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의 유래
만다라는 성스러움의 표상 기제로서 많은 문화권에서 고대로부터 성스러움을 집중적으로 담아내고 표현하는 상징으로서 나타났다. 만다라는 해와 달과 같이 '하나의 중심을 향하여 일정하게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어 원형(圓形), 원상(圓相)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만다라는 해‧달‧물의 파동‧꽃 등과 같은 자연과 함께 시작된 근원적 형상이다. 만다라를 연상시키는 원형, 나선형, 그리고 이와 비슷한 형태들이 아프리카 ‧ 유럽 ‧ 북미 대륙의 암각화에서 발견되었다. 이슬람 예술의 수정 결정 형태‧나바호 인디언의 모래 그림과 수피의 회전 춤 형태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화에서 다양하게 만다라의 형태를 볼 수 있다.
특히, 만다라는 여러 종교문화에서 발견되는 상징으로 기독교의 십자가, 불교 사찰의 표시인 만(卍)자, 원불교의 일원상 외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교회와 성당의 지붕 건축도 이와 같이 원이나 다양한 형태의 무늬로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김상훈, 2011).
현재 만다라미술치료의 만다라는 불교, 특히 밀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다라이지만 힌두교에서도 만다라는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간혹, 인더스 문명의 인장들에 새겨진 스와스티카(卍) 문양을 얀뜨라의 기원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도 고대종교에서 만다라의 기원을 찾아 불교에 한정된 만다라의 의미를 확장하고자 한다.
1)힌두교
고대 인도인들은 그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하여 이를 방해하는 악귀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둥글게 원형 또는 방형을 그렸다. 이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종교적으로 사용되는 지역을 별도로 '구분' 또는 '구획되어져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만다라라고 불렀다.
베다 시대의 불의 제단은 얀뜨라의 형상과 유사하다. 베다 종교에는 도상과 사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성한 의식이 행해지는 신성한 영역이 있었고, 그 영역은 불(agni)을 태우는 의식이 사용된 불의 그릇과 하늘과 땅이 만나는 자리였다. 베다 제단은 둥글고 사각형에서 기하학적 모양이 결합한 것으로 추상적이다. 제단은 우주적 존재인 뿌루샤(puruṣa)의 물질적 요소를 나타내고, 제단에서 네 방향으로 향한 벽돌은 우주의 거대한 확장을 상징한다. 제단의 심장은 불을 피우는 곳으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세계의 축(Axis mundi)이라고 할 수 있다. 불이 우주의 세 개의 영역인 땅‧공기 ‧하늘을 지배한다는 원리가 제단에 포함되어 있다. 탄트라의 영향에 들어간 얀뜨라는 많은 변형이 일어났으나 얀뜨라에는 베다 제단의 특징이 남아있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문헌인 『리그베다』에는 이러한 공간적인 의미가 변모하여 인간의 소원에 따라 나누어져 신에 대한 찬가를 10권으로 구분하고 각 권을 maṇḍala로 불렀다. 『마하바라타』에서는 만다라가 일반인의 무리와 구분된다는 의미에서 '군대'라는 뜻과 실외와 구분된 '실내'라는 의미를 비롯하여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힌두전통에서는 사원을 신의 몸이나 거처 생각하였다. 힌두 사원 외벽 면에는 남‧여 군상, 동‧식물상, 문양, 각 신들의 형상들이 풍요롭게 장식되었지만 내부는 비교적 단순하게 구성되었다. 힌두 사원은 속세를 상징하는 몇 개의 기단 위에 올려져 있어 세속적인 영역에서 정신적 세계로 유도하는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허름한 성소든 복잡한 사원이든 모든 힌두 사원은 제의적 설계도인 만다라 위에 건축되었다. 사원건축에 사용되는 얀뜨라는 제사의식이나 명상에 이용되는 것과는 다른 형식을 보인다. 사원에 모시는 신의 성격 및 조건에 따라 조형원리가 도식화되어 있으며 건축의 치수 및 규모와 건물의 기본계획과 동시에 행해져야 할 의식이 『바스투-푸르샤 만다라(Vastu-Puruṣa maṇḍala)』라는 고대 건축편람에 기술되어 있다. 바스투-푸르샤 만다라는 한두 사원의 율동성, 디자인, 개념적 기초에 크게 기여하였다. 사원건축에서 얀뜨라는 탄트리즘이 성행할 때 크게 강조되었으며 샥띠 신앙의 사원 축조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2)불교
불교는 인도에서 형성되었지만, 인도 고대종교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초기 불교에서는 불교의 특성이 강하게 부각되어 불교 내에서 고대 문화가 유입되지 못하였고, 점차 대승 불교화되어 가면서 고대 종교적인 요소들을 받아들여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불교의 만다라 또한 인도 고대종교의 부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종교와의 교학적인 체계를 달리했기 때문에 베다 경전의 신성함이나 초월적인 신의 경지 또는 신을 모신 영역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개념이 불교적인 내용으로 정리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만다라는 방대한 불교 문헌과 복잡한 수행체계를 간소화하고 효과적인 불교실천원리를 제공하려는 목적이었다. 철저하게 불교 사상적 토대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힌두교의 영혼설이나 자아설에 기초한 것과 달리 연기설, 공성에 입각한 성불(成佛)관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불교의 만다라는 주체적인 인간의 노력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이를 경험한 붓다의 깨달음에 연유한다. 그러므로 고대종교에서 '성스러운 것'을 상징하였던 기존의 만다라 의미가 불교에서는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하게 되었다. 즉, 만다라는 붓다가 설한 진리의 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도상(圖像)을 통해 붓다의 깨달음을 표현한 것이다. 만다라는 우주와 진리의 세계를 함축하고 이를 관상함으로써 진리의 세계를 깨달아 정각(正覺)에 이르는 수단으로 변모되어 도상 이상의 의미로 발전하였다.
불교에서 만다라는 원래 대지 위에 토단(土壇)으로부터 시작되어 불‧보살상을 단을 쌓아 모시던 장소였으나 점차 상징도형이나 문자들을 사용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된 정각의 세계를 표현하는 의례적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더 나아가 인도 대승불교가 밀교화되는 과정에서 인도 전통의 관정‧호마 등의 의례가 유입되면서 보다 의례적으로 변모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다라는 행위와 형식보다 상징성이나 의미를 심화시키는 과정이 중요하게 되었다.
8세기 초부터 인도종교는 탄트리즘이라는 새로운 경향을 맞이하였고 이로 인해 불교와 힌두교는 공통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인도 후기밀교 문헌들은 탄트라라고 불렀으며 여기에 담긴 사상에 대해 힌두교의 그것과 구분하여 불교 탄트리즘(buddhist tantrism) 또는 탄트릭 불교(tantric Buddhism)라 불렀다. 힌두 탄트리즘의 경우 신을 인격화하고 신을 살아있는 인간의 육신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교리가 전개되었으며, 성적결합을 통해서 자신의 육체에 내재된 신성을 일깨울 수 있다는 수행관이 전개되었다. 불교 탄트리즘의 경우 대승불교 교학의 전개로 윤회와 열반은 다르지 않으며 현실의 삶에서 붓다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행하였다. 불교 탄트리즘의 수행 방편으로 성적결합을 실천했던 흔적들이 발견되었고 이를 통해 불교와 힌두교의 교리가 상호 경쟁적으로 또는 교섭과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불교 탄트라는 크리야 탄트라, 챠리야 탄트라, 요가 탄트라, 아누타라요가 탄트라의 4종류로 구분된다. 크리야 탄트라는 제존을 공양하거나 예배하는 종교의례 및 그것을 행하기 위한 진언, 찬, 인계 등 외면적인 행위에 해당된다. 챠리야 탄트라는 크리야에 내면적인 명상법을 덧붙인 것으로 『대일경』이 해당된다. 요가 탄트라는 내면적인 요가 명상법을 중심으로 수행자와 붓다 및 보살과의 합일을 꾀하는 행법을 설명한 것으로 『금강정경』이 해당된다. 아누타라요가 탄트라는 요가 탄트라의 행법을 보다 고도로 체계화하는 인간의 호흡, 기관, 맥관 활동 등의 생리작용을 응용하여 붓다와 범인과의 일체화를 꾀하는 것으로 『방편 부(父)탄트라』와 『반야 모(母)탄트라』로 나누어진다.
『방편 부탄트라』는 실천법이라든가 만다라의 구성에 불교적인 색채가 남아있으며 『비밀집회 탄트라』가 속한다. 『반야 모탄트라』에서는 힌두교적 경향을 나타내고 차크라 등을 이용하는 탄트라 특유의 실천법도 활용되고 있다. 모탄트라에는 『헤바즈라 탄트라』, 『산바라 탄트라』가 속하며 인도 탄트라 불교의 마지막 작품인 『칼라차크라 탄트라』는 부모 탄트라를 종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일경』에 기초하여 그린 것이 태장계 만다라이고, 『금강정경』에 근거하여 그린 만다라가 금강계 만다라이다. 태장계 만다라는 대승불교의 불보살을 비롯하여 힌두교의 제신을 그대로 받아들여 각각의 근원과 성격에 따라 그룹별로 분류하였지만 금강계 만다라는 태장 만다라에 있는 제존에 불교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덧붙여 밀교 특유의 존으로 변신시켰다. 후기 인도 밀교나 티베트 밀교에서는 태장계 만다라보다 금강계 만다라가 더 발전되었다.
11세기 이후에 밀교를 중심으로 발달한 티베트 불교는 아누타라요가 탄트라를 주류로 삼고 있다. 인도에서 13세기 이후에 불교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탄트라 불교의 조각‧회화‧만다라‧음악‧의례 등은 티베트 불교에만 남아있어 학문적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티베트 불교를 통하여 인도 불교를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이다.
3)탄트라
탄트라 전통에서 만다라라는 용어는 종종 둘레가 선으로 둘러싸이고 경계가 정해진 특별한 구조를 가진 공간을 가리킨다. 탄트라 사상은 우주에 존재하는 무엇이든 소우주인 신체 안에도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인간 안에 존재하는 우주적 생명력을 회복시켜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자는 실천 수행법이 강조되었다.
인간과 세계의 창조와 관련된 철학적 관점을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표현된 것이 얀뜨라이며, 힌두의 고대 베다 전통의 신비한 상징에 뿌리를 둔 만다라가 탄트라 전통 안에서 얀뜨라로 발전한 것이다(Fontana, 2005). 탄트라 시기에는 천문학‧점성술‧수학 등이 함께 발달하여 다양한 종류의 얀뜨라 도형을 만드는데 유용한 열쇠가 되었다.
얀뜨라는 특정 종교적 사상‧베다‧탄트라 불교 전통에 두루 존재한다. 자이나교의 원천에서 발생했고 자이나교의 명상적인 관념을 구체화한 얀뜨라도 있다. 그 가운데 베다적 얀뜨라가 가장 오래되었으며, 탄트라적 얀뜨라는 가장 수가 많고 다양하다. 그리고 불교 만다라는 정밀한 직선 구성 안에 복잡한 이미지의 결합을 보여 얀뜨라와는 차이를 보인다.
<만다라 통합치유 연구/ 심정아 선문대학교 일반대학원 통합의학과자연치유전공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