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인간적인, 가장 인간적인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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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 후 첫째 주일 주일예배 설교문(24. 05. 26).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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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고통에 공감 / 동일시하신 하나님

성령강림 후 첫째 주일(도시농어촌선교주일) / 주일예배 설교문

2024년 05월 26일(주일)

이사야 52:7-10 6:1-4

”너무나 인간적인, 가장 인간적인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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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시대의 이사야 예언자는 ‘믿음’과 ‘심판’을 강조합니다.

”너희가 믿음 안에 굳게 서지 못하면 결코 굳게 서지 못한다“(사 7:9)

사실, 외세를 끌어들여 나라를 지킨다? 이것은 어불성실(語不成說)이에요. 외세를 의존하면 도리어 외세의 속국이 되는 기회를 주는 꼴이 됩니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보면, 구한말 조선은 일본을 끌어들여 동학농민군을 학살한 예가 있지요.

하나님의 사람은 군대와 무기로 싸우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싸우는 거지요. 그래야 하나님이 함께 계십니다. 이게 이사야가 말하는 임마누엘 신앙이지요.-(『왕국시대의 예언자』, 김경호 지음, 대장간, P.2150

이사야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뜻을 떠나 살 때 하나님의 심판을 강조합니다.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다.“(사 30:15)

이스라엘이 심판의 대상이 된 건 다른 게 아닙니다.

우선 그 땅의 백성들, 농민들, 민중에 대한 정의를 지키지 않았고 그들의 인권을 억압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뜻을 떠나 외세를 끌어들여 정권의 안위만 도모한 거예요.

그러나 하나님의 심판 속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은 심판을 통해 그 백성을 깨끗하게 하십니다. 하여 이사야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라고 강조한 거예요.-(위의 책, P.227-230)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떠나서는 어떤 일이든 의미가 없어요.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 없이는 어떠한 꿈과 이상이라도 그건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하여 우리는 날마다 자신을 성찰하고 하나님을 신뢰할 때 구원의 삶을 살게 되는 거지요.

제1 이사야, 곧 첫째 이사야가 믿음과 심판을 강조했다면 포로기의 제2 이사야, 곧 둘째 이사야는 이스라엘 포로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강조합니다.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사 40:1)

절망과 좌절의 늪에 빠진 포로들에게 가장 큰 힘은 위로겠지요. 위로는 고통과 괴로움을 덜어줍니다. 슬픔을 달래줍니다. 다시 일어서게 합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합니다. 어떤 일을 기대하고 바라게 합니다. 힘을 북돋아 주고 기를 살려줍니다.

”그래.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넌 다시 일어날 수 있어. 그러니 힘내.“

”네가 느끼는 게 절망일 수 있지만 그건 또 다른 희망이야. 그러니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둘째 이사야의 예언이 말하자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전혀 새로운 감정 터치와 같은 거예요. 그러니 막혔던 숨통이 한순간에 터지는 거지요. 이스라엘 포로의 가슴에 희망의 새싹이 자라나게 한 거예요.

첫째 이사야의 예언이 왠지 심판의 하나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둘째 이사야의 예언은 위로의 하나님 이미지가 선명해요. 둘째 이사야의 예언은 하나님이 심판의 이미지에서 위로의 이미지로 바뀝니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커다란 계획과 뜻이 깃들어 있는 거예요. 이전과 달리 전혀 새로운 것을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의지가 담긴 겁니다.

둘째 이사야 예언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온갖 절망과 낙심을 벗어나게 하고 싶은 거예요. 그는 ‘하나님이 이런 분이라고’ 절망에 멍울진 이스라엘 포로들 가슴에 끊임없이 외쳐댑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늘 사랑하신다, 늘 절망의 땅에서 건져내려고 하신다, 이제 자신의 영광을 위해 자기 계획을 이루시려 한다고 말입니다.

지금 우리도 둘째 이사야와 같은 위로의 메시지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펜데믹 때보다 더 힘든 여정을 걷고 있어요. 물가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올라가요. 요즈음 사과가 금 사과예요. 사과 한 알에 2만 원이래요. 품질이 좀 떨어지는 건 네 개에 3만 원 정도입니다. 가난한 서민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현실입니다.

또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장사를 접을 만큼 상황이 안 좋은데 폐업도 못 하는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처지를 ‘좀비’에 비유해요. 그들은 대출금 상환 부담, 고물가로 늘어난 폐업 비용 탓으로 적자를 감수하며 가게를 유지해요. 하여 그들은 영업시간을 줄여, 알바를 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가게 문을 열 수밖에 없어요.

자영업자들 사이에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링거 맞다가 인공호흡기로 연명했는데, 이젠 호흡기 뗄 날만 기다린다.“

물가가 치솟으면 지갑을 닫습니다. 이게 사람의 심리예요. 부자들은 물가 상승에 반비례하지요. 그러려니 하지요. 그러나 가난한 서민들은 물가가 상승하면 가계부가 휘청거려요. 형편에 따라 사는 거지요. 우리 사회는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가중되고 이에 따라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교회는 무조건 믿으면 산다고 외쳐요.

꼰대가 꼰대인 이유를 아십니까?

‘나 때는 말이야’라는 자기 시대 문법(생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하면 그 흐름을 파악할 줄 알아야지요. 꼰대 현상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이나 공동체에도 나타납니다.

특히 개신교회의 꼰대 의식은 눈물겹습니다.

교회의 목적은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영원 구원과 교회 성장에 목을 매요. 예배당이 크면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생각, 곧 중세적 사고방식과 자본주의 논리에 매몰된 교회들이 한국 개신교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오직 예수, 오직 성경, 오직 은혜 같은 종교개혁의 주장을 맥락 없이 어디든지 갖다 붙여요. 자본주의의 논리에 빠진 교회는 세상의 변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영원 구원, 교회 성장, 예배당 크기가 목적 자체예요.-(『춤추는 예수』, 김선주 목사, 목회자료 나눔 방/이종덕)

나무는 열매를 보고 좋은 나무인지 알아봐요(마 12:33). 마찬가지로 사람도 그 열매를 보고 안다(마 7:20)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교회의 열매를 봅니다. 그런데 교회는 뿌리(교리)만 보라고 외쳐요. 이게 꼰대 현상이에요.

예수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마 4:17) 외쳤지요. 여기서 ‘회개’로 번역한 헬라어 단어가 ‘메타노이아’(μετανοέω)입니다. 메타(μετά)는 ‘~를 초월한’, ‘더 높은’이란 뜻이고 노이아(νοια)는 ‘생각’, ‘마음’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회개는 마음을 바꾸라는 거예요. 곧 생각의 변화지요. 예수가 선포한 의도는 기존의 종교적 관습에서 벗어나 새 문법으로 교회를 보라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교회가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읽지 못한다면 자기중심적 꼰대와 배타적 태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지탄받고 버림받게 되지요.

교회의 본질은 교리에 있지 않아요.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내는 사람들의 태도에 있지요. 예수에 대한 이해 없이 예수를 믿는 것은 열매를 보지 않고 뿌리만 보는 것과 같아요. 서울대 종교학과 성해영 교수는 종교를 새 문법으로 보려면 종교 문해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새 문법으로 보자는 거예요.-(<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

이런 맥락에서 둘째 이사야 예언자는 이전의 하나님을 전혀 새로운 하나님으로 본 거예요. 심판이란 하나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위로하는 분으로 본 거예요.

그러고 보면 그의 종교 문해력은 탁월하지 않은가요. 하여 그는 두렵고 떨리는 하나님에서 가슴이 따뜻한 위로의 하나님으로 본 거지요. 가장 인간적인 하나님을 본 거예요. 지금도 우리의 고통과 아픔에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을요.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죄를 단호하게 심판하고 관계를 끊어버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나님의 뜻을 떠나 제멋대로 우상에 빠져 사는 이스라엘을 영원히 심판하실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바벨론 이방 땅에 사로잡혀 간 히브리 노예들에게 손을 내미셨어요.

하나님은 사람에게 배신당해 괴로워해요.

그분은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아요. 하여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사람을 위해 스스로 고통 안으로 들어갑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를 위로하는 자는 나 곧 나다.“(사 51:12)

여기서 위로로 옮긴 히브리어 나함(נָחַם)은 뉘우치다, 후회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후회는 안타까워하는 거예요.

”내 말 좀 듣지? 왜 그리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사니?“

회초리로 아이를 꾸짖으면서도 속으로 안타까워하며 눈물 흘리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 바로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이렇듯 하나님은 깨어진 관계를 끊지 않으려고 몸부림칩니다. 둘째 이사야 예언자가 본 하나님은 가장 인간적인 하나님,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고, 고통받는 이를 위해 같이 고통당하는 하나님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읽고 그 뜻을 실천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둘째 이사야는 이스라엘 포로(시온)를 향해 외칩니다.

”깨어라, 깨어라“(사 52:1)

이사야 예언자는 절망과 슬픔의 잠에서 빨리 깨어나라고 촉구합니다(사 51:9, 17).

예루살렘에 뭔가 좋은 소식이 도착할 듯싶어요.

하여 예언자는 아름다운 옷을 곧게 차려입으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축제 준비를 하는 거예요. 둘째 이사야는 포로들의 귀환을 축제, 곧 환호하는 행렬로 그리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포로 생활이 끝났으니 11절에서처럼 떠나는 일만 남은 거예요. 그래서 힘을 내라는 겁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거룩하게 되었어요.

하나님이 선택했고, 해방했고, 이제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도록 정해진 예루살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여 무할례자와 부정한 자가 거룩한 성을 드나들 수 없게 된 거예요. 이들은 예루살렘 도시와 성전을 파괴했던 적들이지요.

또 2절에서 네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라는 거예요. 이건 노골적인 표현이에요. 그러니까 갇힌 자, 곧 이스라엘 포로들이 쇠사슬에서 풀려났다는 거예요. 2절은 하나님이 그들을 해방하여 이젠 고향 땅으로 귀환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포로에서 해방된 이유는 그들이 값없이 팔려 갔으니 공짜로 풀려난 거지요. 이에 4절 ‘공연히’가 3절의 ‘값없이’와 이어집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이집트에서, 아시리아에서, 그리고 바벨론에서 살면서 아무 까닭 없이 억눌렸다는 거예요.

그런데 4~5절은 그 백성의 죄(사 50:1)를 언급하지 않아요. 대신 하나님이 직접 이방 민족과 힘겨루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직접 여기 바벨론에 사로잡혀 와 있는 것처럼 말씀합니다(5절). 게다가 하나님은 자기 백성과 자신을 동일시 해요. 지배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더럽힌다는 거지요.

그런데도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바벨론에서 해방될 때 일하는 분이 곧 야훼 자신임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이 말을 하는 자가 나인 줄을 알리라 내가 여기 있느니라“(사 52:6) 하는 말씀이 그런 뜻입니다.

이제 이스라엘 포로들의 탄식이 끝납니다.

그 뒤에 이스라엘의 구원에 환호하는 노래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둘째 이사야는 승리를 알리는 전령으로써 구원을 공포하고 하나님의 통치를 알리고 있습니다. 그는 포로들의 실제 귀환이 오직 하나님의 구원행위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특히 그는 하나님이 통치하신다고 말함으로써 하나님의 왕권을 묘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하나님은 왕으로서 적에게 승리를 거두고(10a), 개선 행진하며 예루살렘에 입성하고(8절), 왕위에 오르지요. 말하자면 왕에 대한 환호(7절)로 칭송받으신다는 거예요. 특히 7~12절에서 중요한 건 먼저 하나님이 이스라엘 포로들을 구원하신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어요. 그리고 이스라엘의 운명을 바꾼 하나님의 구원행위를 강조합니다.-(『국제성서주석 이사야3』, C, 베스터만 지음, 번역실 번역, 한국신학연구소, P.289

그러면 7~12절을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7절 하반 절에 ‘좋은 소식’과 ‘평화’를 가져오며 ‘구원’을 알리는 전령의 발이 아름답다고 예언자는 말합니다. 여기서 전령의 발이 아름답다는 건 구원의 소식이 도착했다는 의미입니다. 말하자면 ”야, 정말 구원의 소식이 왔구나“ 환호한다는 점에서 아름답다고 한 거예요. 곧 그게 기쁜 소식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7절에서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곧 하나님이 왕이 되었다는 건 이스라엘 포로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주인이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그것은 모든 사람 앞에서 이스라엘의 구원이 명백해졌다는 뜻이에요. 말하자면 하나님이 직접 이스라엘의 구원에 개입하신 거예요. 8절에 야훼 하나님이 시온으로 돌아온다는 말은 이스라엘 포로들의 귀환과 예루살렘 재건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이스라엘은 직접 눈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9절에 산산이 부서진 예루살렘에서 기쁨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것은 둘째 이사야 예언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역설입니다. 또한 이것은 이스라엘의 운명을 바꾼 하나님의 구원행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그 백성을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에요.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시대와 역사 속에 개입하시어 자신의 계획과 뜻을 이루십니다. ‘하나님의 팔’(10절)이 바로 하나님이 개입하신다는 뜻이에요.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위해 일하시는 분입니다. 이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일을 행하십니다.

그러니 ”떠나라! 떠나라! 거기에서 출발하라“(11절) 명령한 거예요. 이 말은 거룩한 하나님의 길을 구체화하는 행렬을 뜻합니다. 여기서 둘째 예언자가 제사 의식과 성전의 기구들을 말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기적적인 출발의 정결함을 지키자는 거예요. 부정한 걸 만지지 말라는 것은 이방 신을 섬기는 부정한 땅으로부터 완전히 분리(分離)하라는 거예요. 말하자면 예배를 거룩하게 하라는 뜻입니다.-(『국제성서주석 이사야3』), P.291

그리고 두 번째 출애굽은 첫 번째 출애굽과 달리 황급히 도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도 방해받는 일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그들 앞에 가고 뒤에서 그들 행렬을 호위하기 때문이에요. 하여 두 번째 출애굽은 평화롭고 안전한 길이 되겠지요.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죄를 때론 묻기도 해요. 하지만 하나님이 직접 바벨론에 사로잡혀 온 이스라엘 포로들과 자신을 동일시해요. 그러면 그들의 죄는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그들의 죄조차 이젠 묻지 않고 하나님은 오히려 그들의 고통, 절망과 낙심, 좌절을 몸소 애달파 해요. 자기 백성을 직접 다스리는 왕과 같이 하나님도 이스라엘 포로들의 시대와 역사 속에 개입하세요.

하나님은 그들의 고통, 아픔, 슬픔, 좌절, 절망을 체험하시고, 이스라엘 포로들을 앞세우고 뒤에서 호위하여 이방 땅 바벨론을 안정하고 평화롭게 두 번째 출애굽을 감행한 거예요. 이게 바로 이스라엘의 운명을 바꾼 하나님의 구원행위이지요.

하나님은 이스라엘 포로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그들의 절망과 낙심을 외면하지 않고 공감했어요. 하여 그들의 시대와 역사 속에 개입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었지요. 그게 바로 두 번째 출애굽, 곧 포로들의 귀환과 예루살렘 재건이었지요.

둘째 이사야 예언자는 억압과 억눌림 속에서 고통당하고 절망하고 낙심할 때 그는 변화한 시대의 눈으로 이스라엘 포로들을 보았고, 또한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절망에 빠진 포로들에게 가장 절실했던 건 다른 게 아닙니다. 바로 위로하고 공감하는 하나님이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만져주는 거예요.

둘째 이사야 예언자가 보여준 하나님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바벨론 포로였던 이스라엘을 자신과 동일시했어요.

”내 백성은 내 이름을 알리라(6절)

이 구절이 바로 그런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급변해 가는 시대에 새 문법으로 하나님을 보고, 교회를 보는 거예요. 그리고 내 주변에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가려움을 긁어 주고, 그들의 상처를 만져주고, 그들의 절망, 고통, 슬픔을 같이 할 때 하나님은 우리 가운데 찾아오십니다.

사람들의 아픔, 고통, 슬픔, 절망, 낙심에 “정말 그랬었냐고”, “이젠 괜찮다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얼마나 아팠냐고” 공감해 줄 때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실천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 시대에 절망, 고통, 슬픔, 낙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의 절망에 공감하며 동일시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타인의 절망, 고통, 낙심에 공감하고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인간적인, 가장 인간적인 하나님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일시하는 우리 가운데 찾아오십니다.

박노해 시인의 <꽃피는 말>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 ”나 하나만이라도“ / ”내가 있음으로“ / ”내가 먼저“-(『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지음, 해냄, P.57)

그렇습니다.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실천하며 산다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고, 타인과 나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을 거예요.

”나 때는 말이야“라는 자기 시대의 문법으로 살지 않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문법으로 살아갈 때 세상은 정말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기도 / 위로의 하나님!

감히 가까이할 수 없는 분, 두렵고 떨리는 심판의 하나님이 절망에 빠진 자기 백성을 공감하고 자신과 동일시하셨습니다. 너무나 인간적인, 가장 인간적인 하나님을 오늘 우리의 삶 가운데 모시며 살기를 원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게 하옵소서.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가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실천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