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 엘리너 파전
발제: 원민영 (2024.07.02.화)
참석자: 강윤미, 권지은, 김경은, 원민영, 정혜은
작은 책방을 만나기까지...
지난 겨울, 팔로우하던 작가님 피드에 신간 책 표지 투표가 올라왔다. 어! 제목이 낯이 익어 보니, 태영님께서 소개했던 <모란 앵무>가 들어있는 발제책이다. 그때 절판된 책이라고 얘기했던 게 떠올라 너무 반가웠고 새롭게 번역된 책이 어떨지 궁금했다. 손에 들어온 책은 표지부터 너무 예뻤다. 그렇게 아이 잠자리 책으로 재밌어 보이는 몇 편을 골라 읽어주고 나머지는 두고두고 읽겠다고(?) 테이블에 올려두고 몇 달이 흘렀다. 발제가 가까워져 오기에 마음먹고^^ 다시 읽어보는데, 몇 편은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고, 또 몇 편은 잘 읽히지 않는다. 진지하게 읽겠다고 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히지 않아서 ‘아... 내 동심은 다 사라진 걸까?’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혹시나 절판된 책을 읽으면 다를까, 하는 마음과 두 책을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상호대차를 신청했다.
내가 느끼기에 이도우 작가 번역의 <작은 책방>은 조금은 더 세련된 다듬어진 느낌의 어른을 위한 책이라면 기존의 햇살과 나무꾼 번역의 <작은 책방>은 정말 어린이책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어휘 선택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길벗어린이의 <작은 책방>에는 작가의 말을 제외하고 총 20편의 이야기가 있고, 수박설탕의 <작은 책방>에는 총 15편의 이야기가 있다. 두 권을 모두 읽어야 21편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초판(영국판)에는 27편의 이야기가 실렸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못한 이야기들은 어떤 이유로 선택받지 못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도우 작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 지음) 가 독립출판사를 차리고 가장 처음 한 일이 엘리너 파전 작품 판권에 대해 알아보려고 에이전시와 소통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유년 시절을 강타했던 책으로 처음으로 ‘아,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열망을 품게 해준 존재였기에 2년여에 걸쳐 틈틈이 엘리너 파전 특유의 분위기와 결을 살리며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온 마음을 쏟았다고... 아마도 작가님이 어린 시절엔 계몽사에서 나온 <보리와 임금님>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겠지 싶다.
엘리너 파전 (1981-1965)
영국의 작가, 시인
문학가인 아버지와 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책을 읽으며 자랐는데 몸이 약해 학교 교육 대신 가정교육을 받았다. 책 없이 사는 것보다 옷 없이 사는 게 더 자연스럽고, 읽지 않는 것은, 먹지 않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일이었다고... 파전이 많은 시간을 보낸 상상 속으로 여행하는 통로가 되어준, 햇살 속에서 춤을 추는 금빛 먼지가 가득한 ‘작은 책방’이 부럽기도 궁금하기도 하다.
1955년에 출판한 <작은 책방>은 Edward Ardizzone의 삽화와 함께 그녀의 최고 이야기라고 생각한 모음집으로 이 책으로 카네기상, 안데르센상을 받았으며, 그녀를 기리는 엘리너 파전 아동문학상도 매년 수여되고 있다. 또한 그녀의 시 ‘morning has broken’이 노래(찬송가)로 만들어져 히트곡이 되었다.
엘리너 파전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fairy tale이라고 하기에는 등장인물이나 결말이 색다른 느낌이 많이 들었다. 또한 상상속으로 들어가고 나가고, 이야기 안에서도 또 상상의 나라로 가는 기분이랄까?
서쪽 숲 나라 (West Woods)
“그건 널 지키기 위해 있는 거란다.” 부지런한 나라의 서쪽 숲으로 가는 길은 울타리로 막혀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서쪽으로 가지 못하게 하고, 아이들은 “무엇으로부터 지킨다는 건가요?”라고 궁금해하지만 늘 막힌 길이라 그 울타리를 넘지 않는다. 그런 서쪽 숲을 가보겠다는 부지런한 나라의 젊은 왕, 존! 그가 혼자 찾은 그곳은 역시나 불모지였다. 하지만 하녀 샐리나와 함께 다시 찾았을 때는 너무나 아름다운 꿈의 세계에 잠겨있는 것만 같았다. 존이 부지런한 나라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동안, 어떤 존재가 그간의 버려진 기억을 서쪽 울타리 너머로 던져버리고 꿈을 빼앗아 버렸다고... 이제 샐리나와 함께이니 떼어낸 777번째 널빤지를 통해 서쪽 숲 나라를 오가면서, 날씬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길.
궁금해요!
왜 서쪽이죠? 왜 서쪽일까요?
어른이 된 우리 부모님이, 우리가 잊어버린 것은 어떤 꿈일까요? 꿈은 위험한가요?
울타리를 뛰어넘는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샐리나가 너무 귀여웠어요! 왕과의 대화에서 혼자 키득키득... 책 벗들은 어떠셨나요?
어느 구절에서 많이~ 웃으셨나요?
자기가 한 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다른 어떠한 일도 할 자격이 없다(p.236)는 샐리나의 얘기 동의하시죠?
<작은 책방> 중 [서쪽 숲 나라] 외에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뭐가 있을까요?
내 유년 시절을 강타한 책이 있을까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그 안에 빠져들어 기록을 잊어버렸다.
이 책이 너무나 재밌었다는 얘기도 있었던 반면, 읽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러 편이 있으니 맘에 들었던 이야기도 다양하게 달랐고, 감동 포인트도 달랐다.
혼자 읽으면 편식할 수 있는 독서를 이렇게 함께 읽으니, 다양하게 읽고 마음도 나눌 수 있어 너무 좋다는 얘기에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끄덕~
어른들이 울타리로 막아버린 서쪽나라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금기, 선입견, 편견 등으로 얘기했는데,
자꾸 서쪽나라로 떠나려고 하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전반적으로 인생을 개척하는 이야기가 많았고, 예상된 결말과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라 더 재미있었다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꼭 원대한 꿈을 꿀 필요는 없고,
자기에게 맞는 세계에서 행복한 것이 제일이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눠가진 작은책방 엽서 한장^^, 이 책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기를!
토론의 마지막은~ 윤미님이 읽어준 고정순 작가님 새책 <어떤 토끼>.
어려워, 어려워... '사랑해' ... '미안해' 는 누가 했을까?
사랑은 어렵다 :)
첫댓글 예전에 작은 책방을 읽고 했던 토론이 인상 깊었었는데 새롭게 책이 나왔다니 반갑네요~
이 글을 읽어보니 전 예전 책을 한번 더 읽어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