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가면 소산(素山) 김홍주 선생을 만난다. <한국51명산록> 1·2권(1996)을 위시, <조망의 즐거움>(1999), <한밭 그 언저리의 산들> 1·2권(1992,1996)을 저술한 소산 선생은 ‘대전지역 등산사전’이라는 별명을 갖고 계시는 분이다. 80의 나이가 눈앞인데 지금도 자신의 산행 전용차를 몰고 전국의 산야를 달리고 있다. ‘대전지역의 모든 산은 소산으로 통한다’는 표현대로 이 지역 취재길에 소산 선생을 만나면 만사가 형통이다.
이번 취재길에도 만나 많은 자문을 받았다. 특히 대전 이외 지역 분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들려준 ‘보만식계’ 산행에 관한 설명은 매우 유익했다. ‘보만식계’는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보문산(457m), 만인산(538m), 식장산(598m), 계족산(429m) 네 개의 산 머리글자를 따서 부르는 이름이다.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불수도북(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을 하나의 산행 루트로 묶어서 즐기듯, 대전권 사람들은 ‘보만식계’를 이틀에 나누어서 즐긴다고 했다. 어떤 등산광은 단번에 잠도 자지 않고 24시간 이내로 주파한다고도 들려주었다. 이들 네 개의 산은 중구(보문산)와 동구(만인산·식장산), 대덕구(계족산)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산이라 대전시민이면 누구나 한 차례 종주해보기를 원한다고 했다.
소산 선생은 42년간 대전·충남권에서 교직에 몸담아 봉직하셨다. 그만큼 이 지역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제자들이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등산사전’만이 아니라 ‘인명사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 계족산 자락의 맛집 한 곳을 자신있게 추천해주겠다며 안내를 해준 업소가 청운농원(042-627-3300)이었다. 대덕구 비래동, 버스 종점 비래초등학교에서 지척인 1번 고속국도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30년 전, 개점 당시와는 달리 상전벽해. 지금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그래도 청운농장에서는 자가 농장에 옻나무를 심어 기르고 식당 식탁에 올리는 대부분의 채소는 집에서 재배한다고 자랑한다. 파, 시금치, 취나물, 엉겅퀴 등 채소와 감자, 고구마 등을 재배한다고 했다.
후덕한 인상에 푸짐한 인정의 안주인 황정희(65) 할머니는 식당 운영 30년에 남들과 다툰 적 한 번 없고 행정관서로부터 지적을 받아본 일 한 번 없었음을 자신있게 밝혔다. 식당을 개점하기 이전에 포도과수원을 했던 사연으로 지금껏 청운농원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농장 일부를 갖고 있고 딸기가 곧 나올 철이라고 했다. 개점 당시부터 자신의 업소를 단골로 찾아주는 소산 선생을 친정 큰오라버니 대하듯 반겼다.
소산 선생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초심 그대로 지극정성 손님맞이를 하는 안주인이 좋아서 이 집을 즐겨 찾는다며 이제는 그만, 좀 쉬어가면서 남편과 함께 산행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여생을 즐기기를 권유했다.
전에는 농장에서 옻닭을 직접 기르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닭을 기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닭을 기르는 농장과 계약,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옻닭 3만 원. 오리요리(탕, 백숙, 오도리) 3만5,000원.
메뉴 옻닭 3만 원, 오리요리(탕, 백숙, 오도리) 3만5,000원
전화번호 [청운농원] 042-627-3300
찾아가는 길 대덕구 비래동, 버스 종점 비래초등학교에서 지척인 1번 고속국도 아래쪽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