를 하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이리저리 장소를 옮기며 사진을 찍어 본다. 이왕이면 멋지게 찍히길 바라며...
드디어 해가 보인다. 얼마만에 보는 지리산 일출인가! 좋은날씨 덕에 정말 깨끗하게 잘 보인다. 운이 좋다.
일출사진 몇 컷 올려본다.
하늘이 너무 깨끗해서 일출의 장엄함이 부족한 듯 하다.
일출을 보았으니 헤드랜턴을 배낭에 집어 넣고 다시 출발한다. 서북능선은 주능과 달리 이런 산죽길이 가끔 나타나 괴롭게 한다.
만복대가 가까워오니 바닥이 코코넛껍질로 만든 멍석으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비가와도 미끄러지지 않을듯 잘 해놨다. 근데 능선을 다 정비한게 아니고 만복대 주변만 했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다.
가기만 하면 복받을것 같은 만복대에 올랐다.주변에 나무가없어 조망이 아주 좋다. 몇년전에 아이들 셋을 다 데리고 왔던 좋은 추억이있는 곳이다.
만복대에서 바라본 운해가 장관이다.
누가 찍어준게 아니고 타이머를 이용한 셀카다.
가져간 빵 한개를 먹고 풍광을 구경하며 휴식을 취 하던중, 부산에서 왔다는 부부가 정령치 쪽에서 올라온다. 산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좀더 머물다가 다시 길을 재촉한다.
정령치 휴게소다. 여긴 대피소가 아니고 휴게소다. 취사장이 없다. 이른 시간이라 매점은 문이 닫혀 있다.
매점입구에 앉아 맥주 한캔을 마신다. 무지하게 시원하다.
정령치에서 조망되는 지리산 봉우리들...
정령치를 벗어나 큰고리봉을 오르는중 범상치 않은 복장의 한사람이 사진과 같은 자세로 주문을 외우고 있다.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지나쳤다. 사진을 찍었으니 약간의 방해가 되었겠다.
이사람을 끝으로 구인월에 도착 할때까지 아무도 못 만났다.
고리봉이다. 서북능선에서 만복대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높이가 1,304.5M란다.
셀카 한방..
요 이정표는 이상하다. 세걸산 까지 거리가 1.2km라고 돼있는데. 세걸산이 너무 멀다. 50분 가까이 걸렸다.
세걸산이다. 이제 절반은 지난것 같다. 아니 이미 지났다.
세동치 조금 못미쳐 샘이있다고 해서 찾아보았으나 못찾았다. 그냥 쉬기로 한다. 이 더위엔 수박이 최고다. 챙겨준 집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참으로 맛나게 먹었다.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다. 팔랑치와 그뒤로 바래봉이 보인다. 많이 가까와 졌다.
팔랑치다. 사람이 없다. 봄철에 그렇게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나?
심심해서 하늘을 올려다 보니, 괜~찮다~~
철늦은 산딸기 발견... 물론 이놈들은 내입으로 들어가서 약간의 갈증해소와 향그런 달콤함을 선물해주고 내년을 기약했다.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 못하시는 분들은 이걸 참조하시라.
철쭉이 만개 했을때 여러분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 팔랑치..... 영원함은 없다. 돌고 도는것..... 가고 오는것....
휘적휘적 팔랑치를 뒤로하고 바래봉 샘터에 도착했다. 역쉬 이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풍부한 수량과 시원한 물맛으로 소문난 바래봉샘... 충분히 마시고 물병에 담고 아무도 없는 관계로 세수하고 머리에 물도 적시고 웃옷까지 벗고 땀도 닦아내고.....
이시간 만큼은 내 개인 샘터다.
충분히 쉬고 단숨에 바래봉에 올랐다. 사진은 타이머 셀카... 자리잡기 힘들었다.
이제 하산이다. 구인월까지 3.8km, 얼른 내려가서 밥먹어야겠다. 배고프다.
덕두봉 정상 표지판, 바래봉까지의 소요 시간이 과장됐다. 30분도 안걸렸는데.....
아! 이 이정표... 계산 안맞는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만난 J3클럽 리본!! 산짐승들이 모여 있는곳.... 참고로 J는 지리산이고 3는 3대종주(화대종주,왕복종주,태극종주)를 말한다. 작년 왕복 종주때 J3클럽의 젊은미소 대장을 만나 한시간 가량 동행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드디어 지리태극종주의 시작점 혹은 종점인 구인월 마을 회관에 도착했다. 아쉽지만 이렇게 두번 도전하고 두번다 실패한 지리태극 무박종주의 마무리를 해본다. 아 무박 아니다.300박은 되겠다. 언젠가 컨디션 회복되면 다시 무박으로 도전 하리라.
구인월에서 인월까지 걸어가서 다리밑에 내려가 씻고 옷을 갈아입던 중 둘레길 탐방나온 부부가 말을 걸어온다. 점심은 추어탕을 먹으란다. 맛이 기가 막히다고. 믿고 먹었다. 믿을맨이다.
그리고 사진의 날짜가 하루 늦다.12일이 아니고 13일이다. 나중에 알았다. 시간은 맞다.
이집 추어탕이다. 1인분에 8,000원... 포장도 된다. 맛있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언제나 산행기내용은
굿입니다,,,,,,,,
실바람형님~~
다음산행때는 동행을 청해봅니다
(정중하게~~~~~)
감사합니다. 대장님.... 기회 한번 만들어 봅시다.
실바람님 대단하십니다~~~~^^
실바람님 이렇게 멋진분이 반디에 계신다는게
자랑스럽습니다~~~^^
너무 띄우지 마세요 추락할때 마이 아플것 같아요..ㅎㅎ
멋진산행 용기 모두 대단하십니다
박수와 짝~짝~짝~
고맙습니다. 회장님이 계셔서 반딧불이 든든 합니다.
실바람님!!!
산행기를 쭈욱 읽으면서 왜 난 계속 헛웃음이 나왔을까요???
산행기 블로그 하나 만들어봐요~~
대박칠 거 같은데
대~단해요 존경합니다~~~^^ ㅎㅎㅎ
몸둘바를 모르겠읍니다. 더 멋지게 쓰고 싶어도 글솜씨가....
여기 까지가 한계인가 봐요.
당분간참을듯하더니..무리하진말게나..
이정도는 무리가 안될것 같아서 그냥 해봤어.
염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