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고른 시계 하나, 어설픈 코치보다 낫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제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러닝화다.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또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제품이 하나 있다. 바로 시계다. 서브3를 목표로 맹렬한 스피드 훈련에 몰입한 고수들뿐만 아니라 살 빼기를 목표로 동네를 가볍게 달리는 초보 러너들에게도 시계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페이스메이커 역할 톡톡
운동량을 측정하고 거기에 맞는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빨리 도달할 수 있다. 그것이 기록이든 체중이든 마찬가지다. “시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늦게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고 그저 가볍게 산책을 겸해서 달린다고 한다면 상관없을 수도 있다.
마라톤 시계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스톱워치다. 출발점에서부터 도착점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마라톤 시계가 아니라도 간단한 전자시계라면 대부분 이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가격도 1만∼2만원이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마라톤 시계’라고 내세우려면 구간(Lap) 시간 측정 기능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구간 시간 측정은 마라톤 훈련, 특히 스피드 훈련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10km를 달리면서 1km마다의 기록을 측정하거나 거리에 관계없이 달리면서 임의로 몇 차례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을 스플리트(Split) 타임, 혹은 랩타임 기능이라고 부른다.
스플리트 타임과 랩타임이라는 개념은 흔히 혼용되어 사용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차이가 있다. 스플리트 타임은 일정한 거리가 아닌 임의의 구간 시간을 측정하는 것을 말하고, 랩타임은 정해진 일정 구간의 기록을 측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800m마다 기록을 측정한다면 랩타임이지만, 측정하는 거리가 다르다면 스플리트 타임이 된다. 하지만 시계의 기능상 큰 차이는 없다.
랩타임 측정은 훈련을 개수적이고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다. 제품 종류에 따라 랩타임 저장량이 달라진다. 10개부터 30개, 50개 등이 있으며 1백개 이상의 랩타임 저장 기능을 가진 제품들도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면서 5km마다 구간 시간을 측정한다고 하면 랩타임 10개짜리면 충분하다. 하지만 800m 단위로 인터벌 훈련을 여러 세트 실시해야 한다거나 좀더 세분화해서 랩타임을 얻어야 한다면 30개 이상의 저장 기능을 가진 제품이 좋다.
마라톤 시계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페이스 조절’ 기능이다. 특정 구간별 목표 시간을 저장해 놓으면 해당 시간에 도달할 때마다 알람으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5km를 25분에 달리는 페이스로 설정을 해두었다면 알람이 울리는 시간에 자신이 도달한 거리를 파악, 페이스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풀코스 대회에 나설 때 의욕 때문에 초반 오버페이스로 레이스를 망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솔깃할 수도 있다. 든든한 페이스메이커를 손목에 달고 달리는 셈이 될 것이다.
거리, 심박수 측정하는 만능 시계
시계를 이용한 훈련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뛰는 거리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거리 표시가 되어있는 훈련 코스나 트랙 등을 달릴 때는 상관없지만 동네 공원이나 산책로를 달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자신이 달린 정확한 거리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땐 시간은 물론 거리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위성항법장치인 GPS를 이용하면 달리는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마라톤 용품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GPS를 이용한 거리 측정의 정확성은 99%에 가깝다”고 말했다.
미국 타이맥스의 ‘스피드 앤드 디스턴스(Speed &Distance)’ 시리즈가 바로 거리 측정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계다. 이 제품은 GPS 수신기와 시계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시계는 손목에, GPS 수신기는 팔 윗부분에 차고 달리도록 되어있다. GPS 수신기에서 받은 정보를 무선통신을 이용, 시계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GPS 기술로 유명한 미국 가민(Garmin)사의 포어러너(Forerunner) 시리즈도 대표적인 거리 측정 시계다. 포어러너 201은 GPS 수신기와 시계가 일체형으로 되어있어 착용이 편리하다. 얇은 폴더형 휴대폰이나 초기에 등장한 ‘삐삐’ 정도의 크기로 일반 시계와 달리 직사각형이다.
심박수 측정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폴라(Polar)사 역시 거리 측정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폴라 제품 중에는 GPS 수신기형 외에 신발에 센서를 달아 러너가 움직이는 발의 궤적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식의 시계도 있어서 눈길을 끈다.
폴라 제품의 한국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마이미코리아의 최희남 주임은 “GPS의 경우 평지가 아닌 고도가 있는 곳을 달릴 경우 오르막에 대한 거리가 반영되지 않는다. 또 고층빌딩이 많은 도심이나 고가도로 밑 등에서도 측정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나만의 훈련 파트너
기록 단축을 위한 스피드 훈련에만 시계가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체중 조절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초보 러너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살을 빼려고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힘만 들고 살은 안 빠진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동 강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지방을 연소시키는 운동을 하려면 최대 심박수의 60∼70% 정도의 저강도로 장시간 운동을 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심박수 측정기가 포함된 마라톤 시계가 권장된다. 또한 소모 칼로리를 계산하는 기능이 포함된 제품도 있어, 운동 후 자신의 소모 칼로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운동효과 측정이 쉽다.
심박계 시계는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트랜스미터 벨트를 가슴에 착용하고 달리면 역시 무선통신 방식으로 손목에 찬 시계에 심박수 데이터가 기록된다. 육상뿐만 아니라 수영, 양궁, 철인3종 경기 등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사용하고 있는 필수적인 장비다. 마라토너들에게는 지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젖산역치(LT) 훈련에 바로 이 심박계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심박계 시계로 유명한 폴라사가 국내에 30여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타이맥스에서도 심박계 시계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그 밖에도 고급 기능의 마라톤 시계에는 ‘시계’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수많은 기능들이 들어있다. 폴라의 오운존(Own Zone) 기능은 자신의 신장, 체중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운동 시작 전 5분간의 워밍업을 하면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 강도를 알려준다.
또 시계를 이용해 측정한 데이터를 PC로 옮겨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 PC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시계를 이용해 측정한 심박수는 물론 달린 거리, 시간, 구간별 시간, 소모된 칼로리 등 관련 데이터를 USB나 IR 통신 포트를 통해 PC로 전송, 개인별 훈련일지를 작성할 수 있다. 그 밖에 온도나 고도, 기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똑똑한 마라톤 시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라톤 시계 구입 가이드]
랩타임 측정 가능한 5만∼10만원대면 충분
타이맥스·카시오·폴라 등…심박계, GPS 내장 모델은 20만원 이상
마라톤 시계를 구입하려면 자신의 운동 목표와 현재 여건 등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무작정 고급 기능이 달려있는 시계를 장만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거리 표시가 잘 되어 있는 코스나 트랙 등에서 훈련하는 사람들이라면 거리 측정 기능은 무용지물일 수 있다.
또 거리 측정이 힘든 코스를 달리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한번 거리를 측정하고 나면 다시 쓸 일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거리 측정기는 출장 등으로 자주 코스를 옮겨서 달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유용하다.
마라톤 매니어인 서모씨. 회사에서 해외 근무를 발령받는 바람에 낯선 땅 중동 지역으로 나가게 됐다. 하지만 거리 표시가 잘 되어 있는 한강이나 남산에서 주로 훈련을 해왔던 서씨에게 파견 지역은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훈련을 해도 거리를 제대로 알 수 없고 얼마나 뛰었는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얼마 전 GPS 시계를 구입한 이후로 모두 사라졌다.
동호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혼자 달리는 일명 ‘독립군’들에게는 다양한 개인용 훈련 프로그램이 충실한 시계가 추천된다. 혼자 운동하면서 소홀하기 쉬운 운동 강도 조절이나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이용, 자신의 기록과 훈련량을 분석하고 훈련일지를 쓸 수 있는 제품이 좋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라톤 시계로는 미국 타이맥스와 일본 카시오가 가장 대표적이며, 핀란드의 폴라가 심박수 측정 시계로 운동선수 및 고급 사용자용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그 밖에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일부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랩타임 메모리 등 기본 기능을 갖춘 제품의 경우 5만∼10만원 선이면 구입할 수 있으며, 심박계나 GPS 수신기·칼로리 분석 기능 등을 포함하고 있는 모델은 기능에 따라 20만∼70만원대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초보자에서 서브3 주자에 이르기까지 30∼50개 정도의 구간 시간 측정 기능이 있는 제품이면 충분하다. 체중 조절이나 운동 강도 조정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심박계, 칼로리 소비 계산 기능 등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제품 구입시 유의할 사항은 보기 편하고 착용감이 좋아야 한다는 것. 타이맥스의 경우 시간 표시 글자를 크게 하고, 인디글로 나이트 라이트라는 기능을 통해 야간에도 쉽게 시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카시오 제품의 경우 시계에 진동자를 내장, 40도 이상으로 팔을 들어올리면 자동적으로 라이트가 들어오는 오토라이트 기능을 채용하고 있다.
[제품 가이드]
폴라 M61
M시리즈는 체중 감량을 위해 달리는 러너들에게 적합한 모델이다. 체중 감량에 가장 효과적인 심박수 존을 자동으로 설정하여 오버 트레이닝으로 인한 운동의 비효율성을 막아준다. 또 운동을 통한 소모 칼로리 및 체지방 연소율(Fat Burn%) 등을 제공, 누구나 보다 재미있게 체계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가격 29만5천원
폴라 a5
폴라 A시리즈는 간단한 조작으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초보자에서 고급 사용자까지 아마추어 마라토너용으로 적격이다. 각 개인에 맞게 운동 강도를 자동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오운 존(Own Zone)’ 기능을 비롯, 칼로리 소모량 측정, 연령에 기초한 목표 심박수 구간 자동 설정, 최대산소섭취량 예측, 신체 질량지수, 심박수 측정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격 19만2천원
타이맥스 아이언맨 50 Laptime
아이언맨 시리즈로 30 Laptime 모델과 기능은 거의 유사하다. 인디글로 나이트 라이트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숫자가 크게 표시되어 러닝 중에 시간을 잘 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 10만5천원
카시오 마라톤
일명 ‘마라톤 시계’로 불리는 기본 모델. 50개 랩타임 저장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손목을 40도 이상 회전하면 라이트가 들어오는 오토라이트 기능, 구간별 측정 기록으로 마라톤 완주 기록을 예상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가격 5만3천원
카시오 엑셀레이터
카시오 마라톤 WS110과 기본적인 기능이 유사하지만 디자인과 사용자의 편의를 좀더 고려한 제품이다. 액정 화면이 넓어 한 화면 안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시간을 보기도 편하다. 피부와 시계 사이에 땀 방지 고무밴드를 제공, 착용감이 좋아졌다. 가격 8만8천원
타이맥스 아이언맨 30 Laptime
타이맥스의 마라톤 시계 중 베스트 셀링 모델인 ‘아이언맨’ 시리즈다. 30개 랩타임을 저장할 수 있으며, 주간이나 야간 러닝 중 배경이 밝게 보이는 인디글로 나이트 라이트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가격 8만5천원
Forerunner 201
GPS로 유명한 미국 가민사가 선보인 GPS 수신기 내장형 제품이다. 넓은 액정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버추얼 파트너 기능을 통해 혼자서도 체계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내 수입업체가 있으나 최근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가격 20만원대
출처 네이버 지식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