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7월 21일(일요일) 제132차 산행 : 한강기맥 ♣ 횡성 발교산(998m)
* [산행코스]☞ [경춘-중앙고속국도]-횡성군 청일면 봉명리(19번 국도)-청일·춘당분교-절골 입구·다리 앞(산행들머리)-팬션(융프라우)-계곡길-갈림길(右路)-오름길-능선 길-888고지-발교산 정상(998m)-하산 길-갈림길-계곡 길-절골입구 다리 앞-(천변의 ‘홍탁’)
* [프롤로그] 지루한 장마의 계절, 그러나 산이 거기 있으므로!
☆…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하순부터 연일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려서 피해가 극심하다. 며칠 전 경기도 북부 지방에서는 하루 250mm의 비가 내렸다. 춘천, 철원, 가평 등 경기 북부와 강원지방에서 산사태가 나고 가옥이 침수되고 도로가 유실되는 곳도 있었다. 대구나 포항 등 남부지방에서는 연일 35℃ 이상을 상회하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 기상이변은 전 지구적이다. 일본도 폭염으로 인하여 하루 1,000명 정도의 일사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이다. 그리고 중국의 쓰촨성(四川省)에서는 홍수로 인하여 강물이 범람하고 가옥이 침수·붕괴되고 사망·실종자도 수십 명에 달한다고 했다. 쓰촨성은 지난 봄 지진이 일어나 많은 피해와 사상자가 나온 곳이었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중국의 동남부 지방을 강타하여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보도이다. … 일요일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많은 걱정을 자아냈다.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오랜만에 하늘이 환하게 갠 금요일·토요일이었다. 그런데 ‘새재사랑’이 출행하는 오늘, 장마전선이 남하하여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다는 보도였다.
* [산으로 가는 길] 경춘-중앙고속국도을 경유하여 횡성에 이르다.
☆… 오전 7시 40분, ‘새재사랑’ 버스는 군자역을 출발했다. 아침 서울은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있지만, 하늘은 두껍고 무거운 구름장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늘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아니나,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응한다고 했으니, 비록 흐리더라도 크게 비가 내리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오늘은 우중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원들이 참석했다. 특히 ‘바람처럼’ 친구들과 지평 대장의 벗이 여러 명 오시었고, 산마루와 선옥 내외, 그리고 남정균 님의 단짝인 이상재 님, 박영진 님과 김웅희 님도 나오셨다. 참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어서 매우 반가웠다. 특히 '뻐꾸기' 권혁진 님과 그 친구가 나와서 더욱 반가웠다. 오늘 산 속에서 뻐꾸기 없는 뻐꾸기 소리가 산뜻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 … 차가 출발한 뒤, 생선초밥과 하얀 백설기가 분배되었다. 지난 달 혼사를 치른 꽁지머리 문승배 사장이 하례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준비해 온 것이었다. 우리 산악회 대원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여간 고맙지 않았다.
☆… 장마철 날씨 때문인가, 일요일 아침인데도 경춘고속도로는 아주 한산했다. 우리의 선진항공관광버스(김태수 기사님)가 춘천J.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갈아타고, 횡성I.C에 내리기까지 잔뜩 흐린 날씨에 간간히 비도 뿌렸으나, 본격적으로 비는 내리지 않았다. 오전 9시 정각, 횡성톨게이트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했다. 토종 한우고기로 그 브랜드가 유명한 횡성 읍내를 지나, (원주에서 횡성을 통과하여 홍천의 서석(면)으로 이어지는) 19번 도로를 타고 산뜻하고 아담한 집들이 즐비한 갑천(면)을 지나 청일(면)에 이르렀다. 갑천에서 청일에 이르는 도로를 따라 섬강의 상류인 갑천의 맑은 물이 이어져 있어 그 풍광이 여간 산뜻하고 싱그럽지 않았다. 우리의 버스는 봉명리 청일춘당분교에서 절골로 들어가는 지방도로로 접어들었다. 절골 입구 다리 앞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이내 비가 그쳤다.
* [발교산] 천혜의 원시림(原始林)이 살아있는…
☆… 발교산은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과 홍천군 동면에 연해 있는 한강기맥에서 뻗어 나온 오염되지 않은 육산이다. 횡성군에서도 오지(奧地)에 속하는 청일면 서북쪽에 위치한 이 산에는 장대하고 아름다운 폭포가 있고 여름에 하늘을 찌르는 싱그러운 낙엽송 숲이 있고, 전인미답의 울창한 원시림이 우거진 산록과 협곡은 그윽하고 깊은 운치가 있다. 한강기맥의 줄기로 뻗어 내려온 발교산은 봉명계곡을 중심으로 좌우의 능선이 에워싸고 있어 호젓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산이다. 발교산은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1,442m)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나온 한강기맥 중 수리봉(960m)과 대학산(876m) 사이의 중간 지점인 935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횡성군 청일면 봉명리에 위치한 산봉이다. 강원도 횡성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 속하는 이곳은 그만큼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서 천혜의 삼림(森林)이 자연 상태로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아주 청정한 지역이다.
* [한강기맥] 한반도 남단의 허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 한강기맥(漢江岐脈)이란 백두대간의 오대산(五臺山) 두로봉에서 갈라져 나와 북한강과 남한강의 분수계(分水界)를 이루며 서쪽으로 뻗어가는 산줄기이다. 그러므로 기맥의 북쪽은 북한강의 수계이고 남쪽은 남한강의 수계에 속한다. 오대산 비로봉(1,564m)을 위시하여 남한의 여섯 번째 고봉인 계방산(1,577m)을 비롯하여, 수많은 오지(奧地)의 산군을 거느리며 서진하여 용문산(1,157m)의 거대한 산채로 솟은 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두물머리)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162.6km의 산줄기를 말한다. 한강기맥에는 오대산 비로봉, 계방산, 청량봉, 덕고산, 운무산, 수리봉, 대학산, 덕구산, 응곡산, 만대산, 오음산, 금물산, 시루봉, 갈기산, 폭산(문례봉), 용문산, 유명산, 소구니산, 옥산, 청계산 등이 포진하고 있다. 한반도 남단의 허리를 가로 지르는 웅장한 산세와 명산들이 즐비한 한강기맥은 북으로 ‘춘천지맥’, 남으로 ‘영월지맥’, ‘백석지맥’, ‘성지지맥’, ‘주왕지맥’ 등이 분기하여 수려한 마루금을 이루고, 어느 정맥(正脈)보다도 장려하지만 바다가 아닌 강에서 그 맥을 마무리한다.
* [절골안 계곡을 따라] 물기를 머금은 싱그러운 산길
☆… 오전 10시, 산행이 시작되었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후두둑거리던 빗방울이 얼마 가지 않아 이내 걷혔다. 모두 입었던 우장을 벗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 옆으로 콩, 감자, 옥수수 등의 농작물이 자라는 산골 밭의 풍경이 아늑하고 평화스러웠다. 산야는 이미 내린 비로 모든 초목들이 잔뜩 물기를 머금어 싱그럽게 번들거렸다. 흠뻑 비를 맞은 여름 나무가 짓푸른 생명력으로 생기를 북돋운다. 산으로 가는 길을 봉명리 절골 계곡이다. 고개를 들어 주변의 산록을 바라보니, 산비탈을 따라 온통 전나무 수림이 군락을 이루며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그 싱그러운 기운이 흘러넘쳤다. … <동이소(沼)>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길목을 지나, 서구풍의 산뜻한 모습을 지닌 ‘융프라우’ 팬션에 이르기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산간도로, 그 이후로는 본격적인 계곡의 소로(小路)로 접어든다.
☆…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덮여 있고 빗물에 흠뻑 젖은 나뭇잎들이 옷깃에 스친다. 산길로 접어든지 20여 분이 지나서 계곡의 오른쪽에 깎아지를 절벽바위가 나타났다. 이른바 ‘명맥바위’였다. ‘옛날에 제비같이 생긴 명맥새가 이 절벽에 집을 지었는데, 이 바위가 워낙 급경사로 이루어져 지어놓은 집이 헐어내려 명맥새가 눈물을 흘리며 떠나갔다’는 슬픈 전설이 깃든 바위이다. 올려다보니 과연 가파른 단애의 절벽이 시야를 압도했다.
☆…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았다. 다시 길은 계곡을 타고 오르다가 물을 건너고 나무계단을 타고 오르기도 한다. 몸에서 열기가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촉촉이 물기를 머금은 서늘한 기운이 우리들의 뜨거운 이마를 어루만진다. 세상의 더위가 무색해지는 청정 산곡, 이 서늘하고 상쾌한 기분을 무엇으로 말할 것인가. 청산의 수림이 하늘을 가리고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청아하기 그지없다. 우리들의 몸에서 솟아나는 열기는 이내 굵은 땀으로 흘러내린다. 우리는 계곡의 징검돌다리를 건너서 얼마간의 숲길을 걷기도 한다. 대원들이 줄을 이어서 산행을 계속해서 이어 나간다. 미끄러운 돌들이 깔린 너덜 길을 지나며 산행을 계속했다. 산비탈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길을 타고 넘는다. 그렇게 비탈길을 한참으로 올라가니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폭포가 나타났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