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11일차] #26 조개구이 허락받기, 소소한 나들이 계획

[이은혜]

오늘은 결전의 날입니다.

관장님께 조개구이를 허락받으러 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관장님께 조개구이를 허락받으러 가기에 앞서

다음 주 화요일에 가게 될 나들이를 계획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소소한 나들이 대신

오이도에 사전답사를 하러 가기로 했었는데

갑작스럽게 일정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사전답사를 먼저 다녀올 경우

본 여행에서의 즐거움이 떨어질까 우려되었기 때문입니다. 

주호님에게 소소한 나들이로

익선동이나 노들섬을 가면 어떨지 여쭈었습니다.

익선동과 노들섬의 사진을 보여드리며

각 선택지의 특징들도 설명드렸습니다.

“익선동은 한옥 마을 같이 꾸며져있는 거리인데

소품샵도 많고 해서 볼 거리가 정말 많아요.”

“노들섬에 가면 추울 수는 있는데 예쁜 강 풍경을 볼 수 있어요”

주호님은 둘 다 마음에 들어하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강을 볼 수 있는

노들섬을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소소한 나들이 장소는 노들섬으로 결정됐습니다.

노들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노들섬 홈페이지를 통해서

노들섬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유튜브로 노들섬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노들섬에 가서 노을도 보고 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일몰시간도 검색해봤습니다.

주호님에게 노들섬 시설을 둘러보는 것과

한강을 보며 걷는 것 중 어떤 것을

더 많이 하고 싶으신지 여쭈었습니다.

“한강을 더 많이 보고 싶긴 해요”

노들섬 안에 있는 시설들은 간단하게 둘러보고

한강을 보며 걷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기로 했습니다.

노을진 한강을 보기 위해

일몰시간에 맞춰서 출발시간을

14:30에서 15:00로 수정했습니다.

이때 주호님이 말씀하셨습니다.

“3시에 만나면 저도 좋아요.

병원일정이 있었거든요.

3시에 출발하면 편하게 올 수 있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주호님을 위한 나들이이니 주호님의 일정을 고려하여

나들이 일정을 정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주호님이 마음 편히

본인이 원하는 바를 말씀하지 못하셨습니다.

주호님의 당연한 권리를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셨습니다.

주호님이 저희를 배려해주심에 감사했고

한편으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소소한 나들이 계획을 시작할 때

주호님의 일정을 먼저 묻고 의논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주호님이 주호님의 당연한 권리를

잘 사용하실 수 있도록 거들겠습니다.

그 시작으로 먼저는

주호님과 잘 의논해야겠습니다.  

노들섬 나들이 계획이 다 짜여졌습니다.

관장님께 조개구이를 허락받으러 갈 차례였습니다.

여행지 홍보포스터와 일정표를 출력했습니다.

응원의 메시지를 받을 편지지도 챙겼습니다.

여행의 총괄이신 주호님이

관장님께 대표로 말씀드리기로 했습니다.

“주호님 우리 관장님께 말씀드리러 가기 전에

예행 연습 한 번 하고 갈까요?”

“괜찮아요. 라이브로 할게요.”

저는 굉장히 떨렸는데

주호님은 담담해보이셨습니다.

다 함께 관장실로 향했습니다.

주호님이 인사와 함께 조곤조곤한 어투로

관장님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관장님.

제가 금요일에 여행가기로 했는데요.

주임님(김승철선생님) 말 듣기로는

그 안에서 먹는 게 안된다고 해서

그것 관련해서 상의를 조금 드리려고 왔어요.

여기 일정표와 홍보 포스터 작성했는데,

여기서 안되는 것들이 있는지 골라주실 수 있으신가요?”

관장님

“아 여기 카페와 조개구이가 있네요.

조개구이가 6시 반에서 8시 사이에요?"

몇 명이서 갈 계획인가요?“

“주변 지인들은 다 몸이 편찮으셔서요.

여행은 저희 넷(승철쌤, 준범쌤, 은혜쌤)이 갔다오려고요.

조개구이는 최대한 한적한 곳으로 골라서 갈 거에요.

갔다 온 다음날에는 코로나 검사도 할 예정이에요.”

관장님

“조개 먹고 PCR 검사?(웃으시면서)

엄청 먹고 싶었나 보다.

PCR 검사까지 하는거예요?” 

“네. 카페는 밖에 추우니까

잠깐 추위 피해서 이야기나누고

음료는 밖에서 마시려고요.”

관장님

“그러면 마스크를 벗는 상황이 되는 건 조개구이네요.

여기까지 가는데 조개구이를 안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먹고 오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지?

여기 네 사람은 방역수칙을 잘 지킬거라는 믿음이 가는데…”

주호님의 반짝이는 눈빛과 설득력 있는 어조에

관장님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도 얼른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은혜쌤

“조개구이집 사진들을 보니까

큰 창문들이 많더라고요. 그렇죠 주호님?”

주호님이 놓치지 않고 설득을 이어나갔습니다.

“네. 맞아요.

창가에 붙어 앉아서 창문도 다 열고 먹을 계획이에요.

여행갔다와서 토요일에 pcr검사 받으면

결과도 일요일에 바로 나오고요.

한 번 고려해주세요.”

관장님께서는 잠깐 고민하시더니

결국 허락의 답변을 주셨습니다.

관장님

“일단 여기가 가게가 되게 많을 거잖아요.

맛을 떠나서 생조개를 구워 먹는 거니까

맛이 다 비슷할 거라는 믿음으로

최대한 한적한 데를 찾아서 들어가시고,

다음날에는 PCR 검사를 하는 조건으로 허락해 드릴게요.

여기 계신 분들은 방역수칙은 철저히 잘 지켜주실 것 같네요.”

주호님이 기쁨에 겨워서 해냈다는 듯이

손을 불끈 쥐었습니다.

주호님이 손을 불끈 쥐고 마치 골을 넣은 것처럼 기뻐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참 행복해보였는데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주호님이 관장님께 응원의 편지도 부탁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거는 응원의 메시지 작성하는 편지진데,

이것도 작성해주실 수 있나요?”

관장님

“당연하지요! 제가 여행 전까지 써서 드릴게요.”

< 소감 >

사실 저는 조개구이를

허락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저 주호님이 원하는 것을 직접 표현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열심을 내는 과정이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의미있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얻어내셨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기뻤습니다.

동시에 조금은 무서웠습니다.

이번에 조개구이를 허락받는 과정 속에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사회사업가로서 당사자를 도울 때

저의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당사자의 소망을 제한하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사회사업가는 과정을 ‘거드는’ 사람입니다.

과정 속 주체는 당사자입니다.

어떤 일을 거듬에 있어서

결과를 함부로 예측하지 않겠습니다.  

당사자가 잘 소망할 수 있도록,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도전할 수 있도록

거드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주호님을 통해서 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주호님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큰 강점을 발견했습니다.

주호님은 설득을 참 잘하십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조곤조곤한 어투을 가지고 계시고

침착함을 가지고 상대방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때를 기다렸다가 적당한 때에

적당한 말로 설득력을 발휘합니다.

주호님은 여행 총괄로서,

주호님 본인이 원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잘 드러내지 않았던 강점을 드러내셨습니다.

사회사업을 통해서 당사자가 삶의 주인될 수 있음을, 

삶의 주인노릇하는 과정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배운 것을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주호님과 함께하면서

주호님의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 순수함을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주호님의 배려심, 섬세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힘든 상황을 견뎌내는 견고함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성취해내는 주호님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 모습이 참 멋있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얻어내는 모습은 멋있습니다.

주호님이 앞으로도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얻어내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