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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국교육, 너 정말 이럴 거야?!”
학교는 이제, 핸드폰보다 못하다. 무엇 하나 핸드폰을 앞서는 게 없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그렇다. 인터넷, 동영상, 게임, 영화, 채팅, 음악, 독서…… 없는 게 없다. 하루 내내 만지작거리며 놀 수 있다. 학교에 없는 것들 혹은 학교에서 누릴 수 없는 것들이 제 손아귀 안에 다 들어 있다. 학교보다 핸드폰이 아이들에겐 절대 우위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학교에 꾸역꾸역 나온다. 이유는 단 하나다. 학교를 통하지 않고선 계층 상승이 현재로선 어렵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것, 명예와 돈이 아직은 핸드폰에서 나오지 않는 연유이다. 이 책은 이렇게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는 학교와 교육 문제를 지은이의 오랜 경험과 독특한 시각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 『꽃보다 귀한 우리 아이는』의 가장 큰 미덕은 중고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가슴을 끄먹하게 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이는 아마도 교사로 시인으로 청소년소설 작가로 살아가는 지은이의 진정성이 글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상준 (소설가, 광양고등학교 교장)
꽃보다 귀한 우리 아이들이 있는 자리
우리 아이들 하나하나가 꽃보다 더 귀한 존재라고 여기는 시인이자 교사, 조재도 선생의 교육 에세이 『꽃보다 귀한 우리 아이는』이 출간되었다.
<살림터 교육문예>의 첫 번째 작품으로서, 이 책에는 학생과 교사의 생활이 오롯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들과 교육 문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교사로서 자성의 목소리 가득한 에세이가 담겨 있다. 특히 일상의 삶과 우리 사회의 문제를 엮어 생각하며 성찰하는 지은이의 안목에는 우리를 전율케 하는 날카로움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날카로운 시선과 차가운 지성보다도, 꽃보다 더 귀한 존재로서 전인적으로 자라 인생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할 아이들에게 느끼는 안타까움이 이 책의 시발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국영수사과밖에 모르면서 좁고 네모난 교실과 교과서의 틀에 갇혀 성적에 목을 매는 입시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지은이는 선생으로서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부채의식을 느끼곤 한다. 그러한 사색이 이 책의 곳곳에 점점이 스며 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은이는 심지어 유서 같은 낙서, 낙서 같은 유서를 남기고 우리 곁을 우리 아이가 떠나는 현실에 분노한다. 21조 6,000억이라는 거액의 사교육비를 쏟아 붓고 있는 학부모들의 처지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자라난 우리 아이는 어떤가? 자아정체감이 없고, 여유가 없고, 쉽게 절망하며, 충돌이 잦고 불화를 일으키며 권위주의적이고 배려하지 않는다. 인생을 충만하게 살지 못하고, 부박한 일에 자기 에너지를 낭비한다.
그리하여 30년 동안 성적에 따라 줄 세워져 세상으로 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애써온 지은이는 여전히 이렇게 묻고 있다.
“지금 그들은 행복할까?”
“그들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만큼 선진화되었나?”
초강력 슈퍼 바이러스-학력신장 일제고사 바이러스
『꽃보다 귀한 우리 아이는』의 한 축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학교와 교육 문제에 대한 올곧은 문제제기이다. 시인의 신랄한 표현력이 비판의 예리함을 더해주고 있기도 하다.
지난 5년(2003~2007) 동안 학생 자살률은 무려 42퍼센트가 증가했고, 가정불화로 인한 자살은 5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현상을 불러오는 입시병에 대해 학력신장 바이러스, 일제고사 바이러스가 아니냐고 묻는다. 학력신장 바이러스나 일제고사 바이러스에 이미 온 국민이 감염되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학교 성적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초등학생 방학마저 앗아가며, 중학생들에게 8교시 9교시 그것도 모자라 야간자습까지 하게 하는 이 초강력 슈퍼 바이러스의 위력에 비한다면, 신종 플루는 정말 명함도 못 내밀 미미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에 외국의 인사 또한 지지의 의견을 보내왔다.
최근 한국의 한 중학교 교사가 「초강력 슈퍼 바이러스」라는 제목으로 신랄한 글을 하나 썼는데, 이 글에서 그는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의 자살률에 비하면 신종 플루로 인한 사망률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는 교과부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파리외방정교회 2010년 2월호』, 「한국, 변화 중인 사회」 질베르 퐁세 신부).
그렇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자영이의 꽃바구니
또한 이 책에는 시인의 감수성으로,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발견하고 빚어낸 희망의 이야기들이 있다. 아름다움을 살펴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상에서 오는 지루함과 누추함을 더 깊이 견뎌야 하는 고통이 있을 것이고, 누가 더 행복하냐는 물음에 어느 쪽이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는 사람의 인생이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인생보다 풍요롭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른바 왕따쟁이 명환이에게 한글 맞춤법을 가르치고 자서전을 쓰게 했던 일, 가출쟁이였던 자영이와 함께 자서전 쓰기를 했던 경험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때로는 눈가가 촉촉해져 오기도 한다.
자서전 쓰기를 하면서 우린 한 달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났다. 자영이는 나를 만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아마도 처음으로 어른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에서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60번이나 가출을 했던 자영이었지만 여느 아이와 똑같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만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로 인해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처세관을 가지고 있었다. 자영이는 이 학년에 무사히 진급했다. 자영이가 이 학년에 올라가던 해 나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학생들에게 이임 인사를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나에게 자영이가 사탕으로 만든 조그만 꽃바구니를 선물했다(본문에서).
오늘의 아이들은 나약하지만은 않다. 학교에서는 어떻게든 아이들의 인격과 자주성을 망가뜨리려는 시도가 일어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든 꽃바구니 가득 열매를 담으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아무래도 교사는 기쁨보다 슬픔에 더 민감한 존재. 웃고 즐거워하는 아이보다 우는 아이에 더 마음이 쏠린다. 우는 아이의 눈물이 짜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묻는다. 이 아이들을 위해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생활 속에서 지켜내는 작은 원칙들이 거대한 해일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덤볐지만 문제는 더욱 꼬여 갔다. 교육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과 함께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답 없는 메아리에 많은 이들이 침묵하고 있다.
이 책은 잔잔한 호수에 던지는 돌멩이처럼 많은 이들의 의식에 파문을 일으켜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또 한 번 당부한다. 자기 자신을 알고, 아이들과 함께하며, 자신을 둘러싼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라는 궁극적 기대감을 갖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 조재도 시인이자 교사이면서 청소년소설 작가인 그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청양에서 자랐다. 1981년 대천고에서 처음 교사로 근무한 이후 학급문집을 펴내면서 학생 글쓰기 교육에 열중하였다. 1985년 8월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파면되었고, 1988년 9월 온양여중으로 복직되었으나, 1989년 8월 전교조 결성으로 다시 해임되었다. 1994년 서산중으로 복직, 지금까지 중학교에서 16년째 국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해직된 동안 교육문예창작회, 충남교사문학회, 충남국어교사모임 등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첫 시집 『교사일기(1988)』 이후 지금까지 『그 나라』 『백제시편』 『좋은 날에 우는 사람』 등 일곱 권의 시집을 내었다. 장편소설 『지난날의 미래』, 장편동화 『넌 혼자가 아니야』, 교육산문집 『삶․사회․인간․교육』 『일등은 오래 가지 못한다』, 학생 인성교육프로 그램인 『함께 나누는 마인드 비전(길잡이용, 공저)』, 시 해설서 『선생님과 함께 읽는 윤동주』, 한국 단편소설 해설서인 『조재도 선생님의 살아 있는 문학교실①』 등을 펴냈다.
▶차례
제1부 초강력 슈퍼 바이러스
작은 죽음/두꺼비/원칙주의자/초강력 슈퍼 바이러스/누가 더 행복할까/우리들의 슬픔과 노동/세모 치는 마음/오늘 하루/왕따쟁이 명환이/가출쟁이 자영이
제2부 왜 10억인가
180센티미터/태도의 문제/흔해서 좋은 것/덕/나는 내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다/어련히 알아서 하겠니/야단법석의/울타리 안에서/왜 10억인가/경쟁의 끝은 무엇인가
제3부 C급 교사
필사적으로 쉬세요/학교 안과 밖의 기쁨/교육의 방향은 정보화가 아니다/심심함에 대하여/C급 교사/볕이 났을 때 풀을 말려라/지워진 사람들/십대, 청소년, 학생
제4부 세상이 맑아지는 자리
통마음/망상/마음의 눈/세상이 맑아지는 자리/자기 평가
강박/에코우와 나르시스/깨어 있기
제5부 아이들의 눈물은 짜다
아이들의 눈물은 짜다/일회성 행사 유감/무엇을 울고 갔을까/정경모 선생/민족의 트라우마/진실, 화해, 상생/청양군 사회단체/신화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