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가든>
시골에 오롯이 숨어있지만, 현지인도 외지인도 찾아내고야 마는 맛집이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까지, 점심에만 집중한다는 말이다. 코로나 시절에는 현명한 대처이기도 한 거 같다.
1. 식당얼개
상호 : 은성가든
주소 : 전남 화순군 도암면 천태로 996
전화 : 061-373-9230
주요음식 : 족발, 청국장, 주물럭
2. 먹은날 : 2021.6.16.
먹은음식 : 족발
3. 맛보기
전라도 음식이다. 족발에 이렇게 많은 찬이, 그것도 다 제맛 내는 토속적인 찬이 나오는 거 보니 말이다. 서울에서 먹어보는 장충동 족발, 상추만 나오는 족발과는 상차림의 차원이 다르다. 장충동은 단지 술안주이고, 이곳 족발은 특별한 찬이 더해진 밥상이다. 집밥에 별식 족발이 놓인 거 같다.
밥에 나온 별식 족발은 밥상의 요리이고, 술안주가 아니다. 술안주로 족발은 저녁 메뉴로 어울린다. 이 식당은 아예 저녁 영업을 하지 않는다. 낮에는 반주로도 술 마시기 힘들다. 밥상의 족발과 술상의 족발은 개념이 다른 음식이다.
전주 족발은 안주로만도 되고 밥 반찬도 된다. 이처럼 푸짐하게 나오진 않아도, 찌개 김치 몇 가지 나물류 찬 등 제법 밥반찬이 푸지게 나온다.
자, 남도식 족발밥상을 제대로 받아보자.
세련된 외양은 아니어도 푸짐하고 입맛 돋구는 모습이다. 잡내도 없고 느끼하지 않고, 약간 매콤한 맛이 돈다. 장충동 족발이나 전주 장가네 족발과는 달리 썰어주는 부위가 없이 모두 작은 족발이어서 들고 뜯어먹어야 한다. 발톱부위와 그 바로 윗부분으로만 되어 있다. 살코기가 거의 없이 콜라겐 위주의 육질이다.
섭섭한 것이 있다면 조금 질긴 것, 즉 조금 더 삶았으면 하는 점이 아쉽다. 뼈부위의 살이 잘 돌아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졸깃거리고 달지 않다. 아마 쫄깃거리는 맛을 살리기 위해 삶는 시간을 조절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만한 족발 찾기 쉽지 않다.
먹을수록 의아하다. 이런 시골에서 어찌 이런 맛을 길러내는지. 실내 눈치를 보니 대부분 주변 마을 사람들이다. 특히 이런 난세에는 마을 사람들의 인심을 얻어놓지 않으면 영업이 힘들다.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점만이 성공할 수 있다.
물김치가 특히 좋다. 시원한 국물에 사근사근한 열무가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4. 먹은 후 : 족발요리의 세계화를 위해
1) ‘족발’이라는 이름
족발은 돼지족발이다. 그냥 족발이라고도 하지만, 소 족발을 말하지는 않는다. 소족발은 우족이라 하고, 우족탕이라는 탕으로 많이 먹는다. ‘족발’은 ‘足발’로 어휘가 동어반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쓰는 역전앞과 같은 방식이다. 우리말은 동음이의어가 많아 일음절 어휘는 변별력이 낮으므로, 이음절어로 만드는 관습이 있다. 예를 들면 ‘신발’같은 말이 그것이다. ‘신’이라고만 해도 되는데, ‘신발’이라고 한다.
이제는 ‘족발’이 동어반복형 어휘라는 의식도 하지 않고, 돼지발 요리를 지칭하는 어휘로 굳어져 있다. ‘족찜’이라는 말도 있는데, 정확히 삶아서 졸이므로 찜은 아니고 쓰임도 넓지 않다. 북한에서는 ‘발쪽(찜)’이라고 하는데, 족발과 앞뒤를 바꾸어 쓴 말인가 하지만, 쪽이 꼭 족은 아니고, 앞쪽 뒤쪽의 ‘쪽’일 수도 있어서 우리와 다른 조어법으로 보인다.
2) 족발 요리의 장점
족발은 돼지 다리 끝부분의 발뼈로 만든다. 돼지발에 각종 양념을 넣고 오랜 시간 졸여 만든다. 발은 이동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데다 육중한 몸을 지탱하는 부위이므로, 주로 근육으로 되어 있고 지방이 거의 없다. 곰발바닥 요리를 최고로 치는 이유도 알 거 같다. 실제로 곰발바닥과 족발은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한다.
족발 관절 부분에는 연골이, 발톱 주위에는 젤라틴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 근육ㆍ연골ㆍ젤라틴은 느끼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 나며, 단백질, 콜라겐, 콘드로이친이 풍부하여, 혈관 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주고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족발은 산모의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족발은 식사외에 간식으로도, 술안주로도 많이 찾아 때없이 먹는 음식이라 배달음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배달음식 1위는 치킨, 2위는 짜장면, 족발은 10위이다.
3) 세계의 족발요리
족발은 이슬람과 유대인 문화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즐겨 먹는데 독일과 브라질의 요리가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는 발톱을 제외한 발목 부위를 맥주에 삶는 아이스바인, 삶은 족발을 다시 굽거나 튀겨서 먹는 슈바인학센을 많이 먹는다. 둘 다 살이 많은 윗부분으로 조리한다. 독일음식은 맛이 없어 악명이 높은데, 이 족발요리는 인기가 높아서 우리나라에서도 판매하는 곳이 많다. 주로 호프집에서 독일맥주와 곁들여 파는데, 독일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요즘에는 인터넷 판매하는 곳도 많다. 브라질 흑인 노예들이 백인 주인이 먹지 않는 부위를 먹다가 보편화된 전통음식인 페이조다(feijoada) 족발은 브라질 대표요리가 되어 인기가 높다.
프랑스나 이태리에서도 조리 전의 생족발을 그대로 판매하는 보편적인 식재료다. 프랑스는 족발조림 피에 드 코숑(Pied de Cochon, 돼지발)을, 이탈리아는 새해음식으로 족발찜 잠포네(Zampone)를 즐겨 먹는다. 프랑스 족발은 느끼해서 별로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는 듯하다.
스위스의 독일어권에서 즐겨먹는 족발을 프랑스어권 사람들이 먹다가 프랑스로도 들어간 족발은 외양을 중요시하는 프랑스 귀족 요리 오뜨뀌진와 별로 맞지 않는다. 족발이 통째로 올라오는 모습이 우아한? 프랑스 사람들의 취향과 맞을 리 없다. 족발은 흐드러지게 삶아 뼈가 확 돌아빠지며 육질이 흐물흐물한 모습을 보인다. 치즈를 얹었으나, 쫄깃한 콜라겐 맛을 즐기는 우리 입맛에 맞기는 어려울 듯하다.
중국에서도 ‘족발(豕蹄: 스티/ 猪蹄 : 주티)’을 이용해 냉채 열채 등 다양한 요리를 한다. <족발(豕蹄)>은 곽말약의 소설집 제목이기도 하다. 红烧猪蹄, 豚蹄汤更浓, 黄豆焖猪蹄, 五香猪蹄, 玉米炖猪蹄 등등 매우 다양한 족발요리가 있다. 족발은 중국인이 애용하는 식재료다.
남송 시인 범성대(范成大)는 “豚蹄满盘酒满杯,清风萧萧神欲来”라고 읊었다. “족발이 쟁반에 가득하고 술이 잔에 가득한데, 시원한 바람 소소하니 신선이 올 거 같다” 족발이 이런 낭만적인 상황과 어울릴 거라고 볼 정도로, 족발은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풍요와 태평성대의 상징으로 봤음을 알 수 있다.
4) 우리나라 족발 요리
우리나라 역시 족발 인기가 높아 아예 족발거리가 여럿 있다. 서울 장충동의 족발거리와 공덕동 공덕시장의 족발골목, 부산 부평동의 족발 골목이 알려져 있다. 전주에는 요리형태가 아주 다른 고추장구이족발집 골목이 있다.
족발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함경도 실향민들이 값이 싸고 영양이 풍부한 족발을 이용해 요리를 한 것이라는 설, 평북에서 온 실향민이 어릴 때 먹었던 음식을 생각해 재현했다는 설 등등이다. 둘 다 북쪽에서 왔다는 점에서는 같다.
장충동에는 일본인들이 버려두고 간 적산가옥이 많아 전쟁 후 북한실향민들이 많이 차지하고 살아 실향민촌이 형성되었는데, 1957년 ‘평안도’라는 식당이 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족발이 메뉴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평북 곽산이 고향인 주인이 어릴 때 고향에서의 기억을 더듬어 만들었다. 다만 된장 간이 어려워 간장 간으로 바꾸어 만들었다. 유명한 ‘뚱뚱이 할매’ 전숙열 씨가 그분인데 2021년 4월에 타계하여 애호가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1968년 아예 상호를 ‘뚱뚱이할머니집’으로 바꾸었고, 3대째 ‘백년가게’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부산 부평동 2가는 항구 인근으로 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다. 북한에서 온 실향민들도 모여들었을 법한 거리인데, 첫 족발집은 1959년 개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름도 ‘서울족발’(이후 장충족발, 여의도족발 등으로 개칭)이어서 장충동 족발이 내려갔을 가능성이 높다. 개업 시기가 비슷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열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간장족발은 북쪽에서 내려온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5) 전주와 화순 족발요리
족발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일명 양념족발도 많이 만들어 먹는다. 양념치킨처럼 고추장 양념을 추가하거나, 고추장양념을 더해 족발을 볶은 것이다. 아직 널리 상업화된 요리는 아니다.
전주에서는 이와 아주 다른 족발이 유행이다. 삶은 족발을 매운 고추장양념을 하고 통으로 다시 불에 구워 내는 고추장구이족발이다. 양념이 달지 않고 담백하여 개운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간장족발이나 고추장양념족발과 아주 다른 새로운 요리다. 전주에서 개발하여 일대가 족발마을이 되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먹고 나면 입 근처가 고추장 자국으로 가득하여 점잖은 자리에서 먹기는 부담스러우나, 맛이 너무 좋아 상대방 모습을 보며 웃어가며 먹는 것이 특별한 즐거움이 될 정도다. 전주 특유의 콩나물 국물과 함께 나오고 나중 물국수를 함께 주문하면 매운맛이 중화되며 개운한 느낌만 남는다.
간장 족발도 장충동보다 전주에서 먹었던 것이 더 맛있었단 기억이 있다. 역시 전주는 음식의 고장이다. 전승도 빠르고 편곡도 빠르고 뭐보다도 새 음식 개발에도 뒤지지 않는다. 아직 고추장구이족발은 널리 퍼지지 않은 거 같다.
이곳 화순 족발은 맛과 부위가 다 특별하거니와 상차림이 다르다. 반찬이 한상 가득이어서 끼니용 족발이다. 술안주로 된 장충동 족발과 안주와 식사를 겸한 전주 족발과 식사용 족발인 이곳은 각각 조금 다른 변주를 보인다. 족발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현장을 확인한다.
한식의 세계화는 뭣보다도 밑천이 든든해야 가능하다. 독일의 족발까지 들여다 먹는데, 국내 개발 다양한 족발도 널리 보편화되어 족발 요리 다양화에 일조하길,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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