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이 부른다
안홍진(지평면 출향)
‘Seoullites are coming here’ (서울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서울이 양평으로 가는 베이스캠프가 되고 있다. 서울사람뿐만 아니라 수도권 거주인도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지인들은 다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큰소리칠만하다. 지난 10년간 양평의 인구 증가는 매년 2%, 세대 수 증가율은 연간 2.5%로 나온다. 서울 사람뿐 아니라 타지의 사람을 끌어들이는 양평의 매력 포인트는 수없이 많다.
-10년 전 전북도청의 공보 담당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구 유인 전략을 강의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들은 매년 줄어드는 어느 시의 인구추세가 50년 동안 계속 이어진다면 전북도의 이 시는 사람 살지 않는 사막이 될 것을 염려했다.-
바쁘게 사느라 진정한 삶을 잊어버린 사람에게는 여유와 휴식이 필요하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최적의 장소–적당한 높이의 산과 알맞은 길이의 강이 어우러진 곳-가 양평이다. 하루를 여기서 묵고 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생활의 ‘에너자이저’가 된다.
양평 사람들, 양평니언(Yang pyongnian)은 날마다 서울로 여행한다. 최근 몇 년간 생긴 인근 지역 철도와 도로 덕분이다. 앞으로 세울 여러 고속도로도 “로마로 통한다.”가 아니라 “모두 양평으로 향한다.“라는 정보를 말해준다.
어느 도시든 매력 포인트는 인간이 살아가기 편리한 생태계에 있다. 주어진 환경 아래서 생물과 비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곳이 생태계다. 나무가 모인 숲과 산, 그리고 강과 같은 자연적 요소에 더해 문화적 인프라는 더욱 긴요하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소득이 적절한 수준에 이르면 문화적 삶을 추구한다. 문화란 무엇인가? 도시든 기업이든 국가든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그 문화는 돈 주고 살 수 없다. 기술이나 사람까지도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문화는 그렇지 않다. 문화는 수십 년, 수백 년 역사를 거치며 진화하면서 생기는 인간의 생활양식이다. 값진 유산으로서 대대로 이어지는 문화는 똑같이 흉내 낼 수 없다.
양평의 문화 경쟁력은 무엇인가? 몇 가지 들어본다. 황순원 문학관, 예술인 마을, 두물머리, 수많은 펜션과 독특한 카페는 사색과 상상을 낳기에 좋다. 시와 수필과 소설을 쏟아내기 안성맞춤인 자연환경은 타 도시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1990년대 말에서부터 2000년 초까지 양평 여러 곳에서 열리던 허수아비 축제는 문화적 이벤트 경쟁력을 갖기에 좋다. 탈과 가면의 도시 안동과 비교해도 양평 고유의 문화로 커 갈 요소가 충분하다. 이 이벤트가 수십 년간 지속된다면 양평의 엄청난 자산이 된다. 허수아비를 상징하는 정치인을 풍자하는 주제를 살리는 뮤지컬, 연극도 할 수 있고, 체험관은 물론 구경거리가 있는 테마파크도 생각해 볼만 하다.
내가 태어난 양평군 지평면에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드라마 작가의 별장이 있다. 친구나 지인들이 어디 출신이냐 물으면 ‘다음 대통령이 나올지 모르는 곳’이라 대답한다. ‘그게 어디냐?’냐고 되물으면 그때 YG라고 강조해서 말한다. YG는 (Yang Pyong, Gyeong Gi)의 머리글자다. PK(부산 경남), TK(대구 경북), MP(목포)에서만 대통령이 나오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지평 장날이면 팔 물건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인 어머니를 따라 10 리를 걸어서 갔다. 초등학교 입학 전의 일이다. 여름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포장도로 옆 원두막에서 참외를 사달라고 졸라서 참외를 까먹으며 어머니와 걸음을 재촉했던 추억이 피어오른다.
양평의 가치를 못 보는 자, 후회할 것이다.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양평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 서울에서 여유 있는 중산층이 바쁜 생활에 밀린 서울 생활을 잠시 접고 주말에 인생을 천천히 돌아보는 곳이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예술의 정신으로 힐링에 좋은 최적의 도시이다. ‘강태공’이 즐기는 낚시터도 많다. ‘하루가 행복하려면 낚시 하면서 조용히 사색하고 시를 쓰라.’고 권하고 싶다.
겨울이 춥다는 것이 흠일까? 아니다. 평이한 날씨는 위대한 예술가나 문학인을 잉태하지 않는다. 전원주택의 열기가 주춤하긴 했지만, 대신에 아파트 건설이 늘어 아직도 양평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누구나 삶의 끝에서 흙과 물로 돌아가야 하는 귀소본능을 만족시키기에 좋은 곳이 양평이다. 배산임수를 잉태한 지역이 너무나도 많다. 이곳에 제2, 제3의 인생의 둥지를 틀기에 최상의 도시이다.
양평 만세! 양평군이 좀 괜찮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어서 크고 작은 연구소나, 연수원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수질연구소가 들어서면 더 의미 있다. 일정한 지역은 50년, 100년 무료 임대하여야 한다. 양평의 문화적 경쟁력은 뛰어난 예술가, 작가를 탄생시키고 무궁한 가치를 일으키는 문화유산을 만들며 훗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할 곳이 많아지리라 굳게 믿는다. 그곳이 이름난 관광코스가 되는 날을 기대해도 된다.
미래의 양평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양평을 차지하는 자가 서울을 지배하고 그래서 부자가 될 것이다. 양평이 고향인 것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