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중심의 학원 경영
비진학 근로청소년, 독학생, 만학도 들만을 대상으로 학원을 경영하는 데는 참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지금은 명실공이 최고의 전통과 합격률을 자랑하는 검정고시의 명문 학원으로서 철저한 학습지도와 완벽한 교육시설을 갖춘 40여년 전통의 수도학원이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학원 경영’하면 우선 경제적인 측면의 이익부터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수도학원의 경우, 이익을 추구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수강료를 제때에 혹은 많이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학원 운영에 몹시 애를 먹었다. 수강료를 척척 낼만한 형편이었으면 정규교육을 마다하고 왜 독학을 할 것이며, 왜 진학을 하지 못했겠는가를 생각하면 수긍이 되지 않는 일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금전적인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사회교육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시작한 일이었으며 재산을 모으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움은 내적인 문제에도 있었다. 수강생들 사이의 학력 수준이 하늘과 땅의 간격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무학(無學)인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서 중 고등학교를 중퇴한 사람도 있었으니, 그들 가운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해 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또한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들 대부분이 공부와는 거의 대개 담을 쌓아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무엇 하나를 깨우쳐 주는 데도 보통 사람의 서너 배 이상 되는 힘과 시간이 들었다.
나이 어린 사람, 청소년, 어른, 혹은 독학생, 무직자, 노무자 등 사회 각 계층과 다방면의 다양한 사람들을 배움이라는 한 가지 목표로 동화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날이 갈수록 실감이 되었다. 또한 수강생 대부분이 집안이 어렵거나 가족 구성이 완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지 그들은 걸핏하면 성을 내는 강파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길들이기 힘든 야생마 같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싸움을 해도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하는 것과는 달리 사납고 험하였으며, 욕을 해도 보통의 사람은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심한 상소리를 해댔다.
사정이 이럴진대 선생님께 제대로 순종하며 따를 리가 없었다. 툭하면 대들거나 딴전을 피우기 일쑤였으므로, 한 달도 안 돼 도저히 못 가르치겠다면서 사표를 써오는 선생님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선생님들을 설득했다. 지금 저들을 잡아주지 못하면 저들은 끝내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인생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내 형제나 자매같이 생각하고 애정과 사명감으로 참고 견뎌 보자고도 했다.
그들이 이처럼 말과 행동이 불손하고 난폭했던 것은 가정적으로, 기질적으로, 또는 그 연령층 특유의 반항적 성향들에 영향 받았을 수 있다. 즉 그들이 지식을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마음자세가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을 몰랐던 것이다. 나는 비로소 그들이 자꾸 벗나가기만 하는 것이 그저 목표를 향해 억지로 끌고 나가려 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임을 깨닫게 되었다.
주지하듯이 소나 말을 억지로 잡아 끌어서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까지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물을 마시거나 마시지 않고는 이끌어 간 사람의 몫이 아니라, 이끎을 당한 소나 말의 몫이다. 이에 나는 교육방법이 새롭게 달라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들이 왜 학원에 와서 공부를 해야 하고, 배워야 하는가 하는 학업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렇기 전에는 그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정신교육의 일종인 ‘훈화’시간의 마련이었다. 이 ‘훈화’시간은 그 내용과 운영방식에 있어선 처음과는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는 수도학원의 인성 교육 덕목이다. 그리하여 비행과 탈선 청소년들이나, 소극적이고 나태한 청소년들을 교화할 수 있는 인성교육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여 그들이 모범 청소년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아무리 사설 학원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에게 지식에 앞서 정신적인 양식을 심어주기 전에는 교육의 효과와 목적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내가 인생을 살면서 깨닫거나 얻어진 가장 소중한 것들을 챙겨 좋은 덕이 되고 값진 열매가 되는 애기들을 내용으로 ‘훈화’시간을 진행하였고, 이것은 수도학원의 전통이자 유명한 교양 과목이 되었다. 다른 사설 학원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정신교육 시간이 마련되었던 배경에는 이런 내 교육적 방침에 말미암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