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40대 연령 이상이 주 고객 층이던 골프에 젊은 층이 많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요즘은 기사나 광고로 아예 20대를 타겟으로 하며 골프 붐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쏠림 현상이 빈발하는 한국민 심리를 잘도 읽어낸 '골프를 안 하면 뒤쳐진다'는 뉘앙스의 광고 카피를 보니, 골프 수요의 가파른 상승과 그에 따른 무분별한 골프장 증가가 예상된다. 이 나라의 앞으로의 국토 이용이 무척 걱정되는 대목이다.
2021년 한국 골프 통계를 보면, 골프 총 이용객수: 4674만명 골프인구: 467만명(성인의 15.4%) 골프 라운드 수(18홀이상): 810개(세계 8위) 골프 전용 케이블 tv 수: 4개 이상
위 골프 통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일 스포츠 전용 케이블 tv도 골프가 유일한데 이쯤되면 국민 스포츠 수준이라 해도 될 정도다. ( 당구 전용 채널도 있지만 스포츠라고 보기 어렵고 골프 대비 작은 시설, 많이 저렴한 유흥이다.) 짚신과 나막신의 원리에 따라 코로나 펜데믹으로 오히려 이익을 본 분야도 골프다. 실외라는 이유로 골프계는 꿩과 알을 다 먹은 셈이다. 역시 사람들은 조신하게 집에서 근신만 한 건 아니었다.
골프인구가 2017년에 비해 33% 늘었는데다 각종 미디어가 붐을 조성하니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 경제적 불안정 세대인 젊은층을 위해 비교적 고가인 장비 임대업도 활성화 된단다. 그 가운데 골프장 부족의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보다 골프장 개수가 많은 나라는 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독일, 프랑스이다. 그러고보니 전형적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다. 그러나 국토 면적을 비교해 보면, 미국/캐나다/호주는 한국의 4~50배 이고 일본/영국/독일/프랑스는 한국의 2.2~3.7배이다. 우리나라 국토면적 순위는 전세계 197개 국 중 108위다. 국토면적 108위인데 골프장 개수는 8위, 면적은 더 크면서 골프 인원이 적을 아프리카 소재 개도국들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골프장이 지나치게 많은 나라에 속할 건 명명백백하다. 현재 골프장은 525개(494개 + 31개 건설/계획중)란다.
골프하는 사람들은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골프장 증설을 주장한다. 일본의 골프장과 골프인구는 한국 보다 훨씬 많지만 국토 면적은 3배 이상 큰 나라다. 그런데 일본은 골프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골프는 이용 인구 대비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18홀 골프장 면적이 27만평이란다. 부대시설과 주변 부지까지 합치면 훨씬 클 것이다. 현재 도시 주변엔 파크 골프장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지자체 장들 선거 공약에도 증설이 포함 되어 있다. 넓은 국토라면 얼마든 지어도 상관없지만 골프장 수요에 따른 건설 증가로 자연이 훼손되고 잠재적 식량 자원이 줄어들 것이 우려된다. 돈이 벼슬인 자본주의의 논리 앞에선 환경도 기후도 앞으로 닥칠 식량 위기도 먼 나라 이야기인가?
막판 미래 헤게모니는 식량 관련일 것이다. 4차 산업 육성해 돈 벌어 식량도 수입하면 될 거라고? 식량의 독점적 지위가 생기면 부르는 게 가격일 것이다. 공산품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식량 없인 못 산다. 골프장으로 잠식될 산림과 식량 자원을 도외시 해선 안된다.
식량은 생존도구이다. 1차 산업의 기초 위에 다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까지 골프에 가세하면 골프장 건설 허가 남발될 테고 결국 농촌에 민둥산이 우후죽순 늘어갈 것이다. 국가의 장기적 계획 없는 무책임한 행정과 육체적 쾌락만을 쫓는 철없는 민족의 합작품이 수입식량을 먹거나 그것도 못 먹는 부류를 양산할 것이다. 부유한 자들은 계속 유기농을 먹을 수 있을테고 골프장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또 빈자들만 고통을 겪을 것이다.
※※ 대한민국 젊은이들아, 골프는 좀 경제적으로 안정된 후, 집도 갖추고 애들도 다 키워놓고 하면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