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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이용대(上)선수가 17일 베이징공대 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셔틀콕을 노려보고 있다. 이효정-이용대 조는 세계 랭킹 1위 인도네시아 노바 위디안토-릴리아나 조를 2-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땄다. [베이징=연합뉴스] | |
한국 배드민턴이 12년 만에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랭킹 10위인 이효정(27)-이용대(20·이상 삼성전기) 조는 17일 베이징공업대 체육관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인 인도네시아의 릴리아나-위디안토 조를 2-0(21-11, 21-17)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한국이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김동문-길영아 조 이후 12년 만이다. 이효정은 15일 이경원(삼성전기)과 짝을 이뤄 출전한 여자 복식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머문 한을 풀었다.
경기는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났다. 이-이 조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잇따라 점수를 따내 5-0으로 앞선 뒤 1세트를 21-11로 따냈다. 2세트에서도 이-이 조는 4-0으로 리드하면서 여유 있게 경기를 이끌었고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완승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야구도 4연승을 거두며 4강 진출을 사실상 굳혔다. 한국은 베이징 우커쑹 메인필드에서 열린 예선 풀리그 중국과의 서스펜디드 경기(14일 6회 말 강우로 일시정지)에서 연장 11회 말 이승엽(요미우리)의 끝내기 결승타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남은 3경기(대만·쿠바·네덜란드) 중 1경기만 이기면 4강에 오른다.
한국은 중국과 연장 10회까지 0-0으로 맞서 규정에 따라 ‘승부치기’에 들어갔다. 주자를 1, 2루에 두고 공격을 시작하는 승부치기에서 선공인 중국이 점수를 내지 못했고, 한국은 무사 만루에서 이승엽이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경기를 끝냈다.
베이징=정영재 기자
중앙 2008.08.18 03:04 입력 / 2008.08.18 03:19 수정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을 차지한 김동문(당시 21세)-길영아(당시 26세) 조는 길영아가 연상이었다. 12년 만에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낸 이용대(20)-이효정(27)도 이효정이 연상이다. 더욱이 이용대-이효정조는 짝을 이룬 지 불과 1년도 안 돼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이-이 조는 2007년 3월 독일오픈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4강에 진출했고, 이어 스위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이들은 전략적 이별(?)을 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노골드의 수모를 당한 대표팀이 혼합복식 최상의 배필을 찾기 위해 파트너 실험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
이용대는 황유미(24)와, 이효정은 이재진(24)과 호흡을 맞춘 뒤 2007년 12월 재회했다. 김중수 감독이 이용대의 정교함과 이효정의 파워가 최상의 조합이라고 판단해 이들을 혼합복식 파트너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복식은 네트 점령 전략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특히 여자가 앞에서 네트플레이를 잘해야 성적이 좋다. 이효정(1m81cm)이 장신인 데다 네트플레이가 좋다. 대표팀 막내 이용대는 파워는 다소 약하지만 코스 공략과 공간 찾기 능력이 좋다. 이동수 복식 코치는 “두 선수 모두 복식에서 중요한 드라이브, 네트플레이가 좋다”면서 “이용대는 과거 박주봉 선배처럼 파워를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빈 곳을 잘 노린다”고 설명했다.
김중수 감독은 “남자가 선배면 뒤에서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반면 후배라면 부담없이 자기 플레이를 한다. 여자가 선배면 리드하면서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다”며 여자 선수가 연상인 복식조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이 조는 같이 조를 이뤄 출전한 국제대회 횟수가 적어 세계 랭킹은 10위에 불과하다. 이날 우승으로 이효정과 이용대는 각각 남녀 복식에서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렸다. 이효정은 이경원(28)과 짝을 이룬 여자 복식에서 중국의 두징-유양 조에 막혀 은메달에 그쳤다. 이용대-정재성 조는 남자 복식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
베이징=한용섭 기자
중앙 2008.08.18 02:44 입력 / 2008.08.18 07:52 수정
년연상 이효정 구석 찌르고, 이용대 스매싱 '호흡 척척'
"누나" "동생" 10개월도 안돼 혼합복식서 12년만의 쾌거
동생은 과감했고, 누나는 침착했다. 호흡이 척척 들어 맞았다. 네트 앞에 버티고 선 이효정(27)은 반대편 코트 좌우 구석으로 셔틀콕을 툭툭 찔러 넣었다. 상대 선수가 힘겹게 셔틀 콕을 받아 넘기면 뒤쪽의 이용대(20)가 사정 없이 스매싱을 퍼부었다.
그렇게 상대를 몰아붙이기를 37분. 2세트 20―17에서 이용대는 마지막 승부샷을 힘차게 꽂은 뒤 포효하며 코트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이효정은 무릎을 꿇고 짧은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러곤 관중석의 팀 후배들을 향해 돌아서서 두 손으로 머리 위에 하트를 만들었다.
이용대·이효정 '남매'가 17일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함께 일궜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길영아·김동문과 박주봉·라경민이 금·은을 나눠 가진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에서 딴 메달이다.
이용대·이효정 조는 베이징공대 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의 노바 위디안토(31)·낫시르 리리야나(23)조와 맞섰다. 한국은 세계 10위, 인도네시아는 세계 1위. 랭킹이 9계단이 차이가 났지만, 지난 1월 말레이시아오픈과 코리아오픈에서 꺾었던 상대였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이용대는 정재성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 16강전에서 덴마크에 불의의 패배를 당한 아픔을 씻어 내려는 듯, 스매싱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효정도 여자복식에서 은메달에 머문 아쉬움을 셔틀 콕에 담아 날렸다. 2세트 19―13에서 내리 4점을 내줘 19―17로 쫓겼던 게 가장 큰 위기였다. 세트 스코어 2대0(21―11, 21―17). 결승 치곤 싱거웠던 승부였다.
이용대는 "남자복식에 비해 혼합복식에 거는 기대가 적어 부담이 덜했다. 남자복식 탈락 때문에 힘들었지만 팬들의 성원 덕분에 오늘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효정은 "최선을 다해준 용대가 너무 고맙다"며 "함께 고생한 (복식 파트너) 경원 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용대와 이효정이 혼합복식 '짝꿍'으로 뛴 기간은 1년이 채 안 된다. 작년 3월 독일오픈에 처음 출전해 4강에 오른 뒤, 그 다음주 스위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용대가 부상을 입고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남자복식에만 전념하게 되면서 곧바로 헤어졌다. 이효정은 이후 이재진, 한상훈과 짝을 이뤄 여러 국제대회에 나갔지만 번번이 4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작년 11월 둘은 다시 결합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혼합복식 조를 꾸려 보던 김중수 대표팀 감독의 선택이었다. 체력이 붙은 이용대가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모두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적중했다. 복식 경험이 풍부한 이효정과 '제2의 박주봉'으로 불리는 이용대는 단숨에 세계 최강의 전력을 다져갔다.
두 선수는 지난 1월 말레이시아오픈에서 결승까지 오르고 코리아오픈에서도 세계 1, 3, 4위를 차례로 꺾고 우승해 상승세를 탔다. 이용대는 "효정 누나와 호흡을 맞춘 기간이 짧아서 더 잘 한 것 같다. 오래 했으면 많이 싸웠을 텐데, 서로 기분 좋은 상태여서 상승 분위기를 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화순중 3학년 때 역대 최연소로 국가대표로 뽑혔다.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단체전, 남자복식, 혼합복식 3관왕에 오르며 일찌감치 한국 배드민턴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2008 전영오픈 남자복식 등 9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남자복식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부산 모라여중, 학산여고를 나온 이효정은 고교 3학년이었던 1998년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단식, 여자복식, 혼합복식 3관왕에 올랐다. 이듬해 국가대표가 된 이효정은 여자복식, 혼합복식을 주로 뛰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여자복식 1회전에 탈락했고, 2004년 아테네대회 때는 여자복식 8강, 혼합복식 16강에 머물렀다. 2006년 초 허리 부상을 당해 1년여 동안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여자복식에서 이경원과, 혼합복식에서 이용대와 짝을 이뤄 금·은메달을 1개씩 획득,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이용대·이효정 조의 금메달 획득은 김동문·라경민 조의 은퇴로 끊겼던 혼합복식의 대(代)를 잇는 의미가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배드민턴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 한꺼번에 은퇴하면서 생긴 공백을 이들이 완벽하게 메웠다.
조선기사입력 2008-08-18 03:14 최종수정2008-08-18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