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부르는 역차별] <中> 단물만 쏙 빼먹는 외국자본
유상감자… 부동산 매각… 투자이익 회수 급급
당기 순이익의 15배나 배당해 거액 챙겨
신규투자 외면… “기업 성장 막아” 지적
입력 : 2004.11.29
외환위기 직후 무더기 부도사태에 몰렸던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외국자본의 투자로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일부 외국자본들은 투자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유상감자와 부동산 매각, 고액배당 등에 나서고 있어, 당초 국내에서 기대했던 대한(對韓) 신규 실물투자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상감자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는 작년 말 최대주주인 JP모건의 요구에 따라 전체 지분의 33.46%를 유상감자(有償減資)했다. 유상감자란 회사가 주주들에게 돈을 주고 자기회사 주식을 매입한 다음 이를 소각(消却)해 없애는 것으로, 기업 규모를 축소할 때 실시한다. JP모건이 유상감자로 회수한 돈은 760억원. 지분 33.46%를 인수하는 데 투자한 돈 246억원을 빼고도 514억원을 남겼다. 이에 대해 ㈜만도의 경영진은 “JP모건은 지난 99년 ㈜만도를 인수한 후 한 번도 배당을 받은 적이 없어 투자이익 실현을 위해 유상감자를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OB맥주의 대주주인 벨기에 인터브루사도 최근 유상감자를 통해 15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배당·부동산매각
고액배당과 부동산 매각도 논란의 대상이다.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퀀텀펀드는 지난 99년 서울증권을 인수한 뒤 2002년 3월 당기순이익(471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801억원을 배당, 고배당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퀀텀펀드는 배당금으로 214억원을 받았다. 메리츠증권의 최대주주인 파마(PAMA)도 지난해와 올해 결산기에 각각 당기순이익의 15배와 2배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 투자자본의 38%를 배당으로 회수했다.
론스타는 지난해 4월 극동건설을 2400억원에 인수한 직후 이 회사가 보유한 빌딩을 곧바로 1600억원에 매각, 실제로는 800억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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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증권의 최대주주인 BIH(브릿지 인베스트먼트 홀딩스)펀드는 고배당과 무상증자·유상감자 등을 총동원, 전형적인 투기자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BIH는 대유증권과 일은증권 인수과정에서 3차례 유상감자로 443억원을 회수했다. 또 올 5월에는 무상증자 후 유상감자로 1350억원을 빼내갔다. BIH는 총투자금액 2200억원의 90%에 이르는 1997억원 정도를 유상감자와 배당으로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유상감자 재원 마련을 위해 브릿지증권 여의도와 을지로사옥을 매각, 714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물론 기업의 유상감자와 고액배당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시각도 있다. 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 원장 중앙대 정광선(鄭光善) 교수는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한다든가, 유상감자를 실시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비난할 수 없다”며 “어떤 업종이 경쟁이 심할 경우에는 기업규모를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하성(張夏成) 고려대 교수는 이에 대해 “국내자본, 해외자본을 떠나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자금을 고배당이나 유상감자 등을 통해 빼내가는 것은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해당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