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이슈
▶ 밀양⦁마산⦁당진 송전탑설치
- 유형 : 장소갈등 - 공익과 주민 이해관계의 충돌
- 개념 :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1990년대 외국기업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장소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추진됐으나 지나친 지역 간 경쟁으로 장소갈등은 ‘장소전쟁’으로 표현될 정도로 지역이기주의로 전환되었고, 승패에 따라 지역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장소갈등은 정권교체기의 정책 변경에 주민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증폭된다.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 MB정부의 4대강 사업, 박근혜정부의 167개 지역 공약 제시 후 상당수 정책 재검토 등으로 상반된 이해관계에 놓인 지역주민들 간 갈등으로 확산되었다. 장소갈등은 공익을 무시한 채 님비(NIMBY)와 핌피(PIMFY) 등 지역의 집단이기주의로 비화되어 과도한 소모전과 재정낭비의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 사건 : 2005년 8월 정부는 밀양 5개면 주민을 대상으로 송전탑을 지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7년 11월 정부는 우여곡절 끝에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을 승인한다. 총 사업비 5000억원 이상을 들여 신고리~북경남에 이르는 송전선로(90.5km)에 철탑 161기를 짓는 대규모 국책 사업. 이듬해 8월 공사를 시작해 2010년 12월 완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착공 이후 공사는 무려 11차례(약 1100일) 중단됐다. 그 사이 주민 한 명은 분신해 목숨을 잃었다. 완공 예정일은 올 연말이다. 3년이나 늦어졌지만 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 갈등이유 :
첫 번째로는 한국전력공사의 사업추진 방식. 한전은 2001년 5월 송전선로 경과지를 선정하고 2005년 8월 주민설명회를 가진 후, 2005년 10월 환경영향평가를 끝내고 2007년 11월 사업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주민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업이 수면위로 떠오른 2005년부터 밀양주민들은 한전의 송전탑 건설을 놓고 반대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한전은 주민들과 대화를 하거나 협상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사업을 밀어 붙이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였다. 한때는 송전탑 건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광고방송을 내보내고 후원을 하기도 했으며, 지속적으로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미치는 것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보상문제. 송전선로를 짓는 주변 지역피해보상에 대한 법률이 최근까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전은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상에 대한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하고 적용시켜왔다. 국가사업을 진행할 때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 직접 피해를 입게 되는 주민들과의 소통 없이 보상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시행함으로써 주민측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셋째로는 주민들의 건강문제이다. 이는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강력하게 내세우는 이유 중 하나로 송전 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각종 병을 유발할 것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아이들의 백혈병과 암의 발생률이 높아지는지의 여부를 알아보는 연구는 이미 유럽에서 진행되었고, 전자파의 유해성이 입증되어 유럽에서는 송전선로를 짓는 기준의 근거가 되었다.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밀양주민들의 농성을 저지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으로 주민들과 경찰들이 충돌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다치고 피해를 보고 있다.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수렵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방식 또한 갈등의 이유이다.
▶ 역사교과서 논쟁
- 유형 : 이념갈등 - 역사교과서, 마을공원 등 일상에 광범위하게 확산
- 개념 : 1990년 대 말 이후 뉴라이트의 탄생으로 이념갈등이 새로운 환경을 맞았으며 ‘역사교과서’, ‘다큐 백년전쟁’등으로 쟁점화 되었다. 최근 뉴라이트 인사들이 주도하는 ‘한국현대사학회’의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에 통과하면서 진보-보수의 역사교과서 논쟁이 새롭게 재개되었고, 이는 역사에 대한 진보-보수 간 적지 않은 시각차로 일반인의 역사인식에 혼란을 초래하고 생활갈등을 유발한다. 이념갈등은 대중스타나 게임, 인터넷 등을 통해 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번져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된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이념논쟁을 벌이다 살인까지 저지른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 사건 : 친일·독재 미화, 사실 관계 오류, 심지어 표절 등 숱한 비판과 논란의 진원지에 있었던 교학사 교과서가 고등학교 현장에서 외면 받는 것은 사필귀정에 해당할 것이다. 최근 경남진보교육네트워크가 도내 고등학생 1000여 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응답이 66.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학사 교과서는 법적으로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위안부 피해자 등 9명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고등학교에 배포하지 말아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가 위안부에 대한 강제 동원을 시작한 연도도 사실과 틀리게 기술한데다, 위안부 여성들이 일본 군대를 '따라다녔다'고 표현하여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동의 주역은 어디까지나 박근혜 정부다. 정부는 지적된 오류들도 제대로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교학사 교과서의 검인정을 통과하게 했다. 현직 교사들이 참여한 8종 한국사 교과서 수정·보완 작업에서 1차 검토 결과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가 440여 건이 지적됐으나 교육부의 최종 권고안에서는 251건으로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갈등 개념
▶ 갈등의 유형
· 가치 갈등(value conflict)
- 가치관, 신념체계, 종교, 문화의 차이
- 사회적 편견, stereotyping
- 정의, 공정성, 정당성 등의 기준에 대한 시각 차이
· 이익 갈등(interest conflict)
- 한정된 경제적/물질적 자원 또는 권력에 대한 경쟁적 추구
- 정신적․심리적 욕구 충족을 위한 다툼
- 이해관계의 분배방법, 절차 등에 대한 입장 차이
▶ 사회갈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사회갈등은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이익집단 간 지나친 경쟁을 초래함으로써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소득계층이나 인종분포가 다양해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일수록 경제성장에 필수불가결한 공공재(인프라, 교육)가 과소 공급되는 경향이 있고, 강력한 이익집단의 경쟁이 치역하게 벌어지는 사회는 자신에게는 이롭지만 전체의 경제에는 해로운 정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갈등은 경제위기 극복에 필요한 재종정책 및 통화정책의 추진을 지연시기 때문에 갈등관리시스템이 취약한 국가일수록 경제위기나 불황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불황기를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산적이고 기업가적인 활동이 정치적인 논쟁으로 소모될 우려가 있다.
OECD 27개국을 대상으로 사회갈등지수가 1인당 국민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분석을 이용하여 추정한 결과 사회갈등지수가 10% 하락할 경우 1인당 GDP가 7.1%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갈등지수가 OECD 평균인 0.44로 완화될 경우 1인당 GDP는 2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통계
▶ 사회갈등지수 측정(출처 : 삼성경제연구소)
- 사회갈등지수
- 사회갈등지수 측정에 사용된 변수
구성요인 | 변수 | 지표 | 설명 |
갈등요인 | 소득불균형 | 지니계수 | 2000년대 중반 |
갈등관리 시스템 | 민주주의 성숙도 | 민주주의 지수 | 행정수반의 선출절차, 행정권에 대한 제한, 정치적 경쟁 등으로 구성(1991~2007년 평균) |
정책수행능력 | 정부효과성지수 | 정부정책의 일관성, 정부 관료의 전문성, 정부규제의 품질 등(2005년) |
- 사회갈등지수의 국제비교
한국은 소득불균형 등 구조적 사회갈등요인은 비교적 양호하나, 민주주의 제도의 미성숙과 정부효과성 부족으로 인해 사회갈등지수가 높다. 한국의 소득불균형은 OECD 평균 수준이지만, 민주주의 성숙도(27위)와 정부효과성(23위)은 OECD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출처 :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삼성경제연구소, 2009>
▶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갈등 영역(자료: 사회갈등, 사회통합에 대한 실태조사)
갈등이 큰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갈등은 발생 영역이 다양하고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인식된다. 한국의 사회갈등은 이념, 계층, 세대, 지역, 노사 등 다수의 영역에 걸쳐 전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계층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2011년 현재 한국사회의 갈등에 대해 57.9%가 “심각하다”고 응답,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비율의 4.5배에 달한 것으로 보아 한국인 스스로도 사회갈등이 점점 더 크고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 갈등 집단별 갈등이 심각한 정도 <출처: 2013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경실련 갈등해소센터>
▶ 사회갈등 책임도와 사회갈등 해소 노력도
□ 외국 사례
▶ 스위스 : 소수파의 정부참여를 제도화하여 국민통합을 이룩
스위스 갈등의 근원 : 종교 및 언어 갈등
16세기 초반 이후 지속된 신⦁구교 칸톤(Canton) 간의 종교전쟁에서 신교측이 승리함으로써 1848년에 스위스연방이 성립 - 칸톤은 스위스연방을 구성하는 주(州)로서 1848년 이전에는 독립된 주권국으로 느슨한 스위스연맹을 형성 - 신교 측 자유민주당은 연방의회를 지배하고 최고행정기관인 ‘연방평의회’ 7개석을 독식하며 가톨릭계를 정치적으로 배제 18세기 후반까지 스위스 칸톤은 대부분 독어권에 속해 있었으나 나폴레옹 전쟁 이후 불어권 칸톤이 편입 - 현재 스위스의 26개 칸톤은 독어권 18개, 불어권 6개, 이탈리아어권 1개, 독일, 이탈리아, 로만어 공용권 1개로 구성 |
- 19세기 말 연방정부가 추진한 산업정책이 사회갈등으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직면하였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산업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해 당시 전략산업이었던 철도산업의 합병을 추진하였으나, 연방정부의 권한 확대에 반대하던 가톨릭⦁불어권 칸톤 주민들이 1891년 국민투표에서 구조조정안을 부결시키자 사회갈등이 고조되었다.
- 1891년 국민투표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행정부인 연방평의회 위원 중 우정철도(郵政鐵道)장관이 사임하자 집권 민주당은 그 자리에 가톨릭계 보수당 인사를 기용하고 그 이후부터 소수파에게 연방평의회 의석을 보장하는 전통이 지속되었다. 정당 간 협력이 국론 수렴을 촉진하여 철도기업 인수합병안은 1898년에 67.9%의 지지율로 국민투표를 통과하게 되었다. 철도 회사의 합병은 철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연방해체도 이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스위스 정부는 반대세력의 연방정부 참여를 제도화함으로써 갈등을 완화하고 기대한 정책목표도 달성하게 되었다.
▶ 이탈리아 : 정부의 갈등조정전략 부족으로 노동시장개혁이 실패
이탈리아 갈등의 근원 : 이념 갈등
이탈리아는 종교 및 인종 갈등은 약했던 반면, 좌우 이념갈등이 심각 - 이탈리아는 동시대에 극우 파시스트인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ni)와 공산주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를 배출 - 2차 세계대전 이후 순수 비례대표 선거제를 채택한 결과 의회에 진출한 정당이 극좌파인 공산당(PCI)에서 극우파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 등 15개에 이를 정도로 이념적 분열이 발생함 |
- 2차 세계대전 이후 기독민주당(DC)은 라이벌인 공산당을 견제하고 신공산당계열의 최대노조 이탈리아노동총연맹(CGIL)에 대한 유화책으로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였다. 1970년 「노동자법」은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기 어렵도록 규제하고, 부당해고자의 경우 복직을 강제하는 등 경직적인 해고규제를 하였지만 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였다.
- 이에 중도우파연합의 실비오 베를루스꼬니 정부는 반대 집단과의 소통 없이 노동유연화를 추진하였으나, 정부가 법안처리를 강행하자 반정부집단에 의한 테러 등 폭력적 사회갈등이 분출하였다. 노동시장개혁이 좌초함으로써 이탈리아 경제는 활력을 찾는데 실패하였다.
▶ 터키 : 취약한 민주주의가 경제위기와 민족분규를 초래
터키 갈등의 근원 : 종교 및 인종 갈등
1923년 공화국 출범 당시 헌법에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세속주의를 명문화했지만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간의 갈등이 존재 - 1996년 이슬람계의 복지당이 집권했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해산되었고, 복지당의 후신 미덕당도 2001년 6월 위헌판결로 해산 터키 국민의 약 17%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이 1920년대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함으로써 다수인종인 터키족과 갈등 |
- 서구민주주의와 달리 정교(政敎)분리 원칙이 확립되지 못하여 세속주의파 대통령과 이슬람파 총리 간의 알력으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었다. 2000년에 부실은행 구제과정의 투명성 부족과 IMF와 맺은 통화 공급 상한 위반 등을 이유로 IMF는 지원을 중단하였다.
- 2001년에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되었고, 경제 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대외신인도를 급락시켜 실질경제 성장률이 2000년에 6.8%에서 이듬해에 -5.7%로 격감하는 경제위기가 재발하게 되었다.
-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을 소수인종으로 분류하기를 거부하고 강력한 민족동화정책을 실시하는 등의 소수인종에 대한 관용이 부족하여 자국 내 인종갈등이 격화되었고, 이는 서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유럽연합(EU) 가입이 거부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였다.
▶ 미국 : 독립성 지닌 공공사업규제위가 ‘갈등 해결사’
미국에서는 독립 규제기구가 송전설비 건설 갈등을 해결하는 주요한 구실을 한다. 주마다 설립된 공공사업규제위원회(또는 기업규제위원회)는 신규 송전설비의 경제적·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주 헌법을 통해 독립성을 보장받는 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력 운영, 전기요금 조정, 소비자 보호 등 전기사업 업무를 맡는 전기위원회가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소속된 심의기구에 불과하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기업규제위원회의 켄 슈라드 대변인은 <한겨레> 취재진에게 “위원회가 과도한 정치적 압박 없이 전체적 공익만을 고려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독립성 보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위원회는 행정·입법·사법 권한을 모두 가지면서 정부에서 분리된 조직으로 존재하고, 이를 주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시민·기업·소비자의 이해관계 균형을 잡기 위해 청문회를 연다. 슈라드는 “위원회의 목표는 어떤 이해관계 당사자라도 의견을 개진하도록 해 충분하고 완전한 기록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송전설비 건설 인허가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설비의 필요성’이다. 슈라드는 “지역 전력회사들이 세운 송전설비 계획을 비롯한 다양한 계량 분석, 에너지 효율성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며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환경영향을 포함해 가능한 한 모든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송전설비 경로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 독일 : 민의 반영 시스템
생태계가 잘 보존된 습지대가 많아 지역 전체가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호린지역에 기존의 110㎸ 노선을 380㎸로 교체한다는 계획이 2008년 수립됐다. 그러나 주민단체는 철새들에게 미칠 영향과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송전선에 반대하였다.
이러한 문제에 독일은 송전선 건설의 초기 단계부터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여러 단계의 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 수요조사에서부터 계획확정절차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정부는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묻고 또 묻는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비용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도 1970년대 대규모 원전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이 화염병을 던져가며 원전·송전탑을 반대할 정도로 첨예한 갈등이 빚어졌다. 이런 사회적 갈등의 경험을 승화시켜, 민의를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절차적 시스템을 만들어나간 것이다.
합리적 제도는 적어도 갈등 발생의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독일에선 에너지 수요조사 결과가 ‘에너지관리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개된다. 계획확정절차의 일환인 환경영향평가에도 반드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2005년 연방법으로 명시된 계획확정절차는 송전선을 비롯한 도로·철도·가스관·수로 등의 시설을 건설할 때 반드시 주민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 정부나 민간기업인 사업자가 계획확정절차에 들어가면, 사업과 관련된 모든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송전선 건설 계획이 확정된 이후에는 법제화 되어 수용 토지의 실거래 가격으로 보상도 적절히 이뤄진다. 송전탑 건설로 농기계 운용에 차질이 생기면 손실을 따로 보상받을 수 있다. 반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토지를 수용하는 우리나라에선 늘 불충분한 보상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해왔다.
독일에는 갈등이 벌어질 만한 국책 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3의 기구’도 있다. 바로 ‘움벨트힐페’(Umwelthilfe)다. 1975년 환경보호단체에서 출발한 비정부기구(NGO)로, 2008년 이후로 송전망 계획처럼 주민과 사업자, 정부 사이의 이해가 엇갈리는 현장에서 중재자 구실을 맡고 있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연방 정부는 움벨트힐페의 문을 두드리고, 움벨트힐페는 사업의 취지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대안을 마련해 다시 계획 수립 과정에 반영하도록 한다.
□ 현행 정책
▶ 갈등관리실태점검평가위원 구성
2013년 초 정부가 제시했던 우리나라 주요 갈등 66개 과제에 대한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밀양 송전탑 등 올해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갈등과제가 많았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4대강 사업, 반구대 암각화, 지방 보육료, 물이용 부담금 등 굵직한 이슈가 이어졌다. 정부와 주민, 정부와 지자체, 주민과 주민 등 갈등 주체도 다양하다.
정부는 이들 갈등 66개 과제에 대해 각 부처별로 어느 정도 갈등관리를 했는지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갈등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교수·민간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갈등관리실태점검평가위원'을 구성했다. 현재 국무조정실은 해당 갈등과제를 가지고 있는 각 부처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있는 중아다.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4일 "부처별로 제시된 갈등과제에 대해 종합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연말에 66개 갈등과제에 대한 평가 작업을 벌이고 이를 점수화시킨 객관적 수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평가지표는 갈등관리 역량, 갈등 예방, 갈등 대응, 갈등관리 성과 등 네 가지이다. 각 부처는 올 한해 갈등관리시스템과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갈등관리를 벌여왔다. 예상되는 갈등에 대해서는 갈등영향분석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 대응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평가 작업에서 우수 사례로 꼽힌 갈등과제에 대해서는 포상을 할 예정이다. 미흡한 사례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에 보완책과 향후 대응방안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 국무조정실장 주재 ‘갈등점검협의회’ 신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갈등관리와 해결을 위해 ▲부처 갈등관리 추진체계 확립 ▲컨트롤타워로서의 국무조정실 갈등관리 총괄기능 강화 ▲부처 갈등관리 역량 제고를 위한 인프라 확충 등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 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갈등관리심의위원회'와 별도로 범정부적 갈등관리 지원·조정을 위해 '갈등점검협의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각 부처 차관들이 분기마다 갈등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전력, 수자원, 군 시설 등의 동일한 형태의 반복되는 갈등의 경우 표준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갈등관리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된다. '공공기관 갈등관리 매뉴얼'을 6월 중 보급하고 갈등관리 관련 지식과 정보는 물론 주요 해결사례를 통해 갈등관리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용욱
역량평가 전문 교수,변호사
010.9322.8998
미래를 준비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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